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8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86화(285/354)
#286화. 장학생 사냥(4)
날이 밝았다.
태양은 기말고사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점점 하늘의 중앙으로 올라간다.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던 게으름뱅이에게도 보일 만큼 태양은 상승을 거듭했다.
“아, 이제 일어나야 되는데.”
최근 들어 등교 없는 생활을 계속했더니, 슬슬 몸이 예전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을까.”
잠시 나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
물론 노력이라고 해봐야 마법을 부린 거밖에 없지만, 그거라도 한 게 어딘가.
본래 엘런은 게르슐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다고 단정 지은 존재였다.
“12시까지 시간은……. 30분 남았네. 내가 이렇게 많이 잤나.”
분명 일어난 건 10시였다.
하지만 침대에서 계속 10분만을 외치다 보니, 어느새 남은 시간은 30분.
“딱히 문제는 없겠지.”
준비는 어제 다 끝내뒀다.
생각해둔 건 전부 끝내뒀으니, 이젠 붙어봐야 할 차례다.
엘런은 어렵사리 침대를 박차고 나왔다.
“그래도 배는 채워야겠는데.”
커튼을 완전히 걷은 그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이 생활 구역에 자신만 남겨진 듯하다.
하지만 그 무서울 정도의 침묵은 되려 진한 위화감과 위기감만 조성할 뿐이었다.
“다들 꽁꽁 잘도 숨어있네. 그보다 아침은 뭐 먹어야 되지.”
디저트로 배를 채우는 건 이제 슬슬 무리다.
남은 양도 얼마 없고 전투에 필요한 칼로리를 초콜릿으로 채우는 건 어려웠다.
쿵쿵-!
“음?”
누군가 중앙성 문을 두드린다.
12시 전까지 공격은 금지일 텐데.
엘런은 거실로 내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쿵-
그러니 문 끝에서 무언가 결린다.
바스락거리는 반투명한 봉지.
봉지는 묵직했고 따뜻했으며, 위장을 자극하는 냄새를 물씬 풍겨왔다.
냄새마저 기억하는 머리는 몇 번의 킁카(?)로 음식의 구성을 전부 맞췄다.
“생활 구역 맛집 총집합인가.”
그 셋이 중앙성을 제집처럼 들락거렸을 때는 자주 먹던 조합이었다.
“그보다 이건 누가 두고 간 거야.”
엘런은 봉지를 들어보았다.
대충 예상은 되지만 빌레드가 보내온 어떤 함정일 수도 있단 생각은 접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이내 사라졌다.
[내가 우리 애들도 몰래 갖다주는 거야. 감사히 먹어라.]“……카르디아.”
사막의 전사는 배를 굶은 상대를 공격하면 안 되는 룰이라도 있는 걸까.
그 왈가닥한 성격에서 잘도 이런 배려가 나왔다.
“끝나고 나면 대충이라도 감사해야겠네.”
엘런은 피식하고 웃으며 봉지를 들고 문을 닫았다.
***
짧은 포식 시간이 끝났다.
가볍게 초콜릿으로 디저트까지 마친 엘런은 모든 준비를 끝냈다.
나아가 준비를 끝낸 것은 상대편도 마찬가지였다.
“빌레드! 모든 학생들이 제 포지션에 들어갔어!”
“장학생의 동태는?”
“중앙성 안에 있는 건 확실해! 놈이 투명 인간이 아닌 이상 우리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
“좋아.”
빌레드는 옆을 돌아봤다.
이 팀의 최대 전력인 셋은 하염없이 중앙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위진은 완벽해. 놈이 어디로 치고 나와도 제압할 수 있어.”
“빌레드여. 그건 엘런도 알고 있을 거라고 여러 번 말했다만. 자만하지 말거라.”
“그래. 황녀님 말은 잘 알아.”
“슬슬 12시입니다.”
“1분 남았어.”
학생들은 불안한 눈빛들로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이 초침이 시계의 중앙을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게 시작된다.
그 어느 때보다 느리게 가고, 반대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갔던 1분.
끝에 다다랐을 때, 빌레드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발동해!!”
커다란 육성이 중앙 광장을 뒤덮는다.
“가자!”
“마력을 퍼부어!”
“흐아아압!”
광장 위로 그려두었던 마법진들이 단숨에 불이 켜진다.
엘런을 잡을 함정 마법진이었다.
바닥에 발가락 하나라도 디디는 순간 이 마법진들이 발동된다.
속박, 마력 제어, 공간 속박 등등.
아주 다양하게 코스 요리로 준비했다.
정말 레이드용으로 개발되었던 이 마법진은 사냥감이 걸려들길 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중앙성은 여전히 조용했다.
저 안에서 농성이라도 하려는 걸까.
이를 위한 작전도 당연히 준비되어 있었다.
제발로 나오지 않겠다면 나오게 만들어주마.
“2번 작전 실행해.”
“2번 작전 실행!”
“쏴라! 쏴!”
“어디 죽어봐라!”
슈슈슈슉-!!
화르륵-!! 화르르-!!
마법으로 완성시킨 불화살.
여러 마법사들이 만든 만큼 광장은 금세 불타는 화살로 뜨거워졌다.
화살비는 성의 창문을 뚫고 그 안을 침범했다.
“크하하하학! 기분 좋은데?”
“맛이 어떠냐!”
“빨리 나와! 거북이 마냥 고개만 집어넣고 있을 셈이냐!”
깨진 창문 밖으로 매캐한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온다.
불이 붙은 것이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이젠 눈으로 보이는 중앙성의 창문 내부가 새빨개져 있었다.
와장창창-!!
뭔가 깨지는 소리가 다시 한 번 귀를 때린다.
또 유리창인가?
그런 생각이 드려는데 코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냄새가 맡아진다.
엘런과 같이 다녔던, 그와 포션을 같이 만들어보았던 시에나에겐 익숙한 냄새였다.
나아가 둘이 만든 포션을 직접 써보기까지 했던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냄새였다.
살짝 멍해진 정신 속에서, 누군가 그 냄새의 정체를 중얼거렸다.
“화약 냄새…….”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음과 폭발의 열기가 광장을 휩쓸어버렸다.
바닥에 준비한 마법진은 물론이거니와 포위진도 깨부술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다.
학생들은 그 충격에 밀려 좌우로 뒹굴고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빌레드는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다들 눈을 똑바로 떠! 엘런이 도망친다!”
“흐, 흙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여!”
“풍속성! 빨리 나서라고!”
“기, 기다려봐!”
“빨리! 빨리!”
풍속성 마법사들이 손 위로 마법진을 띄우는 사이, 빌레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설마 제 터전을 제 손으로 폭발시킬 줄이야.
아니, 이만한 건물을 폭파시킬 만한 폭약을 대체 어디서 구했지?
“포션으로 만들었다 해도 재료에 한계가 있었을 텐데. 설마 너희들이 구해다 준 건 아니겠지?”
“우릴 뭘로 보는 것이냐.”
“공과 사는 구분합니다.”
“그보다 이제 어쩔거냐? 너의 잘난 계획이 처음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어.”
“계획이 잘났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여태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휘오오오오오오-
광장으로 질풍이 밀어닥친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들었던 두터운 흙먼지는 조금씩 옅어졌다.
코와 입을 막고 연신 기침하던 학생들은 그럼에도 눈 만큼은 똑바로 떴다.
“장학생, 이 영악한 새끼!”
“내가 꼭 잡고 만다!”
이젠 거의 악에 받친 상태로 학생들은 투지를 불태웠다.
“어, 어!! 저기!!”
어떤 사람의 형체가 잔해를 박차고 뛰어간다.
저 속도와 바람에 흩날리는 로브는 틀림없이 장학생이다.
“나, 나, 남문!! 남문!! 장학생이 남문으로 도망친다!!”
“이놈……! 추적이 어려운 갈대밭에서 버틸 생각인가!”
“추적반! 어서 달려!”
“간다!!”
빌레드가 미리 짜놓은 추적반이 엘런을 쫓기 시작했다.
추적반은 모두 발이 빠르며 눈이 좋은 학생들로 구성됐다.
여기서 눈이 좋다는 말은 마력을 펼치는 기감 센스가 좋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갈대밭으로 도망쳐 시야를 방해해도 마력을 피할 순 없었다.
추적반은 저 멀리서 뛰어가는 장학생을 노려봤다.
“……역시 빨라. 하지만 놓치지 않겠어!”
그 추적반을 선두로 빌레드를 비롯한 주요 전력도 따라가기 시작했다.
시에나는 엘런이 도망쳤다던 남문으로 달리면서도, 부서진 중앙성을 눈에 담았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그냥 조금 의심이 가는구나.”
“뭐가 말야?”
“엘런이라면 조금더 방어적인 작전을 짤 줄 알았느니라. 그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성격이니.”
“아무리 엘런이라도 지금 이건 레이드입니다. 여기서까지 늦장을 부리겠습니까.”
“나는 그것보다 엘런이 중앙성을 폭파시킨 것에서부터 놀랐다고.”
폭발은 거셌다.
섬광은 눈을 녹일 것처럼 뜨거웠고, 몸은 부웅 떠올라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셋은 폭발에서 놀라지 않았다.
“그래. 설마 엘런이, 그 엘런이 제집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부숴버릴 줄이야.”
“그만큼 엘런도 이 기말고사에 진심이라는 것이겠죠.”
“얼른 끝내고 엘런이랑 밥 먹고 싶어.”
“밥하니 생각난 건데, 아까 엘런에게 음식 봉지는 잘 전달해주었느냐.”
남문으로 달리던 카르디아는 제 발이 꼬일 만큼 놀랐다.
붉어진 귀와 함께 붉어진 뺨은 아래로 푸욱 숙여졌다.
“아, 알고 있었어?”
“카르디아는 미숙한 거짓말쟁이니까요. 화장실 갔다 온다던 사람이 음식 냄새를 몸에 잔뜩 묻히고 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엘런도 저리 힘차게 뛰는 것 아니겠느냐.”
“……미안. 요 며칠간 밖 한 번을 안 나왔으니까. 뭐라도 주고 싶었어.”
“사과할 건 없느니라. 이왕 이렇게 된 거 나 또한 제대로 엘런을 이기고 싶어졌으니.”
시에나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미안한 마음보다는 투지를 불태워야 할 때다.
그와의 전투는 코앞에 다가왔고 이젠 싸워야만 했다.
또한 엘런이 자신들과 싸워야 하고 져야 한다면, 그를 이기는 건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들의 생각은 똑같았고, 사실 그것보다야 엘런의 생각이 제일 궁금했다.
그는 뭘 원하고, 뭘 위해서 남문으로 뛰는 걸까.
계속 성안에 있었으니 남문에 함정을 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일단은 따라가자.”
그리고 받아낼 것이다.
오전에 놓고 갔던 음식값을.
***
드드드득-
우르르르- 후두둑-
타다닥- 타닥-
잔해가 뒤집어지는 소리가 중앙 광장(이었던) 곳을 시끄럽게 울린다.
그 속에서 들리는 건 잔해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갔나?”
잠시 이 앞을 살펴본 엘런은 곧이어 읏차하고 몸을 일으켰다.
“임시방편으로 만든 방공호치곤 좋았네.”
라텔과 윈터 골렘을 시켜 대차게 파둔 보람이 있다.
중앙성을 폭발시켜 그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미끼를 보내 주의를 돌린다.
허나 정작 자신은 여기 가만히 웅크려 있었다.
미끼 역할을 해준 건 레드와 자신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허수아비였다.
다른 건 모르겠고 오직 속도에만 전력을 쏟았기에, 빠르기야 무섭게 빠를 것이다.
그러면 시간도 많이 끌어줄 수 있을 터.
“너, 너……!!”
“네, 네가 여기 왜 있어!”
“음?”
뒤에서 들려오는 몇몇 목소리.
다섯 정도 되는 학생들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이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너희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야. 전부 내 미끼를 쫓아간 거 아니었어?”
“시, 신호탄! 신호탄을 쏴!”
“으, 응!”
한 학생이 하늘로 원통형 총구를 겨눈다.
하지만 총구는 곧이어 얼음으로 꽉꽉 막히기 시작했다.
“안되지, 안돼.”
“흐, 흐으윽……!!”
“오, 오, 오지 마!”
“안 죽여. 기절만 시킬 뿐이야. 잠깐 누워 있으라고.”
“싸, 싸워!!”
신호탄 대신 형형색깔의 마법진이 전개된다.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며 지면을 박찼다.
일주일 중 첫날부터 싸우고 싶진 않았는데.
[매직 스피어 – 멀린 수식]얼어붙은 창대가 후두부를 연신 가격한다.
마법을 뻥뻥 쏘면 그게 곧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최대한 조용히 다섯을 제압해야 했고, 또 제압했다.
“어윽!!”
“크허억…….”
“으, 으윽.”
털썩- 털썩-
학생들이 몇 번의 손짓에 바닥으로 엎어졌다.
이렇게 지근 거리에서 대놓고 마법을 장전하면 파훼할 틈을 주는 것뿐이다.
갑자기 잔해에서 타겟이 튀어나와 너무 당황한 걸까.
부서진 광장에 학생들이 쓰러지고, 엘런은 살짝의 트름을 내뱉었다.
“소화 다 됐네.”
엘런은 배를 탁탁 두드렸다.
마침 소화도 완전히 끝났겠다, 두 번째 계획을 진행시킬 차례다.
“이 생활 구역에는 이제 나밖에 없단 소리인가.”
엘런의 눈이 텅 빈 중앙 구역을 스윽 훑었다.
아까의 폭발로 이제는 가게 주인들마저 사라진 지금, 드디어 완전한 혼자가 되었다.
그 말인즉슨, 여기가 모두 자신의 영역이 되었단 뜻이다.
“미끼가 적어도 하루는 시간을 끌어주겠지.”
그때 동안 자신은 준비할 것이다.
거대한 다음 반격을.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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