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8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85화(284/354)
#285화. 장학생 사냥(3)
교수들은 얼마 안 있어 정확한 기말고사 기간을 공지했다.
[익일 오전 12시부터 기말고사를 시작합니다.] [기말고사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동안 보스(장학생)을 쓰러뜨리세요.] [남은 시간 동안 레이드원들은 장학생을 잡을 수 없고 공격할 수 없습니다.]“……이제 진짜 시작인 거네.”
카르디아가 부엉이로부터 온 공지를 읽고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제서야 실감이 되는구나.”
그들의 공식 모임 장소는 중앙성에서 카르디아의 집이 된 지 오래.
중앙성처럼 편한 소파가 없었기에 몸이 불편했고, 엘런이 없었기에 마음도 불편했다.
여러모로 불편한 공간이 된 이 기숙사는 이제 침묵이 가라앉는 건 익숙한 일이 되었다.
“빌레드 쪽 애들은 뭐 하고 있어?”
“슬슬 중앙성 주변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감시원들을 배치하는 건 기본이고, 포션들을 이용해 갖가지 함정을 준비했더군요.”
“그럼 엘런은 여전히 중앙성 안에 있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커튼도 쳐두지 않고 가끔씩 차를 먹는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차라……. 집에만 있다 보니 새로운 취미라도 만든 것인가.”
씁쓸하게 웃은 시에나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중앙성을 바라보았다.
중앙성은 여전히 굳건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유독 외롭게 느껴진다.
중앙 광장에 저 혼자 우뚝 솟아올라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저 성이 유난히 조용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들이 저 안에 없어서 그런가.
똑똑-
기숙사 문 두드리는 소리가 상념을 깬다.
라제나가 문을 여니, 빌레드의 부하가 그 건너편에 있었다.
“빌레드가 지금 당장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대회의실에 참석하래.”
“크흐흣. 그놈은 리더 행세에 아주 맛이 들렸네.”
“우리가 소극적으로 나오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확실히 이런 건 빌레드가 우리보다 낫다. 벌써 작전의 기초를 세운 듯하니.”
“그게 엘런에게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걸 우리가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
“후우, 일단 가자고.”
셋은 빌레드가 한창 지휘 중인 대회의실에 도착했다.
대회의실은 벌써 뜨거운 열의와 열기로 가득했다.
정말 장학생을 사냥해야 할 괴물, 처단해야 할 악으로 보는 눈빛들이 주변에 잔뜩이다.
빌레드는 그 중앙에 서서 작전을 설명했다.
“여기 이 지도는 중앙성과 그 광장 지도야. 우린 사각지대를 배제한 배치법으로 감시자를 세웠고, 그 주변에 포션 함정을 잔뜩 깔아뒀지.”
“이로써 놈의 공간 중 바닥은 제거한 거네!”
“최소한의 조치를 했을 뿐인 거 아냐? 엘런의 도약력이면 옥상에서 단숨에 저 멀리까지 뛰어오를 수 있어.”
카르디아가 끼어든다.
분위기로 따지자면 초를 쳤다.
주변의 학생들이 그에게 따가운 눈빛을 보냈지만, 빌레드는 좋은 지적이라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 말이 맞아. 장학생의 초인 같은 신체 능력이야 우리도 잘 알고 있지. 그가 마법 말고 운신에만 신경 쓴다면 여기서 그를 뒤쫓을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거야.”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작전을 이따구로 짜셨을까?”
“야! 너는 작전 회의 때 쏙 빠져있다가 왜 이제 와서 훈수를 둬!”
“너. 몇 위야?”
“뭐, 뭐?”
“몇 위냐고.”
1학년 4위가 던지는 질문에 학생의 입은 꿀 먹은 듯 다물어졌다.
그 사이에 빌레드가 자연스레 끼어든다.
“일단 전체 5위인 내가 입을 열어보자면, 아직 작전은 끝나지 않았어.”
“카르디아여. 빌레드의 말을 전부 들어보자꾸나. 단편적인 부분만 보면 그 어떤 작전이라도 완벽할 수 없느니라.”
“좋아좋아. 어시스트 고마워, 황녀님. 우린 어째 좋은 듀오가 될 것 같은데?”
“사담은 집어넣고. 계속하거라.”
“그러지.”
빌레드는 어느새 올라가 있는 입꼬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슈우우우욱-
학생들의 앞에 마력 분필로 그려냈던 지도가 3차원으로 띄워진다.
아까 카르디아가 지적했던 중앙성의 옥상, 제공권에 빌레드의 분필이 움직였다.
“땅이라는 공간을 뺏었으면 하늘이라는 공간도 뺏어야겠지. 엘런은 빙속성밖에 못 쓰고 빙속성은 화속성에 약해. 그러니까…….”
“잠시만. 정정해야 할 게 있습니다.”
“뭐지?”
이번에는 라제나가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가 평민이어서일까.
그의 말을 끊어서일까.
아니면 그의 말을 끊은 게 평민이어서일까.
빌레드의 미간은 아주아주 미세하게 좁혀져 있었다.
“엘런은 최근에 수속성을 손에 넣었습니다. 정확히는 수속성을 사용할 줄 아는 골렘을 손에 넣었지요.”
“뭐, 뭐? 장학생이 수속성을……?”
“이, 이, 이건 완전히 새로운 정보잖아……!!”
“빙속성의 약점을 극복했다는 건가…….”
학생들의 눈이 다시 빌레드에게 향했다.
먹이를 기다리며 삐약거리는 병아리들마냥 이쪽을 쳐다본다.
꽤나 큰 변수가 찾아왔음에도, 빌레드는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본래 계획은 화속성으로 하늘을 끓어오르게 만들려 했는데, 수속성을 손에 넣었다면 계획을 살짝 바꿔야겠네.”
“어떻게 바꿀 건데……?”
“화속성을 쓴다는 건 바꾸지 않을 거야.”
“자, 장학생이 수속성을 쓸건 데도?”
“화속성이라고 해서 수속성에 밀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그렇지 않아? 라제나?”
“……그렇습니다.”
라제나는 긍정했다.
그 사실에 카르디아와 시에나마저 살짝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속성과 수속성은 어차피 기본적으로 마법입니다. 마법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죠. 현실의 불, 물과 다르게요. 그러니 위력만 어느 정도 커버를 쳐준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제나를 여기 제공 담당자로 세울게. 이유는 라제나가 여기서 제일 강한 화속성 사용자니까. 불만 없지?”
“없습니다.”
“좋아. 그럼 다음은 장학생이 도주했을 때를 대비해서 세워둔 계획이야.”
빌레드의 프레젠테이션은 생각보다 길었다.
해가 질 때쯤 끝났으니 말이다.
그런 긴 시간 동안 발표를 하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데, 혀 한 번 꼬이지 않는 모습은 과연 대단했다.
뱀은 혀는 꼬이지 않는단 말이 정말인가 보다.
나아가 처음 말고는 그의 계획에서 의문을 제기할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카르디아가 기를 쓰고 꼬투리를 잡았으나, 빌레드는 능숙히 그녀의 반론을 찍어눌렀다.
짝-
빌레드는 계획 설명을 마치고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일단 여기까지야. 질문 있는 사람?”
좌중은 조용했다.
그가 만족하며 마무리 멘트를 칠려는 찰나, 익숙하고 새하얀 손이 하늘을 찔렀다.
“궁금한 점이 있느니라.”
“그래. 시에나. 너의 질문은 언제나 환영이야.”
“이 모든 계획이 성공했다고 쳤을 때. 엘런은 몇 퍼센트의 확률로 쓰러뜨릴 수 있겠느냐?”
“흐으음…….”
빌레드는 의외의 곳에서 턱을 괴었다.
솔직히 100%라고 자신 있게 말할 줄 알았는데, 그 또한 완벽한 성공은 장담하지 못했다.
엘런이라는 존재가 그야말로 장담할 수 없는 혼돈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당장 귀족계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독니라 불리는 카사블랑카도,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존재.
그게 엘런 이안느였다.
잠시간의, 몇 분간의 고민을 마친 빌레드는 말했다.
“73% 정도야.”
“높구나.”
“설령 내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한두 개 일어났을 때 이 정도니까, 변수 없이 진행된다면 확률은 더욱 높아져.”
“잘 알겠다. 그럼 나는 새로운 확률을 제시하지.”
“음? 새로운 확률?”
시에나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검지 하나였다.
모두가 그 검지에 시선이 쏠렸고, 뭘 의미하는지 알아내려 했으나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건 빌레드마저 마찬가지였다.
시에나의 입에선 그도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가 나왔으니까.
“1%.”
“……그게 무슨 의미야?”
시에나는 회의가 시작되고, 아니 빌레드에게는 처음으로 아주 방긋 웃어 보였다.
“무슨 의미일지는 그 똑똑한 머리로 직접 생각해보거라. 가자꾸나. 저녁 먹을 시간이니라.”
“으, 응!”
“알겠습니다.”
셋은 그 말을 끝으로 대회의실에서 사라졌다.
깨끗했던 호수 위로 돌 하나가 던져져 물이 흑색이 된 듯한, 그런 회의였다.
***
엘런의 감시로는 전과가 화려한 학생 듀오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장학생의 전공책을 도둑질하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파괴한 장본인들이다.
“야, 에우스. 우린 작전 회의도 못 들어가는 거냐?”
“우린 감시반이잖아.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라고. 그보다 아까 싸 온 도시락이나 꺼내 봐. 허기진다.”
이젠 빌레드에 의해 아예 엘런을 감시하는 직책으로 승진(?)한 에우스, 알터 듀오.
한 손에는 쌍안경, 다른 한 손에는 도시락을 든 채 아주 열심이다.
에우스는 도시락으로 싸 온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으며 알터에게 물었다.
“야, 알터. 장학생이 아까 마지막으로 보인 움직임이 언제였지?”
“침실에서, 쩝쩝. 과자 껍질 까는, 쩝쩝. 모습이 마지막이었지. 아까 오후 네 시 경이었어.”
“지금은 낮잠 자는 건가?”
“그런 거 같은데?”
에우스는 샌드위치 소스가 묻은 입가를 소매로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게으르게 사네. 설마 교수님들이 장학생한테는 내일부터 기말고사라는 거 빼먹은 건 아니겠지?”
“에, 에이……. 그건 좀 심했다. 그리고 중앙성 창문으로 까마귀가 도착한 거 우리가 봤잖아.”
“그건 그렇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사각지대는 없다.
간간이 중앙성에 있는 그의 모습을 확인도 했다.
더미라고 할 수 없는, 너무 완벽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가짜는 아니란 뜻이고, 기말고사는 내일 시작인데, 장학생은 왜 이렇게 태평한 건가.
둘의 머리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
중앙성 침실.
엘런은 최대한 나태한 척, 최대한 할 일 없는 척 연기 중이었다.
아니, 진짜 그러고 있으니까 연기는 아닌가.
반면 엘런의 정신은 한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근데도 바깥에 흘러가는 소음은 제로.
“레드. 이 방음벽이라는 거 진짜 쓸만하네. 네 아이디어가 옳았어.”
[오리하르콘의 주인이 꼴사납게 사냥당하는 걸 지켜만 볼 수는 없지. 나를 손에 쥐고 있다면 그만한 위치에 서라.]“그 위치에 서려고 이렇게 노력하는 중이잖냐.”
엘런은 완드를 살짝 움직였다.
그러니 3층의 모습이 이쪽에서 후욱 들어오게 되었다.
“뭔가 바깥에 엄청난 함정을 준비하는 거 같은데. 나는 그냥 텔레포트하면 그만이걸랑.”
근데 이걸 대놓고 사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알렉산드라와의 약속에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래는 가능하지.”
엘런은 아까 공용 포션 제조실에서 뭉텅이로 훔쳐 온 재료 자루들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3층 제작실에서 원하는 포션은 대부분 만들 수 있었다.
그 만드는 건 누가 하냐고?
원래 귀찮은 파트는 마법이 대신해주길 마련이다.
드르르륵-
솔솔솔- 꾸르륵-
두 개의 창백한 손이 솥을 젓고 그 위에 포션 재료를 썰어 넣는다.
손목의 절단면 부분에선 푸른 눈꽃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드디어 세부 특성의 경지를 여기까지 끌어 올렸어.”
물론 여기까지라고 해봐야 잡일을 대신해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 기함할 만한 성장이었다.
“정신력이 엄청나게 소비되긴 하지만, 그래도 누워서 할 수 있으니까 크게 상관없겠지.”
가만히 누워있는데도 체력이 소모된다.
돈 주고도 못할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 이걸 돈 주고 하냐.
엘런은 거실 아래에서 들려오는 광질 소리에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잘하고 있나 보네.”
가만히 있어도 힘든 이유는, 비단 세부 특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금 거실에선 프로스트 골렘과 라텔이 검과 방패로 어떤 ‘작업’에 몰두했다.
텔레포트를 할 수 없다면야 텔레포트 한 것처럼 사라지면 그만이다.
“기말고사의 시작은 내일부터 일주일.”
그 일주일 동안 자신은 사냥감이 되기도 하고 사냥꾼이 되기도 하며 적과 싸울 것이다.
이번 적의 수는 꽤나 많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아도 충분히 이쪽의 목을 노릴 만한 강자들도 즐비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강자들은 자신의 약점도 수두룩이 안다.
그렇기에 엘런은 침대에 누워 조용히 강자들에게 되물었다.
“그 약점들을 너희만 알까?”
엘런은 킬킬킬하고 어떤 3류 악당처럼 웃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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