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4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48화(248/354)
#248화. 불편한 교수(2)
“그럼 어디 연습 삼아 내 몸에 한 번 빙의해볼 테냐?”
“……그래도 됩니까?”
“뭐, 안 될 거 있나.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경험이었다. 물론 보통의 유령을 내 몸에 들이는 건 당연히 안 되겠지만, 너의 사령은 대상에게도 안전하지.”
엘런은 고민할 것 없이 곧장 가엘을 불러냈다.
고스트 타운 최강 사령술사의 몸에 빙의해볼 기회인데 놓칠 순 없었다.
그 이례적일 만큼 적극적인 모습에, 카르멘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거 괜히 몸 빌려줬다가 사체로 발견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제 점수는 조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두셔도 됩니다.”
“허헛, 참.”
“그럼 가겠습니다.”
“저항은 풀어두었다. 어디 마음대로 해봐.”
엘런은 가엘을 움직였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연습할 때처럼 특질을 발동시켰다.
[특질 – 강제 빙의]가엘이 카르멘의 명치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엘가와 똑 닮아 차갑기 그지없는 이목구비는 반대로 튀어나오는 일 없이, 천천히 카르멘을 잠식해갔다.
카르멘은 빙의 되어가는 몸의 감각을 온전히 느껴보았다.
“역시 고스트 타운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너보다 훨씬 잘하는군. 빙의 자체도 자연스럽고 거친 부분들은 많이 사라졌어. 하지만 속도가 아쉬운걸.”
“……그건 교수님이라서 그런 겁니다. 원래라면 이것보다 한참 전에 빙의가 완성되어야 했는데.”
카르멘의 몸은 너무나 뻑뻑했다.
빙의라는 특질로 어느 육신으로나 물처럼 섞여드는 가엘이 손쉽게 깃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쪽의 힘으로 밀고 나가면 그만이다.
엘런은 살짝 숨이 차서 이마 위로 땀 몇 방울이 맺힌 걸 느꼈다.
“이제야 완성됐네. 가엘. 어때?”
스으윽- 스윽-
육신의 조종권을 얻게 된 가엘은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컨트롤이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이네. 완전한 잠식은 하지 못한 모양이야.”
빙의 당한 대상이 강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게 사령술사인 것이 더욱 문제였다.
분명 본인은 저항력을 내렸다고 했는데 무의식에서 이쪽을 틀어막는 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교수님의 능력을 꺼내는 게 가능할까.”
잘 모르겠지만 한 번은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사령을 꺼내 보자. 가엘. 내가 주는 느낌대로 한번 해볼래?”
끄덕- 끄덕-
가엘은 고개를 주억이며 명령을 기다렸다.
엘런은 카르멘이 일러주었던 팁들을 기억했다.
빙의 된 대상의 능력을 쓸 때는 그 대상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쪽의 마음대로 힘을 움직여봤자 정작 그걸 쓰는 건 대상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르멘은 어떻게 제 사령을 움직일까.
“분명 앞뒤 재지 않고 내키는 대로 움직일 것 같은데. 그냥 감이 시키는 대로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줄여 말하면 재능빨로 사령술을 쓴다는 소리다.
“……어려운데.”
엘런은 제자리에서 볼을 긁적이며 생각을 이어나가다가 그 시간들을 떠올렸다.
거의 한 달 동안 서로에게 살수를 날려댔던 그 전투의 시간들.
서로에게 공격을 퍼부었던 순간인 만큼, 그게 어떤 감각이었는지는 잊을 수 없었다.
“가엘. 이렇게 한 번 해보자.”
엘런이 카르멘의 몸에 깃든 가엘에게 제 생각을 전달한다.
그럼 가엘은 그의 생각대로 카르멘의 몸을 움직인다.
고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카르멘의 눈이 녹광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녹색 전조에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도 잠시, 그의 뒤로 사신을 닮은 사령이 뻗어 올라왔다.
일련 죽음을 형상화시킨 듯한 모습이다.
정말 이게 자신이 불러낸 게 맞는 건가.
그런 일차원적인 의심이 솟아오를 만큼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처음부터 빙의하는 건 능력까지 쓸 수 없어. 그럼 상대와 조금씩 싸워보면서 그 스타일을 파악하면 되겠네.”
답을 찾았다.
그 순간 카르멘의 심장이 거세게 박동했다.
그의 등 뒤로 가엘이 튕겨서 볼품없이 떨어져 내린다.
“이 정도면 실습으로 충분하겠군.”
“지금 빙의를 거둬내신 겁니까?”
“그래. 애초에 완벽히 링크되지 않은 상태였어. 그보다 이쪽은 퍽 감동했다. 설마 내 사령을 이렇게 완벽한 상태로 꺼낼 줄이야.”
“감을 잡았습니다.”
“그래. 그런 것처럼 보이네. 그보다 궁금한 것이 생겼다.”
카르멘은 아까의 접이식 의자에 몸을 누이며 말을 이었다.
“주변에서 네가 사령술사인 걸 아는 사람이 있나?”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군. 그럼 그냥 죽을 때까지 밝히지 말아라.”
“……왜 그래야 합니까?”
카르멘은 말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입 세게 빨아들이고 연기를 허공에 내뱉는 그의 모습은, 무언가 많은 회한이 깃들어 보였다.
카르멘은 연기 섞인 한숨과 함께 말했다.
“밝히는 순간 마탑에서 너에게 아주 대대적인 관심을 보일 거다. 그리고 나에게, 다른 사령술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온갖 제약을 너에게 걸어두겠지.”
“하지만 저는 밝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지?”
엘런은 사령, 가엘을 제 옆으로 데리고 왔다.
“가엘은 귀기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귀기를 흘리지도 않죠. 마탑이 걱정하는 건 귀기가 자연에 퍼져 유령들이 나타나는 거 아닙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마탑이 고작 그런 이유 하나 때문에, 사령술사와 네크로맨서들에게 이동의 제약 같은 걸 붙이는 줄 아냐.”
“……또 뭔가 있습니까?”
“마법사들의 종특이 발동되는 거지. 자기들이 이해할 수 없는 건 전부 배척하는 거야. 너와 나같이 사령술사가 아니라면, 도저히 사령을 이해할 수 없어. 마탑의 꼰대들은 우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인 거다.”
카르멘은 자기가 말하면서도 웃긴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짧게 끊어지지 않고, 조금씩 길게 이어졌다.
이제는 실소 정도로 커진 웃음은 엘런을 향했다.
“어린 사령술사야. 그냥 내 말 들어라. 이 세상은 아직 유령을 무서워한다.”
“유령은 저도 아직 무섭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뭐, 이미 좀 웃긴 했다만 어찌 됐든. 이 세상에는 말이다. 마탑에 등록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령술사, 네크로맨서가 훨씬 많아.”
“……그건 몰랐습니다.”
“마탑에 등록하는 것들은 아주 양심적인 것들이다. 아니면 어렸을 때 부모가 지레 겁먹어서 등록시켰거나.”
세상에는 고스트 타운에만 사령술사와 네크로맨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륙 어딘가에서 통제를 피해 숨죽이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카르멘은 말했다.
너도 그렇게 해라.
─엘런은 대답했다.
“저도 지금 당장 등록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 생각을 펼칠 만큼 충분한 힘을 갖췄을 때, 그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그래. 뭐, 네 맘대로 해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 아니니까.”
“모쪼록 이번 실습은 감사했습니다.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지랄. 어차피 너 혼자서도 언젠가 깨달았겠지. 나는 그걸 며칠 더 앞당겨줬을 뿐이야.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그 능력은 아무한테나 쓰지 마라.”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유는 방금 카르멘의 몸에 빙의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정신력과 그 본신의 힘이 어느 기점을 넘어선 존재들에게는, 빙의가 잘 통하지 않고 스스로 튕겨낼 수 있었다.
또한 성공하더라도 본인이 알아차릴 게 뻔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가라. 텔레포트 설정은 아까 끝내뒀으니.”
“그럼.”
엘런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라졌다.
***
크레센티아에서도 최상층.
가족들만이 쓸 수 있는 방에서 마리아는 여러 귀족 영애들의 프로필을 살피고 있었다.
혼기가 온 귀족 영애 중에서도, 아주 참하고 능력 있는 영애들로 골랐다.
다른 귀족가라면 엄두도 못 낼 집안의 영애들로 꽉 찬 프로필 더미.
정말 크레센티아라서 신청할 수 있는 집안도 더럭 있었다.
“이중에서 누가 우리 엘런과 잘 어울릴까.”
어두운 밤인데도 마리아는 불 하나 켜둔 채 프로필을 살폈다.
방에 불이 새벽까지도 켜져 있자, 그 안으로 게르슐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마리아. 아직도 그것들을 보고 있는 것이오.”
“그럼요. 저희 집의 혼사인데 아무나 막 고를 순 없잖아요.”
“아직 카일도 그렇고 이사벨도 그렇고, 엘리스도 결혼에 부정적이지 않소. 엘런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요.”
게르슐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살살 저었다.
하지만 못 말리겠다면 차라리 옆에서 도와주는 게 낫다.
그는 마리아의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왔다.
“지금으로선 누가 가장 마음에 드오?”
“지금으로선……. 여기 이 집안의 영애가 아주 괜찮아요.”
“흐음. 제국 근처에 있는 칼리제 왕국 공작가의 영애라. 왕족과 엘런을 결혼시킬 참이오?”
“엘런만 마음에 든다면 신분은 전혀 상관없어요. 하지만 고를 수 있는 프로필은 귀족들에게 밖에 없으니까요.”
“내 생각에는 엘런이 알아서 신붓감을 데려오지 않을까 싶소만.”
마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게르슐에게 되물었다.
“학교에서요?”
“뭐, 학교든 어디든 엘런이 알아서 골라올 것 같소.”
게르슐이 그렇게 말하니 마리아의 머리 위로 집에 왔던 여자들의 얼굴이 지나갔다.
엘런의 동급생이었던 그녀들은 아는 얼굴도 있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나아가 하나같이 붙임성 있고 아리따웠다.
“시에나와 다른 한 명의 이름은 카르디아였나요.”
“그랬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가와 이어지기에는 엘런이 좀 크흠…….”
“게르슐. 지금 아들을 창피해하시는 거예요?”
“그, 그게 아니라. 조금 목이 막혔을 뿐이오.”
게르슐은 작은 테이블 위에 있는 찻주전자를 기울여 잔에 콸콸 부었다.
그리고 단숨에 비워내고, 그 사이 마리아는 아까 얘기했던 공작가 영애의 프로필을 게르슐에게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나이도 막내하고 동갑이고, 특이사항을 보면 심지도 아주 굳은 것 같아요.”
“이제껏 왔던 혼사를 전부 걷어찼다고 적혀 있소만. 이게 심지가 굳은 것이오?”
“예. 공작가라면 영애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아주 거셀 텐데, 그걸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또 마법에 관심이 많다고 적혀 있네요.”
“흐음, 하지만 이 영애. 얼굴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어디선가 본 것 같소만.”
“어머. 기억하시네요.”
마리아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며 턱을 괴었다.
“저희 부부끼리 한 번 여행을 갔던 적이 있잖아요. 칼리제 왕국 공작가의 초청으로요.”
“그때 보았던 영애가 이렇게 큰 건가.”
“이렇게 저희와의 연결점도 있으니까 혼사가 어려울 것 같진 않아요. 그때 기억하기로는 예의도 아주 바랐거든요.”
게르슐은 마리아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설득되는지 고개를 주억였다.
어쩌면 그저 포기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런 결혼 문제에서는 아무리 입 아프게 떠들어봤자 결국 아내의 말대로 된다는 걸 알기에, 현명히 입을 다무는 것일지도 몰랐다.
마리아는 어느새 아예 마음속으로 정한 것인지 다른 프로필들을 넣어두고, 칼리제 공작가의 것만 꺼내뒀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단 말이죠.”
“그럼 어디 이쪽의 의사를 비쳐 보이는 것이 어떻겠소.”
“전령을 보내 볼까요?”
“그대 마음대로 하시오. 허나 엘런에게 아직 묻지 않았으니 이쪽도 확답은 아니란 걸 기억해두었면 좋겠소.”
“당연하죠. 저도 생각만 물어볼 테니까요.”
게르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 방에서 나가고, 마리아는 자신이 다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작성했다.
당장 며칠 뒤면 공작가로 도착할 편지다.
크레센티아의 인장까지 꾸욱 눌러 찍은 편지는 전령을 통해 대륙을 날아갔다.
***
어제는 토요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돌로레스가 공지했듯이, 이번에 2학기로 접어든 학생들은 과외 선생이 된다.
배정받은 곳으로 가면 첫 제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실은 학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긴장도 되긴 했지만 그 긴장도 좋은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한 시까지 가야 하는데. 겁나 일어나기 싫네.”
이미 어디로 가야 하고 몇 시까지 가야 할지는 까마귀를 통해 전달받았다.
“칼리제 왕국, 칼리제 공작가라……. 뭔 공작가까지 가야 돼. 귀찮게 됐어.”
어차피 텔레포트로 갈거긴 하지만 거리가 꽤나 된다.
또한 지리적으로 칼리제 왕국은 날씨가 뜨거웠다.
그래도 사막보다 뜨겁진 않을 테니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굳이 걱정거리가 있다면 공작가는 그 자체만으로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거다.
“가자.”
늦으면 돌로레스가 또 뭐라 할 지 모른다.
엘런은 칼리제 공작가로 향하는 텔레포트 마법진 위에 몸을 실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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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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