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4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47화(247/354)
#247화. 불편한 교수(1)
“자아, 이제 수업을 시작할 때가 슬슬 온 것 같군.”
본래 수업 시간보다 30분은 더 지나서야 카르멘은 수업을 시작하겠다 선언했다.
지각도 지각이지만 교실 안에서 담배를 태우느라 10분은 더 지나버렸다.
시가 연기가 교탁 주변을 자욱하게 덮는다.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 특히 귀족 학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담배는 나가서 피워주시면 안 될까요. 교수님.”
“괜찮아. 이미 다 피웠다.”
“금요일 교실은 창문이 없어서 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저기 문이라도 열어주시면 좋겠어요.”
“사내 새끼가 담배 냄새도 맡고 살아야지. 죽어서 맡는 향냄새도 독하다 징징거릴 놈일세.”
카르멘은 담배 연기로 흐릿한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러니 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하는 것마냥, 어딘가로 연기가 후욱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허나 엘런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근 한 달 동안 박 터지게 싸웠던 카르멘의 사령이 연기를 빨아들이는 모습을.
카르멘은 말했다.
“내가 아까 수업을 시작한다고 했던가.”
“네. 그러셨어요.”
“근데 내가 듣기로는 학생들은 첫날부터 수업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하던데.”
아마 교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보단 덜 싫어할 것이다.
카르멘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이미 호감도 최소치를 뚫고 지하까지 처박혀 있었다.
“새끼들. 눈빛 하고는.”
“보통 교수님들은 첫날에 수업 보다는 강의 개요를 설명해주시거나, 질문 응답을 진행해주십니다.”
“오오, 그러냐? 그럼 대충 물어라.”
“……마음껏 질문해도 되는 겁니까?”
“그러든가.”
카르멘은 그새 담배 하나를 더 꺼내서 입에 물었다.
조금 전에 없앤 연기보다 더 많은 무화량이 천장을 메꾸어나갔다.
코와 입안을 텁텁하게 하는 담배 향기가 머리를 몽롱하게 하는 것도 잠시, 학생들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 새끼는 대체 뭐하는 새끼인지 참을 수 없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흐음. 다 고스트 타운에 갔다 온 놈들일 테니, 나에 대해선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다들 생각보다 밋밋한 미션을 받은 모양이로군. 어떤 한 명과 다르게.”
그 어떤 한 명은 한숨을 내쉬며 가엘을 불러냈다.
사령은 사령을 가지지 못한 자가 볼 수 없다.
일부러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전달해줘.’
엘런은 쪽지 하나를 가엘의 손에 고이 쥐어주고, 다른 학생들은 보지 못하도록 바닥을 이용해 움직였다.
카르멘에게 도착한 가엘은 그의 쪽지를 넘겨주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갑자기 그의 손에 쪽지가 생긴 것과 같았다.
“귀여운 제자놈이 쪽지를 보냈군.”
“……갑자기 저게 어디서 나타난 거지?”
“사령술사라고 했잖아. 제자도 사령술사일 테니까 우리가 모르는 어떤 수를 쓴 걸 거야.”
“그, 그렇구나. 근데 수업 도중에 제국 아카데미로 쪽지를 보내는 게 가능한 건가……?”
카르멘은 그런 크고 작은 의문 속에서 쪽지를 펴 보았다.
[그냥 수업 진행하세요.]쪽지는 쪽지답게 짧고 굵었다.
카르멘은 피식하고 웃으며 손가락 한 마디도 남지 않은 담배를 교탁에 문질러 껐다.
“내 제자놈이 팁을 주고 갔어. 닥치고 수업이나 하라는군.”
질문을 위해 손을 올렸던 학생들은 천천히 그것을 내렸다.
그래. 수업을 들으면 이 의문들도 풀려나갈 것이다.
카르멘은 오랜만에 담배를 물지 않은 입으로 말했다.
“공포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머리가 망가진 놈이 아니고서야 이 세상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 생물은 없지.”
카르멘은 마력 분필을 담배 쥐듯이 잡으며 손을 움직였다.
“공포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린 그걸 극복한 자들을 용기가 많다, 용감하다고 하지만 나는 썩 공감하지 않아.”
“공포를 극복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좋다고도 들었는데, 이것도 틀린 건가요?”
“질문은 손을 들고 하는 게 예의 아닌가.”
“죄, 죄송합니다.”
교실에서 대놓고 담배를 태운 사람이 예의 운운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교수와 학생의 위치 차이는 명확했다.
담배를 태우고 나온 재를 털어내듯, 분필 끝을 툭툭 친 카르멘은 말을 이었다.
“공포를 받아들인다는 건 관점에 따라 다르다. 지금 이 수업의 의미는 공포를 느끼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신을 기르는 게 목적이야. 아무리 강해 봤자 적한테 쫄면 될 것도 안 돼.”
이 부분에 대해선 엘런도 인정했다.
용기란 것은 과다하면 독이 되기도 하지만, 가지고 있다 해서 피해를 주는 일은 적었다.
“하지만 용기와 오만은 구분해야지. 공포를 극복한다고 해서 무조건 맞서 싸우라는 의미는 아니야. 공포를 극복하고 뒤돌아서 도망치는 것 또한 용기다.”
“지, 질문 있습니다.”
“해라.”
“교수님은 고스트 타운의 묘지기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공포를 아예 느끼지 못하시나요?”
“내가 아까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머리가 망가진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정상인이다.”
카르멘의 마지막 말에서 굉장한 이질감이 느껴진 건 기분 탓이리라.
하지만 학생들의 눈에는 그러했다.
눈앞에 남자가 공포를 느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당장 교실 안에서 대놓고 담배를 태우는 깡이 있는데 뭐가 더 무서울까.
카르멘은 말했다.
“매일매일 공포에 떨면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공포가 일상이 되면서 감각 또한 무뎌진다.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 와도 뇌가 착란해서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러니까 두려움도 적어지는 거다.”
“그럼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얼마…….”
“그만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네? 수업 시작한 지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
카르멘은 그새 담배 하나를 더 태우며 라이터를 닫았다.
“너희가 알아야 할 것들은 다 전했다. 내가 앞으로 수업 때 뭘 해야 할지도 말했고. 듣기로는 2학년 진학을 위해 2학기가 무척이나 바쁘다던데. 자유시간을 줬으면 고마워해야 할 것 아니냐.”
“그, 그게 이 수업도 공부를 해야 하니까…….”
“됐다. 공부할 건 없어. 정신력을 길러 공포에 뇌가 잠식당하지 않고, 싸워야 할 용기와 도망칠 용기를 장착시키는 게 내 수업이다. 연필 좀 오래 들어봤자 바뀌는 건 없어.”
그의 말이 끝났을 때쯤에는 더 이상 손을 드는 학생이 없었다.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입만 벌리고 있었다.
물론 카르멘은 학생들의 표정이 어떻건 전혀 알 바 아니었기에 손만 휙휙 저었다.
“이만 돌아가라. 못생긴 놈들하고 얼굴 마주하는 것도 고역이니.”
“으윽…….”
학생들은 똥 씹은 표정으로 기숙사 건물로 돌아가야 했다.
허나 엘런은 이동되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었다.
텔레포트 이동은 교수의 권한.
엘런은 아까의 학생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카르멘을 노려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스승한테 그게 무슨 표정이냐?”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나도 소일거리 해보려고 신청해봤다. 그러니까 총장이란 사람이 덜컥 수락하더군.”
“총장님의 몇 안 되는 실수네요.”
“너무 그러지 마라. 교수가 잘 어울리겠다고 했던 건 너였잖냐.”
지금 실시간으로 그 과거를 후회 중인 엘런이었다.
엘런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 쪽으로 걸어갔다.
아까부터 계속 피우던 담배는 일전에 엘런이 선물해주었던 시가였다.
“취향에 맞으시나 봅니다.”
“그래. 전에 줬던 건 진작 다 태웠고, 이건 새로 산거다. 교수로 오니까 계약금이 짭짤하더군. 그래서 잔뜩 샀지.”
“……담배 사려고 교수하셨습니까?”
“묘지기는 돈이 안 되니까. 누구 한 명 더 묻어준다고 유족들이 수고비를 주진 않아.”
카르멘은 어깨를 으쓱이며 엘런을 훑어보았다.
“사령술이 더 익숙해졌군. 한 달 정도 못 봤는데 그 한 달 전과 눈에 띄게 달라졌어.”
“연습했습니다.”
“연습으로 다 됐으면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을 거다. 사령술은 완전한 재능의 영역이야.”
엘런은 말없이 그의 의견에 긍정했다.
사령술은 정말로 귀기를 타고나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재능은 없는 것이었다.
근본부터가 재능에 뿌리를 두었기에, 엘런은 음기라는 특이 체질로 어떻게든 그 재능을 메꾸어나가고 있었다.
“이젠 특질도 무리 없이 펼칠 수 있겠군.”
“강제 빙의 성공률은 꽤나 봐줄만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빙의한 대상의 마법이나 특수 능력까지 펼치는 건 어려워요.”
“흐음, 내가 빙의를 할 수 있는 사령술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팁은 줄 수 있다.”
카르멘은 자신과 엘런을 제외하면 이젠 텅텅 비어버린 교실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 팁을 듣고 싶다면 따라와라.”
“텔레포트로 이동하지 않는 겁니까?”
“좀 걸어라. 마법사들 연골이 안 좋은 이유가 전부 텔레포트 때문이야.”
“……그건 억측 같습니다만.”
“그럼 그냥 따라와라.”
엘런은 카르멘의 뒤를 따라 교실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텔레포트 없이 이렇게 학교 내부를 걷는 건 아예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의 외부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
“이 건물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장학생이 자기가 다니는 학교 건물도 모르냐?”
“본 적 없습니다. 텔레포트로 왔다갔다만 해서.”
“그냥 평범하더라. 나도 계약 때문에 왔다가 한 번 봤는데, 좀 미로 같은 거 말고는 평범했다.”
그런 평범한 복도를 넘어 도착한 건 카르멘의 교수실이었다.
교수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그가 교수로 아카데미에 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딱히 그의 짐이 얼마 없어서기도 했다.
“너는 아마도 많은 교수들의 방에 가봤겠지.”
“그런 편입니다.”
“그 교수들의 방은 어떻든?”
“다 자기의 성격이 묻어나오더군요. 장식품들도 그렇고, 가구 배치들도 그렇고. 근데 전 여기 왜 데려오신 겁니까?”
“너에게 미션을 하나 주려고 했지. 내 교수실을 아주 멋지게 꾸며보라는.”
엘런은 이마 위로 힘줄 몇 개가 올라오려는 걸 꾹꾹 눌러 담으며 말했다.
“그런 건 업자를 부르시죠.”
“업자가 사령술사의 감성을 이해할까 보냐. 내 방을 멋지게 꾸며주면 빙의 팁을 주마.”
“안 주셔도 되니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엇,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이런 시답잖은 것도 학생에게 시키면 학칙 위반이에요.”
학칙 위반까지 나오자 카르멘은 흠흠하고 헛기침하며 접이식 의자를 구석에서 끌고 왔다.
물론 교수실에 있는 거라곤 이 의자와 낡은 책상이 전부였다.
“……확실히 텅 비긴 했네요.”
“그렇지? 근데 내가 살면서 빈 공간을 채워본 적이 없어. 방에서 술 냄새가 안 나니까 괜히 어색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지더라고.”
“그런 건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 겁니다.”
“흐음, 다른 교수들한테 가서 남는 가구라도 가져와야 하나.”
카르멘은 정말 그걸 고민하고 있는 건지 짧은 턱수염을 매만지다가 엘런을 돌아보았다.
“팁은 그냥 주도록 하마. 나도 너의 인테리어 센스는 믿기지 않으니까.”
“믿지 않으신 게 현명한 겁니다.”
엘런도 그냥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인테리어는 커녕 바닥을 쓰레기 더미로 채우는 사람이었다.
카르멘은 의자에 몸을 뉘인 채로 말을 이었다.
“빙의를 할 때는 말이다. 네 사령이 하는 일이지만, 그걸 부리고 조종하는 건 너의 일이야. 그러니까 빙의 된 대상의 능력을 쓰는 것도 너의 일이란 말이지.”
“예. 하지만 그게 어렵습니다.”
“네가 왜 이걸 어려워하는지 알려주마. 너는 빙의 된 대상을 너라고 착각하고 있어. 네가 부린다고 네 것이 아니야. 당연히 빙의 된 대상은 제 능력을 사용하던 자신만의 방식이 있겠지. 몸은 그것에 익숙해져 있을 테고.”
“……과연.”
“근데 너는 네 방식대로 빙의 된 대상의 능력을 쓰려고 하니까 대상의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거다.”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꽉 막혀있던 변기가 콸콸콸하고 내려가는 듯한 쾌감이 머릿속을 울리는 듯하다.
“그럼 어디 연습 삼아 내 몸에 한 번 빙의해볼 테냐?”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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