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9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92화(291/354)
#292화. 장학생 사냥(10)
황가와 같은 명예도, 자존심도 없다.
아누비샨과 같은 생존력도, 육체의 단단함도 없다.
크레센티아 같은 혈통의 특별함도, 재능도, 천재성도 없다.
그렇다면 카사블랑카에게는 뭐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뭣도 없었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지는 몸을 타고나고, 남들과 똑같이 주어지는 7속성만으로 마법사가 된다.
혈통에서 나오는 음기? 그런 비슷한 것도 존재치 않았다.
허나 카사블랑카는 엄연한 제국 2대 백작가문이었다.
그것에 대하여 단순히 혀만 잘 놀려서라고 생각하는 이는 조금도 없었다.
카사블랑카는 무력이 없다면 재력으로 승부했다.
마탑 마법사들을 비밀리에 고용해 연구와 연구를 거듭했다.
그래서 탄생시켰다.
“속성과 속성을 합치는 방법을.”
몬스터 웨이브 때도 나왔던 빌레드의, 카사블랑카의 비기.
꾸르르르르륵-
바닥이 순식간에 질퍽한 늪으로 변했다.
“토속성과 수속성을 섞은 마법이지. 속성을 섞는 건 우리 가문의 마법사만이 펼칠 수 있는 비전이야.”
[……같잖은 짓을.]쿠웅-!! 쿠웅-!!
라텔은 늪의 흡입력을 단순히 완력으로 무시하며 전진을 거듭했다.
“터프하네. 하지만 뱀 늪은 이걸로 끝나지 않아.”
늪은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더욱 강한 흡착력으로 먹잇감을 괴롭힌다.
그 힘으로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늪 아래로 집어삼키는 것이다.
[수속성으로 날 이기려 든 건가.]라텔의 검이 횡으로 크게 휘둘러졌다.
검의 크기도 크기인지라 그런 단순한 움직임에도 강력한 풍압이 터져 나왔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풍압에 섞인 파도는 수 미터의 크기로 일어나 늪을 쓸어 담았다.
라텔은 자신이 일으킨 파도에 몸을 담아 부력을 한계까지 증가시켜 떠올랐다.
“그런 몸으로 수영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수영이 아니다. 내가 만든 파도에 내가 잠기지 않을 뿐.]“임시방편으로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하지만 그렇게 물 위에 떠 있으면 내가 못 잡을 것 같아?”
라텔은 정지한 파도를 밟고 떠 있었다.
그 모습은 꼭 신전 벽화에 박아넣어도 될 듯이 신성함마저 흘러나왔다.
바다신의 전령이 찾아와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듯하다.
“하핫.”
빌레드는 수십만 수천만 번의 연습으로 다져진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뭐가 웃기지.]“미안. 습관이라.”
궁지에 몰릴수록 웃어라.
그럼 상대는 혼란스러울지니.
“우리 집안도 참 웃기네.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서까지 최선을 다해 거짓말을 하라니.”
허나 내 가문이었다.
아무리 싫고 구역질 나도 자신이 몸담은 가문이었다.
가문은 많은 걸 주었고, 그 보답으로 1등을 요구했다.
“크레센티아도 없는데 1학년을 1등으로 마무리 못하면, 내가 이번 방학 때 체면이 말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좀 희생해줘야겠어.”
[집안싸움인가. 남자가 대는 변명치곤 유치하구나.]“원래 귀족이 유치한 거 좋아하거든. 이런 유치한 거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자존심이야.”
빌레드의 검지가 위로 까딱였다.
늪에서 밧줄 같은 게 솟아오른다.
남자의 팔뚝만 한 굵기는 그 끝이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뱀? 웃기는군.]라텔이 검을 휘둘렀다.
이런 알량한 것들이야 힘만으로 잘라낼 수 있다.
“물을 자르려고? 그럴 수 있을까나?”
검격 사이로 빌레드의 늘어지는 어투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촤아아아악-!
칼로 물 베기.
부부싸움은 아니었던지라 정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늪의 뱀들은 검으로 베이든 어떻든 라텔의 발목을 칭칭 감았다.
[불리할 때는 수속성의 특징을 가지고, 유리할 때는 토속성의 특징을 사용하는 건가.]“정답이야. 사특하다고 하진 말아줘. 나름 마탑에 특허 신청도 되어 있다고.”
[똑똑한 방식이라고 하려 했다만.]“칭찬은 고마운데 그럴 틈이 있을까?”
[…….]라텔은 제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발목은 시작이었다.
늪 뱀들은 열 마리에서 수십 마리로,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로 수를 금세 불려 나갔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늪이.]“굉장히 넓어졌지?”
[어느 틈에.]“사실 여긴 엘런에게만 유리한 공간이 아니야. 물론 그가 가장 커다란 혜택을 얻고 있긴 하지만, 수속성을 다룬다면 빙속성도 나쁘지 않거든.”
눈은 녹으면 물이 된다.
빌레드는 그 점을 이용해 눈을 녹여 자신의 늪에 더했다.
“그러면 마력도 아끼고 힘은 더하고. 너는 더 쉽게 잡을 수 있겠지. 다리를 묶어서 도망만 못 가게 한다면, 너는 쉬운 사냥감이야.”
[이 몸이……. 사냥감이라고?]“그게 아니면 뭐지? 지금 네 꼴을 봐. 영락없이 덫에 걸려든 멧돼지 꼴이잖아.”
[흐하하하핫…….]라텔은 실없이 웃었다.
골렘이 웃었다는 것에 신기해할 틈은 없었다.
이 골렘은 살의마저 등골이 오싹해지게끔 내뿜고 있으니.
[내가 전력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툭- 투두둑- 툭툭-
라텔의 팔다리를 단단히 묶고 있던 뱀들에게 불안한 소리가 들려왔다.
늪의 점성으로 그를 꼼짝없이 묶어두던 늪 뱀들이 우악스럽게 뜯겨나갔다.
“힘도 좋네.”
하지만 빌레드는 되려 웃어 보였다.
아까처럼 블러핑의 의미가 잔뜩 담긴 미소는 아니었다.
“이걸로 주의를 내게로 완벽하게 돌렸어.”
사실 이때까지 라텔은 빌레드가 조금이라도 더 거리를 벌리면 도망치려 했다.
허나 그의 화를 돋우면서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금방이라도 분노의 적색으로 변할 듯한 청색 기사는 이제 자신만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빌레드는 자신이 말하고도 헷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잘된 일인지 모르겠네.”
몸에서는 이제 김이 폴폴 올라온다.
“비기 하나 쓰는 걸로 이렇게 뜨거워져서야.”
만약 날씨가 이렇게 춥지 못했다면 뱀 늪을 이런 범위로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작금의 생활 구역은 정말 더럽게 추웠기에, 다음 비기까지도 사용 가능했다.
“아까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 않았지?”
빌레드의 양 손바닥이 합장하듯 모였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또 지금도 너에게 최선을 다할 생각은 없어.”
[……뭐라?]라텔은 허리까지 빠져 있던 늪에서 무릎까지 빠져나왔다.
완력뿐만 아니라 발아래로 수압을 미친 듯이 일으켜서 걸어 나오는 중이었다.
그냥 봐도 괴물 같은 출력이었다.
그럼에도 빌레드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저 힘 좋은 멧돼지를 위한 선물은 또 준비되어 있었기에.
“어서 네 뒤에 있는 진짜 괴물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그러니까 비켜라.
[카사블랑카 제2비기 – 똬리 틀기]제1비기가 준비된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제2비기.
라텔의 걸음이 우뚝하고 멈췄다.
조금 전까지 이쪽을 쪼개버릴 듯한 기세로 다가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세다.
[네 이놈…….]“왜? 뭐가 잘 안돼?”
제2비기는 늪의 흡착력을 한계까지 틀어 올린다.
마치 똬리를 틀 듯이, 먹잇감을 물고 전신을 휘감듯이 절대 놓지 않는다.
늪이 상대를 놓아줄 때는 죽었을 때뿐이다.
“높아진 건 흡착력뿐만이 아니야. 흡입력도 그만큼이나 강해졌지.”
억지로 빠져나왔던 라텔의 몸이 다시 가라앉기 시작했다.
“네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흡입력도 강해져. 넌 거기서 나오지 못해.”
[그래. 그건 인정하겠다. 또 그대를 얕봤다는 것도 인정하겠다.]“괜찮아. 가문에선 익숙한 일이거든.”
[허나 그대 또한 나를 얕봤구나.]쿠르르르르르르르-
허공에서 물보라가 일어난다.
별빛과 달빛을 받아 총총 빛나는 물길은 퍽 아름다웠으나, 지금은 식은땀을 흐르게 했다.
[비록 내 발은 여기 묶여 있어도, 내 힘만큼은 자유롭다.]“좀 봐주라고. 나도 힘들어.”
[힘을 비축해둘 틈은 없을 것이야. 그 최선. 어디 한 번 꺼내 보아라.]“미안. 이 최선은 너를 위한 선물이 아니야.”
[여전히 오만하군!]라텔은 제 의지만으로 거대한 물길을 다뤘다.
그 하나하나가 건물 하나는 수장시킬 만한 크기였다.
빌레드는 수 미터의 파도를 피하고 급류를 피하며 지붕 위를 뛰어다녔다.
“수속성이 이렇게 위협적인 거였나.”
당장 저 물방울에라도 닿으면 급류에 몸을 맡겨버릴 것 같다.
저 창백한 기사가 다루는 물길은 저승까지 직행으로 데려다 줄 터.
“그럴 순 없지.”
빌레드는 한껏 뜨거워진 몸으로 발에 물집이 잡힐 만큼 뛰어다녔다.
그만큼 마력은 쓰지 않았다.
눈송이가 어깨에 떨어져 치이익하고 녹아내린다.
끝없이 달궈진 엔진은 슬슬 한계를 호소하고 있었다.
“어림도 없어. 아직, 아직 나는 끝을 보지 못했다고.”
허공에 만든 쉴드를 밟고 뛴 그는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다.
조그마한 병 하나가 꺼내져 나온다.
병은 새빨갰다.
병이 빨간 건지, 안에 든 용액이 빨간 건지 모를 만큼 붉었다.
빌레드의 머리로 이걸 받던 순간이 총알처럼 지나갔다.
[이걸 마시게 되면, 너는 그 순간 벽 하나를 넘게 된다.] [하지만 그 대가는 비싸다. 수명을 10년 정도는 내놔야 하지.] [알아두거라. 이걸 마신다는 건 수치다. 제힘으로 강해지지 못해서 무릎 꿇었다는 증거야.]어디서, 어떻게 만든 건지는 모른다.
이것에 대해 아는 건 얼마 되지 못한다.
단순히 아버지가 줬다는 것, 먹으면 수명이 깎인다는 것, 그리고…….
“강해진다는 것.”
병이 깔끔하게 비워졌다.
“크흐으윽……!!”
밖으로 드러난 피부에 붉은 핏줄이 기형적으로 튀어나온다.
허나 그것은 일시적이었다.
핏줄은 이내 잠잠해지며 눈으로 몰려들었고, 갈색 눈에는 핏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끼었다.
정말, 수명 깎이는 기분이었다.
“강해졌지.”
[그 짧은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그래. 비싼 인생을 10년이나 투자했거든.”
파아앙-!!
시야가 암전되었다.
[……!!]눈은 분명 그렇게 인식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단순히 그의 시야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주먹이 가득 채웠을 뿐.
뻐어어어억-!!
주먹에 얻어맞은 투구가 고철처럼 찌그러진다.
늪의 흡착력이 떨어져 나갈 만큼의 충격량은 그 거체를 허공에 띄워버렸다.
후우웅-!! 콰가가가가각-!!
어렵사리 띄운 몸은 금세 땅으로 가라앉았다.
바닥이 굵게 패이고, 거구와 부딪친 건물은 단숨에 무너져내려 파편이 되었다.
“…….”
빌레드는 제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치이이이이-
상처 하나 없이 보드라운 손에서는 김이 펄펄 올라오고 있었다.
몸이 뜨거워서가 아니었다.
단순한 주먹과 물체의 마찰력에 고도의 열이 휘감긴 것이다.
“이거면, 분명 이길 수 있어.”
그놈에게도, 황녀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이길 수 있다.
근데 왜 몸이 점점…….
키가 점점 줄어드는 거지?
몸이……. 몸이 기울고 있는 건가?
털썩-
눈밭 위로 빌레드가 쓰러졌다.
***
“우리 전교생이 이렇게 많았나?”
많이 짤렸다고 했고 또 많이 짤렸는데, 모아놓으니 일개 군단과 다름없었다.
터어엉-!! 터어엉-!!
그림 리퍼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었다.
부채꼴로 넓게 퍼지는 총알은 처음에는 두세 명씩 아웃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도 적응을 거듭했다.
매일을 주목받으며 살아온 만큼, 대처법 또한 많이 알려졌고 숙지는 기본이었다.
“쯧. 너무 빡세다고. 아직 그놈들은 만나지도 못했는데 마력이 반밖에 안 남았네.”
엘런은 이쪽으로 살벌하게 손을 뻗는 얼굴들을 돌아봤다.
“좀 죽어라아!!”
“죽어! 죽어!”
“엘런 이안느으으!!”
받는 사람이 당황해지는 양의 살기는 헛웃음을 나오게 했다.
“여기서 너희가 이긴다고 내가 죽지는 않는데 말이야.”
물론 저들이 이기게 둘 생각도 없었다.
엘런은 최대한 무속성 마법만을 기용해가며 그들과 싸웠다.
무속성을 사용해도 빙속성으로 변환되기에, 전장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그 전장에 적응하는 이는 당연하게도 소수중의 소수였다.
“크흐흐윽……. 얼어 죽는다…….”
“너, 너, 너무 추워어…….”
“고작 이런 게 최후라니…….”
학생들은 엘런이 손대지 않아도, 그 여파만으로 풀썩풀썩 쓰러졌다.
빅 프리즈, 빙속성 마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공들여서 마법진 만들기 잘했네. 너희도 이제 대부분 정리된 것 같고.”
“이 개새끼…….”
“욕하진 말고. 뭐, 나도 조금 있으면 욕 나올 것 같긴 한데.”
“우린, 지지 않았어. 내가 아니더라도 그 넷이 널 이길 거야…….”
“그렇게 되지 않게 나도 열심히 해보려 한다. 귀찮긴 해도, 지는 게 더 싫거든.”
푸우욱-!!
창날이 보호 조끼를 꿰뚫었다.
엘런의 앞에서 버티던 마지막 학생이었다.
“하아……. 이제야 숨 좀 돌리겠네.”
거기다 마법진의 출력도 최대치까지 찍어 굳이 마법진 위에 서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그럼 조금 도망쳐서 숨을 돌려볼까.”
“얌마!!”
“……못하겠네.”
눈보라를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
쨍한 여름 햇살 같은 목소리였다.
“어딜 도망가!”
“도망가는 게 아니라 조금 쉬려고 했는데.”
“어딜 쉬어!”
“……너 혼자냐?”
엘런은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카르디아와의 오랜 대화는 정신력 손상을 일으키기에, 아주 전략적인 판단이었다.
“혼자인지 아닌지는 붙어보면 알겠지!”
바닥에 쌓인 눈을 짓밟으며, 그녀가 드높이 도약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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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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