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6화(26/354)
#026화. 주말 외박권(1)
금요일.
학생들은 바로 다음 날 학교에서의 첫 주말을 앞두고 잔뜩 설레 있었다.
주말이라고 속세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었으나, 머리 아픈 수업이 없다는 건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신나 있을 순 없었다.
웬 부엉이가 물어다 준 쪽지가 그 이유였다.
“퀘스트? 용병들이 수행하는 그런 퀘스트를 말하는 건가?”
“글쎄……? 나는 그럴 거라고 예상 중이야.”
“흐음. 나쁘지 않네. 돈도 충당할 수 있고 마법 연습도 하고 일석이조일 것 같은데?”
“나도 동감.”
퀘스트의 정체를 몰라 조금 불안한 감은 있었으나, 학생들 대부분은 퀘스트의 등장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싫든 좋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자들이 있다.
“같이 갈 사람?”
“하아…… 안 갈 수가 있냐.”
“그러니까. 팔이 부러져도 가야지.”
그들은 평민 출신 학생들이었다.
과거 기숙사 점령전 때 평민 학생들은 기숙사를 얻기 위해서 뭔 짓이든 해야 했다.
그래서 딱 봐도 불안하기 짝이 없는 종이에 제 이름을 적었다.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어떻게든 이 열쇠를 얻어야 했고 결국은 얻어냈다.
또한 지금은 그 값을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열쇠값 25골드가 있던 자들은 그걸로 끝이지만, 평민에겐 그런 거금이 있을 리 없다.
그 25골드는 그대로 빚이 되었고 이번 학기까지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갚지 못한다면?
평민 학생들은 침음을 삼키며 방금 막 교실에 도착한 엘런을 바라봤다.
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미친놈에게 어디가 털릴지 모른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생임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었다.
이게 대체 뭔 기구한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덜컥-
교수용 앞문이 열렸다.
아카데미에선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다.
학생들은 방금까지 떠들썩거렸던 분위기가 무색하게 적막으로 들어찼다.
처음 하는 수업에다 오늘 처음 만난 교수이기도 하니 더욱 그러했다.
앞문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훤칠한 키와 함께 어두운 청발을 깔끔하게 넘긴 남자다.
구김 하나 없이 깔끔한 검은 정장 차림.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듯한 검은 구두.
왼 눈에 걸친 금색 테두리의 모노클.
짙은 남색 코트를 어깨에 걸친 훤칠한 키의 남자는 단상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중절모를 단상 위에 둔 남자는 이제서야 좌중을 둘러봤다.
동상처럼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남자의 입이 열렸다.
“반갑습니다. 저는 ‘마력과 마법의 상관관계’ 수업을 맡은 퍼렐라인 데 골디아라고 합니다.”
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
학생들에게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 잘생긴 외모 덕분일까.
남학생들보단 여학생들의 박수에서 열렬한 환영이 느껴졌다.
“여러분과의 첫 수업이기도 하니, 다른 수업 때 그랬던 것처럼 제 수업 방향을 먼저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퍼렐라인은 마력 분필을 잡고 칠판에 뭔가를 써 내려갔다.
그 커다란 키 덕분에 가만히 선 채로 팔을 조금만 움직여 칠판의 대부분을 사용했다.
어디에 사는 전투 마법 교수와 전혀 딴판인 모습이다.
퍼렐라인은 본인의 외모만큼이나 품위 있고 기품 넘치는 필기체로 어떤 문장을 끝마쳤다.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마법은 도박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 마법사는 그 본능마저 철저한 이론으로 구축한다.]“이 말을 설명해 볼 학생이 있다면 손을 들어 보시길.”
몇몇 학생이 손을 들었다.
퍼렐라인의 차가운 외모 탓인지 질문이 어려워서인지 많은 학생이 손을 들진 않았다.
퍼렐라인은 손을 든 학생 중에서 한 명을 눈여겨보았다.
단풍 같은 적발을 가진 학생은 탁하지 않고 깨끗한 눈빛을 가졌다.
퍼렐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적발의 학생을 가리켰다.
“그쪽의 학생. 말해보십시오.”
적발의 학생은 들었던 손을 내리고 자신을 소개했다.
“라제나 히로입니다. 교수님께서 적으신 문장의 저의는 이론을 천시하고 모든 걸 실전 본능에 의지하는 마법사는 도박꾼과 다름없다는 뜻입니다.”
“맞습니다. 심지어 리스크도 도박꾼보다 마법사가 훨씬 크죠. 그 이유도 알고 있습니까?”
“도박꾼은 제 돈만 잃으면 그만이지만 마법사는 목숨을 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합니다.”
퍼렐라인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적당히 끄덕였다.
“라제나 학생이 말한 것처럼 이론이 준비되지 못한 마법사는 훈련 때도 길을 잃기 마련이고, 그런 마법사는 실전에서 비명횡사하기 딱 좋습니다.”
학생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법사의 실전은 누가 뭐라 하든 언제나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상대의 목을 취하든 내어주든 피가 튀고 살점이 흩뿌려진다.
퍼렐라인은 칠판을 지우면서 말을 이었다.
“제 목적은 살아남는 마법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실력에는 단단한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딱-!
퍼렐라인이 손가락을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책상으로 어떤 문서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여러분이 수업 때 참고할 논문과 문헌들입니다. 맘 같아선 전부 외우라고 하고 싶지만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에게 그건 고문이나 다름없겠죠.”
“휴우…….”
학생들 사이에서 별안간 안도의 한숨이 단체로 흘러나온다.
“하지만 만약 이걸 다 외운다면 그 사람에게 제 수업은 더없이 쉬워질 겁니다. 생존 확률도 수직 상승하겠죠. 이 논문들에는 마법 이론 말고도 다양한 분야의 이론들이 집합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눈을 반짝였지만 정말 이걸 다 외운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혀왔다.
아직 돌로레스의 약초 모음집도 다 못 외웠는데, 퍼렐라인의 논문까지 외우다간 머리가 뻥 하고 터져버릴지 모른다.
저기 장학생도 논문을 팔랑팔랑 들춰볼 뿐 외운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퍼렐라인은 마력 분필을 손에서 고쳐 쥐곤 말을 이었다.
“어찌 됐든 저의 수업 방향은 이렇습니다. 끝까지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여러분들은 마법 수식 개변은 물론이고 저마다의 ‘오리지널’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리지널!
그 주제의 등장에 교실의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오리지널은 그 어디에서도 등장한 적 없고 발표된 적 없는 그 마법사만의 고유 마법이다.
유명한 마법사는 모두 저마다의 오리지널이 있고, 그 오리지널 마법은 이름처럼 소유자만이 펼칠 수 있다.
설령 다른 마법사가 시전한다 해도 원작자를 따라가긴 무척이나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오리지널은 상대가 모르는 자신만의 마법이니, 대처 방법도 존재치 않는다.
그야말로 필살기(必殺技)라 부를 만한 것이다.
하여 초보 마법사에게 오리지널은 로망과 같기에 학생들은 저마다 눈을 반짝거렸다.
“하아아암…….”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엘런은 반쯤 감은 눈으로 퍼렐라인의 말을 흘려들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으니 상관은 없다.
저 교수의 말보다 차라리 이 논문들이 더 관심이 갔다.
논문에는 어떤 마법을 주제로 놓고 자신의 생각을 쭉 써 내려가는 형식이었다.
그 주장에는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었고 내용은 퍽 흥미로웠다.
“나름 소설책 읽는 느낌이네.”
엘런이 보통 읽던 소설도 이런 형식이었다.
주인공이 어떤 마법을 쓰기 위해서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가가 설정 같은 마법의 이론들을 늘여놓는다.
잠잘 때 빼곤 그런 책만 읽어서 그런지 이런 논문도 크게 안 다른 것 같다.
“자기 전에 한번 읽어볼까.”
안 그래도 밤에 맨날 자기만 해서 심심했던 참이다.
나름 읽을 거리라도 있으면 잠도 더 잘 오겠지.
엘런은 논문 더미를 아공간에 넣었다.
그사이 퍼렐라인은 단상 앞에서 말을 이었다.
“어제 여러분께 부엉이가 쪽지를 전달해주었을 겁니다.”
교수의 입에서 화제의 토픽이 나온다.
퍼렐라인은 말했다.
“주말부터 시작되는 생활 구역 내의 퀘스트. 학교가 따로 설명을 해주진 않았을 테니, 아마 학생 여러분이 깊은 혼란에 빠졌을 거라 예상됩니다.”
예. 정말로.
학생들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은 첫 수업이기도 하고 여러분이 학교에서 맞이한 첫 금요일기도 하니. 이번 시간에는 수업 대신 퀘스트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 사이사이에서 조용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차마 소리 지르진 못하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거나 입꼬리가 하늘을 찌르려 그런다.
퍼렐라인은 분필을 집었다.
그의 손이 칠판 앞에서 움직인다.
“퀘스트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퀘스트 안내소를 설명해야겠군요.”
퍼렐라인은 칠판 중앙에 둥그런 원을 그렸다.
“이 원은 퀘스트 안내소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여러분들이죠.”
안내소 주위에 조그마한 원들 여러 개가 슥슥 만들어진다.
그는 조그마한 원들, 커다란 원 하나의 사이를 선으로 그었다.
“여러분이 퀘스트를 수주하는 순간 안내소와 여러분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여기까진 이해가 쉽다.
학생들은 저마다 고개를 주억이며 퍼렐라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퍼렐라인은 학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살짝 비켜섰다.
“여러분은 안내소에 걸린 모든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인당 다섯 개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의 개수입니다. 또한 주의할 점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퍼렐라인은 마력 분필을 움직였다.
그는 딱 세 가지를 강조했다.
기한.
보수.
주제 파악.
그는 제일 위에 적은 기한을 분필로 툭툭 가리켰다.
“의뢰자는 생활 구역 내 가게 주인들입니다. 그들은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퀘스트로 내걸고, 수주한 순간부터 기한이 생겨납니다. 그 기한을 3일이라고 생각해보죠.”
퍼렐라인은 마치 붓을 잡는 것처럼 분필을 고쳐 들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어떤 이유에서든 3일 안에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했고 의뢰자를 실망시켰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어떻게 될까요.”
커다란 원과 작은 원을 이어주던 선.
퍼렐라인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 선들을 하나씩 끊어갔다.
“신용도가 떨어지고 관계가 끊어지는 겁니다.”
그는 나아가 신용도란 단어를 칠판에 적고 밑줄까지 슥슥 그었다.
“신용도는 어떤 사람에게나 무척이나 중요한 것입니다. 안내소와 의뢰자는 이걸 보고 일을 맡길지 안 맡길지 정하죠.”
학생들은 조금씩 복잡해진 얼굴로 퍼렐라인의 설명을 필기했다.
그는 말했다.
“신용도는 모두 100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뭔가 실수를 했거나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순간 신용도는 쭉쭉 떨어지게 될 겁니다.”
“시, 신용도를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퀘스트를 받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신용도는 느리지만, 다시금 올라가게 되어있죠.”
깎이는 건 빠르지만 올리는 건 느리다.
세상 만물에 통용되는 법칙이긴 했으나 신뢰적인 면에서 이 법칙은 유독 잔인했다.
퍼렐라인은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신용을 무기로 돈 벌 기회를 얻는 것인데 너무 야박하다곤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다음은 보수입니다.”
보수에 관해선 특별한 게 없었다.
의뢰자가 내건 금액을 퀘스트 완료 후 받으면 그만이다.
경우에 따라서 의뢰자와 보수를 흥정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면 특별한 점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주제 파악입니다.”
주제 파악?
학생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띄워졌다.
퍼렐라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들은 얼굴만 한 종이였다.
퍼렐라인은 종이들을 마력으로 들어 칠판에 하나씩 붙였다.
“이건 안내소에 있는 퀘스트들입니다.”
학생들은 퀘스트의 제목을 눈여겨 살폈다.
[오크 군락 파괴하기] [고블린의 독침 스무 개 납품하기] [식인초 뿌리 열 개 납품하기] [산 멧돼지 가죽 열 장 납품하기]…….
학생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난이도가 도저히 1학년의 것이라곤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퀘스트 중에는 여러분이 쳐다도 못 볼 것들이 더러 있습니다. 물론 보수는 그에 걸맞게 무척 높지만 리스크도 그에 못지않죠. 하지만 사람은 돈이 걸린 문제라면 눈앞이 어두워집니다. 그게 바로 이 세 번째 항목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제 파악.
학생들은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나 학생들끼리 팀을 이뤄서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으니 본인들의 전력을 잘 분석해서 퀘스트를 수주하십시오.”
퍼렐라인은 여기서 말을 멈추고 시계를 슬쩍 바라봤다.
“한 시간 좀 더 넘게 남았군요. 저는 수업 시간을 절대 남기지 않습니다. 또 절대 넘기지도 않죠.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은 자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퀘스트 종이들을 수거하진 않았다.
학생들의 참고용으로 남겨놓으려는 듯하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죠.”
퍼렐라인은 왔던 그대로 앞문을 향해 나갔다.
엘런은 그의 뒷모습을 살짝 보다가 다시금 퀘스트 안내서로 눈을 돌렸다.
저기 보상 중에 아주 흥미로운 게 있었기 때문이다.
[주말 외박권]“……괜찮은데?”
엘런의 반씩 감긴 눈이 천천히 뜨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