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4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49화(249/354)
#249화. 과외(1)
칼리제 왕국의 칼리제 공작가.
구성원 전부가 왕족의 혈연인 가문
그러니 나라에서도 요직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왕족의 구성원으로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행정과 군사 등 다양한 것을 지배하는 칼리제 공작가에…….
아마 유일한 걱정거리가 있다면 어제 막 새로운 혼사가 들어온 막내딸이었다.
“마, 막내 아가씨. 공작님께서 보고자 하십니다.”
“……아버지가?”
“네, 네. 듣기로는 오랜만에 새로운 혼사가 온 것 같습니다.”
“하아……. 혼사 거절만 수십 번을 했는데 또 어디서 구하신 거야?”
하녀가 막내 아가씨라 부른 여자는 자신의 청발을 길게 늘어뜨리며 방에서 나섰다.
햇빛에 부서지는 바다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은 성난 발걸음을 따라 좌우로 흔들렸다.
아침부터 불려 가느라 물 하나 묻히지 않은 얼굴.
허나 그 이목구비는 그녀를 매일 보는 하녀들조차 작게 감탄하였다.
똑똑-
“아버지. 시아라예요.”
“들어와라.”
시아라는 아버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오늘따라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셨다.
햇빛에 비치는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실룩이는 걸 보면 말이다.
“혼사 때문에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미리 알고 왔다면 얘기가 빠르겠구나.”
“또 어느 집안이에요? 제가 몇 번……. 아니, 수십 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이번에는 어디서 구해오신 건가요?”
“구해온 게 아니다. 나도 이젠 신물이 나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혼사가 밖에서 들어온 것뿐이다.”
“…….”
한 20번째부터였나.
그 정도 거절하고 나니까 더 이상 시아라에게 혼사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 뒤로부터는 시아라의 아버지인 카람 공작이 발에 땀 나게 수소문해서 혼사를 들였지만, 그것도 전부 까였다.
그런데도 밖에서 혼사가 들어왔다니.
“이번 혼사는 말이다. 너도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됐다고요.”
“무려 크레센티아다! 크레센티아! 시아라 너도 크레센티아를 동경하고 있지 않느냐!”
“……크레센티아요?”
“그래! 크레센티아 쪽에서 자신의 막내아들과 너를 한번 이어보면 어떻겠냐고, 마리아 부인에게 직접 편지가 왔다!”
마리아 부인하고는 시아라도 어렸을 적 마주한 적 있었다.
아주 따뜻한 인상의 여자였고, 저 하늘 위의 태양같이 모든 걸 따스하게 비춰주는 사람이었다.
“어떠하냐. 이번에는 거절 못 하겠지?”
“하지만 아버지. 저쪽에서도 아직 확답은 아니잖아요. 그 막내아들이 동의했단 내용은 어디에도 없어요.”
“확실히 그건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 편지를 보고 신기함이 앞섰다. 크레센티아가 2남 2녀였나? 나는 삼남매인 줄 알았는데.”
“……사실 저도요.”
크레센티아의 막내아들?
언제 낳으신 거지?
시아라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지만, 이내 탈탈 털었다.
“아버지.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제 대답은 같아요.”
“아, 아니……! 대체 왜! 크레센티아의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야!”
“크레센티아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에요. 저는 마법이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에 제국 아카데미가 그 최초의 장학생을 선생으로 보내주었고요.”
“또 나 몰래 그런 짓을…….”
“죄송해요.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하고 싶어요. 만약 선생으로 오는 장학생이 저에게 재능이 없다고 하면 깔끔하게 포기할게요. 크레센티아와의 혼사도 수락하고요.”
카람 공작의 낯빛이 갑작스레 화악 밝아졌다.
앞뒤 꽉꽉 막혔던 길에서 드디어 활로가 보이는 느낌이다.
카람은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도 좋다. 그 장학생은 언제 오는 것이냐?”
“오늘 한 시까지 온다고 했으니까, 이제 곧이겠네요.”
“알겠다. 너는 그럼 방에 들어가 준비하거라. 학생 신분이라곤 해도 엄연히 너의 선생 되는 사람이니.”
“네.”
시아라는 묘하게 들뜬 표정으로 살랑이는 발걸음과 함께 방에서 사라졌다.
허나 카람 공작은 재빨리 책상 위 수정구를 조작했다.
“저택으로 장학생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에게 데려오거라.”
***
엘런은 칼리제 왕국의 수도로 텔레포트 했다.
이곳에 칼리제 공작가의 저택이 있을 것이다.
이미 낮잠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걸음을 서두르지 않으면 첫날부터 지각하고 말 것이다.
“밖에 나온 건 좋은데, 남는 시간이 있을란가 모르겠네.”
밖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수업은 오후 한 시부터 시작이다.
“언제 끝낼지는 내 재량이긴 한데, 너무 일찍 끝내면 공작가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겠지?”
수업에 어느 정도 알맹이가 있어야지 공작가도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무려 공작가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엘런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뭐, 적당히 화려한 거 가르쳐주면 좋아하겠지.”
마법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게 아니고 호신술 목적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선에서 끝낼 수 있다.
“여긴가.”
엘런은 저택의 정문으로 발을 들였다.
물론 발을 들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앞으로 뻗어진 잘 관리된 정원을 통과해야 했다.
허나 마법사에게 거리가 먼 것은 문제가 되지 못한다.
엘런은 마력으로 몸의 속도를 높였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만 빠르게, 그는 저택의 대문 앞으로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오늘 저택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엘런 이안느 님 맞으신가요?”
“예. 맞습니다.”
“시간에 딱 맞춰서 오셨군요. 저는 이 공작가의 1등 집사, 알레드라고 합니다. 칼리제 공작님이 뵙고자 하십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 학생이 공작님은 아니시겠죠?”
“하하핫. 그럴 리가요. 엘런 님의 학생은 칼리제 공작가의 막내딸인 시아라 님이십니다.”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 이름을 머릿속에 넣었다.
집사를 따라 칼리제 공작가의 저택 내부를 걸으니, 얼마 안 가 어떤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똑똑-
“공작님. 모셔 왔습니다.”
“들어오거라.”
집사는 문 앞에서 비켜섰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공작님을 뵙고 나오시면 시아라 님의 방까지도 안내해 드리죠. 저는 여기서 대기하겠습니다.”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처음 본 카람 공작의 얼굴은 귀족의 전형적인 얼굴이었다.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 뒤로 깔끔하게 넘긴 검푸른 청발은 사람은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엘런은 그에게 인사했다.
“제국 아카데미 1학년생, 엘런 이안느라고합니다.”
“카람 공작일세.”
“바로 막내 따님에게 데려다 주어도 되셨을 텐데, 구태여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눈치가 빠르군.”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비집어 올린 카람은 말을 이었다.
“자네가 이 집 안에서 할 일은 딱 하나야. 내 딸에게 마법의 재능이 없다는 걸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이지.”
“……예?”
“물론 아버지로서 딸을 밀어주고 싶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딸의 앞길을 마법 따위가 막고 있단 말일세.”
마법이 앞길을 막고 있다?
아무 사정도 모르는 엘런은 그저 이야기의 중간부터 들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는 살짝 굳어진 인상으로 말을 이었다.
“막내 따님이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제가 이해한 것이 맞습니까?”
“그래그래. 아주 정확하게 이해했어.”
“마법은 쉬운 학문이 아닙니다. 제가 노력하지 않아도 재능의 벽에 부딪히시겠죠.”
“그렇다면 더욱 좋고. 어찌 됐든 자네가 그렇게 되게 더욱 부추겨줘.”
“그럼 저에겐 무엇이 옵니까?”
카람은 네가 그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미리 준비했던 돈주머니를 책상 위로 올렸다.
“천 골드일세.”
“…….”
“자네 들어보니까 신분이 평민이라고 들었는데. 한 번 만져보기도 힘든 금액일 테니, 이거면 만족하겠지.”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돈은 아니다.
당장 도박판에서만 6천 골드를 손에 쥐었으니까.
심지어 이 돈은 술집에서 2천 골드를 탕진하고도 4천 골드가 수중에 남았다.
이쯤 돈이 생기면 천 골드가 늘어나건 얼마가 늘건 크게 감흥이 없어진다.
‘뭐, 어차피 돈을 받든 받지 않든 재능 부족을 느낄 테니까. 이거라도 받아둘까.’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주머니를 쥐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노력해보도록 하죠.”
“고맙네. 자네가 사람 한 명의 인생을 살렸어.”
“그럼 저는 곧장 막내 따님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게나.”
카람은 응원의 의미가 잔뜩 담긴 환한 얼굴로, 어서 나가보라는 듯 문 쪽으로 손짓했다.
밖으로 나가니 1등 집사, 알레드가 말했던 대로 대기 중이다.
“여기서 연무장까지의 거리는 머지않습니다.”
“……연무장까지 가는 겁니까?”
“네. 저도 처음부터 연무장이 필요할 급의 마법은 배우지 않을 거라고 막내 아가씨를 설득해봤지만, 아가씨께서 꿋꿋하게…….”
“의욕이 넘치시는군요. 보기 좋습니다.”
엘런은 알레드의 안내에 따라 연무장에 도착했다.
연무장에선 미리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던 시아라가 있었다.
정오의 바다 한가운데를 닮은 머리카락을 질끈 틀어 묶고, 움직이기 편하게끔 체육복을 입었다.
그런 시아라의 모습은 가만 봐도 의욕이 넘쳐 보였다.
“막내 아가씨. 엘런 이안느 님을 모셔왔습니다.”
알레드가 그녀를 부르자, 시아라는 기대에 찬 눈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오늘부터 저의 선생님이 되어주실 거라고.”
“예. 맞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요? 뭐부터 하면 되나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레드는 자리를 피하고 드넓은 연무장에 시아라와 엘런만이 남게 되었다.
동시에 뭐부터 하면 되냐고 곧장 치고 들어온 그녀에게, 엘런은 볼을 긁적이며 가까이 다가갔다.
“먼저 질문하고 싶은 게, 코어는 만드셨습니까?”
“네. 그런 기본적인 건 전부 갖춰두었어요.”
“한 번 확인해봐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시아라는 등을 돌렸다.
엘런은 그 위에 손을 올렸다.
솔직히 마법에 있어서 첫 재능의 시작은 코어부터다.
코어가 넓지 못해서 안에 든 마력이 적다면, 마법 운용에서 불편함을 겪게 된다.
그 순간부터 재능 있는 다른 자들에게 뒤처지는 것이다.
엘런은 곧장 자신의 마력을 그녀에게 불어넣어서 그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
“어떤가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뭐, 뭐라 더 말씀은 안 해주시는 건가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시아라의 코어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보통 이런 말을 할 때는 완전한 최악이거나 완전한 최고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건 놀랍게도 후자네.’
코어가 넓은 건 시에나에 비견할 만하고, 마력 회로 또한 질기다.
이렇게 좋은 코어를 확인하니 또 확인하고 싶은 게 생겨났다.
“여태까지 마법사를 선생으로 모셔본 적 없으십니까?”
“……네. 사실 아버님도 그렇고 어머님도 마법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으셔서 전부 독학으로 해야 했어요.”
“그럼 코어도 독학으로 만드셨겠군요.”
“네. 그게 어떤 문제가 되나요?”
“아니요. 저도 독학으로 코어를 만들었습니다.”
장학생과 갑자기 생긴 공통점.
뭔가 좋은 징조인 것 같아 시아라는 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시기엔 이릅니다.”
“역시 그렇겠죠. 근데 제 코어에 어떤 문제라도 있나요?”
“수업이 끝나면 종합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아아, 알겠어요.”
시아라는 정말로 수업이 시작되자 긴장이 먼저 되는지, 조금씩 조금씩 어깨를 떨었다.
보아하니 손바닥에도 서서히 땀자국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전에 주속성을 먼저 봐야 한다.
“원래라면 무속성 마법을 가르치겠지만, 무속성은 크게 흥미가 안 나니까 곧장 재밌는 거 먼저 해보죠.”
“혹시, 속성 마법을 가르쳐주시려는 건가요?”
“예. 문제 있습니까?”
“아, 아니요! 문제없어요. 그냥 너무 신이 나서요.”
엘런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당장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는 동급생들보다 마법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마법의 뛰어난 효과, 눈부심, 힘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마법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자신의 주속성은 알고 계십니까?”
“네. 저번에 한 번 마력 수정구를 구해서 시도해봤는데, 청색이 나왔어요.”
“수속성이군요. 수속성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에 따라 그 한계가 무한히 늘어나기도 하고, 반대로 가장 약한 속성이 되기도 합니다.”
“네. 각오하고 있어요.”
“다행히 수속성 마법은 제가 많이 맞아봐서 아는 것도 많습니다.”
수속성은 그야말로 재능빨 속성이다.
재능만 출중하다면 최강의 속성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계륵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재능이 충분치 못한 수속성 사용자들은 다른 속성을 기용해서 파워업 한다.
그러니 수속성에는 재능을 확인해볼 만한 마법들이 잔뜩 있다.
“지금부터 제가 알려 드릴 마법은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걸 성공하신다면 확실히 재능 있으신 겁니다.”
“……좋아요.”
엘런은 생활 구역 상점에서 얻은 마력 분필을 허공에 움직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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