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8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83화(282/354)
#283화. 장학생 사냥(1)
“……이건 또 뭔 상황이래.”
엘런은 앞에 세워뒀던 라텔을 다시 완갑으로 돌려보냈다.
저 시체가 내뿜는 황색 불이 너무 뜨거워서 이쪽의 옷이 다 타버릴 지경이었다.
수속성의 라텔이라도 꺼내지 않으면 안 됐다.
치이이이익-
화속성을 타고난 라제나마저 목과 뺨이 화상으로 붉어졌다.
“뜨거운 것보다도 제 눈이 더 이상한 것 같습니다만.”
“우리 셋 모두 같은 걸 보고 있으니 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체에 눈알을 끼워 맞추니까 힘을 되찾을 거란 건 예상했는데, 설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얘, 얘들아. 이 새끼 이거, 왜 이러는 거야?”
갑자기 자신의 앞에서 무릎 꿇고 예의를 갖추는 시체.
모래 냄새와 약간의 탄 내가 진동하는 시체는 아까 사막의 군주 어쩌고 했다.
“내, 내가? 군주……? 그보다 나 아까 눈을 끼워 맞추면서 뭐라 말하지 않았어……?”
“뭔가 주문 같은 걸 외우는 듯했다.”
“카르디아가 의도한 말들이 아니었습니까?”
“저, 전혀……. 뭐라 말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난다고.”
“하긴. 카르디아치고 너무 고급스러운 말들이었어.”
그런 이유로 엘런은 묘하게 설득되며 다시 시체에게 다가갔다.
보아하니 지금 이것은 라텔과 같은 부류다.
혈통을 매우 따진다는 말이다.
그것도 아누비샨이란 혈통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배척하는 것 같다.
“칸에게 들었던 대로라면 본래 이 시체는 사막의 영웅 중 하나였다는 것 같은데.”
“마, 맞아. 나도 전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근데 지금은 인형이 되어버렸네.”
“제 예상으로는 아마 시체를 손에 넣은 마경이 어떤 수를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눈 두 개를 모으면 자신에게 복종하게끔 조작해놓은 게 아닐까요.”
“마경 아니면 아누비샨의 혈통. 이 두 개가 시체를 깨울 유일한 길이었단 거네.”
“운이 좋았구나.”
카르디아는 아직까지 멍한 눈으로 자신 앞에 무릎 꿇은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엘런은 이런 장면을 라텔과 겪어보았다.
이때 자신은 이름을 먼저 지어주었고 결투도 했다.
후자는 필요 없을 듯하니, 엘런은 카르디아에게 턱짓하며 말했다.
“이름을 지어줘.”
“이, 이름?”
“아니면 생전 이름 그대로 가던가.”
“사실 생전 이름은 몰라. 문헌에서도 잊혔거든.”
“그럼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겠네.”
카르디아는 잠시 턱을 괴며 고민했다.
그 고민의 시간 동안, 셋은 잠시 그녀의 끔찍한 작명 센스를 되새겼다.
자신의 거대 애완 뱀에게는 꿈틀이란 이름을 지어줬던 전적은 과연 화려했다.
“휴고. 네 이름은 이제부터 휴고야.”
시체, 아니 휴고는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카르디아치고 멀쩡한 이름을 지었군요.”
“그러게 말이야. 나는 분명 칼잡이, 뭐 이런 걸로 지어줄 줄 알았는데.”
“얌마! 나도 정도가 있어!”
“알겠으니까 이제 들어가자꾸나. 그리고 엘런. 혹시 빌레드가 네 집에서 어떤 수상쩍은 짓을 하면 곧바로 말하거라.”
“됐어. 놈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수준 낮은 암살은 직접 시도하기엔 녀석의 프라이드가 너무 높거든.”
굳이 친구가 되어야만 상대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절친한 친구가 되든, 최후의 적이 되든 그 끝은 모두 같았다.
상대에 대해 거의 전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빌레드의 기숙사도 금방 지어질 테니까. 우린 학교나 잘 다니자고.”
“알겠다. 또 카르디아여. 휴고는 어떻게 숨길 셈이냐?”
“안 그래도 걱정이었는데 이걸 봐봐!”
카르디아는 자신의 손목을 걷었다.
그러니 황금으로 만들어지고 고대 문자가 세공된 팔찌가 걸려 있었다.
“라텔과 비슷하네.”
“응! 그, 그리고 엘런. 미안해.”
“뭐가?”
“내, 내가 너의 금안을 뺏은 셈이 되었잖아. 양쪽 모두…….”
“아, 그거.”
엘런은 피식하고 웃었다.
금안은 확실히 편안한 힘이다.
웬만한 적들은 이 석화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제마저 즉살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훗날 있을 수 있는 싸움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카르디아에게 돌아가야 옳은 물건이었다.
“어차피 네가 아니면 해방하지도 못했을 거야. 나 혼자서 눈알만 가지고 놀아봤자 아무 쓸모 없었단 거지.”
“그, 그래도…….”
“그렇게 죄책감 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 내가 안 싸워도 될 만큼.”
“응……! 그럴게!”
엘런의 말 몇 마디에 다시 힘이 오른 카르디아는 발걸음이 다시 가벼워졌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야 할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당장 1개월 뒤면 중간고사구나.”
“벌써 1개월밖에 안 남았냐. 미치겠네.”
“이번에도 저번 학기처럼 할까요.”
“글쎄다. 똑같진 않겠지.”
“몬스터 웨이브 같은 거만 아니면 좋겠는데.”
“에엥? 나는 몬스터 웨이브면 좋겠어! 그때 엄청 시원했잖아!”
넷은 곧 있을 중간고사 얘기로 떠들며 생활 구역까지 돌아갔다.
***
한 달이 지났다.
중간고사가 올 줄 알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예상은 단박에 빗나갔다.
어리둥절해진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물어봐도, 그들은 어물쩍 넘어갈 뿐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더 지났다.
그러고 나서야 교수들은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듯 와악하고 사건을 터뜨렸다.
갑작스레 담당 교수들 앞으로 모이게 된 학생들은 불안감과 함께 착석했다.
엘런의 담당 교수, 돌로레스는 학생들 앞에서 말했다.
“왜 중간고사 시즌 때 시험을 보지 않고 넘어갔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그래. 궁금했다.
정말 미치도록 궁금했다.
학생들이 표정으로 대답하자, 돌로레스는 모자챙 아래에서 옅게 미소 지었다.
“그 이유는 학교가 처음부터 1학년들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합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에요.”
“에……?”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들이시네요. 설명해 드릴게요.”
돌로레스는 아공간에서 어떤 자료집을 꺼냈다.
그 안에는 사진들이 들어 있었고, 그 사진들은 학생들도 익숙한 것이었다.
“기억나시나요? 여러분의 2학기 첫 과제였을 네 가지 지대의 보스 흔적 발견하기.”
기억이 어찌 안 날 수 있을까.
그 흔적들을 발견했을 때 어찌나 깜짝 놀랐는데.
크기도 그렇고 흔적의 범위도 그렇고 심장이 저 멀리 도망가는 줄 알았다.
근데 왜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내는 거지?
설마…….
“후후훗. 벌써 눈치채신 분들도 있는 것 같네요. 사실 저희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면 처음 이 과제가 나갔을 때부터 예상하셨어야 했어요.”
엘런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시에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레이드가 기말고사였구나.”
“네. 맞아요. 시에나 학생. 학생이 말한 대로 이번 기말고사의 메인 주제는 바로 레이드입니다.”
“교,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네. 하세요.”
“레이드는 특정 등급 이상의 괴물을 상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적의 크기로 보면 절대 1학년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요……?”
돌로레스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였다.
그건 학생의 말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 헛똑똑이를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여러분은 이번에 새로이 바뀐 환경지대에서 진짜 괴물들을 보았나요?”
“네, 네! 당장 첫날부터 그 괴물들 때문에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
“제 말은. ‘진짜’ 괴물을 보았냐는 말이에요.”
진짜 괴물.
심장이 뛰고 부모에게서 태어난 진짜 생명체.
학생들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이 여태까지 마주하고 싸운 건 진짜 괴물이 아니었다.
“모두 학교 측에서 만들고 마탑에서 공수한 키메라들이에요. 그럼 레이드 해야 할 괴물도 당연히 키메라겠죠.”
“아아…….”
“자연에서 레이드 등급까지 올라간 괴물들은 당연히 여러분들이 상대할 수 없어요. 눈만 마주쳐도 곧장 잿더미가 될 테니까요.”
“그, 그럼 이 보스 괴물들은 순위권에 상관없이 싸워볼 만한 건가요?”
“이 키메라들은 교수들의 충분한 논의 끝에 만들어져 난이도 조절을 완벽하게 완료했어요. 순위가 낮으면 당연히 힘들기야 하겠지만, 방법이야 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엘런은 난이도 조절을 완벽하게 했다는 부분에서, 돌로레스가 이쪽을 쳐다봤단 걸 알아챘다.
불안하게 왜 여길 보는 거지.
허나 돌로레스의 눈은 금방 걷어졌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기말고사 기간은 중간고사와 합친 만큼 평소보다 두 배는 될 거예요. 1학년 여러분들은 4등분 되어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두 가지 선택지?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돌로레스는 말했다.
“바로 보스 몬스터 중 하나를 상대할지. 그게 아니면 장학생 한 명을 상대할지.”
“……?”
“!!!”
“?!!”
강의실이 단숨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돌로레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레이드라고 했죠. 저희가 평가해본 결과, 레이드란 단어는 장학생 한 명을 대상으로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게 모든 교수의 의견이에요.”
시에나가 조금 떨리는 눈으로 옆에 엘런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의 이목구비에는 한 점 떨림이 없었다.
그저 오늘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처음 강의실에 도착했던 것처럼 눈이 반쯤 감겨 있을 뿐이었다.
“만약 장학생을 레이드 대상으로 하게 되면, 레이드에 제한 시간이 생기고 대상이 된 장학생은 그 결과가 어찌 됐든 2학년 진학이 확정돼요.”
나쁘지 않은데.
엘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져도 이겨도 나쁠 게 없다.
어차피 지금 성적대로라면 2학년 진학은 어떻게든 할 거다.
하지만 보스 레이드를 하게 되면 직접 놈들을 찾는 것도 일이고 싸우는 것도 일이다.
허나 이쪽에서 직접 보스가 되어주면, 가만히 있다가 오는 적을 맞이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썩 편안한 시험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두 가지 선택의 결정사항은 장학생을 제외한 1학년생이 하게 되니까요. 과반수를 넘은 의견이 실행될 테니 그렇게 아세요.”
전달사항은 이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돌로레스의 개인적인 물음은 아직 남아 있었다.
“엘런 학생. 학생은 어떤 게 더 끌리나요.”
“후자가 더 좋네요.”
엘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순간 울컥해진 학생들은 그를 돌아보았다.
자신들이 그렇게 약해 보인단 말인가.
아니면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할 만큼 오만한 건가.
그 정도로 자신 있는가.
분위기는 조금씩 험악해져 갔다.
엘런의 옆에 앉아있던 시에나가 조금씩 경계를 높일 정도로 말이다.
반면 그의 표정은 변함없이 느긋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돌로레스는 싱긋 웃었다.
“그 이유는요?”
“저에게 더 편한 걸 골랐을 뿐입니다.”
“호오.”
시에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움직이기 귀찮다는 말을 그렇게 하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 않느냐.’
그녀는 엘런의 말속에 숨겨진 뜻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얕보였다 이거지.’
‘이번 기회에 작살을 내주겠어.’
‘무조건 장학생 레이드다.’
서로 경쟁하기 바빴던 학생들이 단숨에 하나로 결합된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엘런은 그걸 턱을 괴고 구경하다가, 중앙성으로 돌려보내 졌다.
정확히는 엘런만이 기숙사로 돌려보내 졌다.
그를 제외한 학생들은 모두 어떤 방에 모이게 되었다.
넓은 방이었다.
딱 한 명을 제외한 모든 1학년생이 모일 만큼 넓었다.
이미 그 중앙에는 미리 도착해 있던 빌레드가 서 있었다.
나아가 그의 멱살을 잡고 있는 카르디아도 보였다.
그는 시에나를 발견하고 잘 왔다는 듯 손짓했다.
“어어, 시에나. 잘 왔어. 여기 이 산짐승 좀 말려주라고.”
“시에나! 이 새끼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잖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더냐.”
“시에나. 네가 한번 말해봐. 엘런은 뭐가 더 좋다고 했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거? 아니면 자신이 직접 보스 몬스터가 되는 거.”
“이놈이 계속 엘런은 레이드 당하는 걸 원할 거라고 하잖아! 그냥 지 꼴리는대로 하고 싶은 거뿐이라니까?”
시에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건 이미 무언의 대답이었고, 빌레드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게 해주는 신호였다.
“이걸로 정해졌어.”
스르륵-
카르디아의 손에 힘이 빠지면서 멱살을 휘어잡았던 팔이 떨어졌다.
빌레드는 학생들 앞에서 양팔을 드넓게 벌렸다.
“우린 오늘부터 장학생을 사냥한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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