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8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89화(288/354)
#289화. 장학생 사냥(7)
처음 출발했던 남문.
드디어 지겨운 갈대밭을 빠져나온 그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즐기는 중이었다.
물론 온전한 휴식은 아니었다.
“언제 장학생의 습격이 올지 몰라. 혹여나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불침번을 서야겠네.”
“불침번도 애매한 녀석이 맡으면 일만 그르친다. 중상위권으로 몇 명 뽑아.”
“그럼 내가 하지.”
빌레드와 가깝게 지내던 상위권 귀족 학생들은 이제 자진해서 궂은일에 나섰다.
그들도 지고 싶지 않았고 끝에 몰려 있었다.
여기 남문 밖에 있는 모두가 그랬다.
“2학년으로 진학만 하면 그날 당장 퇴학당해도 일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어.”
“그치? 여긴 제국 아카데미잖아. 웬만한 영지 마법사 자리는 그냥 꿰찰 거야.”
“그래도 마탑은 포기해야지. 2학년 퇴학생이 넘보기엔 너무 높은 벽이니까.”
“혹시 몰라. 면접을 잘 보거나 성과가 좋으면 특채로 뽑힐지도?”
“네가 장학생 이기는 소리 하고 앉았네. 그런 헛소리할 거면 불침번이나 제대로 서라. 아까부터 꾸벅꾸벅 졸더만.”
“쳇. 알겠다고.”
이틀 동안 달린 학생들은 아직 낮인데도 불침번을 제외하고 잘만 잤다.
체력이나 정신력, 마력을 회복하는 데는 역시 잠만한게 없었다.
그건 저기 생활 구역 안에 있을 장학생도 마찬가지일까.
“습격 같은 게 전혀 없네.”
“없으면 다행인 거지.”
“그건 그런데, 이제 3일째를 바라봐가니까 조금 긴장이 풀린 달까나.”
불침번을 서던 학생은 하품을 쩌억하며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그래도 긴장이 아예 사라질 순 없었다.
“우리 내일 저 남문을 넘잖아.”
“어.”
“정말 장학생을 잡을 수 있을까.”
“쫄았냐?”
“너, 너라면 안 쫄겠냐? 나는 그놈이 진 걸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
“그렇게 확신이 안 서면 저 깡패한테 물어보는 거 어때.”
학생이 턱짓으로 머지않은 곳에 있는 누군가를 가리킨다.
다른 학생들은 다 꿈나라 여행 중인데도 눈 한 번 붙이지 않고, 되려 체력 단련에 열심이었다.
푸쉬 업, 한 손 푸쉬 업, 엄지 푸쉬 업 등등.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오는 근력은 의외로 얄상한 팔에서 우러져나왔다.
“이봐! 카르디아!”
“야, 야! 너 미쳤어?!”
“…….”
난데없이 제 이름이 불린 카르디아는 물구나무를 서던 몸을 가볍게 내렸다.
어찌나 가벼운지 저쪽만 무중력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그녀는 땀이 반질반질하게 흐르는 살결과 함께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 부른 거냐?”
“얘가 궁금하게 있다는데.”
“아, 아, 아니……! 나, 나는 그런 게 아니라……!”
“뭔데.”
카르디아는 수통에서 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휴식 시간과 수분 보충에 들어갔다.
당장 몸을 몰아붙이기만 한다고 운동이 되는 건 아니기에, 위 두 가지는 꼭 필요한 루틴이었다.
그러나 웬 얼굴도 모르는 놈의 질문을 받아준다고 이 루틴을 더 늘릴 순 없었다.
카르디아는 미간을 확 좁히며 짜증 난다는 어투로 말했다.
“사람 불러놓고 입 닥치냐? 할 말 없으면 간다.”
“저, 저기!”
“뭐. 빨리 말해. 이번에도 닥치면 아구창을 날린다.”
그 학생은 아까 혼잣말처럼 흘렸던 질문을 그녀에게 던졌다.
“카르디아 너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질문이냐?”
“으, 응.”
“참 병신 같은 질문이네.”
“미, 미안……. 괜히 시간 뺏어서 미안해.”
카르디아는 쯧하고 혀를 차며 뒤를 돌았다.
그러면서 물건 던지듯 툭 말을 내뱉었다.
“쫄지만 않으면 이겨.”
“응……?”
카르디아는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정작 이렇게 말한 나는 쫄지 않았나.
엘런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나.
그 물음은 카르디아를 일행이 있는 모닥불까지 데려다 주었다.
잠깐 쪽잠을 자던 라제나와 시에나는 이제 깨어나 육포를 씹고 있었다.
“일어났냐.
“어디 가 있던 것이냐?”
“잠깐 운동 다녀왔어.”
“생각할 게 많으셨나 봅니다.”
“그렇구나. 카르디아는 항상 머리가 복잡해지면 운동을 하지 않느냐.”
……이것들.
역시 자신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카르디아는 이왕 들킨 거 육포 한 봉지를 뜯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나 말이야. 새삼 엘런이 무서워졌다.
“……카르디아, 네가 말이더냐?”
“응. 조금 더 말하면 이 정도 수를 가지고도 못 이길까 봐. 그게 무서워. 이러고 지면 엘런의 옆에 나란히 서겠다는 결심이, 휴짓조각도 아니게 되니까.”
“그럼 이기면 되지 않겠느냐.”
“그게 말처럼 쉽냐는 거지.”
카르디아는 육포를 입에 넣으며 다른 손으로는 이마를 문질렀다.
타닥- 타다닥-
모닥불 타는 소리는 심신을 안정시켜준다는 효과가 있단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잠시 침묵하던 시에나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카르디아여. 사실은 말이다. 나도 두려우니라.”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그 이유는 이것의 존재가 크지.”
시에나는 아까부터 손에 꽈악 쥐고 있던 무언가를 드러냈다.
접혀 있던 손바닥 사이에서 나온 건 공장에서나 쓰는 육각 너트였다.
다만 녹이 슬지는 않았다.
혹여나 그럴까 매일 윤이 나게 닦는 데 그럴 리 없었다.
카르디아도 이제는 저 너트, 아니 반지의 출처를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 친구가 준 거라며?”
“맞느니라. 이걸 품에 지니고 있으면 무한한 용기가 샘솟지.”
“……대체 왜?”
카르디아의 근본적 물음에, 시에나는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잘 모르니라.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고 있지. 이 용기의 반지가 나한테 있다면 나는 상대가 누구더라도 두렵지 않느니라. 그게 설령 엘런이라도.”
“하하핫……. 어떻게 그런 힘이 나는 거야.”
“부끄럽지 않기 위함이니라.”
시에나는 손에 들고 있던 용기의 반지를 다시 목에 걸었다.
나아가 교복 안에 넣으니 이제서야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이 반지를 가만히 쥐고 있으면 추억이 떠오른다.
친우와 하루하루를 보냈던 추억.
이 반지를 들고 처음으로 무서운 개 앞에 똑바로 섰던 추억.
처음으로 기사들의 우렁찬 경례에 콰당 넘어지지 않았던 추억.
“이런 추억들을 선물해준 친우에게 있어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는 용감히 나아갈 것이니라.”
“부끄럽지, 않기 위해…….”
카르디아는 가만히 그녀가 한 말을 중얼거렸다.
타다다닥-
누군가 이쪽으로 달려온다.
상념을 깨뜨리고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조금 전까지 불침번을 서던 학생이었다.
“마지막 작전 회의가 열린대! 빌레드가 너희 모두 참석하라고 했어!”
“곧 가마.”
학생이 다시 사라지고, 셋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회의도, 전투도, 기말고사도.
아까부터 묵묵히 칼을 갈던 라제나는 이만 납검하고 허리춤에 단단히 찼다.
치이이이익-
―모닥불이 꺼졌다.
거센 바람이 분 것도 아니건만, 저 혼자서 꺼져버렸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피부로 알 수 있었다.
“……춥구나.”
“엘런의 짓일 겁니다.”
“뭐야. 엘런치곤 꽤나 분위기를 내주자나.”
카르디아는 억지로나마 웃으며 성벽 너머에 있을 그를 바라보았다.
하루빨리 이 시험을 끝마치고,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그와 저녁을 잔뜩 먹고 싶었다.
고기를 잔뜩 먹고 싶었다.
***
서서히 불어오는 한풍(寒風).
달은 저 높이 떠올랐고, 여인의 미소 같은 초승달이 창공에 누워 있었다.
“마법진을 미리 발동시켜두길 잘했네. 볼만한 위력이 나오려면 예열 시간이 꽤나 필요하잖아.”
마탑이 아니라 완전한 개인이 펼치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래도 점점 강해지고 있어. 벌써 몸에 활력이 다 도네.”
물기가 있던 곳은 이미 살얼음이 얼어붙은 지 오래다.
유리창에는 날카로운 성에가 끼고, 하늘에서는 눈송이가 내려온다.
엘런은 두터운 입김을 내뱉으며 마법진 위에 서 있었다.
마법은 발동되었는데도 구태여 여기 서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드디어 오는 건가.”
엘런의 기감에는 느껴졌다.
남문에 정렬한, 자신을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마법사 군단이.
“컨트롤 마법진은 빅 프리즈를 조종하고, 이건 아무리 포장해도 마법. 마법이 닿는 곳이라면 내 기감도 닿을 수 있지.”
컨트롤 마법진에 발을 디디고 있다면, 생활 구역 전역이 엘런의 기감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다.
“슬슬 초겨울이 왔네.”
허나 아직 절정에 달하려면 멀었다.
초겨울을 넘어 한겨울로 들어서야 적들에게 더욱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시간을 조금 더 벌어야겠구만. 이럴 줄 알았으면 포션이라도 상비해둘 걸 그랬나.”
중앙성 폭파에 필요한 폭약 포션을 만드는 데 온정신을 쏟느라 함정 포션은 내버려 뒀다.
게다가 빅 프리즈에 신경 쓰느라 가엘을 다루지 못했다는 점도 컸다.
하지만 지금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는 법.
콰아아아아아앙-!!
저 앞 남쪽에서 일어난 거센 폭음이 중앙 광장까지 전해졌다.
“오는 건가.”
아무래도 더 뛰어난 방법을 생각해낼 시간은 없는 듯하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라텔. 이걸 받아.”
완갑에서 3M 거구의 기사로 라텔이 등장한다.
그 거체는 엘런이 건넨 물건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이게 무엇인지 여쭤봐도.]“누나한테 받은 팔찌야. 마법이 깃든 팔찌지.”
[이것으로 뭘 하면 되겠습니까.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저 혼자서도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그럴 필요는 없어. 너의 힘은 아낄수록 좋아. 전투 초반에는 초반에 걸맞은 템포로 가야지.”
엘런이 준 팔찌에는 메모라이즈 마법이 내장되어 있었다.
총 다섯 개의 수납량을 가진 팔찌.
이 안에는 엘런이 혹시나 하는 경우를 위해 넣어둔 마법들이 즐비했다.
나아가 지금이 그 혹시나 하는 경우다.
엘런은 저 남쪽을 가리켰다.
이쪽을 향해 진군하는 마법사 군단들을 이 팔찌라면 조금은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함정을 조심하느라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부대라면 더욱더 그렇다.
“네가 가서 녀석들과 적당히 가까워지면 팔찌에 마력을 연결해. 그러면 안에 넣어둔 마법이 쏟아질 거야.”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일이 끝나면 곧장 귀환해. 슬슬 네 팔 관절이 뻑뻑해질 정도로 추워질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럼.]라텔은 저런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벼운 발놀림으로 날듯이 뛰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깃털처럼 뛴다고 해도 몸이 큰 건 어쩔 수 없었다.
남문을 뛰어넘은 학생들은 금방 라텔을 발견했다.
그게 무엇인지 아는 건 엘런 무리밖에 없었기에, 시에나의 입이 빌레드보다 먼저 열렸다.
“전군 쉴드 전개!”
몬스터 웨이브 때부터 뼈에 새겨지듯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올리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쉴드를 펼쳤다.
허나 라텔은 아랑곳 않고 팔찌를 작동시켰다.
쩌저저저저저적-!!
쩌저저적-!!
쩌저저저저적-!!
얼음 얼어붙는 소리가 고막으로 소름 끼치게 꽂힌다.
거대한 크기와 두께의 빙하가 허공에서 생겨난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었다.
팔찌는 총 다섯 개의 마법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저, 저게 뭐야!!”
“쉴드를 전개하는 게 아니었느니라! 모두 산개하거라!”
“으, 으아아악!!”
“모, 모두 퍼져!!”
엘런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마력을 짜내어서 만들어두었던 빙하는 운석처럼 그들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쿠구구구구구궁-!!
무언가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소리가 사방을 메꾼다.
최근 조용했던 생활 구역의 소음을 오늘 몰아서 낸 듯하다.
남문과 가까웠던 외곽 구역은 폭음의 연속과 함께 폐허로 변해버렸다.
허나 빙하는 단순히 부서진 걸로 끝나지 않았다.
쪼개지고 부서지면서 안에 응축되어 있던 냉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냉기 위로 한 꺼풀 덮이는 빅 프리즈의 효과.
“제, 젠장……. 장학생 새끼. 얼음 맞아서 죽는 게 아니라 그냥 얼어 죽겠잖아.”
“몸을 덥혀. 옵저버가 우리의 생명력을 수치로 환산 중이라고. 걔내들 기준에 죽겠다고 판단되면 꼼짝없이 아웃이야.”
“씨바알……. 진짜 빙속성 개사기네.”
“야. 내가 빙속성이거든? 원래 이런 거는 절대 못해. 일반적인 빙속성 마력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있는 추위가 아니라고.”
운석에 비견할 만했던 빙하에 게임 오버 되어버린 학생들은 존재치 않았다.
여기 있는 모두가 1학년 1학기를 버텨냈던 잔뼈 굵은 학생들이다.
거기에다 상위권의 빠른 상황 대처 능력이 더해져 보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다.
“화속성! 화속성 마법사들은 어서 빨리 열을 발산해!”
“포, 포, 포션이 얼어붙기 시작했어!”
“제길!! 칼날이 검집하고 붙어서 안 떨어진다고!”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눈을 돌려야 할 곳은 단순히 눈앞에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생활 구역이…….”
하얀색으로, 첫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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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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