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3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37화(237/354)
#237화. 고스트 타운(9)
엘런은 밤이 어둑어둑해질 때쯤에야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 주인은 제자리에서 언제나처럼, 여관 바닥에 물걸레질을 하고 책상을 닦고 있었다.
딱히 앉아있는 손님도 없었지만 여관 주인은 청소를 멈추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가려던 엘런의 뒤통수로 그의 목소리가 닿는다.
“무언가 달라지셨네 그려.”
“……그게 느껴지십니까?”
“그냥 감이라네.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서 이론적 설명은 못 하겠지만, 자네의 안에서 무언가 달라졌군.”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긍정했다.
“그 감이 맞습니다.”
“자네 설마, 사령술사가 된 건가?”
“사령술사긴 하지만 그와 비슷한 아종이 됐다는 게 더 맞는 말 같습니다.”
“아종이건 원류이건 세상이 자네를 구속하리란 건 변함 없겠지.”
“그 또한 바꿔나갈 생각입니다. 구속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여관 주인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왜인지 고스트 타운에서 자신을 보는 사람마다 전부 저런 웃음을 보인다.
“힘든 길을 걸어가려 하는군.”
“이미 힘들어서 별로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여기 한 잔 받으시게.”
“술은 별로입니다.”
여관 주인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에게선 술 냄새가 조금도 나지 않아. 코로 술 향이 옅게 맴돌긴 하지만 이건 카르멘의 것이겠지.”
“감각이 뛰어나십니다.”
“과찬일세.”
쪼르르르르-
여관 주인은 주먹만 한 유리컵에 우유를 부었다.
그 밑바닥부터 절반 조금 더 넘게 찬 우유는 컵으로 제 온기를 전달했다.
“덥힌 우유일세. 우유는 사령술사들의 귀기로 예민해진 몸을 진정시켜 주지.”
“잘 먹겠습니다.”
“방에 들고 가서 먹게. 참고로 자네의 친구들은 노을이 저물자마자 우르르 뛰어나갔어. 낮 동안 방에만 있던 것이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네.”
“그놈들이 원래 좀 그렇습니다. 시끄럽게 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여관 주인은 홀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에 여관이 시끄러워서 보기 좋았네. 아들 생각에 추억도 돋고.”
“……아드님이 사령술사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전부 사령술사나 네크로맨서 가족을 둔 사람들일세. 나라고 특별할 건 없어.”
엘런은 따뜻한 우유가 든 컵을 손으로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왜 밖에 나가지 않고 여기 계속 머무시는 겁니까? 아무리 베니싱이 있더라도 위험한 건 매한가지인데.”
“여기가 지옥 같아도 아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일세. 비록 무덤만큼은 다른 곳에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나라도 여기 와야지.”
“아드님 옆에 묻히실 생각이십니까.”
“그러고 싶네만 카르멘이 허락해줄지 모르겠군. 저 공동묘지에 묻힐 수 있는 건 사령술사와 네크로맨서 뿐이니.”
엘런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죽음을 다룬다는 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 본인이었다.
나아가 그 피로 이어진 자들에게까지 가혹하고 모질 게 군다.
엘런은 방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유를 그 자리에서 비웠다.
목구멍을 타고 식도를 넘어 위까지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
“잘 먹었습니다.”
“쉬시게.”
엘런은 계단을 넘어 혼자만 남게 된 방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방이었다.
조금씩 어질러진 방만 봐도 누가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 전부 연상된다.
엘런은 침대에 누우려다 조막만 한 서랍장 위에 올려진 뭔가를 발견했다.
“쪽지?”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쪽지였다.
그리고 뒤에 있는 요깃거리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엘런이여. 혹시나 네가 밤에 돌아올까 하여 미리 먹을 것들을 남겨두고 떠난다. 우린 밤새 밖에 있을 듯하니 기다리지 말고 자거라.
추신: 카르디아가 네 분량의 버터 빵을 하나 먹었느니라.
걱정부터 고자질까지 완벽한 쪽지.
엘런은 동료들이 준비한 저녁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며, 아공간에선 완드를 꺼냈다.
“대화하고 싶으니까 잠깐 나와봐.”
레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건 가문의 비기에 대한 것이었고, 지금 엘가의 모습을 한 사령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엘런은 완드를 양손에 쥐고 배 위에 올리며 몸을 눕혔다.
스르륵-
눈이 감기며 잠이 든다.
얼마 안 가 엘런은 어떤 이질적인 공간에 들어온 듯한 감각에 상체를 일으켰다.
전신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은 꿈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신이한 감각이다.
“왜 부른 거냐. 지금은 내 자유시간일 텐데.”
건너편 침대에 엉덩이를 걸터 앉은 레드가 다리를 꼬고 있다.
“저런 바깥에 나가서 뭐 하려고. 나랑 시간이나 때우자.”
“물어볼 것이 있다 하지 않았나. 빨리하고 끝내라.”
“내가 사령술사가 됐다.”
레드는 귓가를 후비적후비적 파며 관심 없다는 듯 눈을 딴 곳으로 돌렸다.
“뭐 어쩌란 거냐. 왕관이라도 씌워줄까?”
“너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사령의 모습이 엘가 부인과 똑같이 변했어.”
“…….”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넘어가고, 사령술사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없냐?”
“사령술사는 내가 활동하던 시대 때도 흔하지 않았다. 그때는 지금보다 인식이 훨씬 더 안 좋았으니까, 굉장히 깊숙한 음지에서 활동했겠지.”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이다.
사령술사나 네크로맨서는 그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악마나 다름없었을 터.
마녀사냥은 고사하고 당장 죽이려 들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데카마드는 사령술이나 네크로맨시란 마법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마법과 똑같이 어떤 학문의 파생이라 생각했어.”
“600년 전 사람치곤 굉장히 깨어 있었네.”
“그런 편이지. 사실 악마의 힘을 다루든 뭘 하든 자신을 넘어설 수 없다는 자신감에 비롯된 것이겠지만. 근데 특이한 점은 있었다.”
특이한 점?
엘런은 외벽에 등을 기대며 귀를 기울였다.
이건 레드에게도 오래된 기억인지, 아니면 들어만 본 것인지, 그는 턱을 괴며 과거를 더듬었다.
레드는 말했다.
“나와 만나기 전부터 데카마드는 사령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또한 할 줄도 알았어.”
“……지금 선조님이 사령술사였다는 거야?”
“아니다. 그게 아니야. 데카마드도 귀기와 음기가 비슷한 성질이란 걸 깨달았을 뿐이지. 그래서 사령술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었고, 너와 비슷한 존재로 사령까지 구축한 듯했다. 모두의 앞에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말도 안 되는 낭설로밖에 들리지 않는걸. 우리 가문이 사령술과 관련되어 있단 얘기는 조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하지만 증거가 있지 않나? 너도 슬며시 짐작 가는 게 있을 텐데.”
레드의 말에 엘런은 반박하지 못했다.
짐작 가는 거라면 그의 말대로 딱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의 크레센티아부터 현재의 크레센티아를 전부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 그것은 가문의 비기다.
100년 전의 크레센티아도 400년 전의 크레센티아도 가문의 비기 10개를 다뤄왔다.
하지만 가문의 비기 10개가 전승됨과 동시에 문제점 하나도 계속되어 전승되어 왔다.
익힌 사람도 그렇고, 실전 기술로 펼칠 수 있는 사람이 600년 역사 또한 10명도 채 넘지 않는다는 기술이다.
“크레센티아 제10비기.”
“너희 가문의 마지막 기술이지. 너의 기억에 데카마드의 습관들을 넣을 때도 가장 주의했던 비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10비기에 대해선 계속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어.”
“어떤 부족함인데?”
“이 기술을 펼치려면 당장 음기로는 뭔가 부족해 보였거든. 하지만 데카마드는 음기만으로 이 기술을 구현했단 말이지. 헌데 데카마드와 가장 닮은 너가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레드는 제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내 추측이지만 제10비기는 데카마드가 사령술과 음기를 접목시킨 기술인 것 같다. 그러니까 사령술을 배우지 못하면 제10비기를 사용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는 거지.”
“선조님이 사령술을 가문의 비기에 접목시켰다……라.”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넣어준 기술의 기억들을 살펴본 너라면 납득할 텐데.”
“……그래. 믿을 수밖에 없겠더군.”
레드가 몸에 새겨넣은 가문의 비기들은, 전부 그가 옆에서 보았던 데카마드의 기술들이다.
개중에서도 마지막 제10비기에 대한 기억은 정말 카르멘을 보는 듯했다.
“사실 사제를 상대했던 마경에서 기술을 펼쳐가면서도 느꼈어. 제10비기는 지금의 내가 죽어도 못하겠구나.”
“하지만 왜인지는 몰랐겠지.”
“맞아.”
사제를 상대했던 마경에선 뚜렷하지 않았던 문제점이 이제야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동시에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도 의도치 않게 배워버렸다.
이 사령이 있다면 제10비기의 진정한 모습도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데카마드 선조님의 사령은 어떤 모습이었어?”
“나도 모른다. 한 번도 앞에서 보여준 적 없었으니.”
“그렇구나.”
질문은 끝이 났다.
엘런은 다시 드러누웠고 그러니 레드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 시간이로군.”
“밖에 나가게?”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다시 침대에 몸을 누인 엘런은 눈을 감았다.
이미 여긴 레드가 만들어낸 꿈의 공간.
아까까지도 눈은 떠 있었지만 사실 잠든 것과 다름없었다.
내일 낮에는 반드시 카르멘의 사령에게 한칼 먹여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퀘스트가 끝나지 않을 테니까.
엘런은 카르멘과 싸우며, 사령의 기억까지 두 배로 축적된 전투의 경험을 몸속으로 모조리 흡수했다.
그의 무의식이 자면서 열일을 할 동안 레드는 깨어났다.
“이런 칙칙한 공간에 있는 것도 내 취향은 아니다. 그 남자에게 공격을 성공시켜야 하는 것 같으니, 얼른 벗어나도록 도와주마.”
엘런이 깨어 있을 때는 구태여 이따위 낯간지러운 말을 하지 않았다.
“사령술이라고 했나.”
물론 엘런이 할 수 있는 건 사령을 소환하고 조종하는 것에 그쳤다.
다만 그것도 어제 급속도로 성장한지라, 지금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고 뭘 해야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적당히 오리하르콘의 힘으로 사령을 건드려주면, 힘의 출력이야 올릴 수 있지. 물론 컨트롤하는 건 네놈 몫이다.”
내일 깨어나면 갑자기 달라진 사령의 힘에 놀랄 수 있겠지만 이놈은 그것도 금방 적응할 거다.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익숙해지겠지.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 또한 사령을 알아가는 행동이고, 그 경험치는 모조리 엘런에게 축적될 것이다.
“이렇게 둘이서 노력하다 보면 그 특질인가 뭐시기도 더 빨리 발현할 수 있을 터. 세부 특성은 이런 노력이 불가능하지만, 이건 가능하다.”
레드의 도움 아래에, 엘런의 사령은 달이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갈수록 점차 강해져만 갔다.
***
고스트 타운에 온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라제나와 카르디아, 시에나는 점차 자신의 퀘스트를 완성해가고 있었고 그 목전을 앞에 두었다.
하지만 그것은 엘런도 마찬가지였다.
슈우우욱-!!
사신의 낫을 가벼운 발짓 한 번으로 피해낸 엘런의 사령은 이젠 반격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구나.”
“예. 저도 왜인지는 모르지만요.”
“그 이유를 본인이 모르면 어떡하나?”
“모르는 건 모른다 답했을 뿐입니다.”
사령을 통해 제 음기를 전달할 만큼 숙련도를 높였다.
마치 또 하나의 크레센티아가 옆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사령은 음기로 구축하고 포섭한 존재이니만큼, 크레센티아 만큼이나 음기에 친숙했고 제 수족처럼 다룰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묘기도 가능해졌습니다.”
[크레센티아 제2비기 – 진눈깨비] [크레센티아 제3비기 – 습설(濕雪)]크레센티아의 비기들이 동시에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본래 한 사람이 연속으로 비기를 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동시에 이뤄지면 합동 공격이 된다.
나아가 진눈깨비와 습설은 공격과 동시에 속박까지 가능한 기술들이기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눈으로 발을 묶고 동시에 얼려버려서 상대를 죽이는 기술인가.”
“정확히 보셨습니다. 이젠 사령이 가문의 기술들도 쓸 수 있게 되어 이런 동시 공격이 가능해졌죠.”
“내 사령에게 한 방 먹이라고 했더니 날 죽일 셈이더냐?”
“평소 묘지기의 숙명에 대해 떠들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조금 더 일찍 끝내 드리겠습니다.”
카르멘은 입을 크게 벌리고 껄껄 웃어댔다.
이제껏 들은 그의 웃음 중에 가장 커다란 것이었다.
“묘지기를 죽인 자는 그다음 묘지기가 되어야 하는 운명의 굴레에 빠진다. 그걸 알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그건 몰랐습니다만.”
[크레센티아 제1비기 – 빙살(氷殺)]엘런의 사령이 허공에 손을 휩쓸자 얼음 칼날이 사신을 찢어발기기 위해 달려들었다.
사령이 한 공격이기에 음기로 이루어진 기술 또한 사령술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본래라면 피하지 않아도 되었을 공격도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그 특질이라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영원히 카르멘에게 닿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여전히 특질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는구나. 잔기술만 늘어가고 있어.”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카르멘은 짧게 자라서 까슬까슬한 제 수염을 매만지더니, 이내 결론을 내렸다.
“네가 다른 사령술사의 특질을 경험해보면 조금 깨닫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 내가 볼 때 너는 한계에 몰리면 몰릴수록 빠르게 성장하는 타입이야.”
“예?”
“그만. 이제부터는 입 한 번 뻥긋거릴 시간에 눈에 힘을 더욱 주어야 할 거야.”
못 피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 한마디는 이명처럼 엘런의 귀로 왔다가 스러졌다.
까아아악-! 까악-
까아악-!
까마귀 떼 우는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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