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6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66화(266/354)
#266화. 파견 임무(3)
크와아아아아아아-!!
맹수의 울부짖음이었다.
산맥을 진동시키는 포효였다.
그러나 강한 진동은 눈으로 가득 찬 산 위에선 재앙의 신호탄이다.
드드드드드드득-
“바, 바닥이 점점 아래로 밀리고 있어……!!”
“눈사태입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지면.
발을 단단하게 받쳐주었던 새하얀 대지는,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비스켓처럼 쪼개져 나갔다.
쿠워어어어-!!
예티가 있던 쪽은 이미 무너져서 쓸려나간 지 오래였다.
저 정도면 동굴 안으로도 눈이 밀려들어 안쪽에 있는 놈들은 모두 압사했을 것이다.
“쉽게 놈들을 해결한 건 좋은데, 이건 문제네.”
“에, 엘런! 뒤에!”
“알아.”
쩌저저저저저적-!!
눈의 파도가 얼음 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파도 다음에 오는 해일이다.
이건 맛보기에 불과했고, 곧 진짜가 온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어떤 커다란 소리도 아니고, 그저 무언가 밀려닥쳐 오는 굉음이다.
“젠장……!! 몸을 피할 바위도 안 보여!”
“마법은 엿 바꿔 먹었냐? 모두 눈사태 방향으로 쉴드를 최대한 전개해.”
“아아! 그런 방법이……!”
“떠들 시간 없습니다! 이제 정말 코앞…….”
라제나는 하던 말도 멈추고 마법 전개에 들어갔다.
쉴드는 무속성 마법 중에서도 가장 처음 배운 것과 다름없는 기초다.
그만큼 무수히 사용했고 숙련도도 자연스럽게 끌어 올랐다.
무속성 마법은 마법사의 창의력을 가장 방해하지 않는다.
되려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쉴드를 최대한 밀도 있게 중첩시켜야 해.”
쿠와아아아아아아아-
엘런의 쉴드가 눈사태를 정면에서 틀어막는다.
그의 쉴드는 범선의 대포도 막을 수 있을 듯이 두꺼웠다.
그러나 육신이 타고난 빙속성이 발목을 잡는다.
“누, 눈사태가 얼고 있어!”
“이러면 무게만 늘어나. 라제나. 네가 내 겉면을 감싸줘야 한다. 속성은 짜 넣을 수 있지?”
“물론입니다.”
화르르르르르-!!
라제나는 화속성 마법사다.
빙속성 마법인 엘런과 상극이지만, 그건 두 속성이 정면에서 부딪쳤을 때의 얘기였다.
숙련된 속성 사용자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되려 도움도 줄 수 있었다.
불의 방패가 엘런의 쉴드를 겉돌며 열을 끌어올렸다.
냉기와 열기의 비율을 맞춘다.
그러면 해동도 냉동도 되지 않는 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
“좋습니다. 이제 얼지 않는군요.”
“으아아아! 옆에서도 밀고 들어온다!”
“이건 내가 막겠느니라.”
“그럼 이쪽은 내가!”
넷은 뒤를 제외한 삼면을 쉴드로 틀어막았다.
그 뒤로 몇 분간을 정말 꿋꿋하게 버텼다.
머지않아 엘런의 나머지 한 손이 천장마저 틀어막는다.
이미 하늘은 빌어먹을 눈더미에 가려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게 뭐야! 이건 그냥 4인용 무덤이잖아! 마법사라 관은 쉴드로 짠 거야, 뭐야!”
“카르디아여. 일단 우리 둘이 뒤도 막아야 한다.
“망할!”
천장이 막혔는데 뒤라고 무사할 리 없다.
분명 눈은 앞에서 쏟아지는데 왜 뒤도 지랄인가.
산은 그동안 쌓였던 눈을 한 번에 덜어낼 것처럼, 앞으로도 한동안 눈의 해일을 일으켰다.
***
파악-!
“푸하아아!!”
눈을 뚫고 카르디아의 얼굴이 삐죽 솟아오른다.
그녀는 참았던 숨을 내쉬며 아직 밑에 있는 셋을 끌어올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겨우 빠져나왔군요.”
“이것도 라제나의 화속성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생매장당할 뻔했느니라.”
“근데 눈사태는 왜 터진 거야? 아까 그 울음소리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또 그 울음소리의 정체는…….”
“극빙호의 울음소리겠지.”
소리가 들린 방향도 지도와 똑같다.
그와 더불어 이 정도의 포효를 지를 수 있는 존재가 신수 말고 또 있을까.
만약 그랬다면 인간은 괴물의 공포에 지금보다 훨씬 웅크렸을 것이다.
“근데 여긴 어디야? 눈사태로 지형이 다 바뀌어서 지도를 못 쓰겠어!”
“대신 기준점은 있잖아. 목소리가 울린 방향을 중심으로 하면 돼.”
기억은 알고 있다.
지도에 그려져 있는 붓질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포효가 저기서 울렸으니까, 은거지들은 저쯤 있겠네.”
“오오! 살아있는 지도가 따로 없잖아?”
“근데 엘런이여. 아무래도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옆에 선 시에나가 포효의 진원지와 은거지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눈사태에서 빠져나오며 처음 위치와는 많이 달라졌느니라. 그러니 정해진 루트로 가는 건 포기해야 할 듯싶다.”
“그래야겠지.”
“그러니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뭐, 뭔데! 나만 몰라?”
상대적 열등생을 위해 라제나 히로가 나섰다.
그는 조금 전 시에나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길을 그려냈다.
“포효가 난 방향을 지나치면 은거지까지 단숨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빙호와 마주칠 확률이 높겠죠. 만약 돌아간다면 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흐음, 아주 지랄 맞은 상황인데?”
“상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맞는 말이니라. 그래서 엘런이여. 넌 뭐가 더 좋은 길 같느냐.”
엘런은 가벼운 팔짱을 끼며 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까의 포효는 아직도 귀를 울렁이게 했다.
그럼 당연히 병사한 건 아닐 테고.
하지만 극빙호와 마주치기 싫어 산맥을 넘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럼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일주일짜리 임무인데 걷는 데만 이틀을 소비할 순 없지. 극빙호가 있는 곳으로 간다.”
“좋았으!! 역시 엘런이야! 아주 화끈해!”
“가다가 극빙호와 마주치면 교전하실 겁니까?”
“하겠냐? 죽어라 튀어야지.”
평소라면 황가는 도망치지 않는다고 했을 시에나도, 옆에서 고개를 작게 주억인다.
옳은 판단이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물론 라제나도 신수와 싸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라제나는 엘런과 같이 태산 베헤모스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했다.
어쩌면 저 수면 아래에 있었던 베헤모스보다 더 커다랬다.
앞으로 그런 존재와 마주칠 수도 있다.
아니, 마주치게 될 것이다.
신수쯤 되는 존재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인간을 감지 못할 리 없으니까.
엘런은 말했다.
“저기 눈 위로 뭐가 삐져나와 있는데.”
“예티의 손인 듯합니다.”
“떠밀려서 여기까지 내려왔나 본데?”
“흐음.”
쑤욱-
“에, 엘런이여. 그걸 왜 꺼내 보는 것이냐.”
눈 위로 뻗은 예티의 마지막 발악.
엘런은 그 손을 잡고 끌어올려 눈 위에 눕혔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그게 뭔데?”
“그냥 아까 얘네들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치유력도 그렇고, 부딪쳤을 때 느낌도 그렇고 뭔가 익숙하달까. 너흰 못 느꼈어?”
뒤에 있는 셋은 공감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고,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넘어갔을 것이다.
세 명이 아니라고 하는데 굳이 직감을 밀고 나갈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엘런에겐 근거가 있었다.
완벽한 기억력.
흠잡을 데 없는 기억력이 예티와 과거의 기억이 유사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그게 곧 정답이다.
쑤우우욱-
엘런의 손날이 예티의 배를 갈랐다.
가죽이 두껍다고 하나 저항 하나 못하는 시체를 베는 건 쉬운 일.
“야, 야! 그러면 내장 쏟아지잖아! 늑대 무리만 불러올걸?”
“쏟아질 내장이 없는데.”
“어, 엉? 뭐야, 이거?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나도 보고 있느니라.”
예티의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내장이고 나발이고 심장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죽어 있던 놈이다.
“네,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의 소행인 거야?”
“아닙니다. 네크로맨서는 구태여 귀찮게 내장을 빼두지 않습니다. 빼나 안 빼나 시체 냄새는 똑같이 날 테니까요.”
“맞아. 그리고 네크로맨서였다면 고스트 타운에 살았던 우리가 몰라볼 리 없어.”
“그럼 대체 무엇이냐. 짐작 가는 이유가 있는 것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답은 항상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는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리가 겪은 비상식적인 일의 소행은 전부 그놈들이었잖아.”
“……그 말은 설마, 마경의 사제들? 그놈들이 여기 있다고?”
“그래. 마경의 기운은 안 느껴지지만, 역시 베시미아를 만났을 때와 느낌이 같아.”
시에나는 턱을 괴며 저 아래의 진원지와 은거지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상황이 좋지 않구나. 괴물들의 개체수 증가와 폭력성의 증가가 사제들의 짓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린 그 사제들을 토벌해야 한다.”
“그럼 구태여 은거지로 가지 말고 사제들의 흔적을 수색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길은 바꾸지 않는다.”
“짚이는 게 있으십니까?”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의 목적은 우리가 가는 길에 있어.”
눈사태에서 빠져나오고 정했던 루트.
그 루트는 극빙호와 마주치더라도 빨리 움직여 은거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시에나가 고개를 퍼뜩 돌리며 엘런의 생각을 눈치챘다.
“엘런 너는 사제들의 목적이 극빙호라고 생각하는 것이구나.”
***
크와아아아아아아-!!
공기를 찢을 것처럼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
민간신앙에선 신으로도 등장하는 괴물의 포효다.
털은 새하얗고 눈은 시퍼런 것이, 보기만 해도 영엄한 광경을 연출한다.
또 몸집은 어찌나 큰지, 당장 옆에 있는 나무가 잡풀로 보일 정도다.
네 발로 땅을 짚고 일어서면 웬만한 영지에도 담기 힘들 덩치였다.
사람들은 이 백호(白虎)를 신수, 혹은 극빙호로 지칭한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추앙을 받는 백호는, 지금 무릎 꿇려져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극빙호는 목젖을 거칠게 긁으며, 자신보다 더 하얀색의 로브를 입은 자들을 내려다봤다.
분명 모습은 인간이다.
하지만 냄새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팔다리가 전부 달려있다고 인간이라면 원숭이도 인간일 것이다.
그러니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사지와 목이 결박된 극빙호.
그 앞에 선 로브인들은 후드의 어둠 속에서 입을 열었다.
“궁금해지려나. 이 짐승을 맘대로 움직이면 어떨지.”
후드 안에서 들려온 어색한 말투의 목소리.
옆에 있던 로브인이 몸을 확 돌리며 다그친다.
“말하지 말라고 한 대사제님의 말씀을 잊었나. 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간의 몸으로 하는 언어가 익숙지 못하다.”
“하지만 답답해지려나. 계속 말을 안 하는 것도 힘들지 않아지려나.”
“…….”
단순히 대화하는 것인데도 피곤함이 올라온다.
얼른 여길 뜨고, 이 신생아하고도 멀리 떨어지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 극빙호를 마경으로 데려가야 한다.
“‘문’의 준비는 어디까지 됐지?”
“거의 다 됐지 않으려나. 근처 왕국 인간들과 예티로 연료 충족을 많이 했으려나. 그래서 동료를 심어둔 거 아니려나.”
“시체는 잘 처리했겠지.”
이상한 말투의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봤다시피 잘 처리했으려나. 예티는 인형으로 만들어서 교란까지 하고 있으니, 인간들의 눈치를 돌려주지 않으려나.”
“알겠다.”
“그보다 말하지 말라면서, 말 계속 시키지 않으려나.”
“……하아.”
최근 종족이 번식에 성공하게 된 건 아주 기쁜 일이었다.
이젠 죽음만이 유일한 게 아니었으니까.
탄생이라는 시작점도 생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점은 지금 보다시피 꽤나, 아니 아주 많이 이상했다.
허나 싸가지는 없더라도 능력 하나는 출중하다.
번식은 본래 진화와 함께한다.
마경과 진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
번식에 성공하면서 새로 나오게 된 신세대는 전세대보다 훨씬 우월했다.
그래서 저리 대꾸해도 이쪽은 잠자코 있어야 했다.
아직 신세대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구세대보다 강한지.
약점을 보이면 먹힌다.
등을 보이면 기습당한다.
“할 거 없으면 나가서 동물이나 더 사냥해와라.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생명력도 이제 곧이니까.”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으려나.”
“그게 무슨 소리냐.”
사제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무언가 저 위에서 반짝인다.
별? 그럴 리는 없다.
지금은 태양이 훤한 대낮이니까.
하지만 분명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나아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마치 혜성처럼. 별똥별처럼. 화살처럼.
콰아아아앙-!!!
예리한 창날이 바닥에 내다 꽂힌다.
그 창날은 뭐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는 살점을 관통하며 지면마저 뚫어버렸다.
창대가 대지에 반치쯤 박혀 있다.
사제의 몸은 머리부터 등 뒤까지 완전히 꿰뚫려, 그 눈만 멍하니 뜬 상태다.
“죽었으려나.”
이건 말투가 아니었다.
정말 궁금해서 내뱉은 말이었고, 그 답변은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죽었지.”
“……인간이 맞으려나. 당신 꽤나 강하려나.”
“뭐, 뭐야. 저 새끼 말투 왜 저래?”
“나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전에 만났던 이들과는 뭔가 다르다. 조금 더 깨끗하다고 해야 할까.”
두 명이 있었고, 한 놈은 방금 엘런의 창에 찔려 죽었다.
오리하르콘으로 치유력과 감지력을 없앤 공격이다.
다시 움직일 리 없었다.
“걱정하지 마. 너도 곧 저놈의 뒤를 따라가게 될 테니까.”
“너무 무서우려나. 인간들을 죽이면 된다고 배우긴 했는데, 이리 강한 인간은 본 적 없으려나.”
그의 앞에 있는 건 네 명이었다.
허나 직접 양 눈으로 직시해야 할 존재는 단 하나였다.
“당신은 구세대들이 떠들던 그 인간이려나. 베시미아 1급 사제님을 죽였다던.”
“그래서 뭐 어쩌란 거냐.”
“나는 그분이 남겨두었던 힘을 원료로 태어났으려나. 즉, 나는 그분의 자식.”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온다.
늘상 하늘거렸던 머릿속이 달군 철을 때려 박은 것처럼 묵직해진다.
“오호라, 이것이 분노와 복수심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후의 감정도 느껴보고 싶다.
“복수의 대상을 죽이고 난 이후의 허탈감과 쾌감. 너로 인해 그걸 느껴보고 싶달까나.”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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