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6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64화(264/354)
#264화. 파견 임무(1)
돌로레스의 교수실.
분명 교수실인데도 실습실과 똑같은 냄새가 나는 신기한 곳이다.
쓴 약초 냄새.
신 약초 냄새.
알싸한 약초 냄새.
돌로레스는 이걸 ‘향’이라고 불렀으나 이건 그저 냄새였다.
기본적인 풀 냄새보다 조금 더 독한 약 냄새.
그 향 아닌 냄새의 주인은 삐걱이는 나무 의자에 앉은 채 통지서를 들여다보았다.
“마탑이 통지한 것이니 저흰 보내줄 수밖에 없겠네요. 총장님도 별로 신경 쓰시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돌로레스와 엘런은 고딕한 나무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당장 출발 날짜는 오늘.
엘런은 보고를 위해 여기 있었다.
“일주일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엘런 학생에겐 넉넉한 시간이겠네요. 이왕 나갔다 오시는 거 지금까지 배운 걸 연습한다 생각하시고, 시간을 영리하게 쓰세요.”
“노력하겠습니다.”
“엘런 학생이 노력을요? 장난이겠죠.”
양치기 소년의 심정이 이랬을까.
이건 자신이 학교에 오기 전을 몰라서 그렇다.
그 6년간 어떻게 살았는지 본다면 이런 말들도 쏙 들어갈 텐데.
생각해보면 그런 것마저 전부 묵묵히 참아주신 어머니가 살아있는 성인이셨다.
엘런은 새삼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아, 그리고 엘런 학생.”
“예.”
돌로레스는 모자챙 아래에서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 호선은 반달처럼 휘어짐이 없었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미소다.
하지만 그 예쁜 입술에선 흉측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일주일 동안 과제가 밀려 있을 테니까 돌아오시면 밤 좀 새셔야 할 거예요.”
“…….”
“제가 엘런 학생을 위한 과제들을 잔뜩 준비할 테니까요.”
“마녀.”
“예?”
엘런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던 단어를 재빨리 주워 담았다.
고개를 저은 그는 풀처럼 붙은 듯한 입을 떨어뜨려 어렵사리 대답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아까와 같은 대답이었지만 그 무게는 천지차이다.
“듣기 좋네요. 엘런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노력이란 단어는.”
“저는 별로입니다.”
“괜찮아요. 저만 좋으면 되니까요.”
“?”
“그럼 다녀오세요.”
2학년으로 빨리 올라가고 싶은 또 다른 이유.
담당 교수를 바꿔버리고 싶다.
***
학교가 마탑의 통지서를 받고 일정을 확보했다.
그러니 마탑은 이제 정식으로 임무가 설명되어 있는 공문서를 보내왔다.
지금은 본래 교실에서 필기에 열중해야 할 시간.
그런 시간에 넷은 광장에 모여 공문서를 들여다보았다.
“가야 할 목적지의 이름은 그렘린 왕국이구나.”
“……왕국 이름이 왜 그따구야?”
“그렘린이 점령하고 있던 땅을 인간이 탈환하고, 그 자리에 지은 왕국이라 그렇다더구나. 책을 뒤져보니 그렇게 나와 있었다.”
그럼 오크가 있었다면 오크 왕국이라 했을 건가.
엘런은 실없는 상상을 하며 공문서의 밑단을 내려다보았다.
임무는 최근 몇 주 사이에 급증하기 시작한 괴물들을 퇴치하는 것.
그리고 급증의 이유를 찾는 것.
“임무를 보면 첫날부터 노숙의 향기가 크게 맡아지는군요.”
“조사 임무니까 편하게 도시에서 굴러다닐 순 없겠지.”
“난 오히려 좋은데? 숲 공기도 맡고! 괴물들 나오면 스트레스도 풀고! 안 그래도 세부 특성을 맞아줄 상대가 없어서 답답했다고!”
“저도 세부 특성을 최근에 얻었는데, 그래서 이번 임무가 더욱 기대됩니다.”
“나도 그러하다.”
세부 특성을 얻은 셋은 자신들의 힘을 시험해볼 생각에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엘런은 이 임무가 끝나고 도착해있을 물건 생각에 어깨가 떨렸다.
해신 결정을 동력원으로 작동하는 ‘그것’.
“그것만 있으면 앞으로 훨씬 편해지겠지.”
“응? 뭐라고 했어?”
“얼른 출발하자고. 조사에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니까.”
“엘런의 말이 맞느니라.”
“스크롤도 준비되었습니다. 곧장 가면 될 듯합니다.”
이젠 텔레포트 스크롤 만들기야 전문가가 된 지 오래다.
목적지의 좌표만 알면 순식간.
찌이익-!!
넷은 스크롤을 찢고, 그렘린 왕국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했다.
엘런은 말했다.
“……춥네.”
“어으으으…….”
엘런이 춥다 할 정도로 그렘린 왕국은 북쪽에 있었다.
유독 추위에 약한 카르디아는 예상치 못한 냉풍에 몸을 웅크리고 바들바들 떨었다.
반면 시에나와 라제나는 여유롭기만 하다.
“아, 제가 그걸 말씀 안 드렸군요. 그렘린 왕국은 1년 중 300일이 눈만 오는 대설 지역입니다.”
“그래서 난 손난로를 이리 여러 개 챙겼지.”
“왜, 왜 말 안 해줬어! 엣취……!!”
“미안하구나. 대신 손난로를 나눠주마. 아공간에 있는 따뜻한 옷을 챙겨 입거라.”
“으,흐흐,흐…….”
카르디아의 입술이 살짝 보랏빛이 될 때쯤, 손난로가 몸을 녹여주었다.
한층 살 것 같단 표정으로 변한 그녀는 몸 한 번 떨지 않는 엘런을 돌아보았다.
“너, 넌 안 추워?”
“난 빙속성이잖아.”
“흐음, 확실히 한 속성을 수준급으로 연마한 마법사는 해당 속성에 자연 내성을 가지니까요. 이런 계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거군요.”
“씨, 씨발……. 개부럽네.”
추위에 짧아진 혀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카르디아는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일단 왕국이 바로 앞에 있는데? 우리가 왔다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겠구나. 마탑이 오늘 우리가 도착할 거라고 미리 통보했을 테니.”
“들어가자.”
넷은 그렘린 왕국으로 입성했다.
그렘린 왕국에서도 수도, 그렘린 헤드에 입성했다.
그렘린 왕국은 소국인 만큼 수도가 있는 땅이 곧 인간의 생활 구역 전부였다.
이 근방도 모두 왕국의 땅이긴 하나 주변은 모두 굽이치는 산맥이 즐비했다.
“그나마 수도 안은 성벽 덕분에 바람이 크게 안 부는군요.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뭔 소리야! 똑같이 추워 죽겠구만!”
“남부 지역 사람에겐 그럴 수 있겠구나.”
“저기 높은 건물이 왕성 같은데.”
엘런의 손가락 끝이 새까만 성 하나를 가리켰다.
성은 분명 까만색 같은데, 그 위로 흰 눈이 덮여 새하얀 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까지 가는 길은 대로(大路)였음에도 사람 하나 보기가 힘들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다들 집에 들어가 있나?”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느냐. 괴물들이 급증했다면 갑자기 습격당한 자들도 많을 터. 두려움이 이곳을 덮친 거겠지.”
“그리고 아까 성벽을 보셨잖습니까.”
성과 같이 새까맸던 성벽에는 발톱 자국이 거칠게 남아 있었다.
뭔가에 거세게 부딪친 듯한 파손 흔적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꼭 몬스터 웨이브에 휩쓸렸던 1학년 생활 구역처럼.
“괴물들이 내려온단 소리인가.”
“북쪽에는 그런 현상이 흔하니까요. 그래서 덩컨 교수님이 계셨던 북부의 수호자 같은 존재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북부 왕국답게 전투 대비가 잘 되어 있구나. 성벽이 조금 부서진 것 말고는 다른 파괴 흔적이 없느니라.”
이젠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대충 파악된다.
이것이 학교 커리큘럼의 결과일까?
뭘 해도 정확한 상황 파악은 필수다.
넷은 왕성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왕성 앞에는 털가죽 옷을 차려입은 남자 하나가 대기 중이었다.
그는 저기서 걸어오는 넷을 보곤 눈이 다람쥐처럼 동그래졌다.
“아이고! 마법사님들! 여깁니다! 아주 잘 오셨습니다!”
행동은 경박하지만 목소리는 둔중하다.
그 이상한 부조화에 넷은 얼떨결에 그의 악수를 차례차례 받았다.
“저는 그렘린 왕국의 행정관, 라체라고 합니다! 저희 왕국에 잘 오셨습니다!”
“제국 1학년생 엘런입니다.”
“마찬가지로 시에나입니다.”
“카르디아예요!”
“라제나입니다.”
“마탑 마법사들이 올 줄 아셨을 텐데, 저희가 대신 오게 되어 먼저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시에나가 고개를 작게 숙이자, 라체는 숨을 집어삼키며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이렇게 빨리 사람 허리가 각도기처럼 굽혀지는 건 처음 봤다.
“어이구!! 아닙니다! 네 분은 제국 아카데미에서도 전 학년을 통틀어 이름을 날리시는 분들 아닙니까! 어중간한 마탑 마법사보다 훨씬 낫습니다. 암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되려 왕께선 직접 나가지 못하고 대리인을 보내서 죄송하다 하십니다. 최근 왕국이 괴물들의 연이은 습격을 받은 탓에, 왕께선 충격으로 병을 얻으셨습니다.”
“얼른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절 따라오십시오. 저희가 지금까지 알아낸 상황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네 명의 마법사는 라체를 따라 왕성에 들어갔다.
***
행정관의 집무실.
최근 들어 행정 업무만 진행하진 않았는지, 방이 아주 엉망에다 엉망이다.
하지만 엘런의 중앙성을 보며 이런 것에 익숙해진 셋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바, 방이 무척 어질러져 있군요. 죄송합니다. 치우려고 했는데 도통 시간이 나질 않아서…….”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자신도 방 어지르기엔 일가견이 있기에,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문제를 넘겼다.
“그럼 여기 지도를 봐주시겠습니까?”
행정관이 벽면에 걸린 커다란 지도를 가리킨다.
“그렘린 왕국과 근방 산맥의 지도로군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산맥 중간중간에 처진 빨간색 원은 뭐죠?”
“이 원들이 네 분의 임무에 핵심적인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원들은 총 네 개였다.
다만 원들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이다.
“이 원들은 저희 병력과 사냥꾼들이 파악한 괴물들의 은거지입니다.”
“이 지점들을 격파하면 자연스레 괴물들이 물러나게 되겠군요.”
“정확합니다.”
“으음, 근데 저 질문 있어요!”
“마음껏 해주셔도 좋습니다.”
카르디아는 턱을 괴며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된 의문점 하나.
“저 네 가지 포인트들에 있는 괴물들이 전부 같은 종인가요?”
“아닙니다. 네 가지 모두 다른 종의 괴물들이죠.”
“그럼 괴물들이 급증한 이유도 전부 다르겠네요? 같은 식인 괴물이라도 종의 차이는 엄청날 테니까요.”
“아, 아무래도 그렇게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그때 시에나가 입을 열며 사이에 끼어들었다.
“괴물들이 급증한 시기는 어떻습니까. 차이가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모두 엇비슷한 시기에 급증을 시작하다가 성벽까지 내려온 것이지요.”
“급증한 시기가 모두 엇비슷하다. 그렇다면 급증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엘런도 시에나의 말에 동의했다.
시기에 별다른 차이가 없고, 문제가 동일하다.
그렇다면 원인 또한 같을 게 분명했다.
가만히 생각을 이어 나가던 라제나가 오랜만에 말을 꺼냈다.
“저 네 개의 포인트를 격파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급증의 이유를 파악하는 건 긴 조사가 될 것 같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느니라.”
똑똑-
집무실의 문이 두드려진다.
행정관 라체는 문고리를 돌렸다.
“누구인가.”
“왕의 시종, 스미스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왕께서 네 분에게 직접 명을 내리셨습니다.”
“……저 네 분은 우리 왕국 소속이 아닐세. 명령을 내렸다 해도 들으실 이유가 없어.”
“그,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왕께서 제게 이 칙서(勅書)를…….”
스미스라 자신을 소개한 시종은 비단에 감싸진 문서를 들어 보였다.
라체는 난감해진 상황에 이마가 흥건히 젖는 걸 느꼈다.
“왕께선 꼭 이 칙서를 전하라고 하셨나.”
“그러셨습니다. 그리고 꼭 네 분께서 이 칙서에 적힌 대로 행동하길 원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왕의 명령이라면 들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도 앞에서 귀를 열고 있던 엘런이 말했다.
행정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까버릴 생각이지만, 듣는 행동 자체는 필수의 영역에 있다.
“죄송합니다. 그럼 약식으로 행정관인 제가 왕의 칙서를 대신 읽도록 하겠습니다.”
라체는 칙서를 조심스레 받아 들고 조심스레 끌러 넓게 펼쳤다.
그리곤 눈이 크게 뜨인다.
칙서와 넷을 번갈아 쳐다보는 동공은 썩 좋은 반응이 아니었다.
라체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결국 천근처럼 무거워진 혀를 움직였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온 네 명의 마법사는 들어라. 그대들의 힘은 이 먼 북쪽 땅까지 전해진바, 이 재앙을 끊어내기 어렵지 않음을 알고 있다.”
높으신 분들답게 사족이 길다.
앞말은 설렁설렁 넘기고, 엘런은 뒷말에 집중했다.
이 칙서의 주제가 되었을, 라체의 눈을 떨리게 만들었을 뒷말, 즉 왕의 본심에 집중했다.
라체는 역시 말하기 두려워지는지 입술까지 떨다가 겨우 말을 이어 나갔다.
“하여 그대들은 은거지를 파괴하고, 그 이후 산맥의 우두머리라 알려진 산군(山君)을 사냥하라.”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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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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