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5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54화(254/354)
#254화. 연구 다음에는 연구
시모는 자신의 손뼉을 짝짝 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손 자체가 작아서 큰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주의를 집중시키는 건 이미 저 섬뜩한 얼굴이 다 하고 있었다.
시모는 말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맞닥뜨리게 될 주술사들과 그들이 쓰는 전용 주술에 대해 알아볼 거야.”
“전용 주술이라면 종족 주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맞아. 종족 주술은 그 종족밖에 쓰지 못하는 것으로 여러분들이 하게 될 일은 없지만, 맞아볼 일은 있겠지.”
듣기만 하면 아주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술사는 종족 중에서도 10분의 1 정도로 개체 수가 적다.
만날 일이 흔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대처법을 모르는 마법사 많았다.
그래서 이 ‘저주 대항법’ 수업이 생겨난 것이다.
“고블린 주술은 저번에 알아보았으니까, 이제 오크 주술을 알아볼까?”
“저, 저기 아까 오크 종족 주술이라고 하셨는데, 교수님께서는 오크 주술도 사용할 줄 아시는 건가요?”
“물론 내가 아까 종족 주술은 그 해당 종족밖에 쓰지 못하는 걸로 말했지만, 나는 그 법칙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난 고블린 주술사 중에서도 대주술사라 불리는 자거든.”
“그럼 시모 교수님은 엘프 마법도 사용할 줄 아시나요?”
시모는 혹부리 같은 게 난 자신의 턱을 살살 쓰다듬었다.
“엘프 마법이라……. 솔직히 엘프들 앞에서 이런 말 하면 목이 잘릴지도 모르겠지만, 엘프들이 마법이라 부르는 것도 결국은 주술이야.”
시모는 학생들에게만 들리도록, 복도까지 목소리가 퍼지지 않도록 속삭이듯 말했다.
최근에 교수 중 엘프 교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
엘프들은 고블린 주술사 따위에게 자신들의 축복이 주술이라 불리는 걸 매우 싫어하니까.
엇나가면 종족 전쟁도 일어날 수 있었지만, 시모는 학생들에게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 여러분. 이거 어디 가서 내가 얘기했다고는 하지 마. 알겠지?”
““네!””
“좋아. 사실 엘프 마법은 말이야. 우리가 고대부터 다른 생명의 기운을 뽑아내서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면, 엘프들은 자연에서 기운을 뽑아내는 법을 배운 거야.”
“그으……. 전자가 조금 더 나쁘게 들리는데…….”
시모는 그게 아니라는 듯 작은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귀에 걸어둔 금귀걸이도 그에 맞춰 짤랑거렸다.
“여러분. 나는 흑백으로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를 정하자는 게 아니야.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고. 훗날 여러분이 엘프와 싸워야 할 수도 있으니까,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시모가 분필을 들었다.
분필은 허공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의 손이 가는 대로 한 명의 엘프를 그려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이 뾰족귀를 보면 누가 봐도 엘프인 걸 알겠지?”
““네!””
“오늘따라 대답을 잘해줘서 좋네. 어찌 됐든, 엘프들의 마법은 아까 말했듯이 자연에서 그들만의 힘을 뽑아내. 그러면 뽑아내고 난 이후의 자연은 어떻게 될까?”
“으으음……. 다시 회복되지 않을까요?”
엘프는 자연의 종족이다.
자연은 더럽혀진 것이 있더라도 회복하고 치유한다.
그런 관념에서 비롯된 생각은 언뜻 당연해 보였고,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시모는 입을 열었다.
“정답은 회복되지 않는다야. 엘프들이 힘을 뽑아낸 자연은 절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없어.”
“그, 그럼 어떻게 엘프들이 있는 숲은 다른 곳보다 마력도 더 많고 푸르른 거죠……?”
“그 이유는 바로 세계수에 있다.”
시모는 분필을 한 번 더 움직여 이번에는 나무를 그려냈다.
그 커다란 나무는 더욱 커다랗고 기다란 뿌리가 지면에 단단히 얽혀 있었다.
“세계수. 엘프들이 고대어로 위그드라실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여러분의 생각처럼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 양식이 가능한 나무야.”
“엄청 신비한 나무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신비한 건 맞아. 세계수는 뿌리 내린 땅을 중앙으로 사방 10KM의 자연 회복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거든.”
“아아! 그럼 그 회복력이 엘프들이 뽑아낸 힘을 채워주는 거군요!”
“그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할 수 있지. 세계수가 없어지는 순간 회복력이 사라지고, 그 숲은 죽는다.”
학생들은 이후로 말이 없었다.
엘프는 분명 고귀하고 자연에 기대 살아가는 신비한 종족인 줄 알았는데, 그 밑면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빛이 커다란 만큼 그림자도 짙은 것일까.
“여러분 중에 진짜 엘프를 본 적 있는 사람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들은 자연에 커다란 관심이 없어. 그들이 관심 있고 숭배하는 건 세계수가 주는 무한한 힘이야.”
“그래서 엘프들이 세계수를 목숨 걸고 지키는 거였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자, 서론이 길었네. 엘프들의 주술은 목속성 마법사와 비슷해.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엘프들은 자연의 힘 그 자체를 이용하고 우린 마력을 이용한다.”
시모가 아까 그려둔 엘프 옆으로 무언가를 덧대었다.
나뭇가지가 솟아나고, 그 나뭇가지는 상대를 옭아매기도 하며 푹푹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목속성을 배운 마법사라면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진짜 차이점은 이 치유력을 이용하는 것에 있지.”
“혹시 치유 포션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치유 포션? 엘프들은 그따위 것들이야 애들 장난으로 만들어버려. 엘프들이 왜 늙지 않을까? 왜 노화가 더딜까? 이에 대해 궁금한 사람 없었어?”
“구, 궁금했어요!”
시모는 손가락을 딱하고 튕기며 방금 대답한 학생을 가리켰다.
“나도 궁금했어!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야 50년 정도로 짧은 고블린에게 수 세기를 사는 엘프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거든. 그래서 연구를 해보니까, 그들의 비결은 아까 말한 치유력에 있었지.”
분필이 허공에 치유력이란 단어를 박아넣었다.
그 단어의 위로 기다란 포물선을 뽑아낸 시모는 선의 끝을 세계수에게 연결했다.
나아가 선 하나를 더 뽑아내니 그 선은 엘프에게 닿았다.
“엘프들이 세계수에게서 힘을 뽑아낸다. 그 힘은 치유력이다. 치유력을 몸에 담는다. 그 결과? 노화가 더뎌지고 오래 살 게 된다. 연구 결과는 이렇더라고.”
“처음 안 사실이었어요…….”
“그렇지? 그래서 하프 엘프들이 성장만 더디고 평균 수명은 인간과 똑같은 거야.”
“교수님.”
누군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손을 든 자리는 모두의 주의를 끄는 자리였기에, 시선은 자연스레 집중되었다.
“응. 시에나 학생. 질문 있어?”
“그럼 혹시 인간도 그 치유력을 마법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요?”
“흐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다만 마법에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가 있잖아.”
“……세부 특성.”
“맞아. 세부 특성은 인간들의 종족 주술이라 할 수 있지. 그 세부 특성이 잘만 시너지가 맞는다면 엘프의 치유력을 엇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을지도?”
시에나는 시모의 대답에 제 손을 잠시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종일 제 세부 특성을 건드려볼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어이쿠. 내가 오크 주술을 알아본다 하고 엘프 주술로만 떠들었네. 자, 남는 시간 동안은 오크 주술에 대해 알아볼게.”
***
엘런은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본래라면 죽은 듯이 누워있겠지만, 요즘은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세부 특성에 대해 파고드는 중이다.
사실 지금은 누워있는 게 맞기도 했다.
앞에 레드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네 무의식의 기억을 꺼내야지, 왜 자꾸 이 공간에 오고 싶다는 거냐.”
“무의식의 공간은 이런 꿈만 한 게 없잖아. 또 너랑 상의할 수도 있고.”
“몇 번이나 말했잖냐. 나도 잘 모르겠다고.”
“뭐 느낀 거 없어? 정말 아무것도?”
레드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몇 마디의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 당시 아공간에 있었어. 너, 아공간에 들어가 본 적 있나? 아주 어둡고 조용한 곳이다. 그런 곳에 갇혀 있으면 아무리 나라도 감각이 희미해져.”
“편린 같은 거라도 좋아. 아무거나 말해줘.”
귀찮다는 듯 그는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적였다.
“그냥 모래 알갱이처럼 조그마한 것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 같았다. 이게 끝이야.”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지만, 오리하르콘의 감각은 범상치 않은 것이다.
엘런은 그의 말을 기억하며 하나의 단서로 수집했다.
어떤 조그마한 것들이 뭉쳤다는 건, 엘런도 그렇고 형제들도 그렇고 공통적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레드. 내가 본 걸 시각화해줘.”
“그러지.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다. 슬슬 내 시간을 얻어야겠어.”
“알겠으니까, 얼른.”
“참 내. 누가 보면 열정적인 마법사인 줄 알겠군.”
엘런이 손 위로 기억에서 비롯된 그때의 손이 스르륵 나타났다.
사령인 가엘이 눈앞에서 봤던 모습인 만큼,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벌써 수십 번째 보는 장면이었지만 아직도 이 알갱이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이름이라도 지어둘까.”
“뭐로 말이냐?”
“흐음, 빙결 입자?”
“정말 단순한 이름이군.”
“뭐, 어때. 나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하지만 엘런은 어딘가 손이 나타나는 방식에 대해서 익숙함을 느꼈다.
너무 여러 번 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익숙했다.
“흐음, 어디서 봤더라.”
엘런은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을 쫓아 그 익숙함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았을 때는, 태어나 처음으로 기억을 의심해야 했다.
“이건 진눈깨비를 썼을 때 바닥에 눈이 쌓이는 것과 비슷한데.”
“그게 무슨 소리냐?”
“잘 봐봐. 여기 손가락 끝부터 손목까지 손이 만들지는데, 왠지 진눈깨비로 눈이 바닥부터 쌓일 때도 똑같은 모습이…….”
“그저 네 착각인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느낌이 그러네.”
레드는 알게 뭐냐는 듯 산새를 내쫓는 것처럼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럼 이제 나가라.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으니.”
“괜한 사고 치지 말라고.”
“내가 너인 줄 아나. 사고는 너만 안치면 된다.”
엘런은 피식하고 웃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날이 갈수록 세부 특성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그 보폭은 좁더라도 항상 전진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닿을 수 있겠지.
***
레드는 신경질적으로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저번에는 사령에 꽂히더니 이젠 세부 특성이냐.”
요 며칠 아주 이것 때문에 자신을 못살게 군다.
이놈은 오리하르콘이 무슨 신인 줄 알고 있나 보다.
“이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건데, 왜 자꾸 붙잡고 늘어지는 건지.”
침대를 박차고 나온 레드는 계단을 내려갔다.
요즘에는 먹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인간의 몸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다 보니, 배가 고픈 건 당연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 음식을 찾기 시작했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까 입이 즐거웠다.
“어, 엘런! 일어났냐? 요 근처 들리다가 그냥 한 번 들어와 봤어!”
“그 시끄러운 암컷이로군.”
엘런과는 아예 상극에 서 있는 듯한 어조와 말투.
카르디아에겐 소름으로 다가올 만큼 귀에 익은 것이었다.
“레, 레드 님……?”
“그래. 나다.”
카르디아는 소파 위로 편하게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편하게 있어라.”
“아, 저어, 그, 그게.”
왠지 여기 더 발을 붙이고 있다간 썩 편치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
본능으로 그걸 감지한 카르디아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저, 저는 더 할 것도 없고, 레드 님의 고독에 방해되고 싶지 않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닷. 헤헤헷…….”
“잠깐.”
“네, 네?”
조용히 떠나려는 카르디아를 레드가 갑작스레 붙잡는다.
그는 퍼뜩 하고 놀란 그녀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너도 세부 특성을 깨달은 걸로 알고 있다만.”
“그건 맞지만 갑자기 세부 특성은 왜……?”
“지금 이 몸이 세부 특성을 깨우치려고 아주 발악하는 중이다. 발악하는 건 좋은데, 그걸로 나까지 귀찮게 하고 있어.”
“에, 엘런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요?”
“그래. 하지만 썩 잘 풀리진 않나 보군.”
카르디아는 그것보다 엘런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에 놀랐는지, 입을 벌리고 다물어질 줄 몰랐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조용히 돌아온 레드는, 이만 나가려는 카르디아의 어깨를 짓눌러 다시 소파에 앉혔다.
“그러니 한번 말해봐라. 세부 특성이란 거. 어떻게 하는 거냐.”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