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5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56화(256/354)
#256화. 차기 학생회장 선거(2)
당장 생활 구역으로 돌아가면 쪽지 폭탄이 터질 걸 예상하지 못한 채.
엘런은 어기적어기적 수요일 교실로 들어왔다.
수업 다섯 개 중 세 개가 바뀌어버려 썩 익숙지 못한 일주일이지만, 돌로레스의 수업은 여전히 그대로다.
실습실은 커녕 교실에 도착만 했는데도 진한 약방 냄새가 코를 쿰쿰거리게 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돌로레스는 오자마자 분필을 집어 들고 수업을 이어 나갔다.
약간의 사담으로 수업을 지체하는 건 1학기 때나 할 법한 일이었다.
2학기까지 이어진 수업에선 그딴 것 없이 진도만 후루룩 빼버렸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 차례죠?”
“식인 식물로 함정을 만드는 법을 배울 차례입니다.”
“흐음, 그렇네요. 고마워요, 시에나 학생.”
“네.”
“시에나 학생의 말대로 오늘은 식인 식물을 이용해 함정을 만들어 볼 거예요. 식인 식물은 어찌 됐든 식물이기에 위장이 아주 용이해요.”
돌로레스는 분필을 들고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식인 식물은 말 그대로 어디에서나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응용력이 곧 한계였다.
“함정을 간파하는 마력 탐지기도 보기 좋게 속여버리는 만큼, 식물 쪽도 공부를 많이 한 마법사는 아주 유용해요. 즉, 취업에 좋습니다.”
교수들의 마지막 한 마디에 학생 여럿이 눈빛을 불태웠다.
“교,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하세요.”
“아까 취업에 좋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건 학생 혼자서 찾아보면 좋겠지만, 간단하게는 말해줄게요.”
돌로레스는 분필을 움직였다.
칠판 위로 여러 상단과 이름이라면 들어보았을 단체들이 몇 개 나열되었다.
[마탑: 마법 식물 조사부, 연구부] [제국 외곽 경비대: 파수꾼] [영지 마법사]…….
“우와…….”
“꽤나 다양하죠? 포션학을 연구하는 마법사도 드물지만, 개중에서도 식물에 달통한 마법사는 더 드물기에 나타날 수 있는 지표예요.”
“이, 이렇게 좋은데 식물을 연구하는 마법사는 왜 적은 거죠?”
“그건 학생이 제 수업에 큰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 같은데요.”
“……아아.”
재미없어서.
모든 학생들은 단박에 이해 가는 이유에 고개를 끄덕였다.
“식인 식물은 자연에도 넓게 펴져 있고, 정보가 없는 야산의 경우 나무꾼과 약초꾼들은 꼼짝없이 잡아먹히기도 하죠.”
돌로레스의 손이 움직였다.
그녀는 허공에 몇 가지 식인 식물들을 그려냈고, 시에나의 눈은 금방 초롱초롱해졌다.
물론 당장 옆에 있는 엘런의 얼굴은 저 식인 식물마냥 축 처져 있다.
그 상반된 반응은 한눈에 들어왔고, 돌로레스는 옅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식인 식물을 화분에 심어보고, 자라는 과정까지 확인해 볼 테니 절 따라오세요.”
딱-!
돌로레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모든 학생들은 실습실로 이동되었다.
***
슈화아악-!!
나뭇가지 속에 숨어 있다 줄기를 늘어뜨려 뱀처럼 단숨에 급습한다.
사람 대신 사과로 그 사냥 방식을 눈에 담은 학생들은 입만 작게 벌렸다.
저렇게 숨겨져 있으면 당장 눈만 끔뻑이다가 절명하겠다.
돌로레스는 말했다.
“바이퍼라는 이름의 식인 식물이에요. 보시는 것처럼 줄기로 재빠르게 급습해서 상대의 목을 꺾어버리죠.”
학생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식인 식물은 목속성 마법사와 숲에서 싸우면 안 된다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해요. 그것도 준비된 목속성 마법사라면 더욱 위험하죠. 어디에 식인 식물을 깔아놨을지 모르니까요.”
“모, 목속성 마법사가 식인 식물을 의도적으로 다루는 것도 가능한 건가요?”
“식인 식물은 말 그대로 식물입니다. 그런 식물을 목속성 마법사가 다루지 못할 리 없어요.”
시에나는 오늘의 수업으로 정해진 쇼핑 목록을 검토하며, 옆에 엘런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는 오늘도 표정이 멍했다.
영혼은 침대에 두고 몸만 온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의 멍함이다.
시에나는 그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
“엘런이여.”
“왜.”
“깜빡 조는 줄 알았구나. 어디 몸이라도 아픈 것이냐?”
“딴생각하느라.”
둘의 목소리 사이로 돌로레스가 실습실 책상 옆에 놓인 자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루 안에는 방금 보여 드린 바이퍼의 씨앗이 들어 있어요. 그걸 화분에 넣고 심어보는 걸 마지막으로 오늘 수업을 마칠게요.”
엘런은 자루 안에 손을 집어넣어 씨앗을 꺼냈다.
식인 식물의 씨앗이라고 뭔가 흉측한 모양을 했을 줄 알았는데, 겉보기엔 해바라기 씨앗과 다름없다.
그걸 화분에 집어넣고 흙을 덮은 후 물도 준 엘런은 금방 자신의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엘런이여. 어디 가는 것이냐?”
“교수님께 질문 있어서.”
“……엘런 네가 말이더냐?”
손에서 씨앗을 놓칠 만큼의 거대한 충격이, 시에나의 머리를 가감 없이 내려친다.
하지만 그것은 우스운 농담 같은 게 아니라 진실이었고, 엘런은 돌로레스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주머니 안에 있는 레드의 쪽지를 만지작거리며.
“교수님.”
“엘런 학생. 무슨 일이에요? 수업 중에 저를 다 찾으시고.”
“질문이 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침묵이 제자리에 맴돈다.
돌로레스는 자신의 모자를 고쳐 쓰며 검지를 세웠다.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질문이 있습니다.”
“죄송한데 한 번만 더요.”
“질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몇 번의 확인 사살 끝에, 돌로레스는 이것이 현실임을 믿게 되었다.
그 끝에 나오는 건 헛웃음이었다.
그녀는 모자챙 아래에서 입꼬리를 조금씩 올렸다.
“엘런 학생이 저에게 질문하러 올 줄이야. 이건 인생 업적으로 남겨도 될 것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요. 그 정도예요. 사랑의 묘약으로 마탑에서 상을 받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기쁜걸요. 점심시간에 다른 교수님들께 자랑할 거리가 생겼어요.”
“그렇게 느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혹시 수업 끝나고 시간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에프터 신청.
돌로레스는 입가를 손으로 수줍게 가리며 그 사이로 장난기를 비쳐 보였다.
“이런 무드 없는 데이트 신청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세부 특성에 관한 질문입니다.”
“흐음, 오랜만에 올라간 입꼬리가 건조해지는 질문이네요.”
“세부 특성에 대해 교수님께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확실히 딱 지금 정도의 시기가 세부 특성을 깨우치기 적당하죠.”
그녀는 고개를 주억이며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그리곤 앞에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어려운 실습이 아니었던 만큼, 많은 학생들이 씨앗을 전부 심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완성된 화분은 오늘 가져가시고, 생활 구역 주변에만 풀어두지 마세요. 그럼.”
짝-
조그마한 손뼉 한 반에 모든 학생들이 텔레포트 되어 사라졌다.
그건 돌로레스와 엘런도 마찬가지였다.
나아가 옆에 예상치 못한 인물도 하나 딸려 왔다.
“엘런? 너도 이곳에 왔구나. 아까 그 질문 때문이더냐?”
“시에나 학생은 제 직속 제자이기도 하고, 그녀 또한 세부 특성을 깨우쳤으니 어떤 의견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데려왔어요.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시에나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세부 특성이란 주제에 귀를 쫑긋거렸다.
동시에 눈치껏 지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엘런의 질문이란 건 세부 특성의 조언이었고, 지금 그가 세부 특성을 얻으려 한다는 것을.
그것 때문에 평생 하지 않을 것 같던 질문이란 행위를 했구나.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세부 특성 때문이었구나. 카르디아가 요즘 엘런이 열심히 살고 있다기에 뭔 소리인가 했는데, 이런 이유였어.”
“…….”
이런 걸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간 얼마나 막 살았으면, 질문 한 번 한 걸로 이런 이슈가 된단 말인가.
어찌 됐든 엘런은 이곳에 온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돌로레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수님. 세부 특성에 대한 감을, 일단 어떻게든 잡았습니다. 근데 그게 다입니다. 여기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흐음, 그렇군요.”
“아마 엘런 너로서는 거의 처음 느껴보는 벽이겠구나.”
“그런 편이지.”
일련 재수 없게 들리는 대답이었으나 되려 이것은 명확한 현실이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몰랐다.
돌로레스는 고민했다.
“감을 잡았다고 했죠. 엘런 학생은.”
“예.”
“그럼 엘런 학생이 잡은 감을 제게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엘런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제 양손을 모았다.
그도 이제껏 손 놓고 있지 않았다.
완성되지 않는다고 풀 죽어 있지 않았다.
그래 봤자 자기 전에 한 노력이긴 하지만, 천재의 노력은 범재의 평생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나다.
스르르르르르륵-
푸른 입자들이 그 밑면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호오…….”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구나.”
돌로레스는 흥미롭다는 듯 턱을 괴고, 시에나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눈을 반짝였다.
그것은 천천히 천천히 아래부터 기반을 다져나가다가, 이번에는 푸른 구체를 만들어 나갔다.
아니, 만들어가려고 했다.
파스스스스스스-
절반 조금 넘게 완성되던 구체가 다시금 가루로 자잘하게 흩어진다.
파도 앞에 있는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돌로레스는 입을 열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는 엘런 학생의 마음대로 인가요?”
“맞습니다. 처음에는 손을 만들었는데, 굉장히 사실적인 손이었습니다. 그때는 무의식이었지만, 이젠 그래도 제 의지를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칼날? 엘런이여.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닌 것이냐.”
“시에나 학생. 잠시만요. 일단은 엘런 학생의 질문에 대답이 먼저일 것 같네요.”
돌로레스는 아까 엘런이 보여준 힘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어떤 입자들이 바닥부터 쌓이기 시작하더니 무언가를 구축했다.
아니, 창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려나.
그러나 평범한 인간의 손에서 이루어졌던 창조는 얼마 못 가 부서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의 세부 특성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엘런 학생의 세부 특성은 그 푸른 입자들로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능력이로군요.”
“예. 하지만 마력으로는 도저히 완성까지 갈 만한 출력이 안 나옵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걸로는 어딘가 부족합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당연하겠지만 물론 크레센티아의 음기로도 이 창조 과정을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창조를 조금 더 진행시켜줄 뿐, 완성까진 어림도 없었다.
어딘가 한계에 봉착했다.
벽을 뚫어야 하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 가지곤 꿈도 꾸기 힘들다.
지금의 자신은 무언가 부족하다.
무언가 더 필요하다.
지금보다 뛰어난 뭔가가 필…….
“엘런 학생.”
“……네.”
사념 사이를 벌리며 돌로레스의 육성이 끼어들었다.
“너무 머리 쓰지 마세요.”
“네……?”
같은 대답이지만 엘런의 눈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결국 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짓을 하자, 엘런의 머리 위로 그녀의 손이 올라왔다.
뜨거워졌던 머리가 순식간에 식는 느낌이다.
정리도 안 하고 나와 이리저리 붕 뜬 흑발.
스윽- 스윽-
돌로레스는 손을 살살 움직여 그것을 잘 가라앉혀주었다.
“엘런 같은 천재들은 한 번 고민 하면 답이 나오니까,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 게 익숙할 거예요. 하지만 저희 같은 범재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게 무슨…….”
돌로레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마녀 모자를 벗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떨어져 내렸고, 햇빛은 그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빛의 입자로 빠져나왔다.
“생각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도 좋아요. 엘프만큼은 아니더라도, 저희는 나름 오래 사니까요. 생각할 시간은 지금까지보다 수백 배는 있다고요.”
“엘런이여. 교수님의 말이 맞다. 우리들은 오늘 연습해서 되지 않으면, 내일 연습하면 된다. 내일 되지 않는다면 그다음 날에 하면 된다. 당장 내일 죽는 것처럼 살지 말거라.”
“적당히가 베스트니까요.”
“적당히가…… 베스트.”
저절로 입에 담아버리게 되는 말이었다.
동시에 몸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말이었다.
어디가 끝인 줄도 모르고 언제 멈춰야 될지도 모르는 생각이, 다시금 본래 속도를 되찾게 되었다.
언제부터 가빠졌는지 모를 숨은 심장 박동과 함께 천천히 잦아들었다.
“이렇게 느린 속도에서만 보이는 풍경도 있기 마련이에요. 빠르면 다음 풍경을 보기 쉬울지 몰라도, 그 이전의 풍경들 또한 전부 가치 있어요.”
돌로레스는 자기가 말하고서도 어딘가 어이없는지 작게 웃어버렸다.
“제가 엘런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지만요.”
“저도 제가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매일을, 거의 평생을 멈춰있듯이 살다 보니, 이제는 뭐가 빠른 줄도 모르게 되어버렸나 보다.
“엘런 학생은 머리가 좋으니까 이런 속도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마음을 가볍게 먹거라. 나도 어느 순간 불현듯 해답이 떠올랐으니.”
“또한 세부 특성은 그 깊이가 깊을수록 습득이 어려워지니까요. 좋은 세부 특성을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어떤 답답함이 들어있는 숨이 아니라, 막혀 있는 게 뻥 뚫려서 나오는 시원한 숨이었다.
“이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조언은 감사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랬다니 기쁘네요. 아, 그리고 두 분에게 일러둘 것이 있는데.”
돌로레스는 말을 잠시 멈추며 책상 위에 올려둔 홍보지 한 장을 팔랑거렸다.
“아마 지금쯤 기숙사로 돌아가면 까마귀가 떼로 몰려와 쪽지를 전달할 거예요. 이건 여러분의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녀의 손에 들린 홍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차기 학생회장 선거]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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