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6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67화(267/354)
#267화. 파견 임무(4)
엘런은 오리하르콘 완드를 꺼내 들었다.
사제가 뿜어내는 마경의 기운도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상한 말투의 사제가, 지금까지 봐 왔던 사제들과는 뭔가 다르단 걸.
“좋아!! 그럼 내가 먼저 선빵을……!”
“우린 분담한다.”
“으으윽!”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카르디아의 다리에 제동이 걸렸다.
출발 직전에 겨우 멈춰선 그녀는 다시 엘런을 돌아보았다.
“분담?”
“저 사제는 나 혼자 상대한다.”
“엘런이여. 그건 너무 위험하느니라.”
“그 사이에 너희는 극빙호를 풀어줘.”
“……우, 우리가 훨씬 더 위험해 보이는데?”
말 한마디로 임무의 난이도가 천지차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둘 모두 살아남기 요원한 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사제는 기다란 소맷자락을 걷어 손을 드러냈다.
“좀 더 넓은 자리를 원한다면, 날 따라와도 좋으려나. 함정 같은 건 없으려나.”
“…….”
없으려나?
함정이 없다는 건지 함정의 유무를 자신도 모른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엘런은 그 사제를 따라나섰다.
“에, 엘런! 정말 이대로 갈 거야?”
“이게 최선이야. 사제와 페널티 없이 싸울 수 있는 건 아직 나밖에 없으니까.”
“카르디아여. 아무래도 엘런을 보내줘야 할 듯싶구나.”
“도움이 필요하면 신호탄을 쏘십시오.”
엘런은 옅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서 사제를 상대해야 하지만, 딱히 손해 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기 극빙호보다야 사제가 손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역시…….
“손에 있는 작대기. 그게 오리하르콘이려나.”
사제는 숲길을 앞서서 걷다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대답할 의무는 없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질문과 대답은 대화의 기본이지 않으려나.”
“내가 너와 대화를 왜 해.”
“나는 궁금한 게 많으려나.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었으려나.”
“……한 달도 안 됐다고?”
“인간과 우리는 많이 다르려나. 우린 완성된 채로 태어났기 때문이려나.”
산 날이 한 달도 안 된 거라면 이놈은 그야말로 신생아다.
적어도 연 단위는 갈 줄 알았는데.
그러나 한 달 만에 저런 괴물이 튀어나오는 거라면, 인간에겐 썩 유쾌한 소식이 아니었다.
“너흰 어떻게 태어나는 거지?”
“부모의 시체를 밟고 태어나는 것이려나.”
“아까 베시미아가 엄마라고 했지. 그게 그런 이유에서였나?”
“아마도 그러려나. 인간도 자궁에 있던 시절을 기억 못 하듯, 나도 마찬가지이려나.”
턱-
사제의 발걸음이 멈췄다.
숲 한가운데에 난 들판.
시야를 가리는 나무도 없고 적당히 탁 트인 것이 한 판 싸우기엔 적당하다.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려나.”
“응. 나도 마찬가지이려나.”
“그 돌이면 나를 쉽게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호락호락 당해줄 생각은 없으려나.”
공격은 갑작스레 시작되었다.
초월적 권능 대신 앞에서 치고 들어오는 정권(正拳).
사제가 한 공격치곤 허수 따위 없는 직선적인 선공이었다.
후우욱-!!
기다란 소맷자락이 바람에 부딪쳐 펄럭인다.
[쉴드 – 멀린 수식]꾸우우웅-!!
망치로 철판을 내리치는 소리가 일대를 옅게 진동시킨다.
하지만 진짜 진동은 쉴드 앞에 있는 엘런에게 전해졌다.
파르르-
순간 무릎의 힘이 빠질 정도의 충격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막았는데.
이 힘의 전달력은 뭐지?
“아무래도 궁금하려나.”
쩌저저저저적-
쉴드에 생긴 금에서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멀린 수식으로 강화시킨 쉴드가 이리 속절없이 깨지는 걸, 엘런은 오랜만에 보았다.
“비결은 별게 없으려나. 그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려나.”
“그러냐? 근데 어쩌나. 우리 인간은 진화 대신 성장을 하는데.”
터어엉-!!
조각난 쉴드를 부숴버리고 수십 개의 탄환이 분사된다.
마치 분무기를 뿌리듯이 부채꼴로 퍼진 총알.
그 철의 폭우 속에서 사제는 지면을 깡총깡총 밟아댔다.
“이전까지 봐왔던 놈들의 움직임이 아닌데.”
“말했으려나. 우리 신세대는 육체의 이점도 완전히 살릴 수 있게끔 진화되었으려나.”
분명 지근거리에서 쏜 총알이었다.
근데도 사제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홀스터 꺼내는 그 짧은 사이에 먼저 반응하고 몸을 움직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손의 각도로 탄도를 예측했나.
허나 탄도 예측이라면 이쪽에서 손쉽게 박살 낼 수 있었다.
“이것도 피해 봐.”
타아앙-!! 타앙-!!
[체인 – 멀린 수식] [쉴드 – 멀린 수식]튕길게 없다면 만들어주면 그만.
총알은 사방으로 날아갔다.
“어딜 쏘는 것이려나.”
“어디긴. 너한테 쐈지.”
팅-! 티잉-! 탕-! 탕탕-!
누군가 잡고 비튼 듯이 아크로바틱하게 꺾이는 탄도.
총알은 기형적인 궤도를 그리며 사제를 저격했다.
적어도 실린더에 들어가는 개수의 총알만큼을 쐈는데…….
“한 방, 맞아버렸으려나.”
저 새하얀 로브를 녹색으로 물들인 건, 단 하나의 총알이었다.
그것도 관통상이 아니라 작게 스쳐버려 생긴 경상(輕傷)이다.
“인간은 이렇게 싸우는 것이려나. 무척 창의적이려나.”
“칭찬은 고맙다만 이제는 곱게 가라.”
[크레센티아 제2비기 – 진눈깨비] [크레센티아 제3비기 – 습설(濕雪)]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 숲에서 눈이 내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눈이 일개 인간의 손에서 내리게 되는 건 단연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게 무엇이려나.”
“신기하냐.”
“나도 할 수 있으려나.”
“못 할 거다. 정 하고 싶으면 다음 생에는 우리 가문으로 태어나던가.”
말하는 사이에 눈은 벌써 무릎까지 쌓였다.
습설의 영향으로 단숨에 고착화 되기 시작하는 눈은 어느새 늪처럼 질퍽하다.
“대신 이건 할 수 있으려나.”
사제가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었다.
총구 역할을 하게 된 검지는 그 끝을 엘런에게 겨눴다.
“타앙.”
무언가 번쩍한다.
벼락처럼 순간적인 번쩍임이었다.
음험한 빛깔의 자색은 그의 미간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 주변은 진눈깨비의 영향으로 크레센티아의 음기가 잔뜩 들어찼다.
음기 안에서 크레센티아의 신체 능력은 크게 올라간다.
후욱-!!
엘런은 의식이 생각할 새도 없이 고개를 틀었다.
주르륵-
그럼에도 검붉은 핏물이 이마에서 떨어져 내렸다.
얼굴 한쪽이 뜨겁다.
“어떠려나. 조금 놀랐으려나.”
“……날 따라 한 거냐.”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려나.”
“그럼 네 부모를 따라 해야지. 왜 날 따라 하는 거야.”
엘런은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머리에서 피 좀 났다고 멈춰있을 여유는 없었다.
당장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건 크레센티아의 비기와 완드가 유일하다.
그러나 완드는 체력과 정신력을 대량으로 빼먹는다.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이 싸움에서 체력은 중요한 재산이었다.
‘그렇다면 음기로 최대한 버틴다.’
[크레센티아 제1비기 – 빙살(氷殺)] [크레센티아 제4비기 – 설표(雪豹)]크레센티아의 비기는 손에 익은 지 오래다.
한 번에 두 개씩 세 개씩 펼치는 것도 괜찮아졌다.
주변에 쌓인 눈으로 구축된 새하얀 표범이 앞발로 사제를 내리찍었다.
바닥은 이미 습설로 찐득해져 발 하나 빼기 어려운 땅이다.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 사제는 피하지 않았다.
“타앙.”
퍼어어어엉-!!
표범의 앞발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대체 검지에서 뭘 쏘는 건지 모르겠지만, 위력도 속도도 대단했다.
가장 순수한 마경의 기운 같은데, 어쩐지 오리하르콘의 힘과 비슷해 보인다.
둘 모두 대자연이 근본이라 그런 걸까.
“타앙. 탕. 탕탕탕.”
본래 소음이 없어야 할 에너지 총격음은 입으로 대체되었다.
목소리는 목소리대로 힘이 빠져 긴장감이 절로 뚝뚝 떨어진다.
“……그 입 좀 닥치지?”
“싫으려나.”
“아니면 곱게 죽으라니까.”
“그건 더 싫으려나.”
분명 땅은 발 하나 빼기 힘들 정도로 질퍽해졌다.
근데도 빙살의 얼음 칼날은 사제를 벨 수 없었다.
역시 극빙호를 저리 포박해둔 건 이놈이 맞다.
단순한 육체의 힘만으로 다리를 눈 속에서 빼내 공격을 회피한다.
그 기동력은 여기가 평지인지 설원인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이것까지 꺼내게 만드네.”
처억-
아공간에서 동그란 금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금색 동공과 사제의 후드 속 눈이 자연스레 마주친다.
“어어.”
후두두둑-
단말마와 함께 사제의 육신은 회색빛 돌로 변했다.
하지만 엘런은 웃을 수 없었다.
“……이게 뭐야.”
털썩-
저도 모르게 눈 위로 무릎이 꿇려졌다.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다.
동시에 체력과 정신력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게 느껴진다.
그 공허함이 머릿속에서 웅웅거릴 정도로, 금안은 엘런의 힘을 우악스럽게 잡아 뜯어갔다.
“저놈을 돌로 만드는 데 드는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거냐.”
그럼 적어도 확실하게 죽였어야지.
부들부들-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딱딱한 돌이 되어버린 육신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
팔이고 다리고 사방에 금이 가고 있었다.
금안의 힘에 저항하고 그 저항이 점점 먹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아직 엘런에게 있었다.
“어차피 보는 눈도 없는데, 이거라고 못할까.”
[특질 – 강제 빙의]가엘이 곧장 사제의 몸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여느 때처럼 부드러운 빙의였다.
결리는 것도 없고 방해하는 것도 없는 편안한 빙의였다.
……뭔가 이상하다.
“왜 이렇게 편하지?”
원래 고양이에게 빙의해도 약간의 거슬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헌데 마경의 사제라는 비밀스러운 존재에게 빙의를 시도하는데 아무런 방해가 없다?
마치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어떤 모종의 통로를 지나는 것 같이, 엘런은 어딘가로 통과되었다.
나아가 그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후욱-!!
―엘런은 사라졌다.
***
극빙호의 꼬리가 사방을 내리친다.
분명 호랑이는 꼬리로 공격하는 동물은 아니지 않았나?
그럼에도 저 거대한 덩치는 모든 비상식을 가능케 했다.
쿠우웅-!! 쿠웅-!!
우지끈-!! 꽈지지직-!!
꼬리와 부딪치는 나무들이 사정없이 꺾여나간다.
카르디아는 어금니를 꽈악 깨물며 앞에 있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야아!! 언제 끝나는데! 나도 이 꼬리 맞으면 한 방에 후욱 간다니까!”
“사슬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영 쉽지 않습니다.”
“좀만 더 힘내보거라.”
“아오!!”
저것들 아주 남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카르디아가 시선을 끄는 사이 사슬을 부수기로 했던 시에나와 라제나는 난항을 겪고 있었다.
“대체 뭐로 만든 건지 부수기가 힘듭니다. 이런 속도로 언제 사지를 다 푸는지.”
“손 하나만 풀어줘도 나머지는 극빙호가 알아서 풀어낼 것이니라. 우린 하나만 제거하면 된다.”
“그 하나도 무척 힘듭니다. 흐으읍!!”
숨을 거칠게 들이마신 라제나가 두꺼운 사슬 위로 검격을 내리쳤다.
그 불타는 새빨간 검격은 강철쯤이야 그냥 녹일 고열이었다.
근데도 사슬에선 불똥이 튀어 나갈 뿐 흠집 약간이 전부였다.
“어떤 다른 방법을 강구 해봐야 할 듯한데.”
“만약 이게 수갑 같은 거라면 혹시 이걸 푸는 잠금장치가 있지 않을까요.”
“잠금장치? 흐음, 혹시…….”
시에나는 조금 전에 엘런이 창으로 꿰뚫어버렸던 사제에게 다가갔다.
사제는 아직도 바닥에 꽂힌 창대 탓에 쓰러지지도 못하고 추욱 매달려 있었다.
그 품으로 손을 넣어본다.
그러니 무언가 잡히는 게 있었다.
“찾은 듯하구나.”
“모양이 기괴하긴 하지만, 분명 열쇠처럼 생겼습니다.”
“카르디아여! 우리가 열쇠를 찾았느니라!”
“그럼! 빨리, 풀…… #$*&;^!!”
콰아앙-!! 콰앙-!!
굉음이 그녀의 목소리 위로 덮인다.
뭐라 하는진 모르겠지만 대충 사슬을 풀라는 소리 같았다.
시에나는 손에 열쇠를 쥐고 사슬에 다가가 맞는 구멍을 찾아보았다.
“여깄구나.”
“열쇠를 맞추고 나면 곧장 뒤로 몸을 던지셔야 합니다. 극빙호의 시선을 카르디아가 끌어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뭘 예상하기 힘드니까요.”
“알고 있느니라. 또 우리는 극빙호를 풀어주고 곧장 엘런을 지원하러 갈 것이다.”
철컥-
촤르르르르르-
한 번의 손짓으로 극빙호의 왼발을 묶고 있던 사슬이 떨어져 나갔다.
“모두 신수에게서 떨어지거라!!”
“크윽!”
“우아아악!”
셋은 나무 뒤든 수풀 속이든 되는대로 몸을 던졌다.
극빙호는 발 하나를 푼 걸 시작으로 모든 속박을 끊어나갔다.
아무리 검을 내리쳐도 안 부서지던 게, 거센 몸부림 한 번으로 산산조각 난다.
크와아아아아아-!!
거칠게 포효한 극빙호는 그대로 사라졌다.
“좋다. 이제 엘런에게 가자꾸나.”
허나 사라진 게 극빙호 뿐만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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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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