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4화(24/354)
#024화. 간 보기(3)
키아는 파르르 떨리는 다리로 쓰러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걸었다.
겨우 교수실까지 도착하니.
그녀는 교수실 구석에 마련한 소파에 드러누웠다.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앉을 수도 없었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걸 목격했더니 정신이 다 빨려버렸다.
키아는 시간으로 치면 고작 몇 분도 지나지 않은 수업을 회상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기억도 부분부분 날아갔다.
마치 사진처럼 단편적인 장면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엘런 학생이 쥐고 있던 수정구를 내가 떨어뜨렸어…….”
그랬더니 극지대에서나 겪을 법한 냉기가 교실을 휩싸 안았다.
키아도 본능적으로 마력 방어막을 두를 만큼 위협적인 냉기였다.
“왜 그런 사고가 생긴 걸까…….”
오늘 가져갔던 유리 수정구는 엘런의 힘이나 마력의 정순함까지 알아보기 위해 특히 상등품으로 가져갔다.
즉, 수정구가 실수할 리는 없었다.
키아는 혼자 오랫동안 고민해보았으나 머릿속에는 먹구름만 잔뜩 끼었다.
천재라고 칭송받던 과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곧이어 또 다른 문제가 그녀를 덮쳐온다.
“으아아악! 오늘 수업은 또 어떡해!”
본래 세 시간 수업을 한 시간만 하고 끝냈던 판단.
원래 오늘은 각 속성의 기초 마법까지가 예정된 진도였으나, 너무 놀라고 당황해 수업을 끝내버렸다.
키아는 결국 쪽지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더니 새장으로 가져갔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까마귀.
까마귀의 발목에 쪽지들을 연결한 키아는 그것을 창문 밖으로 날려보냈다.
“으으윽. 첫 수업부터 과제라니. 난 정말 못난 교수야.”
결국 오늘 진도로 나갈 과정은 숙제로 나가버렸다.
벌써부터 생활 구역에서 학생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럴 만도 하지. 원래 이건 나랑 같이해야 되는 진도니까.”
그래서 키아는 쪽지로 내건 숙제에 많은 걸 적지 않았다.
본래 나갔어야 할 진도만큼 숙제를 내주신 했으나 그걸 다 해오길 바라진 않았다.
그냥 뭔지는 알고 있는 정도.
딱 그 정도.
키아는 그 수준까지만 바랬다.
급한 불을 꺼뜨리고 나니 다시금 오늘 있었던 사고가 생각난다.
“아으으! 진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해결되지 않는다.
교실을 뒤덮은 냉기의 주인.
엘런의 마력을 다시 한 번 견식해야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
“그럼 결국 또 다음 수업까지 기다려야 되넵…….”
키아는 쓰러지듯 눕혔던 몸을 겨우 일으켰다.
“좋아! 다음 수업 때는 엘런 학생과 더 빡세게 부딪쳐보자!”
엘런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파악했다.
수업에 비협조적이라고 했던 두 교수의 말과 다르게 나름 참여도가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의가 바르거나 활달하진 않았다.
또한 시에나, 카르디아와도 말을 트고 일면식이 있는 사이로 보였다.
“흐음…… 초상위권들이 너무 뭉쳐 다니면 그것도 안 좋은데 말이얌…….”
키아는 제자리에서 고민하다가 엘런의 진면목과 그 셋을 경쟁시킬 방법을 퍼뜩 떠올렸다.
“그래! 조별과제를 시키는 거야!”
다음 수업은 조별과제.
학생들 사이에서나 교수들 사이에서나 악명 높은 ‘조별과제’로 간다.
***
엘런은 기숙사에 도착했다.
자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수업이 두 시간이나 일찍 끝났다.
“아주 나이스하네.”
그럼 오늘 아침에 못다 한 잠을 자러…….
딱- 딱- 딱-
익숙한 얼굴의 까마귀가 부리로 창문을 쫀다.
엘런은 그리 곱지 않은 눈으로 까마귀를 바라봤다.
보통 저 까마귀가 올 때면 항상 뭔가 귀찮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또 뭐냐.”
엘런은 까마귀의 발목에 묶인 쪽지를 빼내서 펼쳐보았다.
[교재 10p부터 시작되는 각 속성의 기초마법 중, 본인의 주속성 기초마법을 수련해오세요.]“숙제네.”
준비물을 가져오라던 포션 제조법 수업 이후로 처음 주어진 과제다.
그러나 엘런은 다음 주에 있을 수업 때문에 황금 같은 숙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하지 뭐.”
그는 아주 능숙하게 일을 미루며 침대로 향했다.
정말 그러려고 했는데.
쿵쿵쿵쿵쿵쿵쿵쿵-!
쾅쾅쾅쾅쾅쾅-!
리드미컬하게 또는 부서질 것 같이 1층 문이 두드려진다.
도저히 혼자서 두드리는 거라곤 볼 수 없는 난타다.
그럼 두 명이란 소리인데 엘런은 그 두 명이 누군지 너무나 쉽게 눈치챘다.
설령 알고 싶지 않더라도 창문 너머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엘런. 기초 마법 수련하자꾸나.”
“어이! 나와라! 과잣값은 해야지!”
엘런은 이마를 탁하고 치며 그들이 보이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저 밑에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둘의 얼굴이 보인다.
엘런은 자신의 잠을 방해하는 그것들에게 말했다.
“저는 됐으니까 둘이 알아서 하세요. 난 잘 거니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우린 네가 나올 때까지 문을 두드릴 것이니라.”
“난 문이 아니라 여기 벽을 칠 거야. 수십 대만 때리면 부서지겠는데?”
“…….”
이거 학교폭력 아니야?
엘런은 분명 어디선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중얼거렸다.
“이런 건 왜 벌점 안 맥이냐고요.”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오히려 입을 여는 건 밑에 있는 시에나다.
“같이 수련하면 서로 자극이 되서 더 빨리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서로에게 공격해보면 실험 대상까지 생기지 않느냐.”
“아니면 너희가 괴물들을 봤다는 산으로 올라가자! 엄청 재밌어보이더만!”
“그러니까 나 빼고 너희들끼리 실컷 하라고.”
“지금 안 따라오면 후회하고 말거다.”
“내가 왜?”
시에나는 씨익 웃으며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4층 높이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띄는 암울한 빛깔의 녹색.
또한 그것이 든 병은 눈에 익숙한 물건이다.
“손아귀 포션?”
“그래. 네가 알려준 제조법대로 밤새 연습해서 만든 성공작이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네가 만든 이 포션은 기본적으로 함정의 성질을 띄고 있더구나.”
뽕-
시에나의 손이 포션의 마개를 열었다.
나아가 그녀는 쏟아질 것처럼 포션의 입구를 조금씩 기울였다.
“안 나오면 쏟아버릴 것이니라.”
“……협박하는 거냐?”
“그렇게 보면 섭하니라. 요컨대 실험이지.”
엘런은 진짜 쏟을 것 같은 시에나의 기세에 잠이 싹 달아나는 걸 느꼈다.
그러나 엘런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거 쏟으면 벌점도 쏟아질걸? 여긴 생활 구역 안이야.”
협박에는 협박.
우뚝-
시에나의 손이 멈췄다.
그러나 입가에 피어난 꽃 같은 미소는 없어지지 않았다.
“엘런. 그거 아느냐? 장학생 제도에 있는 치명적인 단점을.”
치명적인 단점?
들어본 적 없다.
아마 여기 있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모를 거다.
애초에 장학생 전형의 존재 자체도 처음 들어본 이들이 대다수일 테니.
카르디아는 송곳니를 드러내게 웃었다.
“내가 용병단에 시켜서 조사해봤거든? 장학생은 말이야. 여러 혜택을 받지만 딱 한 가지 불이익이 존재해. 그건 바로!”
콰아아앙-!!
카르디아의 주먹이 중앙성의 밑단을 내리찍었다.
그 주먹질 한 방은 엘런이 딛은 바닥까지 옅은 진동으로 파괴력이 전해져 왔다.
주먹과 직접 맞닿은 부분은 벽돌 곳곳에 금이 가 있다.
그러나 하늘의 목소리는 묵묵부답.
“생활 구역 안에서도 장학생은 규칙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
“…….”
“즉, 우리가 너를 공격하는 건 합법이라는 거다.”
엘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거면 장학생 안 했지.
왜 저들이 멋대로 정해놓고 이런 패널티까지 얹어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와 같이 수련해준다면 생활 구역 안에서 너를 습격하는 일은 없을 거라 보장하마. 황가의 명예를 걸겠다.”
“나도 사막의 딸로서 맹세할게.”
엘런은 본인이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였음을 직감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가서 저들과 어울린 뒤 함정, 습격 세례를 피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편안한 숙면을 취하는 대신 저 귀찮은 것들과 밤새 엮일 것인가.
선택은 쉽게 되었다.
“……알겠어. 지금 나간다.”
“좋아. 잘 선택했다.”
엘런은 금방 벗어두었던 아공간 망토를 다시금 걸치고 1층에 내려갔다.
밖에선 씨익 웃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엘런을 맞이해주었다.
“수련은 우리가 서로에게 포션을 던졌던 그곳에서 할 것이다.”
“빨리 끝내자.”
“아까 살짝 보니까 말 그대로 기초 마법이더구나. 네 말대로 금방 끝난다.”
“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 임마!”
“…….”
지금 표정이 어떤진 모르겠다.
그러나 똥 씹은 표정일 거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엘런은 둘을 따라 저번에 갔던 생활 구역 바깥, 후미진 구석에 도착했다.
“자, 그럼 모두 교재를 펴보거라.”
엘런은 아공간에서 교재를 꺼내 쪽지에 적힌 페이지를 펼쳤다.
이왕 온 거 후다닥 끝내버리고 후다닥 도망쳐서 후다닥 침대에 들어가겠다.
“그리고 카르디아와는 얘기가 끝난 것이지만 이제 엘런, 너에게도 말해주겠다.”
“뭘?”
“우리 셋이서 한 내기가 있어서 말이다.”
“가장 먼저 기초 마법을 습득한 놈에게! 이걸 준다!”
카르디아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언뜻 보기에 반지함 같았고 실제로도 반지함이 맞았다.
“이게 뭐야?”
“착용하면 마력 회로의 회전율을 높여주는 반지니라.”
“어디서 났는데?”
그 부분에 관해선 카르디아가 대답했다.
“골목을 돌다가 어떤 순진한 얼굴을 가진 놈이랑 어깨가 부딪쳤는데, 그놈이 벌벌 떨면서 이걸 주곤 도망쳤어! 왜 그런 거지?”
“…….”
엘런은 그 불쌍한 학생에게 대신 사과를 전했다.
얼마나 운수가 안 좋으면 부딪쳐도 이런 맹수랑 부딪치나.
“어찌 됐든 이 반지가 오늘의 경품인 것이니라. 엘런 너도 동의하느냐?”
“그러던지.”
“좋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보자고!”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본인의 기초 마법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문장들을 탐독해나갔다.
엘런도 빙속성 기초 마법을 찾아내곤 설렁설렁 읽었다.
그래도 아카데미에 와서 배우는 첫 마법인데 눈에 힘은 줘야겠지.
엘런은 빙속성 기초 마법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프리징…….”
교재에는 프리징을 펼치는 마법사의 삽화와 그 기댓값, 효과, 부작용, 장단점이 모두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엘런은 마법을 펼쳐보기 전에 프리징에 관한 설명을 슥슥 읽었다.
동시에 암기까지 완료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프리징 마법의 이론을 마스터한 것이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프리징 마법은 냉기를 내뿜어 적을 얼리는 기초적인 빙속성 마법이다.’
설명에 있던 문장 중 하나.
엘런은 완전히 암기한 프리징 마법의 발동법을 체내에서 굴려보았다.
모든 마법이 그러하듯, 코어의 마력을 전신에 회전시키는 것이 먼저다.
스아아아아아아아-
용혈의 힘으로 대양과 같은 크기의 양을 가지게 된 마력이 회로를 질주한다.
마력이 품은 냉기가 전신을 서늘하게 했다.
머리가 차갑게 식는 감각.
두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가장 유연해지는 순간이다.
엘런은 바닥에 슬며시 피어난 이름 없는 풀들을 목표로 손을 뻗었다.
“프리징.”
파아아앗-!
시동어와 함께 연청색 마법진이 펼쳐진다.
마법진이란 이름의 팔레트.
마력이란 이름의 물감.
의지란 이름의 붓으로 마법은 완성된다.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쩌저저저적-
푸른 풀잎, 푸른 줄기가 새하얗게 칠해진다.
방금까지도 끈적한 습지와 바스락거리는 대지의 일부였던 풀들은 그대로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가 되었다.
우중충한 분위기와 색깔 속 엘런이 건든 풀잎은 혼자만 겨울이 온 듯 반짝였다.
“좋아! 이해했어!”
“나도 이해했다. 이제 써보기만 하면…….”
“끝났어.”
이제 막 교재를 덮은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엘런의 말에 벼락처럼 고개를 돌린다.
“반지는 내가 챙긴다.”
엘런은 중앙에 놓인 반지함을 집어들곤 자리를 떴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 보이는 거라곤.
성에와 눈 결정들이 과일처럼 매달리고 장식된 풀잎이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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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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