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7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72화(271/354)
#272화. 파견 임무(9)
“……이게 뭐야.”
코어로 주입되던, 주입되는 줄 알았던 음기가 밖으로 줄줄 샌다.
애먼 허공에 방출해버린 꼴이 된 음기는 눈꽃으로 변해서 바닥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조금은 들어간 건가?”
코어의 상태가 이전과는 살짝, 아주 살짝 달라졌다.
원래라면 코어에 크레센티아의 음기를 계속 부어서, 수속성이 아니라 빙속성으로 만들려 했는데.
이 녀석, 코어 힘이 장난 아니다.
“다른 힘을 받아들이기엔 네 에고가 너무 높다는 거냐?”
묻는다고 대답이 들릴 리는 없었다.
[그래.]대답이 들렸다.
그 짧은 한마디에 엘런은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말을 할 줄 아는 거야?”
[내 코어와 연결한 자에게 한정으로.]“대단한데?”
[고작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걸로 놀라면 곤란하다만.]“흐음, 그렇겠지. 내가 너를 얻는 과정에서 얼마나 생고생, 개고생을 했는데 여기서 멈추면 섭하지. 말동무야 썩어 넘칠 만큼 있거든.”
당장 아공간만 봐도 매일 세 시간씩 이쪽 몸을 얻어쓰는 분이 계시다.
일종의 룸메이트였지만, 눈앞에 골렘은 그에 버금갈 만큼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해 보였다.
“먼저 이름이라도 지어줄까?”
[필요하다면.]“계속 골렘, 골렘 이러는 것도 이상하니까.”
말을 할 줄 모른다면 상관없는데, 이제 와 보니까 녀석은 생명체와 다름없었다.
굉장히 희귀한 원석을 재료로 하는 골렘은 전부 이런 걸까.
엘런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고민하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라텔. 어때?”
[이름의 뜻을 묻고 싶다.]골렘, 아니 라텔의 질문에 엘런은 잠시 턱을 괴었다.
어떤 뜻이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건 그저 어떤 의미에 불과했으니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를 목숨 바쳐 지켜주던 기사의 이름이야. 너도 그 기사만큼 강해지고 나와 같이 싸워줬으면 해서.”
[너는 나의 정통한 주인. 재능, 혈통 모든 게 충분. 다만 말해둘 것이 있다.]“질문 전에 말대꾸해서 미안한데, 그전에 잠깐.”
엘런은 라텔의 말을 끊고 그에게 되물었다.
“네 말대로 나는 정통한 주인이잖아?”
[그렇다.]“근데 말에서 예의가 안 느껴지네? 나는 엄연히 너의 상사인데 말이야.”
[충성을 넘어 나의 존경까지 바라는가.]“그래.”
일체의 망설임 없는 대답.
라텔은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호오, 뭔데?”
[나와 결투해라.]“하면 어떻게 되고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쿠웅- 쿠웅- 쿠웅-
라텔이 거치대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디뎠다.
3M의 키를 가진 장신에다 거구 답게, 발 한 번 내디딜 때마다 육중함이 느껴진다.
꼭 푸른 성벽에 다리가 달려 움직이는 것 같다.
[만약 나를 결투를 치르고 나를 이긴다면, 그대가 원하는 내 존경을 얻을 수 있을 것. 허나 진다면.]“진다면?”
[그대가 원하는 건 얻을 수 없을뿐더러, 그대를 완전한 주인으로 인정하는 걸 미루겠다.]“그 말은 더 괜찮은 주인이 나타나면 떠나겠단 거냐?”
[정확하다.]“그렇게 둘 순 없지.”
엘런은 몸 상태를 짧게 체크했다.
‘썩 좋지 않네.’
하지만 이 정도는 아공간에 쟁여둔 돌로레스의 포션을 마셔두면 금방 괜찮아진다.
피로 회복 포션도 있고 체력 보충 포션도 있으니,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볼 수 있었다.
음기도 많진 않지만 꽤 있고, 마력 상태도 봐줄 만 했다.
엘런은 여기까지 확인이 끝나자 고개를 주억였다.
“좋아. 해보자고.”
[이곳은 전투에 부적합.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내가 적당한 장소를 알아. 근데 네가 이렇게 커서야 거기까지 이동하는 게 힘들 것 같은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후우우욱-!!
코어에서 일순간 강한 청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텔레포트의 청광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느낌이었다.
해수면 위에 해가 반사되는 듯한 빛이었고, 엘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떴다.
“……이런 기능도 있어?”
엘런은 소매를 걷어 팔뚝을 살펴보았다.
양 팔뚝에 자리한 완갑.
그 색은 골렘과 같이 창백한 푸른색이었고, 답답함 없이 바다처럼 시원한 착용감이었다.
“좋은데? 무겁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고.”
엘런은 완갑 위를 손가락으로 쓸어보며 조금씩 감탄했다.
모르딕이 이런 기능도 넣어준 걸까.
“역시 마탑 대장장이에게 오길 잘했어.”
[잠시 정정하자면 내가 뛰어난 덕이다.]“그래. 네가 뛰어난 덕이지.”
왠지 옆에 시에나가 있었다면, 벌써부터 골렘이 주인 닮는다고 놀려댔을 듯하다.
엘런은 완갑 위로 다시 옷을 덮으며 공방에서 나왔다.
가는 길에 모르딕과 루퍼트를 다시 보진 못했다.
탑주님이 다시 나오신 걸까?
어찌 됐든 깔끔하게 라텔과의 결투를 마무리하고, 이번 파견 임무를 마무리한다.
‘일주일 임무인데 5일은 일찍 끝냈으니까, 좀 놀다 들어갈까?’
이사벨에게 잘 말해두면 보고 일자를 살짝 미뤄서 귀환을 늦출 수 있었다.
하지만 5일을 완전히 땡기긴 힘들 터.
‘이사벨 누나도 사제가 관련된 일을 늦게 보고하는 건 안 되겠지.’
하루, 아니 이틀 정도만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엘런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일전에 벨라와 결투를 치뤘던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이라면 괜찮겠군.]“그렇지? 넓기도 하고, 뭐 부서질 일도 없고. 마침 사람도 없네.”
아마 마탑주의 아래층 방문 탓에 여긴 들어올 틈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허락도 없이 들어온 대련장이었다.
주의가 저쪽으로 쏠린 지금 금방 마무리해야 한다.
엘런은 말했다.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할까?”
슈화아아아-
다시 한번 빛과 함께 등장한 라텔은 대답했다.
[서로 전투 불능이 될 때까지. 혹은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마음에 드네. 무장은 어떻게 할 거야? 잘 찾아보면 주위에 병기가 있을 텐데.”
[병기는 장비하고 있다.]철컹- 처저저저적-
그의 등에서 기다란 양손 검이 등장했다.
평소에는 접혀 있다가 필요시에 원래 길이로 펴지는 건지, 겉에서 볼 때는 전혀 몰랐다.
혹시 다른 무기도 있으려나?
엘런은 작은 궁금증과 함께 고개를 주억였다.
“좋아. 무기는 그 정도면 충분해 보이고.”
라텔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그는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예전에 돌로레스에게서 받은 이것들은 그녀의 손길을 탄 제품들다웠다.
발현 시간과 효과가 동일 제품들보다 발군이다.
“자세를 취해봐.”
라텔이 기다란 그립을 양손으로 단단히 쥐고, 자세를 낮추며 칼끝을 엘런에게 겨눴다.
검극이 이쪽을 가리킨 것뿐인데도 가슴팍에서 뜨거운 감각이 올라온다.
이미 저 기다란 검신에 꿰뚫려 있는 듯한 통증이 폐에서 미약하게 일어났다.
골렘이라 살의도 존재치 않는데,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마법을 준비하지 않는 건가. 병기를 다룰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본래 실전에서는 마법 준비 시간이 없거든. 대련이라고 조건 맞춰서 싸우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지 않겠어?”
[인정한다.]엘런은 왜인지 라텔이 씨익 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투구 안에 진짜 얼굴이 있다면 입꼬리를 틀어 올렸지 않았을까.
[간다.]라텔은 경고 같은 한 마디와 함께 몸을 기울였다.
3M 거체가 기울여진 만큼 무게 중심이 전방으로 강하게 쏠렸다.
허나 그 중심과 무게를 전부 이겨내는 도약력이 지면에서 터져 나왔다.
쿠우우웅-!!
휘오오오오오-!!
포탄 날아오는 파공음이 귀를 소름 끼치게 자극한다.
그 격발음은 저 뒤에 두고 온 듯, 칼끝이 소리소문없이 엘런의 목을 노렸다.
‘처음부터 빡세게 하네. 간도 안 보는 거냐?’
이렇게 항의하고 싶었으나 그것조차 지금 이 순간에는 사치였다.
[메모라이즈] [윈터 골렘 – 프로스트 나이트] [쉴드 – 장착형]엘리스가 선물해준 팔찌.
그 안에 각인된 마법인 메모라이즈.
메모라이즈 속 엘런이 미리 준비해뒀던 마법들.
다양한 갈래의 마법들이 시전 시간도 없이 허공에서 피어났다.
쿠우우우우웅-!!
윈터 골렘이 쉴드 방패로 라텔의 검격을 틀어막았다.
그는 마법으로 만든 골렘을 응시하더니 이내 코웃음 쳤다.
[그래도 나의 주인임을 자칭하는 자가 이런 걸 수하로 부리고 있다니.]“수하라기보단 그냥 하나의 마법인데.”
라텔은 대답 없이 검을 회수하고 지면을 다시 한번 박찼다.
쩌어어어엉-!!
거대한 무게의 질량을 내제한 몸통 박치기.
윈터 골렘은 순간 공중에 부웅 떴다가도 허공에 찔러 들어오는 검극을 놓치지 않았다.
정확히는 엘런이 모두 보고 있었다.
“공중에 있으면 못 피할 줄 알았어?”
언젠가 첫 제자에게도 했던 말이다. 또한 그때와 회피 방법도 비슷했다.
엘런이 손을 뻗었다.
이런 찰나의 순간에서도 끼어들 수 있을 만큼, 재빠른 시전 시간을 가진 무속성 마법.
촤르르르르르륵-!!
배의 닻으로 쓰일 만한 굵기의 쇠사슬이 윈터 골렘을 잡고 방향을 틀어주었다.
“이런 수싸움은 내 장기거든.”
[……오만해하지 마라.]“오만이라기보단 자신감 충만이랄까.”
[…….]“미안. 같이 다니던 애들한테 옮았나 봐.”
요즘은 이런 농이 재밌어.
―낄낄.
엘런은 입꼬리를 비집어 올리며 또 다른 전투원을 전장에 투입시켰다.
[특질 – 강제 빙의]빙의는 구태여 적에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허공에 있던 가엘이 윈터 골렘에게 스르륵 빨려 들어간다.
하수구에 빗물이 빨려 들어가듯 자연스러웠다.
“좋아.”
[이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오? 지금 걸 느꼈어?”
[이것과 그대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런데도…….]윈터 골렘은 제 사지를 잘만 움직였다.
얼음으로 만든 장검을 들고 고드름처럼 뾰족한 끝은 서릿발처럼 차갑다.
“내 사령을 윈터 골렘에게 빙의시킨 거야. 이렇게 하면 나는 컨트롤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
[얕은 수를.]“과연 그럴까나.”
콰아아앙-!!
이번에는 윈터 골렘……의 몸을 차지한 가엘이 선공을 가져갔다.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거리를 좁힌 그녀는 검을 횡으로 힘껏 휘둘렀다.
검술을 가르친 적은 없어 힘에 의지한 베기였다.
그러나 공격을 수행하는 육신이 너무 뛰어났다.
휘오오오오오오-!!
바람을 가르면서 오는 검격이 재빠르다.
지근거리에선 피할 생각조차 못 하게 하는 쾌검.
[…….]검을 방패처럼 세운 라텔은 가엘의 횡베기를 막아냈다.
속도는 윈터 골렘의 몸이 우수하다지만, 힘은 라텔이 훨씬 더 우세하다.
카가가가가가가각-
가엘의 검과 맞닿은 검면을 기울이고 발을 앞으로 뻗는다.
만약 서로가 숨을 내뱉는 존재들이었다면, 그 숨소리가 닿았을 만큼 지근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우면 서로가 검을 쓸 수 없었다.
그러면 몸 단단한 놈이 이긴다.
쿠우우우웅-!!
라텔의 어깨가 윈터 골렘의 흉부로 거세게 부딪쳤다.
짧은 도약 거리였음에도 마차와 부딪친 듯한 충격량이 전신에 퍼진다.
“터프한 녀석일세.”
후두두둑-
윈터 골렘의 흉갑으로 이루어져 있던 얼음이 파편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라텔은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윈터 골렘은 자유의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나는 그 사이에 뭘 해도 상관없단 말이지.”
[매직 스피어 – 투창(投槍)]원래 강도의 매직 스피어였다면 저 장갑을 뚫기란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멀린 수식으로 강화된 창은 바위도 여러 번 쪼개봤다.
허나 지금 그런 짓을 하면 매우 아깝다.
어느새 뒤로 돌은 엘런이 팔을 힘껏 움직였다.
슈오오오오오오-!!
쿠우웅-!!
허공을 가로질러가던 창극이, 라텔의 옆구리 사이로 지나가 지면에 꽂힌다.
[흥. 어딜 맞추는 거냐.]“너의 방심?”
장창에 시선이 집중된 라텔의 반대쪽으로 엘런이 내려앉았다.
[어, 어느새!] [매직 스피어 – 멀린 수식]이번엔 던지는 대신 양손에 움켜쥔다.
손바닥으로 시린 감각이 퍼지고, 그보다 더 시린 창날이 라텔을 향했다.
“갑옷이라지만 목 사이는 못 막지?”
창술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찌르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다.
충분한 힘만 받쳐준다면 이런 거대한 골렘의 목도 누구나 딸 수 있었다.
처억-
엘런의 팔이 멈췄다.
당장 창극의 냉기가 갑옷에 닿을 만큼, 목과 창날의 거리는 가까웠다.
“할 말 있어?”
[인정하겠다. 당신을 진정한 내 주인으로.]“그럼 존칭을 붙여야지.”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을 내 진정한 주인님으로.]엘런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창을 거뒀다.
“이때쯤이면 대화도 다 끝났겠지.”
슈화아아아-
“가자. 라텔.”
[당신의 뜻대로.]골렘이라 그런가 말투도 태도도 손바닥 뒤집듯 휙휙 바뀐다.
다시 라텔을 완갑으로 장착한 엘런은 이사벨의 층으로 올라갔다.
제 누이에게 물을 것이 많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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