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7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78화(277/354)
#278화. 파견 임무(15)
자리에 앉아 있던 탑주는 앞에 선 이사벨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엘런과 그 동료들이 갔던 그렘린 소국은 이미 사제들에게 점령당해있었다? 심지어 그 지역에 살던 신수마저 세뇌시키려 하고 이쪽을 통하는 문을 만들려 했어?”
“마, 맞습니다!”
“참내.”
탑주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사벨의 보고서를 책상 위에 떨구었다.
세부 사항 같은 건 건너뛰고 굵직한 주제만 보아도 정신 나간 사항들이다.
“다른 학파들이 파견 보냈던 마법사들은 어떻게 된 거냐.”
“아직 연락이 없긴 하지만, 일주일 임무였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떠신가요?”
“흐음. 내 생각이긴 하지만. 아니, 이사벨 너도 느끼고 있겠지. 엘런 일행을 제외한 나머지 파견 마법사들은…….”
“전부 죽었을 거란 건가요?”
“그래. 네 남동생은 운이 좋은 편이었어.”
그 말에 조금 전보다 곱절로 놀란 이사벨이 돌풍 속 갈대마냥 흔들거렸다.
무어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동자만 떼굴떼굴 굴린다.
다시 봐도 거짓말은 정말 못하는 여자였다.
“걱정마라. 비밀은 지킨다.”
“가, 감사합니다.”
“네 남동생 덕도 이번 침공에서 만만치 않게 봤으니까. 그 값이라 생각하지.”
“제, 제 동생이 뭘 도와드린 게 있나요?”
“내가 도와달라 했고 네 동생은 도와줬다. 훌륭하게.”
이사벨은 자리를 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에 버금가는 수식의 천재가 필요했다.
다행히 그럴 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고, 탑주는 그자를 옥상에 불러왔다.
“다행히 내 예상이 들어맞았어. 네 남동생은 어린 나이에 정말로 굉장한 천재더군. 크레센티아에 아주 커다란 복이 찾아왔더라.”
“가, 감사합니다아! 밖에서 엘런의 칭찬을 들어보는 건 정말로 처음이에요! 아마 저희 집안에선 제가 가장 먼저 일지도요?”
“뭐, 그런 천재가 뭐 때문에 지금까지 몸을 웅크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크레센티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네네! 말씀하세요!”
마탑주는 과거에 본 듯한 기사를 떠올리며 이사벨에게 말했다.
“크레센티아와 본게일이 연합해서 지방 마경을 처부수고 있다는 소식이 몇 달 전에 있었다. 그거, 아직도 하고 있나?”
“아마도……요?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너무 자주 마경을 들락거리면 무리가 있어서 저희 기사단은 절반씩 교대로 움직이고 있어요.”
“그 연합군. 우리 마탑도 참가한다. 당장 너희 아버지, 게르슐 경께 편지를 보낼 거야.”
“타, 탑주님. 이, 이, 일단 고정하시고 조금 더 생각해보세요. 제가 좀 아는데요. 연합군의 일정은 정말 빡세거든요?”
한 번이지만 연합군과 함께 상급 마경에도 들어갔다 온 이사벨이다.
그 상급 마경에선 정말 마수가 물밑 듯이 쏟아져 내려왔다.
새까만 그림자 안에서 또 새까만 마수가 튀어나오는데, 참으로 여러 번 모골이 송연해졌다.
물론 그만큼 재미는 쩔어 줬지만!
그러나 마탑 마법사를 연합군에 파견하는 건 아예 다른 문제였다.
“마탑 마법사 몇 명으로는 티도 안 날 정도로, 연합군은 이미 강하거든요. 저희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거예요.”
“그럼 큰 도움이 될 만한 마법사를 파견하면 그만이지.”
이미 그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이사벨의 말에서 얻었다.
조금 전 그녀는 크레센티아의 기사단이 교대로 마경에 참전한다고 했다.
“우린 교대할 만한 전력이 열 개나 된다. 이 정도면 아주 널널할 거야.”
“타, 탑주님……?”
“10대 학파의 이번 분기 실적 순으로 순서를 뽑아. 그리고 꼴찌를 첫째로 연합군에 파견하지.”
“하, 학파에 소속된 마법사 전체를요?”
“그래. 마지아가 이런 쑥대밭이 됐는데 명분은 넘치고도 남아. 놈들은 마탑에 서슴없이 침공해 그 영역을 넘봤다.”
목적은 마탑 파괴가 아니라고 했으나 알렉산드라가 없었으면 마탑은 부서졌다.
그게 아니라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제힘을 꺼내야만 했다.
그것만큼은 죽도록 싫었기에, 엘런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알렉산드라를 불러왔다.
마탑은, 탑주는 외부의 도움으로 유지한 탑의 전력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마탑이 왜 마탑이라 불리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이사벨 학파장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후우……. 그럼요! 충분히 알죠!”
“쯧. 잠깐 조용해서 좋았는데. 목소리는 또 왜 올리는 거냐.”
“으으음! 탑주님이 저를 비서로 끌어들이시겠단 말을 취소하시면 목소리 다시 낮출게요!”
“그럼 그냥 계속 올리고 있어라. 이 마탑 안에선 아무리 봐도 너 말고는 적임자가 없어.”
“우으으으……. 그럼 가 보겠습니다아.”
이사벨은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책상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보고는 마쳤다.
허나 아직 탑주의 명령이 남아있었다.
“이사벨.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말씀하세요!”
“네 남동생. 졸업하면 마탑으로 입사시켜라.”
“네, 네?”
“명령이다.”
평소 마탑주의 말이라면 군말 없이 따랐던 이사벨이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저어야 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도 거래를 통해 3년을 이끌어낸 게 전부였는데 마탑 입사라니.
“으, 으음……. 그, 그게…….”
아마 누군가의 평생 숙원으로 해도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상사 앞에서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도 안 될 일.
이사벨은 물 먹은 기계처럼 어버버거리다가 대답했다.
“노, 노력해보겠습니다.”
“가봐.”
“네, 넵.”
이사벨이 나간 방에서, 마탑주는 게르슐을 향한 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연합군에 들어가는 게 놈들을 향한 최고의 복수일 터.
“언제 마경이 인간계로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온 걸까.”
지방 소국은 소리소문없이 마경에 잡아먹혔다.
그 정확한 시기는 아마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적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많은 것에 집중했다가 많은 것을 놓치면 그만큼 뼈아픈 일도 없을 테니.
“이제 황궁마저 마경을 주목하겠어.”
모든 왕국이 제국의 관할 아래에 있는 거나 다름없는 지금, 그들에 대한 공격은 제국에 대한 공격으로 봐도 좋았다.
“슬슬 전면전이 되는 건가.”
대륙에 있는 거물 중 대부분이 마경이라는 하나의 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란의 전조가 조금씩, 조금씩 눈에 보이고 있었다.
마탑주는 약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군 정도의 암투로 끝나면 좋으련만.”
사실 그걸 위해서 마법사들을 파견하는 것이다.
그림자는 그림자로 묻어두고 싶어서.
“두고 보면 알 수 있겠지.”
편지를 전부 작성한 마탑주는 그 편지지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스르륵- 휘오오오-
그러니 종이가 알아서 돛단배 모양으로 접히고, 자연스레 바람을 타며 허공을 부유했다.
대륙이 전쟁의 적색으로 물드는 걸 막아줄…… 미뤄줄 편지였다.
***
오랜만에 즐기는 나태한 생활.
엘런은 멍하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오늘이 평일임에도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알렉산드라가 총장 권한으로, 엘런을 포함한 넷에게 하루라는 쉬는 시간을 줬기 때문이다.
“아아, 너무 좋네. 이게 인생이지.”
최근에는 정말 달리기만 했더니, 이제는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물론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일전에 돌로레스가 얘기했던 대로, 중앙성 앞에는 자루가 하나 놓여 있었다.
자루 속에는 물론 과제가 들어있었다.
“계속 과제, 과제 하니까 과자 먹고 싶네.”
사람들이 떠받드는 장학생치곤 단순하기 그지없는 사고 흐름이었다.
“아, 근데 또 사러 가야 하잖아.”
요즘은 바깥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군것질거리를 새로 채워둘 시간이 없었다.
즉, 먹으려면 나가야 한다.
평소라면 그냥 굶었겠지만, 무섭게 성장해버린 몸은 그와 비례하게 많은 연료를 필요로 했다.
“빨리 갔다 오자.”
어차피 지금은 수업 시간.
원래라면 교실에서 추욱 늘어져 있을 시간이었다.
저벅- 저벅-
계단에서 내려오니 익숙한 얼굴들이 아까 엘런처럼 쓰러지듯 누워 있었다.
“응? 어디 가냐?”
“……너흰 이제 소리소문없이 온다?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으음……. 새벽에 왔다 해야 하나?”
“저희 기숙사보단 역시 여기가 좋아서 저도 모르게 와버렸습니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섭더구나.”
당장 저 뻔뻔한 머리의 뒤통수들을 갈겨버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복수조차 귀찮았다.
머릿속에 있는 건 휴식, 휴식, 휴식, 그리고 또 휴식이다.
“아, 그보다 엘런이여. 선거 결과는 보았느냐?”
“안 봐도 뻔하지.”
“그래. 네가 응원하던, 그리고 내 선생님이신 재스퍼 선배님이 차기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셨다.”
“와아암마. 우리 엘런 줄 하나는 또 세게 잡았네?”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리듯,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짓던 카르디아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혼잣말했다.
“나도 학생회장 선거 나가볼까.”
하지만 방이 워낙 조용해서 그런지 셋은 모두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통일된 의견을 내놓는다.
“무리겠지.”
“힘들어 보이는군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헛된 바람 같구나.”
“아오오!”
한 대 칠 것처럼 손을 높이 든 카르디아였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다.
용병 업계나 전쟁터가 아니고서야 누굴 이끌만한 인물은 되지 못한단 걸.
지휘관과 어느 단체의 리더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보다 엘런이여. 어디 가려 했던 것이냐?”
“과자 사러 간다.”
“그보다 밥을 먹지 않겠느냐. 과자로 배를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 터. 우리랑 밥을 먹고, 과자는 이따 오면서 사는 게 어떠하냐.”
황궁의 인물답게 의견 조율이 아주 훌륭하다.
당장 엘런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조율에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럼 가자고. 너희들이 내 거실에 계속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것도 못 봐줄 일이니까.”
“밥은 뭐 드실 겁니까?”
“평소 사람 붐비는 맛집들 있잖아. 지금은 수업 시간이니까 널널할 거 아냐. 그런대로 가보자.”
“오오! 역시 엘런! 머리 잘 돌아가!”
“그보다 너희들 돌로레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는 끝냈느냐?”
“……출발도 전에 밥맛 떨어지게 할래?”
시에나는 미안하다고 덧붙이면서 이전에 엘런이 해주었던 옥상 얘기로 주제를 돌렸다.
“아까 얘기는 신기했느니라. 탑주님이 엘런 너를 찾으시다니.”
“마탑주는 어떻게 생겼어? 역시 엄청난 노인이려나?”
“그분은 정말 네크로맨서였습니까?”
질문의 파도가 이쪽을 덮쳐온다.
이런 거면 차라리 시에나 혼자서 과제 얘기를 떠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엘런은 식당으로 가면서 대충 대답해주었다.
어차피 질문의 내용 중 대부분은 엘런도 모르는 것이었기에, 설명은 대충 해도 좋았다.
“야야! 그리고 금안의 반대쪽 짝을 찾았다며! 그건 왜 안 보여줘!”
“새로 만들었다던 무기도 보여줄 수 있겠느냐? 아, 이건 실례이니 싫으면 말거라.”
둘 다 못 보여줄 건 없었지만, 전자는 그 또한 궁금했다.
“두 개를 모으긴 했는데. 영 반응이 없네.”
엘런은 손 위에 금안 두 개를 올렸다.
그것들은 손바닥 위에서 구슬처럼 떼구르르 굴러다녔다.
“확실히 뭐가 없긴 없다! 문헌하고 다른데?”
“엘런이여. 이 두 개의 눈을 동시에 써본 적은 있느냐.”
“아직 없지. 괜히 썼다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빈 눈구멍에 이것들을 꽂아넣어야 문헌처럼 되는 건가?”
“문헌처럼이 무엇입니까?”
카르디아는 금안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이 두 개의 금안이 모이면 금안의 주인이 부활한다나 대충 그런 의미가 문헌에 담겨 있거든? 근데 별 반응이 없어. 나 한 번 만져봐도 되냐?”
“마음대로.”
엘런은 카르디아의 손 위로 금안들을 떨궜다.
파스스스스스-
“……이거 왜 이래?”
모래 바스러지는 소리도 잠시.
엘런은 금안에게서 익숙한 전조를 느꼈다.
“레드……!!”
번쩍-!!
금색 광휘가 중앙 광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전에 다급히 뻗은 목소리 하나.
목소리는 다행히 이름의 주인에게 닿았고, 레드는 아공간 안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시도때도없이 부르면 나는 언제 쉬란 말이냐.]‘미안.’
엘런은 속으로 사과를 전하며 눈앞에 있는 반투명한 막을 더듬었다.
빛은 이 막을 통과하지 못했고 눈에도 스며들지 못했다.
“뭐,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네가 금안을 작동시켰어. 내가 그걸 막았고.”
“내, 내, 내가……? 나는 마력 한 톨 안 움직였는데……?”
“그러니까. 대체 금안이 왜 작동한 거지.”
“그보다 저길 보거라.”
시에나의 손가락이 바닥을 가리켰다.
카르디아의 손에서 굴러떨어진 금안은 바닥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을 석화시키는 빛은 아니었다.
그저 옅게, 그리고 꾸준하게 어떤 금빛을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넷이 집중해야 할 건 금안이 빛을 내고 있다는 게 아니었다.
그 빛이 뭐를 만들어냈냐.
이게 훨씬 더 문제였다.
카르디아는 빛이 만들어내고 형상화한 걸 올려다보더니, 떠듬떠듬 말했다.
“이거……. 문이야?”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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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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