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8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87화(286/354)
#287화. 장학생 사냥(5)
갈대밭에서의 추격은 하루 동안 이어졌다.
문자 그대로 24시간 동안 달려야 했던 추적반과 엘런은 쉴 틈 없이 다리를 움직였다.
“허으윽……! 허윽……!”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주, 죽을 것 같아…….”
이미 추적반 중에서 귀족 학생들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그나마 일상에서 체력을 만들고 근성을 키운 평민 학생들은 끈기 있게 그를 쫓았다.
힘든 건 추적반 모두가 매한가지였으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오기이기도 했고, 분노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의지이기도 했다.
“포기하지 마……!! 녀석도 느려졌다고!!”
“체인의 거리!! 얼마나 더 좁혀야 해!”
“앞으로 몇 미터만 더 좁히면 돼!”
“크흐윽!!”
“어어엇!?”
덩치 좋은 학생 하나가 키 작은 학생의 팔을 움켜잡았다.
미노타우르스에게 붙잡힌 듯한 완력이 피부로 전해진다.
그는 당황할 틈도 없이 전방으로 포탄처럼 발사됐다.
“가라아아앗!!”
쿠우웅-!!
허공에 날아오른 왜소한 체구의 학생은 억지로 눈을 부릅떴다.
당장 머리로 부딪치는 바람은 정신을 어질거리게 했지만, 절호의 기회가 코앞에 왔다.
“체인!”
촤르르르르르르-!!
시동어와 함께 사방에서 체인 마법진이 만발한다.
사슬은 회오리처럼 나선을 그리며 장학생을 로브부터 휘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놈의 각력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애초에 달리는 것밖에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뭔가 이상하단 느낌을 받을 때쯤, 로브가 앞으로 풀썩 꼬꾸라졌다.
“자, 잡았다……!!”
“……잡았다고?”
“자, 장학생이 쓰러졌어!”
“신호탄! 신호탄을 쏴!”
“그, 그래!”
퍼어엉-!
녹색 신호탄이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다.
“크흐흐흣! 드디어 붙잡았다…….”
“하지만 이상해. 마법 한 번 안 쓰고 붙잡히다니.”
“로, 로브를 걷어봐!”
훌렁-!
두꺼운 후드가 뒤로 벗겨졌다.
그러면서 만져진 건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촉감이 아닌, 까슬까슬한 볏짚의 느낌이었다.
허나 느낌만 볏짚이었을 뿐 볏짚은 아니었다.
모를 수 없었다.
하루 온종일 이곳을 달리며 이것만 보았으니까.
“……이거 갈대잖아.”
“마, 맞는 것 같은데.”
“이거 그럼…….”
“젠장, 설마!!”
후드에 이어 로브 전체가 뜯겨나가듯 벗겨졌다.
그러니 드러난 건 갈대를 뭉텅이로 엮고 꼬아서 만든 허수아비였다.
“……허수아비가 어떻게 달릴 수 있었던 거지?”
로브가 벗겨진 허수아비는 자신이 언제 달렸냐는 듯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이게 굳어버린 허수아비건 무엇이건 뭣도 상관없었다.
“지금 그게 중요해? 우리가 지금까지 애꿎은 놈을 쫓았다는 거잖아!”
“하하하핫……. 어이가 없네.”
“우리 단체로 무엇에 홀린 거 아닐까……. 귀신 같은…….”
“아으으으!! 씨바아알!!”
갈대밭 사이로 거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아무도 들어줄 사람 없는, 엿듣는 사람이라곤 사방에 뻗친 갈대밖에 없는, 무용(無用)한 외침이었다.
***
오랜만에 걷는 생활 구역.
그 대로를 산책하듯 거닐고 있던 엘런은 옅게 미소 지었다.
“결국 잡혔나. 예상보단 살짝 빠르게 잡혔네.”
엘런은 자신의 미끼가 붙잡혔음을 느꼈다.
가엘의 힘과 레드의 힘을 혼합해 허수아비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아무리 멀어도 감각은 속일 수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시간은 채우고도 남았어. 그렇지 않아? 레드.”
[너의 음침한 계획 말이냐?]“음침하다니. 전략적이라고 해줘.”
“거기까지. 그렇게 칭찬을 늘어놓으면 부끄럽잖아.”
레드는 ‘허’하고 숨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작게 미친놈이라고 덧붙인다.
옅게 번져나가는 미소와 함께 엘런은 주변을 조금씩 돌아봤다.
평소 한두 대, 많아야 세 대 정도가 붙었던 옵저버가 지금은 스무 대가 투입되었다.
단 한 명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건 좀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레드의 방음벽은 무너뜨리지 않고 항상 펼치는 중이었다.
혹여나 라텔이나 레드와 나눈 대화가 옵저버에 흘러들어 가면 문제가 생기니 어쩔 수 없었다.
“흐음, 뭐 옵저버는 그렇다 치고. 남는 시간 동안 손님맞이의 피날레를 준비해볼까.
엘런은 자신이 말하고도 그 혀에서 어색함을 느꼈다.
남는 시간? 그동안 뭘 하려 한다고?
당장 혀 자체도 몇 번 발음해본 적 없는 단어들의 향연에 저 혼자 부들거렸다.
“어쩔 수 없잖아. 일주일 동안은 나도 우등생 노릇 좀 해보자고.”
이왕 하는 거 어줍잖게 할 생각은 없었다.
또한 질 생각도 없었다.
“제대로 붙어보자.”
엘런은 입꼬리를 틀어 올리며 뒷골목 미로로 들어갔다.
사실 집이 어제부터 부서진지라 이 오두막의 주인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머쓱하게 웃은 엘런은 집주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델 교수님? 오늘도 부탁드릴게요.”
“……네 맘대로 해.”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 가진 게 침대밖에 없거든요.”
“그보다 시험 중인 학생이 교수의 집에 이리 마음대로 찾아와도 되는 거야?”
“어차피 델 교수님은 임시 교수시니까 시험 평가에선 빠져있기도 하시고, 또 여긴 옵저버의 눈도 안 닿거든요.”
편하게 드러눕고 뭔가를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거다.
또한 이 공간은 하이 엘프가 거주 중이라 그런지 자연 마력이 아주아주 충만하다.
라텔, 가엘, 레드를 다루느라 지친 정신력도 이곳에서라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또 오늘은 어제처럼 눕기만 할 건 아닙니다. 저도 더 강해질 거예요.”
“여기서……. 더?”
“저는 아직 약합니다. 세부 특성도 전투에 활용 못 하니까 말 다했죠.”
“세부 특성이 아니더라도 넌 충분히 강해.”
델의 말은 어찌 보면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제가 가진 힘. 오리하르콘, 사령술, 가문 비기. 그리고 마법. 시험에서 제가 쓸 수 있는 건 네 가지 중에 마지막 한 가지뿐이에요.”
부르르-
팔에 있는 완갑, 라텔이 작게 진동한다.
자신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엘런은 피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엄청 커다란 골렘하고요.”
“말을 정정할게. 네 힘 중 그것들이 빠져나가 버리면 네 전력은 60%가 줄어버리는구나.”
“숫자로 바꾸니까 체감이 확 되네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요.”
“확실히 넌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겠어. 특히나 한 명의 마법사로서.”
“맞는 말씀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여기 온 거고요. 그리고 델 교수님. 부탁드릴 게 하나 있어요.”
델이 뭐냐는 듯 무표정으로 이쪽에 턱짓했다.
엘런은 배시시 웃으며 양손을 내밀었다.
“시원한 차 한 잔만 주시겠어요?”
***
뜨거운 물과 향긋한 찻잎.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면 그 사이에 풀내음이 섞여 있다.
찻잎에서 그 맛이 우러나올 때까지는 충분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동안 델은 창문 너머에서 엘런을 바라보았다.
스으으윽- 스으윽-
그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크고 작은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뒤로 몇 가지 룬 문자도 집어넣는 게, 어떤 마법진을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델은 엘런이 어떤 마법진을 만드는진 조금도 관심 없었다.
그녀의 눈은 오로지 엘런의 이목구비에 향해 있었다.
면전에서는 너무 대놓고 볼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뚫어져라 관찰하자.
“……역시 닮았어. 렉시의 말대로야.”
후손이 조상을 닮은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이렇게나 많이 닮으면 그건 이상한 게 맞다.
한 세대, 두 세대도 아니고 600년 전 조상인데 더욱 그러했다.
“성격도 닮았고, 입맛도 썩 닮았어. 아빠도 내 차를 좋아했는데.”
600년이나 살았고 기억은 퇴색되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직접 아빠라고 부른 존재의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목소리마저 옅어져 가고 있을 때, 저 소년이 이 마당에 나타났다.
그리고선 자신에게 냉녹차를 요구했다.
딱 오늘처럼 말이다.
쪼르르르르르-
찻잎의 향과 맛이 충분히 우러나온 물이 컵으로 옮겨 담아진다.
“아빠는 항상 차를 커다란 잔에 담아 먹었지.”
머릿속 어딘가에 묻어두고 이젠 묻어둔 자리도 잊어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게 잔에 가득 차를 담고 얼음을 동동 띄워서 주면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오오, 감사해요. 델의 차는 너무 맛있어서 찻잔으로 먹기엔 양이 너무 적거든요.”
미소 섞인 입가로 차를 건넨 델은 말했다.
“그 사람이랑 똑같이 말하네.”
“네?”
“아니야. 그보다 바닥에 이건 뭐야?”
“마법진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마탑에서 탑주님이 쓰셨던 마법진 중 일부를 제가 훔쳐 온 거죠.”
“……훔쳐?”
“사실 훔쳤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마법진을 봤고 그걸 기억했을 뿐이니까.”
엘런은 마당을 가득 장식한 마법진을 내려다보았다.
이 마법진은 그때 창문 너머에서 보았던 마탑의 마법이다.
“이 마법이 잘 통하면 좋겠는데.”
“마법진이 특이하네.”
곁에서 지켜보던 델이 한 마디 얹는다.
“네. 마탑의 마법이거든요. 마법진이 아주 복잡했어요.”
“흐음, 데카마드의 이론도 몇 가지 보여.”
“선조님의…… 이론이요?”
“응. 현재까지 전해지는 마법진과 수식의 기초는 데카마드가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하하핫. 이론서나 역사서에 없길래 전혀 몰랐어요. 저는 선조님이 음기만 사용하신 줄 알았는데.”
델의 인상이 미약하게 찌푸려졌다.
딱히 엘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미약하게 솟아오른 짜증의 이유는 데카마드의 여자에게 있었다.
“엘가 폰 크레센티아. 그 여자가 데카마드와 관련된 정보를 너희 가문에서 대부분 지워냈어.”
“……엘가 부인이요?”
“맞아. 이유는 아무도 몰라. 그 이유마저 지웠을 테니까.”
“왜 가문의 구성원들이 막지 않았죠?”
“아마 데카마드도 용인한 일이기 때문이었겠지. 나도 정확한 내막은 몰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 엘가 그 여자는 마녀야.”
마녀라는 말에 엘런은 웃음부터 나왔다.
자신 주변에서도 마녀라 불리는 여자가 한 명 있기 때문이다.
허나 델은 엘런의 생각을 어찌 알았는지, 코웃음까지 치며 말을 이었다.
“돌로레스 교수 이름 앞에 붙은 마녀란 칭호는, 그 여자가 가진 악명인 ‘마녀’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 정도예요? 돌로레스 교수님도 장난 없는데.”
“그 여자와 눈 마주치고 오랫동안 산 건 데카마드가 유일할 거야.”
델은 아주 질렸다는 표정으로 엘가에 대해 말했다.
그런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된다.
“그럼 이 반지도 아세요?”
엘런은 아공간에서 적월 반지를 꺼내 보였다.
“으, 으아앗……!”
반지의 붉은 보석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뒤로 꼬꾸라지는 몸.
바닥도 못 짚고 넘어져 콰당 소리가 들려왔다.
되려 엘런이 놀랄 만큼 자빠져버린 델은 그러고 나서도 반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괘, 괜찮으세요?”
“너……. 그 반지를 어디서…….”
“말하자면 좀 긴데.”
“아니야. 말하지 마. 들어봤자 머리만 아파질 거야.”
델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일어섰다.
그녀는 코를 막으며 몸을 돌렸다.
“그거, 이제 집어넣어 줄래.”
“반지에서 무슨 냄새라도 나나요?”
“피 냄새.”
피 냄새?
엘런은 아예 반지에 코를 박으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반지에서는 피 냄새는커녕 정말 아무런 냄새도 묻어있지 않았다.
물건에게서 이 정도로 무취인 게 신기할 만큼 말이다.
“그 반지에 붙은 붉은 보석. 거대한 전쟁터에서 발견되는 혈석이란 거야.”
“혈석이라면……. 대량의 피가 마력과 만나 굳어지는 응고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대전쟁 시대 때 가장 커다란 전투였던 세인트 평원 대전투. 그 전투에서 흘린 피의 결정이 바로 그 보석이니까.”
“……생각보다 무서운 반지였네요.”
“그걸 결혼반지로 선물한 데카마드도, 환히 웃으면서 받은 엘가도 정상은 아니었지.”
델은 약간의 한숨을 내쉬며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반지의 혈향에 어지간히 머리가 아파왔나보다.
반지를 꺼낸 게 살짝 후회되긴 하지만, 그녀로부터 반지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엘런은 마음속으로나마 사과를 전하며, 완성된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좋아. 메인 마법진은 여기다 설정하고, 이제 보조 마법진을 생활 구역 전체에 흩뿌리면 돼.”
그 보조 마법진의 개수와 크기가 마법의 위력을 결정할 것이다.
엘런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내일은 과연 얼마나 추울까?
“어디 한번 죽어봐라.”
동정을 받아야 할 건 이쪽이 아니란 걸 아주 톡톡히 알려주겠다.
엘런은 낄낄 웃으며 다음 스팟으로 움직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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