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5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50화(250/354)
#250화. 과외(2)
엘런이 적은 수식 하나로 시야에 가득 찰 만한 전개식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룬어들을 추가하고 둥글게 말아주면 마법진까지 완성된다.
“이 마법은 ‘급류’라는 마법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마법진입니다.”
“급류…….”
“처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니, 큰일 났단 표정은 안 지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뭔가, 감이 오는 것 같아요.”
“……예?”
그 농담 같은 말에 이번에는 이쪽에서 되물어야 했다.
시아라는 대답 없이 뚫어져라 마법진을 살펴보더니, 손가락으로 수식들을 하나하나 가리키기 시작했다.
“여기 이게 메인인 거죠. 그리고 옆에 수식들은 그걸 보조하고 안정시켜주는 것들. 여기 룬어들은 마법에게 고유한 성질을 더해주고요.”
“…….”
엘런은 할 말을 잃었다.
독학을 했다고 하니 마법진과 수식, 룬어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안다는 건 이상하지 않다.
허나 그걸 실전용으로 잘 짜여진 마법진 앞에서 깨닫고 또 파훼할 수 있다니.
나아가 파훼했다는 건 이 마법진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선생님?”
“예.”
“갑자기 말이 없으시길래 놀랐어요. 그래서 제가 오늘 이 마법을 써보게 되는 건가요? 성공하면 재능이 있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이미 재능은 확인되었다.
실전 마법 운용 능력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것은 연습으로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었다.
재능이 필요한 건 아까 시아라가 보여주었던 마법진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자. 이제 마력을 움직여보십시오. 저는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빙속성 외에 마법은 펼치는 게 힘드니 옆에서 알려만 드리겠습니다.”
“후우, 네. 해볼게요.”
“첫 시작은 코어에서 마력을 꺼내 전신에 돌리는 것부터입니다.”
“사실 그건 아까부터 해보고 있었거든요. 다음 단계는 뭐죠?”
으음, 학생 가르치기가 원래 이렇게 쉬운 건가?
그냥 단계만 알려줘도 자기가 알아서 척척 해버리고 쑥쑥 성장한다.
이래서 제국 아카데미가 대륙의 천재들과 수재들만 신입생으로 들이나 보다.
시아라는 당장 아카데미에 입학해도 경쟁력이 있을 만한 천재였다.
그런 천재를 학생으로 두니, 선생의 즐거움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동시에 욕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시아라. 혹시 상상되십니까?”
“어떤게요?”
“시아라의 수속성 마법으로 이 연무장 바닥을 모조리 적시는 거요.”
놀라서 동공이 후욱 커진 시아라의 눈이 주변의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넓은 연무장을 저 혼자서요……?”
이곳은 공작 가문 사병들의 훈련을 위해 마련된 곳으로, 당장 그 넓이가 굉장했다.
넓이를 비교해보면 생활 구역의 중앙광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컸다.
이렇게 커다란 장소를 물로 적시겠다니.
그것도 이제 막 속성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하얀 띠가.
하지만 엘런은 아주 손쉽게 상상되었다.
말 그대로 새파란 청발의 마법사가 당장 폭발적인 물살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다음 스텝은 전신에 돌린 마력으로 제가 허공에 적은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메인을 먼저 만들고 보조 수식을 덧붙인 다음, 룬어들로 빈자리를 채워주는 게 순서예요.”
“해볼게요.”
“지금은 실전도 아니고 첫 운용이니까 천천히 해보죠. 마음 급하게 먹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네. 명심할게요.”
시아라는 엘런이 알려준 순서대로 메인 마법진을 먼저 구축했다.
수속성 마력만이 가질 수 있는 청량감과 깨끗함이 엘런에게까지 전해진다.
당장 여름날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가 앞에 있는 듯한 시원함이었다.
“좋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흐으읏.”
“중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됩니다. 첫 마법진은 마법사에게 아주 중요해요. 이때부터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네, 네.”
“힘드시면 처음에는 제가 도와드릴…….”
시아라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이미 체육복의 등 쪽은 흥건하게 젖었음에도, 고개를 확확 저었다.
그건 공작가의 기개도, 천재의 오만함도 아닌, 한 마법사의 자존심이었다.
엘런은 그 자존심을 인정해주었다.
“급류에는 보조 마법진이 세 개 붙어 있고, 실전력이 생기려면 보조 마법진 하나당 한 호흡에 끝내야 합니다.”
“그, 그렇게나 빠르게요?”
“그냥 알고 있으시란 것뿐입니다. 지금은 처음이니까 이 정도의 수준을 바라진 않으니까요. 애초에 할 수도 없을 테고.”
“으읏.”
시아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속도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이 어린 마법사는 자존심이 강하다.
또한 그 자존심을 뒷받침해줄 천재성이 존재했다.
그 두 개가 서로 잘 융합되어 발전이라는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보조 마법진을 한 호흡에 끝내는 건 당장 1학년에서는 10위 이내의 영역이었다.
근데 방금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마법사가 할 수 있을까?
“돼, 됐어요!”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온 답장에 놀랄 틈도 없이, 정말 한 호흡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마법진들이 완성되었다.
그것들은 급하게 만들었다곤 생각되지 않을 만큼 메인 마법진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마법진을 전부 이해하니까 급하게 만들어도 필수 요소들은 전부 충족한 건가. 그러니까 이런 결속력이 나오지.’
“이제 여기다 룬어들을 덧붙이면……!”
“호오…….”
엘런은 입으로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만큼 시아라가 인생 처음으로 만든 마법진은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마법 자체가 1학년 수준에서도 어려운 축에 속했고, 초급자용은 절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제가 이걸 완성한 건가요……?”
“학생도 깨닫고 있지 않습니까. 이 마법의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맞아요. 하지만 믿기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커다란 마법진의 주인이라니.”
“축하드립니다. 오늘 하루만에 급류 마법을 배우신걸.”
“혹시 이 정도면 얼마나 강한 몬스터에게까지 이길 수 있나요?”
엘런은 공작가 막내 영애가 내뱉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든 질문에, 잠시 턱을 괴었다.
“솔직히 급류 마법은 대인전 용이 아닙니다. 강한 물살로 적과의 거리를 벌리고, 그다음 마법을 위한 빌드업 기술이랄까요.”
“확실히……. 이 마법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넓게 분사되는 느낌을 가진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마법진 안에서 마력의 움직임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사되고 있거든요. 이거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확실히 천재는 천재다.
첫 마법진인데도 그 안에서 마력의 움직임을 느끼고, 더 나아가 마법의 성질까지 파악했다.
그 질 나쁜 농담 같은 상황에 엘런은 입꼬리만 올리며 시아라에게 손짓했다.
“완성했으면 써 봐야겠죠.”
“그래도 될까요?”
“마법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결함 때문에 발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확인은 필수예요.”
“그럼 해볼게요.”
“저도 있으니까 마음 놓고 해보십시오.”
시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마법진을 손에 들고 앞으로 걷는 모습은 벌써 장성한 제자를 보는 듯이 대견했다.
사람들이 이래서 제자를 키우고, 카르멘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알 것만 같았다.
시아라는 마법진을 든 손을 앞으로 뻗고, 시동어를 입에 담았다.
“급류.”
마법진이 발동되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쿠와아아아아아아-!!
마법진이라는 총구에서 발사된 마법이란 총알.
그것은 방대한 수량과 함께 사방을 강력한 물살로 뒤덮어버리기 시작했다.
물의 갈래도 여러 개로 나뉘어 연무장의 구석 하나 놓치지 않고 물로 들어찼다.
삽시간에 수해(水害)를 입은 듯이 변해버린 연무장.
바닥은 질척하고 벽면에 걸려 있던 병기들은 다 우르르 쏟아져 주변을 어질렀다.
“저, 잘한 건가요……?”
“주변을 어지른 건 잘못됐지만, 이 정도로 규모 있는 마법을 펼친 건 잘한 일입니다.”
“그럼 저 재능이 있는 건가요?”
“예. 재능 있습니다.”
재능은 고사하고 천재성마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비극이 있다면, 천재가 자신이 천재인 걸 깨닫는 것.
그 비극의 예시는 엘런이었고, 나태한 천재는 자신 하나로 족했기에 그는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시아라의 아버지인 카람 공작님은 학생의 재능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 아버지가 선생님께 어떤 해코지를 했나요?”
“해코지를 했다기보단 돈을 주었습니다. 시아라가 자신이 마법의 재능이 없다는 걸 인정하게 해달라고.”
여기까지 들은 시에나는 자신의 주먹을 꽈악 쥐었다.
하지만 아까 급류의 사용으로 힘 빠진 몸은 그런 작은 악력을 내기도 힘들었다.
이럴 때는 얼른 잘 먹고 잘 자는 게 답이지만, 엘런은 그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시아라 학생은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까?”
“네. 되고 싶어요.”
“왜요?”
“전 어렸을 때부터 마법사를 굉장히 동경했거든요. 손에서 화려한 힘을 뿜어내고,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존재들이잖아요.”
“근데 카람 공작님은 마법이 학생의 길을 막고 있다 하던데.”
시아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버지는 제가 다른 형제들처럼 얼른 시집이나 가길 원하세요. 그것도 아주 좋은 집안이랑요. 또 마침 최근에 혼사가 들어왔거든요.”
“그렇습니까.”
“예. 그것도 크레센티아에서요.”
“?”
“크레센티아 막내아들하고 저를 이어보면 어떻겠냐고, 마리아 부인이 편지를 보내오셨나 봐요.”
오늘 참 충격을 여러 번 받는다.
시아라의 천재성 때문에도 그렇고, 어머니의 돌발 행동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사실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고 그 덕에 머리가 다 얼얼했다.
“사실 저는 크레센티아의 막내 아드님을 잘 몰라요. 아니, 사실 막내아들이 있는 줄로 몰랐어요.”
“…….”
“막말로 해서, 이렇게 존재조차 모를 정도면 한량처럼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 형제들의 반만 따라갈 생각도 없이, 가문의 돈으로 밥이나 축내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자, 잠시만.”
“또 저는 아직 그분의 이름도 모르고 얼굴로 알지 못해요. 저는 제가 심장이 뛰지 않으면 누구랑 만나고 싶지 않다고요.”
갑자기 앞에서 들어오는 폭격.
엘런은 아까의 두통이 곱절로 늘어나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 폭격과 가시 돋친 말들은 전부 사실이었기에 뭐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또한 지금의 자신은 반박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엘런 선생님은 갑자기 상대가 정해졌으니까 떡하고 결혼하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생각만 해도 당황스럽고 어이없지 않나요?”
“……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물론 게르슐 백작님은 엄청나고, 마리아 부인도 따뜻하시고, 그 형제분들도 하나같이 대단하지만. 저는 제가 알지 못하는 사람과 결혼 못 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녀의 말에 긍정했다.
자신도 정말 어쩌다 보니 시아라와 같은 상황이 되었고, 심지어 그 대상은 시아라 본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신경 쓸건 결혼할 대상이 누구인지가 아니다.
“공작님하고는 시간을 끌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재능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상태라 판단이 어렵다고 하죠.”
“네. 알겠어요. 아니, 제가 선생님에게 떼를 썼다고 할게요. 그럼 아버님도 크게 뭐라 하진 못하실 거예요.”
“그건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다음 주에 만날 때까지 숙제가 있습니다.”
“네. 각오하고 있어요.”
엘런은 노트에 마법진 하나를 만들고 그 페이지를 쭈욱 찢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급류와 더불어 이 마법을 마스터해서, 다음에 저와 대련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시면 됩니다.”
“대, 대련.”
시아라의 어깨가 일순간 작게 떨렸다.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련이라고 하지만 합 맞추기와 비슷하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기대돼서요. 제국 아카데미 최초의 장학생과 대련이라니…….”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엘런은 이만 뒤를 돌아 밖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제자와 만나는 줄 알았더니, 사실 결혼 예정자와 만나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당황스러운 시간이었고 당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당장 내일 누나를 만나면 물어봐야겠어.”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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