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5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59화(259/354)
#259화. 차기 학생회장 선거(5)
대양 어딘가.
조교들은 학생들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교수가 학생들을 모조리 죽이려는 듯한 지옥에 몰아넣으면, 그 지옥 어딘가에 서 있는 안전요원들.
물론 학생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다만 학생들이 견뎌낼 수 없는 불가항력의 재앙을 걷어내는 게 이들의 임무다.
“지금 놓치고 있는 학생들 없지?”
“어어. 전부 인당 하나씩은 옵저버를 붙여뒀어. 순위 10위권 이내한테는 몇 개씩 더 붙였고.”
“좋아. 상위권은 집중 감시가 필수니까. 근데 카르멘 교수님은 어디 가셨어?”
“……그러게? 어디 가셨지?”
지금 자신들이 있는 간이형 선박.
몇 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첫날부터 지각했다는 미친 교수답다.
“에효……. 지금은 일단 교수님에게 신경 끄고 우리 할 일 하자고. 바다 괴물들은 어때?”
“아까부터 학생들 주변으로 탐지기를 돌려보고 있는데 위험한 놈들은 안 보여.”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고?”
“응. 그냥 지형이 조금 독특하네.”
“지형?”
그가 되묻자 조교 한 명이 고개를 주억이며 탐지기의 화면을 가리켰다.
마력을 연료로 움직이는 이것은 괴물들이 몇 마리인지 알려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마력을 드넓게 펼쳐 바다 아래의 모습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바다 밑면치곤 굉장히 평평하네.”
“그렇지?”
“흐음, 지형 특이한 게 별 신기한 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그래.”
조교들은 이만 탐지기에서 눈을 떼며, 이번에는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보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바람도 거세질 테고.”
“뗏목 하나에 의존하긴 힘들겠지.”
“어, 비다.”
툭- 투둑- 툭툭-
한 방울, 두 방울씩 어깨 위로 떨어지는 가랑비.
처음에는 눈 한 번 깜박여야 하나씩 떨어질까 말까 했던 빗방울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하늘에서 해수면까지, 비가 떨어지는 간격은 점점 짧아져 갔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보니 머리카락도 옷도 흠뻑 적실만한 폭우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소나기치고는 센데.”
“수속성 마법사랑 풍속성 마법사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
“그럼 나머지는?”
그건 자신도 몰랐다.
조교는 답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교는 답을 물어보는 자리였고, 답을 물어봐야 했을 대상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삐이이이- 삐이이-
거센 빗소리를 뚫고 귀를 때리는 탐지기의 비상음.
조교들은 화들짝 놀라는 것도 잠시, 모두 화면 앞으로 달려들었다.
“무, 무슨 일이야!”
“비상음이 울릴 정도의 괴물이 나타났나 보지!”
“그래서 어떤 괴물인데? 우리가 나서야 할 정도야?”
“……젠장. 아까 그 바다의 밑면이.”
“바, 바다의 밑면이 뭐!”
학생 하나가 탐지기에 잡힌 어떤 무언가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바다의 밑면인 줄 알았던 평지는 점점 수면을 향해 부상하고 있었다.
땅이 하늘로 끌려온다는 건 생각만 해도 비상식적이었다.
“바다에서 땅이라 착각될 만큼 커다란 놈이 또 누가 있겠냐.”
“서, 서, 설마 베헤모스……?!”
“지금 저놈이 수면으로 올라오면 그 위에 있는 학생들은…….”
적어도 사지가 멀쩡하진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조교들은 급히 옵저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옵저버 마이크로 학생들에게 이걸 전…….”
“자, 잠깐만!”
“뭘 잠깐이야! 저놈 덩치면 수면까지 올라오는 데 1분도 안 걸릴 거라고!”
“옵저버 화면을 봐봐!”
탐지기를 보고 충격에 툭 튀어나왔던 눈이, 화면을 보고 한 번 더 튀어나왔다.
아까 교수라는 직함도 내팽개치고 놀러 간 줄 알았던 교수가, 학생들 위에 떠 있었다.
유령처럼, 귀신처럼 아주 조용히 떠서 그들을 관조하고 있었다
나아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무언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교수님 주변에 있는 옵저버 조종해줘!”
“으, 응! 마이크도 열었어!”
“교수님! 교수님! 지금 제 말 들리십니까?”
반대편에서 기계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저 바다 아래에 베헤모스가 있고, 수면 위로 급부상 중입니다! 앞으로 40초 후면 학생들을 향해 수십 미터 해일이 덮쳐올 겁니다!”
[그래. 나도 지금 보고 있다.]“그, 그럼 어떻게 할까요? 지금이라도 학생들을 단체 텔레포트 시킬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이 자리에서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바다의 태산 베헤모스를? 어떻게?
조교들은 반사적으로 의문을 덧붙일 뻔했으나, 그전에 마이크 연결이 먼저 끊겼다.
카르멘이 의도적으로 끊은 것이다.
불안감은 빗소리와 함께 점점 커져만 간다.
옵저버 화면 속 학생들은 지금 제 발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젠장젠장! 이거 쉴드로 막아지는 강수량이 아니라고!”
“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쳐, 병신아! 누가 지붕을 사각형으로 만드냐?”
“우, 우리 동네는 사각형이야!”
학생들은 비를 막아보기 위해, 머리 위로 쉴드를 치는 등 다양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우렁차게 내리는 빗방울만이 지금의 적이 아니었다.
“바, 바람이 너무 거세! 이러다 뗏목 다 뜯겨나가겠어!”
“그, 근처에 수속성 마법사 없어?! 불쌍한 화속성 좀 도와주라고!!”
“빗소리랑 바람 소리 때문에 뭐라 하는지 하나도 안 들려!”
“컥!! 커흐읍!! 아, 입에 소금물 다 들어갔네……!!”
빗소리 중간중간 섞여 있는 욕지거리와 도움의 신호.
하지만 누구 하나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줄 여유가 있지 않았다.
라제나 또한 화속성 마법사로 바다 위에서는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는 뗏목 위에서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저기 파도 건너편에 보이는 뗏목 하나.
“이런 비바람에도 평정을 유지하는군요. 아니, 멍이라도 때리는 건가요.”
라제나는 온몸이 바닷물에 젖어가면서도 신기한 듯 엘런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저 자세로 가만히 있더니.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겁니까.”
엘런은 학생들이 머리 위에 쳐둔 그 흔한 쉴드조차 전개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젖은지도 모르는 것처럼 정신을 집중한 상태였다.
‘본신의 감각을 전부 다 빼내서 가엘에게 집중시킨다.’
사령이 곧 자신이고 자신이 곧 사령이 되는 경지.
아니, 그렇게 되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자기 세뇌.
그런 광기의 결속력이 필요했다.
엘런은 가엘의 눈으로 저 아래에서 치솟고 올라오는 괴물을 눈에 담았다.
‘너는 여기서 막는다.’
당장 저게 수면 위로 올라오면 그 뒤는 상상도 하기 싫다.
뗏목은 당연히 부서지고, 뭐 하나 의지할 것 없는 상태로 수십 미터 해일을 맞이해야 할 터.
‘그러니까 이만 네 몸을 내놔라.’
[특질 – 강제 빙의]여지껏 괴물에게는 몇 번 빙의해봤다.
인간보다 훨씬 커다란 놈에게도 빙의해봤다.
하지만 움직이는 산이라 불리는 덩치에게 빙의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기술은 들어갔다.
그리고 엘런이 제일 먼저 느낀 감상은―
‘……넓다.’
정말 공허하리만치 넓었다.
영혼의 크기보다 몸의 크기가 비교가 안 될 만큼 커서, 성안에 사람 하나 들어있는 기분이었다.
‘이래서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어.’
원래라면 몸 안에 사령이 꽉 차는 기분과 함께, 몸을 장악시켜 움직임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망망대해에 떠 있는 기분이 들어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
이제 30초 후면 베헤모스의 머리가 수면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뭐가 머리이고 어디까지가 머리인지도 모를 새까만 무언가.
적어도 이 일대를 무너뜨리기엔 충분한 힘을 가졌다.
그 무너지는 쪽이 자신이라는 게 슬픈 사실일 뿐이다.
스르륵-
“…….”
어깨 위로 무언가 올라왔다.
어떤 차가운 손이었다.
사족을 덧붙이면 반투명한 손이었다.
엘런은 눈도 뜨지 않았는데 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 알 수 있었다.
‘교수님의 사령이다.’
사신을 닮았지만 그 후드 너머에는 허수아비와 똑 닮은 카르멘의 사령이, 지금 등 뒤에 있었다.
[사령을 통해서 목소리를 전한다.]머리에서 카르멘의 육성이 직접 들려온다.
귀가 아니라 머리를 통해서 듣는 남의 목소리는 퍽 신기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신기해할 틈조차도 사치였다.
[집중해라.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내가 도와주러 왔으니.]아쉽게도 이쪽에서 목소리를 전하는 방법은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카르멘은 행동으로 대답해 보였다.
[지금 내 귀기를 너에게 전달하고 있다. 너는 그 가문의 음기인가 뭔가 하는 것으로 사령을 만들어서 귀기는 잘 모르겠지. 하지만 이게 본래 사령술사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엘런은 단전에 차오르기 시작하는 어떤 기운을 감지했다.
그것은 안개처럼 흐릿하고 형태가 없는 것 같았지만, 그만큼 가벼웠고 변형이 자유로웠다.
사령술사의 감각일까.
평소 음기밖에 다루지 않았는데도 엘런은 능숙하게 귀기를 가엘에게 전달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가엘의 내부에서 폭발 직전 활화산 같은 끓어오름이 느껴졌다.
대체 뭐가 끓어오르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거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넘친다는 걸.
콰아아아아아앙-!!
[그래. 지금처럼 귀기를 폭발시켜서 네 사령의 영역을 넓혀라. 네 영역이 놈의 몸집만큼 커지지 못한다면 빙의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또한 카르멘이 보내줄 수 있는 귀기의 양도 한계가 있었다.
당장 손에 들어와 있는 양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엘런은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쿵쿵- 쿵쿵- 쿵쿵-
그의 심장이 일순간 거세게 뛰었다.
[……무식한 방법이야.]웬만하면 가만히 지켜보려 했던 카르멘이 목소리를 냈다.
[심장을 의도적으로 빨리 뛰게 해서 혈액을 재빨리 회전시킨다. 그 결과 체내의 마력도 더욱 빨리 회전시키고 신체 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그걸로 한정된 귀기를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건가.]심장은 본래 정해진 세기대로 박동한다.
그러나 엘런은 지금 심장을 손안에 쥔 채 억지로 압박과 해방을 반복 중이었다.
그 손아귀 힘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심장이 우그러질게 불 보듯 뻔했다.
이런 뼈아픈 리스크를 지는 만큼 리턴도 강하다.
[베헤모스의 몸을 사령이 빠르게 채우고 있군. 이 속도라면…….]이제는 학생들도 느끼고 있을 참이었다.
지금 자신들의 아래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빗방울이 수면을 거칠게 때리느라 그 너머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느낄 수 있었다.
뗏목 아래를 부글부글하고 진동시키는 뭔가가 있었다.
“이, 이게 뭐지? 야! 수속성들! 이거 너희 짓이야?”
“우리가 왜 그런데 힘을 빼냐! 지금 파도 막기도 빡세 죽겠는데!”
“그, 그럼 이거 뭔데! 왜 자꾸 뗏목이 흔들거려!”
“아, 파도 때문인가 보지!”
“그런 수준이 아니라, 지금 이 밑에 뭔가 있는 것 같다니까?!”
바다는 아까보다 더 새까매졌다.
누군가 검은색 물감을 풀어버린 듯한 바다는 이제 어떤 굉음마저 들리는 듯했다.
―수면이 울렁인다.
파도가 치고 뗏목이 흔들리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런 울렁임은 아예 다른 것이었다.
되려 파도는 이 울렁임에 밀려 사라지고 없었다.
폭풍 전의 고요함이 일대를 매몰시킨다.
그 침묵 속에서 혼자만 무척 시끄러운 싸움을 이어가는 인간이 있었다.
쿵쿵쿵- 쿵쿵- 쿵쿵쿵-
이젠 귀에 들릴 만큼 커진 심장 소리.
학생 중 하나가 그 소리를 뚫고 소리 질렀다.
“이, 이, 있다……!! 밑에서 뭐가 올라오고 있어!!”
“우, 움직여! 저게 안 보이는 곳으로!!”
“젠장! 넌 눈이 없냐! 눈이 닿는 곳까지 전부 바다가 까맣잖아! 어딜 가든 똑같을 거라고!”
분명 대양이라 불릴 만큼 깊은 바다.
그런 바다 한복판에서 지면이 해수욕장만큼 올라왔다.
학생들은 두려움에 의지할 것 없는 애꿎은 뗏목만 꽈악 붙잡았다.
그 손만큼이나 꽈악 감은 눈은 앞으로의 일을 예견하는 듯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계속되는 고요함에 다시 뜨였다.
“……사라졌다.”
“바다가 다시 파래졌네……?”
“뭐, 뭐지?
털썩-
그 의문 속에서 엘런은 뗏목 위에 드러누웠다.
마침 비도 멈췄다.
옷은 흠뻑 젖었지만, 그만큼 먹구름 사이로 환하게 드리우는 햇빛 몇 줄기가 따뜻했다.
쓰러진 그의 손에 들린 무언가도 햇빛을 따라 같이 빛났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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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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