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6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65화(265/354)
#265화. 파견 임무(2)
“산군(山君)? 그게 무슨 존재입니까?”
엘런은 되물었으나, 카르디아는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 퍼뜩 고개를 들었다.
“설마……. 북쪽의 산군이 여기 있어요?”
“그, 그렇습니다. 산군은 북쪽 전역의 산맥을 자신의 영토로 삼지만, 이번 겨울에는 저희 왕국 주변에 머물고 있지요.”
“미친…….”
공석이라면 나름 입을 조심하는 카르디아가 필터 없이 욕을 내뱉는다.
여기 넷 중에서 그나마 많은 걸 아는 듯한 카르디아에게 셋의 눈이 돌아갔다.
“카르디아여. 북쪽의 산군이 무엇이냐.”
“이름만 들어보면 또 신수 같은데.”
“엘런의 말이 맞아. 북쪽을 뒤덮은 산맥에서 아주 오래 살았고, 그 나잇값을 철저하게 하는 괴물이지.”
“북쪽의 신수라면……. 혹 극빙호(極氷虎)를 말하는 것이냐?”
전문용어의 등장.
되려 이렇게 말하니까 살짝 헷갈리는 듯했던 카르디아는 이내 고개를 주억였다.
“띵동. 정답이긴 한데 나도 이게 정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극빙호라면 나도 들어본 적 있어. 북쪽 산맥의 지배자라고 하던데.”
“맞아. 사막에는 우리 열풍의 뱀이 있고, 바다에는 태산 베헤모스가 있지. 북쪽에는 아까 말했던 극빙호가 있는 거야.”
어째 말했던 신수들은 다 한 번씩 만나보았다.
열풍의 뱀과의 조우에선 그 입안에 들어갔다 나왔고, 베헤모스는 빙의에 성공시켰다.
아직 그 빙의의 감각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몸의 거대한 무리를 주었고, 그 후유증은 아직 옅게 남아 있었다.
“엘런이여. 어쩔 것이냐. 왕명이라곤 해도 우리가 거부할 명분은 충분하니라.”
“시에나 님의 말이 맞습니다. 혹 거부하신다 해도, 제가 왕께 달려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라체가 한 손 거든다.
그러나 엘런은 근본적으로 다른 의문이 들었다.
“왜 왕께선 저희에게 산군을 잡으라는 겁니까? 신수라고 불릴 정도의 괴물들은 되려 균형을 조절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고 들었는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왕께 따로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상한 점도 있습니다. 산군은 보통 이렇게 괴물들이 늘어나면 살생을 시작합니다. 근데 이번에는…….”
“유난히 가만있군요.”
“예. 하여 왕께서는 산군이 이미 죽었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그래서 산군을 토벌하고 막대한 전리품을 취하시려는 게 아닌지.”
그렘린 왕국 주변으로 산군이 들어온 건 확실하나, 그 뒤로 움직임이 전혀 없다.
설마 겨울잠에 들어간 건 아닐 테니 어떤 이유가 있는 게 확실하다.
왕은 그걸 병에 걸렸거나, 병사(病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군의 위치는 정확한 겁니까?”
“모든 신수들이 그렇듯이, 산군도 덩치가 거대합니다. 작은 언덕처럼 보일 정도죠. 그런 덩치라면 걷기만해도 작은 지진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산군은 아마 이쯤.”
라체가 검지로 지도의 한구석을 찔렀다.
그건 산맥이 성벽처럼 둘러져 있는 공간이었다.
지도로만 그곳을 봤는데도 험하다는 게 전력으로 느껴졌다.
“여기에 있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엘런.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말할 것도 없지. 산군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하지만 병사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 확실히 신수쯤 되는 존재가 발 한 번 움직이지 않는 건 이상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우린 산군이 있다는 위치에 얼굴만 비추는 거야. 가서 정말 죽어 있다면 전리품을 챙기고, 아니면 도망치고.”
그의 의견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었다.
본래 여기 온 이유는 괴물 토벌과 조사다.
난데없이 신수와 다름없는 존재인 극빙호 레이드가 아니었다.
애초에 신수를 여기 네 명이 상대한다는 게 정신 나간 생각이다.
라체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그럼 네 분의 의견을 왕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묵을 장소는 제가 시종을 붙여 드릴 테니…….”
“아닙니다. 저희도 곧장 출발할 것 같아 정중히 사양해야 할 것 같군요.”
그 말을 들은 라체의 눈가가 이내 촉촉해진다.
북쪽 대륙민들은 대부분이 덩치가 산만했기에, 그 눈물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아아……. 마탑 마법사도 아니고 학생의 신분인데 이런 책임감을 보여주시다니……. 정말 감복할 따름입니다.”
“이왕 온 김에 깔끔히 하는 것이 뒤탈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저흰 출발해볼게요!”
“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덩치는 크면서 마음씨는 여린 사람이다.
넷은 출발을 위해 방에서 차례차례 빠져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문을 닫아야 할 라제나는, 뒤로 손을 뻗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면서 스쳐 지나갔다.
물기로 젖어있던 눈가가, 갑자기 메말라가는 모습이.
***
그렘린 왕국을 둘러싼 퍼시벌 산맥.
북쪽에 있는 수많은 산맥 중 하나다.
그렇기에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허나 북쪽에 얼마 없는 왕국들이 근처에 둔 산맥인 만큼, 인간에게 이점이 많은 곳이었다.
“눈이 많이 왔는데도, 산길이 아직 살아있어!”
“길 주변에 나무들이 두꺼워서 눈을 어느 정도 막아줬나 보구나.”
“이렇게 두터운 나무면 하나만 잘라도 몇십 가구가 따뜻히 살겠는데?”
나무 기둥이 두꺼워서 눈 때문에 젖을 일도 없다.
튼튼한 건 또 기본이라 집을 지을 때도 이런 원목들이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점을 준다는 건, 토착 괴물들에게도 이점을 준다는 것.
인간이 살만하다면 괴물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엘런은 말했다.
“이 길로 쭉 가다가 옆으로 돌면, 가장 가까운 은거지가 나와.”
“좋아좋아! 얼른 가서 박살내자구!”
“근데 카르디아여.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엉? 왜?”
“공성전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본래 수성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듯이 괴물들도 그럴 것입니다.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했을 테니까요.”
카르디아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이더니, 이내 자기 방식대로 이해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 5할은 먹고 들어간다는 거지?”
“……바로 그겁니다.”
그러나 정말 카르디아의 말대로 똥개조차 제집에선 5할을 먹고 들어간다.
그러니 이쪽은 그 5할마저 빼앗으며 싸울 것이다.
“돌로레스 교수님 수업 중에, 설산 지역에서 만들 수 있는 포션 목록. 기억나?”
“죄송합니다. 포션 제조법은 제 주력이 아닌지라.”
“쩝. 나두.”
“나는 알고 있느니라.”
“그걸 활용하자.”
물론 여기서 그거라고 하면 시에나 혼자 알아듣는다.
그러나 두 명만 있어도 괜찮았다.
이 포션은 많은 양의 재료도, 많은 양의 용액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시에나. 너 간이 포션 제조 기계 들고 다니지.”
“당연하다. 최근에 돌로레스 교수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인데, 아주 쓸모가 넘치니라.”
“잘됐네.”
“근데 무슨 포션을 만드려는 거야?”
아, 제일 중요한 걸 말 안 할 뻔했다.
졸려서 거의 잠결에 들었던 포션과 그 레시피 중, 몇 안 되게 엘런의 흥미를 끌었던 포션.
몇 개만 만들어도 아주 톡톡한 효과를 보여주는 포션.
심지어 이런 설산 지대에서도, 제작자의 손재주만 받쳐준다면 만들기 쉬운 포션.
“이름은 눈폭탄 포션이야.”
***
첫 번째 은거지.
애초에 이런 설산 한복판에서 산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아무것도 없는 설원이면 그게 더 고된 생존이다.
괴물들은 생존 본능이 뛰어났다.
어디 있어야 오래 살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런 데에는 이런 동굴만 한 게 없다.
바람을 막아주고 눈도 막아준다.
자연이 만들어준 집 그 자체라 할 수 있었고 편안한 생존이 가능했다.
카르디아는 눈도 좋게 하얀 바닥에 떨어진 하얀 털뭉치를 발견했다.
“예티네.”
“덩컨 교수님의 수업에서 싸워본 적 있습니다.”
“저기 동굴에 있는 것 같구나.”
시에나의 눈 끝이 저 너머에 있는 동굴에 닿았다.
동굴은 입구부터가 무척 넓었다.
보통 동굴의 입구로 무리의 크기를 짐작하는데, 이 정도면…….
“수십 마리는 있겠는데?”
“그래서 이걸 들고 온 거잖아.”
엘런은 품에서 새하얀 포션병을 꺼냈다.
그 안에 든 용액은 우유처럼 하얗고 샤베트처럼 사그락거렸다.
“그럼 이제 가볼…….”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동굴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쯧. 왜 지금 나오는 거야.”
엘런은 혀를 차며 몸을 낮췄다.
동굴에 있던 예티 몇몇이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허공에 코를 박아대는 게,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지금 우리 냄새를 맡은 거야……?”
“예티에게 이 정도의 감지 능력이 있다곤 들은 적 없느니라.”
“이곳에서 동굴까진 100M가 넘게 떨어져 있습니다. 저희가 아니라 다른 사냥감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게 가장 정상적인 생각 같긴 한데,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니까.”
엘런은 저 멀리 있는 예티를 눈여겨보았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예티의 변화는 눈에 띄었다.
이전에 정상(?)적인 예티를 보았다면 충분히 알아챌 만한 변화였다.
“키도 머리 하나는 더 커졌고, 덩치도 장난 아니게 비대해졌어.”
“발톱도 이상합니다. 원래 예티의 손톱은 사람처럼 뭉툭한데, 지금은 야수처럼 길고 날카롭군요.”
“개체수 증가와 같은 이유이려나?”
“그렇다 봐야겠지.”
그 이유는 이제부터 밝혀야 한다.
벌떡-
엘런은 눈에서 몸을 일으켜 언덕을 내려갔다.
눈이 단단하게 쌓여서 발이 빠지는 일도 많지 않았다.
“야, 야! 엘런! 그렇게 막 내려가기야?”
“우리도 어서 가자꾸나.”
“그래야겠습니다. 이미 예티가 저희를 본 듯하니.”
제 이마를 탁하고 친 카르디아는 눈을 파바박 내려왔다.
“하여간 저놈은 어쩔 때 보면 나보다 더 무대포라니까?”
제일 먼저 달려 나간 엘런은 당연하게도 예티와 가장 가까워졌다.
동굴 밖으로 나와 적들을 감지하던 예티는 제 발톱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다.
예티의 수는 총 일곱.
“가까이서 보니까 니네들 장난 아니게 크구나.”
하지만 덩치 큰 놈들은 여태까지 수없이 상대해봤다.
학교를 입학한 게 반년밖에 안 됐다는 것이 안 믿길 만큼 말이다.
[그림 리퍼 – 산탄형]터어엉-!! 터엉-!!
그림 리퍼가 오랜만에 불을 뿜는다.
최근에는 방아쇠를 당길 일이 잘 없었다.
기계는 쓰다가 안 쓰면 낡는다지만, 그림 리퍼는 그런 일이 없었다.
키르르르륵-
“……뭐야. 이놈들.”
산탄형으로 수십 개의 총알을 몸에 처박았는데.
쿠우웅-!!
예티의 손이 바닥을 거세게 찧는다.
조금 전까지 엘런이 있었던 자리다.
가슴팍이 피투성이인데도 공격을 날릴 기운이 남아 있던 건가.
“지근거리에서 이 총알을 맞고 살아남은 놈은 별로 없었는데.”
그 별로 없었던 놈들은 하나같이 괴물들이었다.
진짜 ‘괴물’들.
“그렇게 혼자 치고 나가면 우린 뒤만 따라가냐!”
“엘런이여. 예티는 어떠하냐.”
“가죽이 말도 안 되게 두꺼워. 자체 회복력도 변종 트롤 수준이고.”
엘런은 방금 자신이 총알을 때려 박았던 예티의 흉부를 보았다.
털이 피로 붉게 얼룩지긴 했지만, 더 이상의 피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피는 멎었어도 피 냄새는 끊이지 않고 퍼지는 법.
구르르르르르-
동굴 주위가 옅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엘런! 동굴 안이 심상치 않아!”
“나도 그렇게 보인다.”
“엘런이여! 일단 눈폭탄 포션이다! 동굴의 입구를 틀어막는 게 우선이니라!”
시에나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동굴에 있는 예티의 증원이 온다면, 그거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원래는 여기 예티들을 순살하고, 여유롭게 사냥을 시작하려 했는데 다 글러 먹었다.
“던지자.”
“던져! 던져!”
슈우욱-! 슈욱-! 슈욱-!
주먹만한 포션병들이 포물선을 둥글게 그리며 입구로 날아간다.
연약한 유리는 눈과 닿아도 와장창 깨졌고, 포션은 제 이름 그대로 폭발했다.
퍼어어엉-!! 퍼엉-!!
퍼어엉-!! 퍼어어엉-!!
눈폭탄 포션의 원리는 순식간에 방대한 양의 눈더미를 상대에게 쏟아붓는 것.
불시에 습격당한다면 그대로 압사당할 수 있는 위력의 포션이었다.
그런 포션 세 개가 모이니, 넓어 보였던 동굴의 입구도 순식간에 막혔다.
“하하하하핫! 맛이 어떠냐!”
쌤통이라는 듯 카르디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 약 오르는 표정과 말투에 대답한 건, 두세 개의 산 뒤에 있는 누군가였다.
크와아아아아아-!!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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