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4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44화(244/354)
#244화. 새로운 수업(2)
“안타깝지만 이건 고블린들의 주술이야. 인간들에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건 사령술을 터득한 인간에게 해당 돼.”
자리로 돌아가려던 엘런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 볼…….”
“잠시만요.”
갑자기 차오르는 궁금증으로 그의 말을 저도 모르게 끊어버렸다.
엘런은 모두의 눈이 자신에게 집중됐음을 느꼈다.
평소 그가 교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적은 절대로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렇게 불려 나오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말을 건 적은 처음이었다.
그 모습에 여기서 엘런과 가장 많이 붙어 다녔던 카르디아 마저 눈이 동그래졌다.
“응? 왜 그러지, 엘런 학생?”
“아까 사령술을 터득한 인간은 고블린 주술을 쓸 수 있다고 하셔서.”
“그게 궁금해? 알아도 딱히 쓸모는 없을 텐데.”
“고스트 타운에서 사령술사를 여럿 본 기억 때문에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시모는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이 부분을 궁금해한다는 것이 신기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는 고개를 주억이며 뒷짐을 지었다.
“내가 아까 사령술을 터득한 인간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긴 했지만, 사령술사 중에서도 빙의 능력을 타고난 자만이 가능해.”
“……빙의요.”
“그래. 빙의. 여러분들에겐 생소한 개념이겠지만, 빙의는 다른 영혼이 다른 육체에 들어가는 걸 의미해. 사령술사는 이런 힘을 이용해서 고블린 주술사를 장악하고. 그러면?”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거군요.”
“그렇지. 사령술사가 사용할 수 있다기보단 한 번의 과정이 더 필요한 거야.”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단 것만 확인하면 되었다.
빙의를 통해서 상대의 능력까지 쓸 수 있는 건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언젠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수업에 관계없는 질문인데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아냐. 나는 인간의 호기심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 계속 틀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이 문명 발전의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더 질문이 없다면 들어가 봐도 좋아.”
“예.”
엘런은 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할까. 할 것도 없는데 수업을 질질 끄는 걸 난 좋아하지 않으니까.”
“오오!”
“감사합니다! 교수님!”
“교수님 최고예요!”
일찍 끝내주겠다는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고블린이 들어왔다고 비상식 그 자체를 보는 듯한 했던 눈들은 치워진 지 오래였다.
그 대열에는 엘런도 끼어 있었다.
‘이 교수님. 아주 괜찮은 사람, 아니 고블린이네.’
굉장히 마음에 든다.
고통 저주가 아프긴 했지만, 당장 세 시간 수업보다 아프진 않았다.
“그럼 모두 안녕. 다음 주에 봐.”
짝-!
고블린의 조막만 한 손에서 나온 것치곤 청명한 손뼉이 귓가를 울린다.
그 순간 엘런은 중앙성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늘은 침대 대신 바깥에 나가야 한다.
“지금쯤 들어왔겠지.”
저번에 밀림에서 길을 뚫어놓고 위험한 키메라는 처리한 덕분에 아이스크림 납품이 곧바로 이어졌다.
이제는 설탕 천국 냉동기 안에 아이스크림이 장식되어 있을 터.
엘런은 수업이 끝나고 수업 도중에는 고통 저주까지 맞았음에도, 발걸음도 가볍게 설탕 천국으로 움직였다.
누가 보면 고통 저주 대신 영양제라도 먹은 줄 알겠다.
딸랑- 딸랑-
광장을 통하고 대로를 통해서 온 설탕 천국의 문이 흔들린다.
“아이스크림 들어왔나요?”
“왜 안 오나 했어요. 엘런 학생을 위한 아이스크림은 바로 저기 진열되어 있답니다.”
“고마워요. 멕케나 씨.”
“그냥 멕케나라고 불러요. 가게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길까지 뚫어주셨잖아요. 이름 정도야 편하게 불러주세요.”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크림 진열대로 다가갔다.
2학기로 접어들면서 모든 수업이 업그레이드되고 리뉴얼 된 만큼, 아이스크림들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아이스크림들은 뭔가요? 이거 설마…….”
“오오, 역시 엘런 학생은 알아보시네요.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에 특별함을 주고 싶어서 젤라또로 바꿔봤어요. 그리고 새로운 메뉴도 출시했는데 드셔 보실래요?”
멕케나는 엘런에게 어떤 접시를 내밀었다.
그 접시 위에는 바삭한 와플에다가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여러 과일을 넣어 풍미를 살린 디저트였다.
와플과 아이스크림을 합친 것이 이게 처음은 아니었으나,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 따라 맛은 천지차이다.
나아가 엘런에게 있어 이것은 하늘에 있는 수준이었다.
“특제 아이스크림 와플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 엘런 학생이 제일 먼저 드셔 주셨으면 해서 아직 메뉴에도 안 올렸어요.”
“……영광이네요.”
“엘런 학생?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아요.”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이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순간 넋을 놔버렸어요.”
“하하핫. 그 정도인가요? 엘런 학생이 이렇게 보장해주신다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겠네요. 고마워요.”
아니다. 고마운 건 오히려 이쪽이었다.
이제 아이스크림이 살짝 질려 질 때마다 이 와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된다.
엘런은 입을 벌려 그것을 한 움큼 베어 물었다.
아이스크림의 차가움과 와플의 바삭함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에 바나나와 딸기 같은 것들이 치고 들어온다.
그것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맛은 고통 저주쯤이야 단숨에 잊게 만들어 주었다.
“굉장히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날밤 새워가며 재료를 조합한 의미가 있었네요.”
“주신 아이스크림들은 제가 잘 먹도록 하겠습니다.”
“예. 오늘 가져가신 거 떨어지면 또 들려주세요.”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멕케나에게 인사한 후 설탕 천국에서 나왔다.
아까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양손이 무겁다.
온갖 맛의 아이스크림 젤라또로 손가락 하나마다 건 포장 봉지는 가볍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중앙성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카르디아 혼자서 소파에 드러누운 채 고개를 까딱였다.
“왔냐?”
“이젠 놀랍지도 않네.”
“그치? 이젠 익숙해질 때 됐잖아.”
“오늘은 왜 너 혼자냐.”
“우리 일찍 끝난 거 기억 안 나?”
그러고 보니 지금은 수업 시간이었다.
엘런은 시계를 살짝 바라보다가, 냉동고에 아이스크림을 넣으려 침실로 올라갔다.
덜컹-
스윽- 스윽-
텅텅 비어있던 냉동고 안이 몇 번의 손짓만으로 배가 터지려 그런다.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냉동고의 문도 잘 안 닫힐 만큼 가득 채운 엘런은 창틀이 열려 있는 걸 발견했다.
“……또 도둑인가?”
방을 둘러보던 엘런은 그 범인의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했던 용의자가 아니었다.
“쪽지네.”
주인이 방에 없자 까마귀가 창틀을 열고 쪽지를 던졌나 보다.
안 그래도 이 쪽지는 카르디아에게 마찬가지로 왔는지,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엘런! 너 쪽지 봤냐?”
“아직 안 봤는데.”
“우리 과제 생겼어!”
“…….”
“키아 교수님 과제인데, 이따가 시에나랑 하러 갈까?”
아직 과제가 뭐인지도, 애초에 과제인지도 몰랐던 엘런은, 하러 가야 한다는 카르디아의 말에 이마를 문질렀다.
키아는 전투 마법의 교수.
1학기 때는 과제를 내주어도 어떤 특정 페이지의 마법을 독학해보라는 것이 전부였다.
스륵-
펼쳐진 쪽지에서 음성이 들리는 듯한 필체가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아아!! 2학기 시작이다아!! 안녕하세요옷!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의 전투 마법 교수, 키아입니닷!!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헤헤헤헤헷!!]잠깐 첫 줄만 읽었는데도 두통이 밀려온다.
제자리에 선 상태로는 쓰러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엘런은 침대 위로 앉았다.
그는 다시 눈에 힘을 주어 편지를 읽어나갔다.
[참고로 저는 아주 잘 보냈답니다? 해변가에서 휴가를 즐기다 왔어요! 아, 여기서 이런 말 하면 안 되려나? (퍽퍽퍽퍽퍽) 어쨌든! 여러분들에게 내어줄 과제가 있어요! 과제는 다음 수업 때까지 완료하셔야 하니까 빨리 움직이셔야 할걸요?]이리저리 휘날린 필체는 눈을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그를 더 피곤하게 만드는 건 이다음에 있는 문장이었다.
키아는 말했다.
[학교의 운영진들이 이번 2학기에 들어서 1학년 생활 구역 주변 자연환경을 싹 개편했거든요?!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죠? 이번 전투 마법 수업 첫 번째 과제는 바로바로!! (두구두구두구)]이 괄호 뒤에 있는 효과음들도 아주 지극정성으로 써놨다.
그 정성 때문에 머릿속은 자동으로 북소리를 재생시켰고, 엘런은 쓸데없는 긴장감과 함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동서남북 방향마다 하나씩 있는 보스 몬스터! 그 몬스터의 흔적 하나를 모아오기입니다악!!]“……이게 전부인가? 아니, 이게 왜 전투 마법 과제인거지.”
[혹시 지금 이게 전부냐! 이게 왜 우리 수업 과제냐! 이런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 이유는 보스 몬스터를 만나러 가는 길에 알게 되실 거랍니다! 또 여러부운! 주의할 게 있어요! 과제는 흔적 모아오기입니다! 사냥이 아니에요오!!] [추신: 지금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면 학교가 아주 곤란해진다네요?? 쩝.]쪽지는 이게 끝이었다.
이거 한 장 읽었을 뿐인데 아까 고통 저주를 맞았을 때보다 더한 피로감이 머리로 몰려왔다.
하지만 그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엘런이여. 거기 있느냐.”
“……있다.”
“쪽지는 읽었을 것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랑 같이 가지 않겠느냐? 넷이 함께 다니면 더 편할 것이니라.”
“흔적만 모으면 끝이니까 빨리 끝날 겁니다.”
“그러길 바란다.”
과제의 기한일은 당장 이틀이다.
목요일까지 해결해야 하니, 엘런은 수업이 끝나고 벗어뒀던 로브를 주워 입으며 셋을 따라나섰다.
과제에도 웬만큼 익숙해진 몸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어 나가게 했다.
사실 아까의 아이스크림 와플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힘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넷은 중앙 광장에 서서 네 개의 갈림길 앞에 섰다.
“어디로 갈 거야. 동서남북 중에.”
“여기서 북쪽은 늪지. 서쪽은 밀림. 남쪽은 갈대밭입니다. 갈대밭이긴 한데 갈대가 저희보다 크더군요. 3M는 돼 보였습니다.”
“동쪽은?”
“동쪽은 내가 개학식 때 가봤거든? 거기는 대박이야. 땅보다 물이 더 많다니까? 그냥 아주 첨벙거려야 해!”
“……이게 무슨 소리야?”
카르디아의 부족한 어휘력 뒤로 시에나의 말이 이어졌다.
“동쪽은 호수 지대였느니라.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고 그 외에는 숲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느니라. 강도 있던 것 같은데, 급류가 강해서 물길을 타기도 어려워 보였느니라.”
“그럼 동쪽은 빼자.”
“밀림은 어떻습니까.”
“그래! 그나마 밀림이 가장 평범해 보이네! 늪지는 불편하고 갈대밭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서 뭐가 뭔지 모를 것 같으니까!”
밀림에 한 번 다녀온 적 있던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향 중에선 그나마 가장 편해 보인다.
싫은 게 하나 있다면 그쪽은 아주 후덥지근하다는 것 정도다.
엘런은 미리 프리징을 준비하며 서쪽에 도착했다.
“근데 우리가 보스 몬스터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찾아?”
“돌아다녀 봐야지.”
“근데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문 주변에는 학생들이 꽤나 몰려 있었다.
네 명처럼 팀을 이루어 온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 모두 다른 팀들을 힐긋힐긋 쳐다보며 의식하고 있었다.
“이렇게 경쟁자가 많아서야 흔적 찾은 것도 어렵겠어.”
“다른 누가 발견하면 지워버릴 게 분명하니 말입니다.”
“그럼 어서 달려가야지! 앞으로 치고 나가자!”
“서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우리가 다 이기면 되지!”
두 개의 선택지가 생긴 상황에서 시에나는 엘런을 돌아보았다.
“엘런이여.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나는 밀림 쪽으로 가는 게 나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느냐?”
엘런은 서문 앞에 선 학생들과 이 앞에 펼쳐진 밀림들을 바라보았다.
밀림에서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즐비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정도의 학생들이 안으로 들어서면 다른 소리가 더욱더 많이 추가될 것이다.
그 추가되는 소리에 이끌리는 키메라들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경쟁자들이야 별 문제가 안 된다.
카르디아의 말대로 폭발적인 속도를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을 전부 입으로 말하기엔 귀찮기에, 엘런은 한 마디로 일축했다.
“더 편할 것 같아.”
“그렇군. 엘런 네가 편해 보인다면 그건 분명 정답일 것이다.”
그 이상한 믿음과 함께 넷의 발걸음이 서쪽 밀림으로 향하려던 순간,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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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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