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5화(25/354)
#025화. 약점 포착
밖에서 먹었어도 나름 맛있게 즐겼을 법한 음식들.
생활 구역의 음식점은 다양한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을 고려해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다.
무리를 이룬 학생들은 그런 가게들에 자주 모여 오늘의 수업에 대해 떠들었다.
누군가는 수업이 어렵다고 징징대고.
다른 누군가는 벌써 숙제가 쌓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어느 학생들 무리에서나 가장 뜨거운 토픽은 단 하나다.
그 화두의 이름은 엘런 이안느.
아카데미 최초의 장학생이자 꼭 한 방 먹여주고 싶은 놈이다.
정체는 당연히 파악 불가능하고 그 재능도 파악 불가능이지만, 어떤 기회만 생긴다면 그를 물어뜯을 들개들은 이미 가득했다.
그 들개의 태반은 생활 구역 중앙에 기숙사를 얻은 이들이다.
“아오…… 그때 25골드를 쌩으로 날렸더니 뭐 사 먹을 돈도 없네.”
“나도다. 여기 올 때 가문에서 한 번에 땡겨 받았는데 그걸 다 날렸어.”
“우리야 그나마 숨 쉴 구멍이라도 있지. 평민 애들은 그 장학생한테 이를 갈고 있더라. 평민 중 태반이 습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데.”
“하하하핫. 하긴, 25골드가 평민들에겐 존나 큰돈이지.”
귀족은 귀족끼리, 평민은 평민끼리.
그중 귀족 무리인 학생들은 가게 안에서 음식과 음료를 두고 장학생을 흉봤다.
사교계에서도 그랬지만 낯선 이들끼리 모이면 남 뒷담을 하는 게 가장 흥겨웠다.
그렇게 한창 엘런 이안느가 귀족 학생들 입에서 오르내릴 때.
약속 시간에 늦은 학생 하나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어떤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흥분에 차고 기쁨에 차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야야! 내가 대박 정보 하나 물어왔어!”
“그게 늦은 이유냐?”
“흐흐흐흐흐…….”
늦게 온 학생은 왜인지 보기만 해도 음습한 웃음을 흘렸다.
“뭐, 뭐야. 이 새끼 왜 이래?”
“들어봐봐. 내가 오늘 급하게 나오다가 중앙 광장을 스쳤는데 마침 장학생이 사는 성 앞에 황녀랑 깡패가 와 있더라고.”
황녀와 깡패.
이것은 시에나와 카르디아를 지칭하는 학생들끼리의 은어였다.
“그래서?”
“뭔가 흥미로운 얘기가 오갈 것 같은 느낌에 몰래 숨어서 엿들었지!”
“얼굴 보니까 뭐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나 보네.”
“흥미로운 정도가 아니야! 특종이라니까! 특종!”
그 학생은 신문 기자처럼 계속 ‘특종’이라는 단어를 가게 안에서 외쳤다.
“그 특종이 뭔데. 말을 해봐.”
설레발에 답답해진 학생 하나가 그를 재촉했다.
흥분을 주체 못 하던 학생은 숨을 내쉬며 심장을 진정시켰다.
그는 잘 들어보라는 듯 목소리까지 깔고 낮췄다.
“장학생 전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약점……?”
“약점의 정체는 이 생활 구역 안에서 공격받아도 전혀 운영진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거야.”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지어낸 게 아니야! 황녀랑 깡패가 직접 언급한 거라고! 그리고 확인도 했어!”
학생은 카르디아가 중앙성을 대놓고 공격해도 묵묵부답이었던 하늘의 목소리를 얘기했다.
“정말 그렇다면…….”
“그래! 내 말 뭔 말인지 알겠지?”
가게 안은 점점 조용해지고 학생들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만 가득해졌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한 다른 학생이 그들을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야야. 너희 뭔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니지?”
“넌 가만히 있어. 외곽 기숙사라 그놈한테 돈도 안 뜯겼잖아.”
“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복수라도 할 셈이야? 여기서 걔랑 수업 겹쳤던 애들도 많잖아! 그때 장학생의 실력 못 봤어?”
보이지 않은 열기로 점차 가열되던 가게가 다시금 숙연해진다.
그 학생의 말마따나 장학생, 엘런의 무력을 목격한 이가 꽤 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중앙 광장에서 카르디아와 맞수를 이루던 격투 능력을 목격했고, ‘대괴물전 전투법’ 수업 때도 역시 대단했다.
“그 깡패년도 세 번이나 걸렸던 허수아비 부수기. 놈은 그걸 단번에 깨부쉈어! 어쭙잖게 싸움 걸었다간 너희가 그 허수아비 꼴 난다고!”
“그래. 분명 그렇겠지.”
“맞아. 그러니까 마음 고쳐먹고 나중을 기약하는 게…….”
“하지만 방법은 있어.”
무리의 중앙에 있던 학생이 입을 열었다.
아까 장학생 전형의 약점 얘기가 나왔을 때 가장 크게 반응하던 학생이었다.
“비, 빌레드.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빌레드라 이름 불린 학생은 고개를 주억였다.
“솔직히 우리 중에선 장학생 놈과 1대1로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어. 나도 마찬가지고 너희들도 그래.”
“그, 그건 확실히 맞아…….”
“하지만 꼭 우리가 놈을 맞상대해야 할 이유는 없지.”
“그럼 어떡해?”
빌레드는 손가락 사이에 와인잔을 끼우고 살살 돌리다가 말을 이었다.
“평민. 그들을 이용하는 거야.”
“아아! 평민들도 그놈에게 돈을 빼앗겼으니까……!”
“그래. 그런 거금을 낸 평민들은 빈털터리나 다름없어졌고 돈이 없던 평민에겐 장학생이 빚으로 얹었더군.”
“와아, 같은 평민끼리 자비도 없네.”
“흐하하핫! 아주 단단히 벼르고 있겠는데?”
빌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그 분노를 이용하는 거야.”
“하지만 반대로 평민들이 장학생한테 대판 깨지는 것도 보기 좋을 것 같아. 신분이 없어졌다고 눈을 똑바로 뜨던 게 아주 꼴사나웠거든.”
“맞아. 바깥이었으면 눈알을 다 파냈을 텐데.”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손 안 대고 코 풀기다.
빌레드는 식탁의 끝에 앉은 학생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카사오. 평민들에게 정보를 흘려. 그럼 일은 자연스럽게 진행 될 거야.”
“으, 응! 알았어!”
빌레드는 반절 정도 남아있던 음료를 깔끔히 비워냈다.
유리잔에 비치는 그의 얼굴은 짙은 미소로 만연하다.
“이제야 학교생활이 재밌어지겠어.”
***
생활 구역의 성문 근처.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엘런이 떠나간 자리를 가만히 눈여겨보았다.
손바닥만 한 풀잎들은 하나같이 눈결정으로 이루어진 옷을 멀끔히 차려입었다.
그 모습은 꼭 차디찬 겨울을 견뎌내고 봄을 맞이하는 꽃과 같았다.
“아름답구나.”
“아니, 감상을 말하지 말고. 놈은 이걸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낸들 알겠느냐. 우리보다 빨리 예습 했나 보지.”
시에나는 이만 얼어붙은 풀잎에게 관심을 끄고 이만 본인의 목속성 기초 마법을 다져나갔다.
카르디아도 다시금 수련에 집중하려다가 그녀의 어깨를 톡하고 건드렸다.
“할 말이라도 있느냐?”
“마법. 할 줄 아는 거 있어?”
“목속성 마법 중에는 아직 하나밖에 없다. 너는 있느냐?”
“나도 하나야.”
“동병상련이구나.”
시에나는 카르디아에게 말을 하면서 눈은 계속 교재를 바라보았다.
카르디아도 이만 교재에 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신기하네. 난 또 황녀라고 1학년 과정은 다 마스터하고 올 줄 알았는데.”
“황녀는 신이 아니니라.”
신이 아니다라…….
카르디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어조는 회의적으로 보였고 그 표정은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에나도 어렴풋이 그런 점들을 느꼈지만 구태여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황녀의 신분이 아니라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누가 황가를 욕하든 말든 시에나 자신이 관여할 바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키아 교수가 숙제로 내건 주속성의 기초마법.
‘이제 좀 알 것 같구나.’
시에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발아래에 피어난 풀잎 하나를 깔끔하게 뜯었다.
“리프 스로잉.”
순간 하늘하늘거리던 풀잎이 강철판처럼 단단하게 펴졌다.
마치 투검술처럼 풀잎을 잡은 그녀는 팔 힘을 담아 힘껏 던졌다.
그 궤적대로 곧게 날아가던 풀잎은 경로에 있던 다른 풀들을 무참히 잘라냈다.
“오오, 그게 목속성 기초 마법이냐?”
“그래. 리프 스로잉이란 마법이니라.”
“완전 암살용인데?”
“동감이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기 좋아 보이는 마법이구나.”
시에나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고 카르디아도 이제 막 마법을 완성했다.
그녀는 단검을 꺼내 손에 올렸다.
“아이언 벤딩.”
시동어와 함께 카르디아의 손짓에 따라 단검의 끝이 움직인다.
시에나는 그걸 관심 있게 바라봤다.
뭔가 신기하긴 하지만 딱히 위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건 뭐 하는 마법인가?”
“보여줄게.”
카르디아는 단검 끝으로 아무렇게나 핀 분홍 꽃을 가리켰다.
저걸 맞추려는 건가?
시에나는 잠자코 보았지만 카르디아의 단검은 그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애먼 허공을 가로지르는 단검의 칼날.
그러나 카르디아의 마법은 이미 발동되었다.
“아이언 벤딩.”
슈화아아아앗-!!
허공에서 급격히 틀어진 단검의 검극.
거의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꺾은 검로는 목표한 꽃을 두 동강 내었다.
짝짝짝-
시에나는 가볍게 박수쳤다.
“대단하구나.”
“숙련만 된다면 공수 모두 다양하게 쓸 것 같아.”
“과연.”
두 모범생은 서로 각자 떨어져 본인들이 배운 마법을 여러 가지로 실험해보았다.
그러나 둘의 집중을 깨고 무언가 생활 구역에 찾아온다.
그건 자주 보던 까마귀가 아닌 설원처럼 하얗디하얀 부엉이였다.
부엉이들은 각 학생을 찾아가 날아왔고, 곧이어 모든 학생들이 부엉이가 전한 쪽지를 받을 수 있었다.
“보통 쪽지는 까마귀가 주었는데.”
“불안하게 또 뭐야?”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쪽지를 펴보았다.
쪽지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다란 말이 적혀 있지 않았다.
많아 봐야 한두 문장이다.
그러나 그 한두 문장은 언제나 사람을 놀라게 한다.
[주말부터 생활 구역 내에서 퀘스트가 발행됩니다. 퀘스트 안내소를 찾아가 보세요.]쪽지를 읽은 카르디아는 많이 솔직한 감상을 내놓았다.
“이 새끼들 또 뭐라는 거냐?”
“글쎄다. 이것만 봐선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없구나.”
“적혀있는 말만 보면 꼭 용병 대하는 것 같은데.”
“흐음…… 용병이라.”
시에나는 카르디아가 직감대로 던진 용병이란 말에 턱을 매만졌다.
“밖에서도 용병으로 살았는데 학교에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
카르디아는 쓰게 웃으며 품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그곳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 이제 담배 없지.”
“이참에 끊거라. 아무리 담배가 발전해서 몸에 해롭진 않다고 해도 중독성은 그대로지 않느냐.”
“차라리 술을 끊는다.”
“술도 먹느냐?”
“아, 됐고. 이거 어쩔 거야.”
시에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 의견은 큰 효력이 없을 것 같구나.”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
“내 말은 섣불리 움직여서 좋을 게 없다는 거다.”
시에나는 지금 여기서도 살짝 보이는 중앙성을 눈에 담았다.
“저 성에 있는 남자가 움직임을 보이기 전까진.”
***
언제나 고약한 냄새가 끓어오르는 곳.
괴물이 한 입 베어먹고 버린 동물 시체가 유유히 떠다니는 곳.
포식자와 피식자가 언제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
학생들의 입장에선 정말 마경이라 이름 붙여도 할 말 없는 여긴 회색 습지다.
그 습지에 몸을 담근 사내.
나뭇가지를 깎아 만든 작살을 높이 들었다.
잘 익은 단풍처럼 새빨간 머리의 청년은 가만히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습지의 일부가 된 것처럼.
이 물살과 하나가 된 것처럼.
저기 수면 위의 시체처럼, 아무런 힘도 못 쓰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자연을 속이면 무언가가 금방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찮은 물고기 따위가 아니다.
적발의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번뜩였다.
그의 작살이 습지를 찔러죽일 듯 강하게 바닥으로 꽂혔다.
펄떡-! 펄떡-! 펄떡-!
크와아아아아아-!!
웬만한 성인 남성 정도와 비견되는 길이의 악어가 작살에 꿰뚫려 수면위로 솟구친다.
청년은 악어가 몸을 뒤틀거나 흔들지 못하도록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본래라면 어림도 없을 일이지만, 마력은 그걸 가능케 했다.
곧이어 추욱 늘어지는 악어.
본인이 포식자라고 착각했던 미물의 최후다.
청년이 서 있던 습지의 수면은 누군가 물감을 풀은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적발의 청년은 악어를 어깨에 지고 습지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이 정도 크기의 악어면 최소 열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청년을 기다리고 있던 학생 하나.
“라제나!”
라제나란 이름의 청년은 어깨에 멨던 악어를 한쪽으로 짊어졌다.
“왜 나와 계셨습니까.”
“그 악독한 돈귀신 놈.”
돈귀신.
평민들에게 그리 불리는 자는 이 생활 구역 안에서 단 한 명뿐이다.
그 이명을 들은 라제나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잡을 수 있겠다.”
라제나의 손에 쥐어진 작살이 부서질 것처럼 부들거렸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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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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