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5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52화(252/354)
#252화. 뒤바뀐 사제 관계(2)
새로운 마법을 만들었다?
그건 스쳐 지나가듯이 들어도 상상할 엄두조차 안 나는 대단한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엘리스는 양손을 천천히 저으며 그의 생각을 정정해주었다.
“물론 아무것도 없던 밑바닥에서 창조한 건 아니고, 어떤 마법을 리메이크시켰지.”
“그게 어떤 마법인데?”
“엘런에게도 익숙한 마법이야. 고스트 타운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인 ‘베니싱’. 이 마법을 근본으로 뒀어.”
“어떤 개념인지 알 것 같아.”
엘런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생각했다.
이사벨과 엘리스가 어떤 생각으로 베니싱을 채택했는지 자연스레 상상된다.
본래 베니싱은 방어용 마법으로, 귀신의 귀기를 차단하고 그 공격을 틀어막는다.
이 성질을 마경에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그건 필시 마경 대항책이 되겠지.”
“엘런의 생각이 맞아. 나와 이사벨 언니는 마경과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고, 가문의 병력까지 마경을 부수러 출병하자 이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베텔’ 마법을 만든 거야.”
“베텔…….”
룬어로 치환하면 저 멀리서도 빛나는 희망이란 뜻이다.
“이 마법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거든. 우리는 엘런의 신기한 완드가 없으니까.”
“그럼 베텔은 실전 단계까지 완성된 거야?”
“응. 하지만 아직 써본 적은 없어. 아직은 실험이 필요하지. 그래도 이거면 사제에게도 유효타가 들어갈 거야.”
베니싱은 방어의 초점을 두고 있지만, 숙련되면 공격용으로 치환할 수 있다.
베텔도 마찬가지였다.
엘런은 그 마법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아는 애들한테 알려줘도 될까?”
“응. 물론이야. 엘런 마음대로 해.”
“고마워.”
“근데 신기하네. 엘런이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신경을 다 쓰고.”
그건 엘리스가 구태여 말해주지 않더라도 엘런 스스로도 깨닫고 있는 변화였다.
엘런은 잠시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만 저었다.
“그냥 맨날 눈앞에 보이던 것들이 사라지면 어색하잖아. 단지 그뿐이야.”
“그래. 엘런의 말이 맞아.”
“보여주고 싶은 건 이게 전부야?”
“응. 이제 놀자. 엘런도 놀고 싶잖아.”
“그러면 좋긴 한데, 한 번 누나랑 싸워볼 수 있을까?”
엘리스는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나랑……? 왜……?”
“아니,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나보다 강한 사람이랑 싸우다 보면 세부 특성을 깨닫는 게 더 빨라질 것 같아서.”
시에나도 그렇고 카르디아도 그렇고, 전부 전투 도중에 세부 특성을 개화했다.
엄밀히 말하면 카르디아는 수련 중에 깨달은 것이었지만, 그것도 덩컨과 함께한 전투적인 수련이었다.
그 둘이 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라제나도 세부 특성을 깨달은 눈치였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세부 특성만 전혀 감이 안 잡혀.”
세부 특성과 비슷한 사령술사의 특질은 잘만 이쪽으로 찾아와 주었다.
근데 정작 이쪽에서 파고들던 학문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에 있었다.
“내 주변은 다 5위권 이내 밖에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세부 특성을 전부 개화했어. 당장 2학년들만 봐도 세부 특성 없는 사람이 드물잖아.”
“엘런의 말이 맞아.”
“그래서 나도 갖고 싶어. 궁금하기도 하고.
세부 특성 하나로 같은 마법인데도 그 결과와 방식, 파괴력이 완전하게 뒤바뀐다.
본래의 물감에다 자신의 물감을 짜내고 섞어서 아예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것.
그게 세부 특성이었다.
“이게 없으면 나는 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잖아. 여러 도구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나는 세부 특성을 얻어야 할 것 같아.”
“세부 특성……. 확실히 엘런처럼 1위를 지키고 있는 1학년생이라면, 세부 특성만큼 그 차이를 벌리는데 좋은 것이 없어.”
“그래서 누나가 나를 도와줬으면 해.”
“근데 엘런. 솔직히 말하면…….”
엘리스는 조금씩 조금씩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세부 특성은 가르치는 게 불가능해. 감을 잡도록 해주는 것도 불가능하고. 완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해내야 하는 거야.”
“알고 있어. 누나는 그저 나를 몰아붙여 주기만 하면 돼.”
“……좋아.”
엘리스는 결심했다.
누나가 돼서 동생에게 마법을 퍼부어야 한다는 것이 가슴을 찢어놓지만, 눈물을 머금고 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결국 막내를 위하는 길이라면.
둘은 저택 뒤편으로 마련된 공터에 도착했다.
여기라면 웬만한 마법이 튀어 나가도 이쪽의 일로 묻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세부 특성의 감만 잡아 보자.”
사실 잡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목적은 이렇게 정해두었다.
“엘런. 이거 입어.”
“보호 조끼? 이것까진 필요 없는데.”
“내가 엘런의 몸이 피를 낸다면 나는 그걸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날 위해서라도 입어줘.”
“……그렇게 기억할 것까지야.”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듯한 엘리스의 동공.
엘런은 결국 조끼를 받아 들고 오랜만에 팔을 끼워 넣었다.
그렇게 준비를 완료하는가 싶더니…….
그는 이내 조끼를 벗어버렸다.
“엘런……? 왜 그래? 몸에 안 맞아?”
“역시 조끼는 벗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왜?”
“이걸 입으면 목숨의 위협이 안 들잖아. 그럼 내가 설렁설렁할 것 같아.”
카르멘과의 대련은 사령이 피해 입으면 이쪽까지 아파와서 아주 현실감 넘쳤다.
나아가 카르멘은 이렇게 말했다.
너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사령에게 전해져 특질을 깨우쳤다고.
혹여나 세부 특성도 같은 과정으로 귀결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누나.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해줘.”
엘리스의 양손이 투욱하고 떨어졌다.
“나는……. 못해. 내가 어떻게 엘런을…….”
“괜찮다니까? 다쳐도 치료하면 그만이잖아.”
“그 치료할 상처를 내가 입힌다는 건 다른 문제잖아.”
그녀는 제자리에서 고민하다가, 이내 아공간에서 수정구 하나를 꺼냈다.
“조금만 기다려 봐. 아마 지금쯤이라면 시간이 빌 텐데.”
수정구를 통해 엘리스가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낸다.
누군가에게 전해졌을 그것은 광속 부럽지 않은 속도로 회신 되었다.
“엘런이 대련 상대를 필요로 한다고?!”
누군가 텔레포트의 청광과 함께 공터로 도착했다.
“응. 이사벨 언니.”
“다행이네! 나 마침 점심시간이거든!! 내가 해줄게! 엘런!”
“이사벨 누나?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거였어?”
“응. 나는 도저히 못 하겠어서 이렇게 대신할 사람이라도 부른 거야.”
이사벨은 자신의 배를 탕탕치며 말했다.
“마침 배도 더부룩하겠다, 소화로는 아주 장땡이겠는데? 엘런! 너 학교에서 좀 친다며? 어디 우리 막내의 실력 한 번 볼까?”
“……이건 변수네.”
엘런은 괜히 저 구석으로 던져버린 보호 조끼에 눈길을 한 번 주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이사벨을 직시했다.
눈앞에 마법사는 정말 변수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떻게 싸우는지, 세부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도 아예 없었다.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해? 기절할 만큼? 아니면 거의 죽을 만큼?”
“죽지 않을 만큼.”
“좋아좋아! 그럼 세부 특성으로만 싸우는 게 적당하겠는걸?”
마침 잘됐다.
이사벨의 세부 특성은 언젠가 보고 싶었기에, 엘런은 양 눈을 똑바로 뜨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럼 먼저 공격해!”
이런 대련에서 후배를 위한 선공은 넘겨주는 것이 예의.
엘런은 자존심이고 뭐고 이런 이점이야 덥석 붙잡았다.
[윈터 골렘 – 프로스트 나이트] [쉴드 – 장착형] [그림 리퍼 – 관통형]근거리에선 윈터 골렘이 칼날을 들이밀고, 원거리에선 빙결의 탄환이 숨을 죄여온다.
“가라.”
후우욱-!!
윈터 골렘이 지면을 박차고 단숨에 내달렸다.
그 경로는 단순한 직진이었지만 그렇기에 재빨랐다.
3M의 신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다.
그렇게 단숨에 거리를 좁힌 윈터 골렘은 칼날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엘런 또한 총구를 이사벨에게 겨눴다.
습관처럼 머리를 조준한 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윈터 골렘도 벼락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이사벨은 흐흣하고 웃으며 손으로 브이를 만들었다.
“세부 특성 발동~!!”
쓸데없이 발랄한 목소리가 공터를 물들인다.
[세부 특성 – 눈사람 월드]뿅-! 뿅뿅-! 뿅뿅-!
그 목소리처럼 어딘가 힘 빠지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그런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할 만큼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있었다.
“……이게 대체 뭐야?”
“신기하지! 신기하지! 이게 내 세부 특성이걸랑!”
“눈사람이 된 거야? 총알이랑 윈터 골렘이?”
엘런의 말대로였다.
총구에서 발사된 차디찬 총알은, 그것보다 더욱 차가운 눈사람으로 뿅하고 변해버렸다.
윈터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갑옷을 비롯하여 기다란 칼날로 적을 썰어버릴 것 같던 윈터 골렘은, 눈을 감았다 뜨니 3층 눈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총알은 그 크기에 맞춘 것인지 꼬마 눈사람이 되어 있다.
“……어이가 없는 세부 특성이네. 내건 안 저랬으면 좋겠다.”
“으하하하핫! 너무 죽여주는 모습이긴 하지! 내가 세부 특성을 발동하면 사람을 제외한 모든 공격이 이렇게 눈사람으로 변하거든!”
아주 자기 주인 따라 열받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까다로운 능력이었다.
특성을 발동하면 모든 공격이 눈사람으로 변한다?
그 말을 반증이라도 하듯, 이미 윈터 골렘과 총알은 크고 작은 눈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어쩔래? 더 공격해볼래?”
“당연하지.”
“좋아좋아! 힘껏 부딪쳐보라고!”
“이것도 눈사람으로 바꿀 수 있나 보자.”
[그림 리퍼 – 산탄형] [매직 애로우 – 연사형]질로 안 된다면 양이다.
그림 리퍼의 산탄형은 쪼개지는 총알로 그 수가 헤아리기 어렵다.
매직 애로우 또한 마력을 퍼부어서 그 연발 수를 늘리면 공성 병기 못지않게 된다.
“어디 한 번 바꿔봐라.”
터어엉-!! 터어엉-!!
슈슈슈슈슈슈슈슉-!!
당장 눈으로 담기도 힘들 만큼의 공격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빗방울들은 하나의 화살이기도 했고 하나의 탄환이기도 했다.
비는 본래 하나의 우산만 두들기지 않지만, 오늘은 하나의 사람만을 목적으로 퍼부어졌다.
“호오, 공격의 수를 비약적으로 늘렸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내 세부 특성이 파훼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이사벨의 손가락이 튕겨졌다.
그러기가 무섭게 귀를 간지럽혔던 뿅뿅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할 만큼 커다란 소리.
이사벨은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소리는 좀 그런데 결과는 봐줄 만하잖아?”
“…….”
바닥이 조그마한 눈사람으로 가득 찼다.
저것들 하나하나가 본래는 화살이고 총알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쓸모없는 눈사람에 불과했다.
엘런에게는 그러했다.
하지만 저 눈사람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이사벨은 달랐다.
“이제 내 차례인가? 후후훗!”
스르르르르륵-
눈에 보이는 바닥이라면 사방에 다 떨어져 있는 눈사람들.
그것들이 땅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2단 눈사람이건 3단 눈사람이건 모두 한 덩이씩 분열되어 뭉쳐나간다.
눈사람은 본래 주먹만 한 눈덩이에서 시작한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처음에는 손바닥 안에 다 들어올 것 같았던 눈덩이들이, 다른 눈덩이와 뭉쳐지더니…….
점점, 점점, 점점 커져 나가 이제는 엘런이 고개를 들어올려야 할 수준으로 커져 버렸다.
“세부 특성이란 말이야? 이 자체가 끝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구! 바로 이렇게!”
[눈사람 월드 – 눈사람 거인]“……마법사란 의외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이 정도의 의외성이면 대체 어디까지가 의외인 거야.”
엘런은 눈앞에 거인을 올려다보았다.
이 배불뚝이 눈사람은 세부 특성과 더불어, 이사벨의 빙속성 마법으로 한층 더 흉포하게 만들어졌다.
당장 설원에 사는 오우거를 마주한 듯한 감각이 털을 쭈뼛쭈뼛 세운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이 정도면 확실히 위험하네.”
카르멘의 말이 맞았다.
자신은 목숨이 위협받을수록 머리가 더 팽팽하게 돌아가는 스타일이었다.
왜냐하면 목숨이 위험할 때는 나태함이 저 우주로 튕겨 나가 있으니까.
“그래.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딱 오늘만.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