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7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80화(279/354)
#280화. 눈은 두 개다(2)
콰지지직-!!
마수의 길쭉한 꼬리가 건물의 구석을 부숴버리며 라텔을 공격한다.
이미 등에서 검을 뽑은 지 오래인 청색 기사는 어렵지 않게 받아쳤다.
하지만 소음과 충격까지 걷어낼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으, 으아아악……!! 저, 저, 저게 뭐야!?”
밖에서 웬 전쟁이라도 터진 듯 시끄럽자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민 가게 주인은 기겁했다.
“하하핫……! 죄송합니다! 금방 끝나니까 위험하게 고개 빼지 말고 들어가 계세요!”
“이,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설명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학교에 연락은 조금 미뤄주시길 바랍니다.”
“라제나여. 라텔이 마수들을 구역 바깥으로 밀어버리려는 듯하다. 우리가 도와야 하느니라.”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이따 봬요! 오늘 저녁 여기서 한가득 먹을 테니까요!”
카르디아는 너스레를 떨며 금방 날아든 마수의 발톱을 피했다.
뻐어억-!!
그 회피 동작을 풋스텝으로 연결시켜 마수의 턱에 올려 꽂는 어퍼컷.
학교에 오고 무뎌지기는커녕 더욱 단련된 전투 센스는 이런 기예도 가능하게 했다.
“카르디아여! 마수들과 거리를 너무 벌리거나 공격을 넓게 피하면 다른 곳에 눈을 돌리니라.”
“그래! 나도 알고 있어! 혼을 빼놓으란 소리잖아!”
“라제나와 라텔이 거침없이 놈들을 밀어붙이고 있느니라. 우린 다른 민간인에게 시야가 닿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다.”
엘런이 없다면, 아니 보통의 경우에는 시에나가 전투의 지휘관으로 나선다.
처음에는 명령을 듣는 게 아니꼬웠던 카르디아도, 몇 번 그녀의 말대로 하니 이젠 익숙해졌다.
누구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나.
전투에 있어선 시에나가 딱 그런 경우였다.
“바로 갑니다아!”
카르디아는 코를 스윽 문지르며 머리가 세 개씩이나 되는 마수의 옆으로 움직였다.
시야가 닿는 곳이라면 전부 넷이 있었다.
마수들은 어딜 둘러봐도 그들의 공격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분명 생활 구역이란 넓은 공간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당장 느껴지고 보이는 건 이 좁은 몇 걸음 사이의 거리가 전부였다.
“받아라!!”
등으로 카르디아의 주먹 찜질이 마구 쳐들어온다.
위력만 보면 쇠몽둥이로 때리는 줄 알았으나 엄연한 주먹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륵-!!
후방에서 화염에 휩싸인 검격이 작렬한다.
“라제나여! 거친 공격은 삼가거라! 주변 건물마저 피해 입을 가능성이 있느니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마리를 죽일 절호의 기회여서 놓칠 수 없었습니다.”
치이이이이-
마수 한 마리의 시체에서 고기 탄내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올라왔다.
피 따위야 베면서 전부 증발시켰기에, 마수 특유의 썩은 피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촤아아아아아악-
쏴아아아아아아아-
난데없이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로 시원하게 들려온다.
일순간 코끝으로 바닷냄새가 맡아지는 듯한 소리였다.
―라텔의 검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슈화아아아악-!!
창백한 칼날의 양손 검, 사실 대검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커다란 검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그보다 더 유연하게 움직이는 육중한 몸은 꼭 오우거가 발레를 배운 듯했다.
[물길은 멈추지 않는다.]그러니 검격 또한 마찬가지.
머리부터 시작해 꼬리까지 물 흐르듯 칼날이 지나간다.
“미, 미친…….”
“이게 엘런의 신무기라니. 1등 넘보기가 더 어려워졌군요.”
“굳히기 작업치곤 너무하단 생각이 들 정도구나.”
결과야 다 보인다는 듯, 셋은 뭔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저마다 중얼거렸다.
후두두두두둑-
마수의 몸이 뭉텅이로 손질돼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제 한 마리만 남게 되어버린 상급 마수도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마수는 본래 지성이 없다.
본능만이 무의식과 의식 속에 있었다.
그 본능은 아주 손쉽게 지금 해야 할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투우웅-!!
마수의 몸이 허공으로 튀어 올라 생활 구역을 달리기 시작했다.
“시에나!!”
“알고 있느니라!”
후욱-!
마수가 날아간 방향으로 씨앗이 잔뜩 든 포션 병이 날아간다.
병과 마수의 거리가 최대한 가까워졌을 때, 시에나의 손이 주먹을 살짝 쥐었다.
쑤우우우욱-!!
세부 특성으로 병을 깨고 자라난 것은 끈적이는 식인 식물.
흙이 없고 물이 없는 허공에서도 식물을 완전 성장시킬 만큼 시에나는 강해졌다.
괴물의 입처럼 벌려진 식물의 꽃잎이 마수의 다리를 붙잡았다.
끈적이는 용액으로 순식간에 고착화 된 식인 식물은 마수를 잡아끌었다.
“도망칠 수 없느니라.”
이후 시에나의 손짓으로 마수는 고치가 된 것처럼 식물에게 둘러싸였다.
하지만 급하게 차단한 도주인 만큼.
쿠우우우우웅-!!
잔 실수는 어쩔 수 없었다.
“누구의 기숙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쯤 부서지고 말았군요.”
“하아아……. 진짜 뭐 됐네.”
“누구의 기숙사가 아니니라.”
“응? 저기 방 주인 알아?”
“너희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니라.”
시에나는 일이 단단히 꼬였음을 짐작하며 마저 식물을 조종했다.
식인 식물은 그 이름만큼 재빠르게 마수를 용해시켜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
허나 집이 부서진 흔적마저 지울 순 없었다.
“빌레드 데 카사블랑카. 하필 그의 집 위로 마수가 떨어졌느니라.”
“저, 저기가 그 왕재수 집이라고?”
“맞느니라.”
“……일이 어렵게 돌아가기 시작했군요. 빌레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진상을 알아내려 할 겁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말로 무마될 상대도 아니고, 거래를 해도 이쪽에게 터무니없이 큰 걸 요구할 확률이 높으니라.”
“그, 그냥 쌩까면 안 되겠지?”
그건 최악의 수였다.
동시에 협상의 기회조차 날려버리는 행동이었다.
시에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로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수업 종료까진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에 마수 사체라도 다 치워놔야 할 것이다.
“일단 마수들부터 치우자꾸나. 밖으로 데려가서 태워버려야 할 것이야.”
“제가 하겠습니다.”
“카르디아여. 너는 나와 같이 라제나를 돕자꾸나.”
“으, 응! 근데 라텔은 어디 갔지?”
“……그러고 보니.”
시에나도 그 위화감의 정체를 눈치채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커다란 덩치로 어디 숨었을 리도 없는데, 라텔은 사라지고 없었다.
주인에게 돌아간 것일까.
아니면 주인이 부른 것일까.
그 두 가지 방향 중에서 옳은 건 엘런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지금만 보면 아주 명백한 후자였다.
“그만 들러붙어라.”
그림 리퍼가 쉴 새 없이 불을 뿜는다.
사람 얼굴만 한 거미들은 그럴 때마다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놈들은 실을 뿌리고 독을 내뱉었지만, 모두 얼어붙고 깨져버렸다.
파아아앗-!!
허공에서 바다의 푸르름과 함께 라텔이 등장한다.
[부르셨습니까.]“상황 보이지?”
라텔의 고개가 돌아갔다.
레드가 이 던전 같은 곳에 더이상 없을 거라 했던 문지기들은 아직 수두룩 빽빽했다.
그래서 자신도 잘못을 알긴 아는 건지, 레드는 아까부터 입을 안 열었다.
“그래도 중심부와는 가까워. 저 문지기들 너머에 있는 틈만 넘으면 된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한 방에 끝낼거야. 파도를 일으켜.”
[주인님의 뜻대로.]라텔이 검을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수를 상대했던 것처럼 신체 능력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해신 결정은 수속성 관련 마법 재료 중에서도 탑티어를 다투는 물건.
쏴아아아아아아-!!
그의 검 끝에서 일어난 물보라가 넓직한 검면을 전부 적셨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너와 내 마력은 연결되어 있어. 저번에는 내가 코어로 음기를 부어서 이걸 해보려 했지만, 그저 서로의 마력만 연결하면 끝나는 일이었지.”
쩌저저저적-
성에 끼는 소리가 귓가를 찌르르 간지럽힌다.
“선공이야. 라텔.”
[명령을 받듭니다.]쿠우웅-!!
엘런이 땅을 박찼다.
중앙성 하나는 발아래에 둘 수 있을 만큼 드높이 떠올랐다.
떼거지로 몰려오던 거미 문지기들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건 잠깐뿐이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손가락으로 책상 두드리는 듯한 거미의 발소리가 연신 이어진다.
자신들의 몸으로 탑을 만들어낸 거미들은 금세 덩치를 비대하게 불렸다.
캬아아아악-!!
검치호를 닮은 송곳니가 앞으로 쭉 삐져나온다.
닿기만 해도 피부가 썩어 문드러질 것 같은 누런 독이 송곳니 끝에 맺혀있다.
허나 엘런은 피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저딴 거미 새끼의 이빨보다, 부하의 검이 수백 배는 더 빠르단 걸 알기에.
슈화아악-!!
검이 허공을 횡으로 가른다.
쑤와아아아아아아-!!
지휘자의 손짓에 따르는 악단처럼, 완벽한 박자에서 해일이 몰아쳤다.
엘런의 마력이 섞인 파도는 닿는 모든 걸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던전 중심부에서도 가장 가까운 이곳은, 어느새 빙하기가 왔다 간 것마냥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 냉기 사이로 엘런은 가볍게 착지했다.
“잘했어. 라텔.”
[주인님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흠흠. 그건 그렇지.”
라텔에겐 미안하지만 이 주인은 겸손 같은 거 모른다.
다시금 그를 완갑으로 착용한 엘런은 목적했던 틈 앞에 도착했다.
사람 하나 비집고 들어가면 꽉 찰 듯하다.
“레드. 이 너머에서 핵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거지.”
[그렇다. 차원의 틈새에 있는 듯한 이 장소를 유지시키고 있는 힘. 그게 분명 핵일 테니까.]“좋아. 바깥 놈들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마수들은 다 처리했습니다.]“그놈들 실력이면 못할 것도 없지. 부순 것만 없으면 좋겠는데.”
엘런은 이쯤에서 헛된 희망을 한 번 품으며 틈 사이를 통과했다.
그러면서 교복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은 그는 어떤 자주색 보옥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서 보옥과 닮은 무언가를 찾아냈다.
“저건……. 핵이잖아.”
[그래. 핵이라고 말하지 않았냐.]“아니, 내가 말하는 건 마경핵이야.”
[……마경핵?]“베시미아가 신으로 떠받들고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던 거였는데. 이런 데 박혀 있는 거 보니까 신도 여러 개인가 보네.”
엘런은 옅게 웃으며 보옥에 천천히 다가갔다.
이것만 부수면 문이 닫힌다.
그러면 완벽범죄를 꿈꿀 수 있다.
빌레드의 기숙사가 부서진 건 꿈에도 모르는 엘런은 보옥에게 총을 겨눴다.
[그림 리퍼 – 관통형]투콰아아아앙-!!
격발음 사이로 희뿌연 냉기가 올라왔다.
“……역시 쉽게는 안 깨지나.”
하지만 그 너머에는 흠집 하나 없는 보옥이 그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아니야. 우리의 힘이 안 된다면 여기 오리하르콘 선생님이 해주실 테니까.”
[쯧.]머릿속에서 울려대는 목소리도 이젠 두 개로 늘었다.
귀 대신 머리로만 목소리를 듣는 건 어지러운 일이지만, 이젠 그것도 익숙해졌다.
이 머릿속에 처음 들어왔던 목소리, 레드는 자신의 힘을 발하며 오색빛을 뿜어냈다.
쩌저적-
와장창창-!!
레드의 한 마디에 보옥은 조각으로 부서졌다.
이러니까 그 옛날 마경의 사제들이 오리하르콘을 눈이 뒤집어져라 찾아다녔지.
과연 괴물들의 천적답다.
[그래서. 여길 나가도 눈 없는 시체는 계속 있을 텐데. 뭘 어쩔 셈이냐.]“그건 아직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그 눈을 돌려줄 셈이냐.]“그것도 아직 몰라.”
[……대체 생각해둔 게 뭐냐.]“이따 먹을 디저트 목록?”
적진 한복판에서 디저트를 외치는 남자.
언뜻 보면 용감하기 그지없고 강하기 그지없는 남자다.
[하아.]레드는 한심스러운 눈빛을 하다가도, 이 남자는 원래 그런 남자란 걸 알고 있기에 그만두었다.
“거기, 자네. 잠깐만 멈춰보게.”
“……!!”
엘런은 귀가 움찔거린 방향으로 순식간에 총구를 겨눴다.
놀란 건 엘런뿐만이 아니었다.
라텔도 다급히 검 끝을 움직였고, 보이진 않지만 레드의 눈도 크게 뜨여 있었다.
그림 리퍼의 총구 끝에 있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
하지만 사제들과 똑같은 옷, 어쩌면 살짝 다른 옷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였다.
“그대와 대화를 나누고 싶네만. 가족들에겐 연락도 없이 이리 직접 왔네. 어떤가?”
“가족? 너는 뭐 하는 놈이야.”
“아, 이런. 깜박하고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군. 베시미아의 아버지일세.”
“…….”
엘런이 침묵하자 노인은 빙긋 웃어 보였다.
“이렇게 말하면 자네하고 나는 관계가 깊지. 자네는 내 딸을 죽이고 어렵게 얻은 늦둥이 손자마저 살해하지 않았나.”
“살인마 취급하지 마. 마경 쓰레기야.”
“살인마 취급이라니. 마경의 사제들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니까. 딱히 죽였다고도 볼 수 없지.”
저번에 만났던 놈들부터 계속 똑같은 말이다.
마경의 사제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니라는 말.
관 속에 묻힌 채 누군가 꺼내주길 기다린다는 말.
“그럼 왜 넌 딸을 되살리지 않지.”
“우리에게 그런 가족애를 기대하는 건가? 만약 그래 준거라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이름이나 밝혀라. 죽이기 전에 알아두게.”
“아콜. 대화하기 전에 알아두게.”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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