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9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94화(293/354)
#294화. 장학생 사냥(12)
3학년 생활 구역.
3학년이라면 제일 바쁠 것 같지만, 곧 2학기에 접어드는 3학년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들은 선수 보호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휴가와 다름없는 학창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학기 초반에는 가타부타 많이 힘들었지만, 곧 방학 시즌인 지금은 아주 편안했다.
이런 도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1학년 군단이 이긴다에 내 제국 레스토랑 한 달 치 식권 전부를 건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장학생이지! 지금까지 보여준 저력 못 봤냐고! 나는 고급 원정 퀘스트 양도서를 걸겠어!”
“장학생 많이 지쳤잖아. 전력이 평소의 절반도 못 나올 거야. 1학년 군단이 이기겠지.”
3학년 생활 구역 중앙에는 건물만 한 전광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화면에서는 어떤 영상이 송출 되고 있었고, 그 영상은 단연 1학년 기말고사였다.
1학년은 수준 떨어진다고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는 3학년들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진짜진짜 빅매치다! 장학생 놈 잘 싸우잖아! 저 골렘들은 정체가 뭐지? 존나 비싸 보여!”
“근데 저항하는 상대도 대단한데? 저 추위는 진짜 견디기 힘들 텐데 말이야.”
“장학생은 1학년 맞나? 저 마법진은 도대체가 1학년 때 배우는 범위가 아닌데.”
“전투의 퀄리티도 무척 높아. 마법진 탓에 거친 마법은 몸에 부하가 오니까, 무속성 마법만을 쓰고 있어.”
“야야! 어깨 좀 비켜보라고! 화면 안 보인다!”
3학년들은 떠들썩하게 1학년의 기말고사를 구경했다.
처음 엘런이 빅 프리즈를 발동시켰을 때는 경악과 겹친 환호성이 나왔다.
그리고 처음 총공격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나왔을 때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장학생이고 나발이고 1학년 초상위권들은 전부 잘 싸우는데.”
“2학년 급은 되는 것 같아.”
“마력 없이 맞붙으라 하면 지겠어. 특히 저 아누비샨한테.”
3학년들은 자신의 경쟁의식마저 불태우며 전투에 완전히 몰입했다.
응원하는 쪽은 각자 달랐다.
자신의 편은 돈을 거는 순간 정해지기에, 응원의 목소리는 좌우로 갈렸다.
“장학생! 제발 이겨라! 네가 이기면 이번 방학 때 즐길 휴가지가 달라져!”
“장학생이 역배냐? 그럼 난 무조건 역배지! 역배 드가자아!!”
“1학년 싸움에서 그런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올 리 없잖아! 역배들 참교육해주라고!”
“그건 그렇고 장학생한테 걸면 대체 얼마가 나오는 거야?”
“건 거에 두 배는 얻는다 봐야지.”
배당이 두 배로 걸릴 만큼 장학생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적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첫째. 장학생의 힘이 대형 마법으로 빠져 있다.
둘째. 이전의 밑작업으로 체력과 마력의 안배가 불충분하다.
셋째. 상대편 진영 또한 힘이 빠져 있긴 하지만, 그 전력을 합치면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넷째. 장학생은 세부 특성을 깨닫지 못했다.
사실상 이 마지막 이유가 가장 커다란 이유였다.
“반대편 진영의 고급 전투원들은 세부 특성을 깨우친 상태야. 반면 장학생은 아니지.”
“맞아맞아. 세부 특성의 유무는 그 차이가 엄청나다고.”
“그냥 정보가 안 들어온 거 아니야? 시험 전에 얻어 놨을 수도 있잖아.”
“그래도 안 돼. 이건 장학생이 무조건 진다.”
“솔직히 말하면 1학년 때 정도야 한 번쯤 지기도 해야 해. 백전백승하면 콧대만 쓸데없이 올라간다고.”
“현 1등처럼?”
현 1등, 3학년의 1등은 곧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를 의미했다.
나아가 이 기수에서 엘리스가 1등이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그 학생은 깔깔 웃고 손뼉까지 치며 대꾸했다.
“그래그래! 딱 엘리스처럼 말이야! 나름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동고동락했는데, 한 번 웃지도 않잖아! 지가 뭔 인형이야 뭐야?”
“하하하핫! 그건 그렇지!”
“젠장 내가 말 나온 김에 얘기하는데! 걔 있잖아. 학교로 들어온 퀘스트 수주할 때도 묘하게 눈치 준다고! 좋은 건 지가 할라고!”
“……그, 저기.”
갑자기 앞에 있던 학생의 표정이 사색이 된다.
하지만 입이 터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말리지 말아봐! 내가 쌓인 게 많아서 그래! 여태 3년 동안 자기는 날 줄기차게 패왔으면서 한 대 때리려고 하면 겁나 복수한다니까? 너희도 동의하잖아! 그치?”
“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아까부터 왜 그래! 저기 뭐!”
“저, 저기 뒤에! 네 뒤를 보라고!”
“내 뒤가 뭐 어쨌……!”
휘오오오-
바람이 불었다.
피가 얼어붙을 듯 한기 섞인 바람이었다.
그의 앞으로 어둡고도 어두운 그림자가 지기 시작한다.
그림자는 얄쌍하면서도 길었고, 머리카락은 찰랑거렸다.
꿀꺽-
학생은 마른침을 집어삼키며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지금……. 내 뒤에……. 그분이 있는 거지?”
호칭은 어느새 그분으로 격상되었다.
끄덕끄덕-
앞에 있는 친구들은 뒤에 있는 그분과 그를 번갈아 쳐다보며 떨리는 고개를 주억였다.
……한기가 더 거세진다.
갈대 마냥 떨리는 몸으로 뒤를 돌아보니.
“에, 엘리스……! 학생회 일은 잘 마치고 온 거야? 하, 하핫…….”
그녀는 서릿발 같은 푸른 눈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분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비켜.”
“무, 물론이야.”
저벅- 저벅- 저벅-
운동 경기장처럼 시끌시끌했던 중앙이 단숨에 싸늘해졌다.
그녀의 걸음이 이어질 때마다, 근처에 있던 학생들은 재빨리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화면이 제일 잘 보이는 중앙 상석에 앉은 엘리스는 옆에 있던 아무개에게 물었다.
“배당은 어떻게 되지.”
“히끅! 1학년 군단이 승리할 거라 예상한 사람이 70% 정도 되고, 장학생의 승리는 30%가 예상했어……!”
긴장의 딸꾹질과 함께 비율이 산정되었다.
그 말을 가만히 듣던 엘리스는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톱만 하고 가공되지 않은 청색 원석이었다.
신비한 느낌만 빼면 조약돌이라 해도 좋을 듯한데, 다른 학생들의 입은 절로 벌려졌다.
“저, 저 보석은……!”
“만년설과 자연 마력이 만나 극히 낮은 확률로 만들어진다는 ‘극빙’!”
“최근에 엘리스가 전쟁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거 아니었어?”
엘리스는 주변의 소란스러움에도 손에 쥔 극빙만큼이나 시린 육성으로 말했다.
“장학생의 승리에 극빙을 걸겠어.”
“……!!”
“뭐, 뭐라고?”
“미친…….”
엘리스의 섬섬옥수 안에서 극빙이 떼구르르 굴러간다.
화면 속 엘런은 잘 싸우고 있었다.
대견할 만큼이나 잘 싸우고 있었다.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엘런도 멋지지만, 역시 전투에 몰두한 엘런도 멋있다.
그냥 내 동생은 멋있다.
엘리스는 입가로 번지려는 미소를 억지로 끌어내리며, 화면 속 전투에 집중했다.
1학년과 전투를 끝낸 그는 밝은 구릿빛 피부의 여자와 싸웠고, 이내 동쪽으로 달렸다.
동쪽에 뭐라도 있는 걸까?
전투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어딜 가는 거지?
동쪽 성문을 넘으니 등장하는 호수 지대.
엘런은 그곳에서 초상위권 네 명을 맞이했다.
그야말로 맞이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어깨너비로 벌린 그의 발아래에서, 여기 3학년들조차 처음 보는 마법진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
벌떡-!
고급 간이용 의자에 앉아있던 엘리스가 몸을 다급히 일으켰다.
옆에 있던 학생들이 움찔할 속도였다.
“까, 깜짝아.”
“엘리스……? 왜 그래?”
“저 마법진…….”
엘리스는 멍한 표정으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저기 있는 건 한 번 보고, 다시 보고, 또 봐도 자신이 생각한 그것이 맞았다.
반면 학생들은 엘리스의 표정에 놀라야 했다.
하도 이목구비가 수평에 고정되어 있어서, 사실 얼음으로 조각한 얼굴이 아니냐는 소문이 떠도는데.
지금 그녀의 표정은 아주아주 희귀한 것이었다.
엘리스는 자신을 향해 웅성거리는 말들과 눈들이 어떻든, 속으로나마 마법진의 정체를 중얼거렸다.
‘크레센티아의 비기.’
분명, 분명 그것이었다.
***
본래 크레센티아의 비기는 음기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는 음기와 마력이 한 데 섞여 있었다.
여기서 엘런은 한 가지 가설을 만들었다.
“가문 비기를 수식화시킨다면 마치 새로운 마법처럼 보이지 않을까?”
라텔과 윈터 골렘에게 땅을 파게 시키면서 떠올렸던 이론이었다.
“생각해봄직 한데.”
평소라면 이런 걸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비기가 필요하면 그냥 쓰면 되고, 학교에서는 비기까지 꺼낼 일이 없었으니까.
귀찮게 뭐 이런 이론을 정립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제부터는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엘런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했다.
자신의 침대 위에서도, 소파 위에서도, 빅 프리즈 마법진을 만들면서도, 델의 집에서도.
고민은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물을 호수 지대에 숨겼다.
“혹시나 보조 마법진에 시선이 끌려서 이것까지 파괴되면 안 되니까. 잘 될지 모르겠네. 시험해볼 시간도 없고.”
다만 이론은 완벽했기에, 엘런은 걱정을 줄이고 전투에 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웬만하면 이걸 쓸 일이 없었으면 했어.”
엘런의 발밑을 중심으로 마법진이 퍼졌다.
동시에 마력과 음기가, 전부 열어버린 수도꼭지처럼 펑펑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낯빛이 시간 가기 무섭게 창백해져 간다.
비기의 마법화.
초거대 마법인 빅 프리즈의 수식에 익숙해져 있는 엘런이기에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마법진의 격을 피부로 느낀 셋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그 이유는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무섭게 추워서.
뼛속 골수가 다 얼 것 같이 추워서 거리를 두었다.
“뭔가 격이 다른 차가움이군요.”
“마, 맞아. 빙속성의 차가움과는 전혀 다른데?”
“엘런이여. 이건 무슨 힘이더냐. 너의 새로운 힘이더냐?”
엘런은 피식하고 웃으며 한쪽 손바닥을 지면에 댔다.
피부가 창백해져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입술은 천천히 열렸다.
“내 세부 특성이다. 이것들아.”
[세부 특성- 빙결 창조]기하학적으로 그려진 마법진이 섬광을 토해냈다.
빛은 청색이었고, 깨끗하고도 너무 깨끗해서 되려 백색으로 보였다.
눈을 찌푸릴 만큼 강한 빛이 사이로 초월(初月) 모양 참격이 날아든다.
“……!!”
야성의 반사신경으로 눈을 부릅뜬 카르디아는 양옆의 둘을 끌어안고 엎드렸다.
썽둥-!! 우지끈-!!
엎드리고 난 몸 위로 빛살처럼 지나간 참격.
그것과 닿은 나무들은 두텁고 얇고를 가리지 않고 잘려 나갔다.
그 단면은 어찌나 매끄러운지 가공마저 끝낸 듯했다.
바닥에 쓰러지듯 엎어진 시에나는 고개를 들어 올리며 반문했다.
“세부 특성……? 이게 말이냐?”
“글쎄. 뭐가 내 세부 특성일까. 이 마법진? 아니면 그 참격? 맞춰보지그래.”
“시에나, 카르디아. 빨리 끝내야 합니다. 저 마법진이 생활 구역 못지 않게 커다란 추위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면 점점 더 추워질 거예요.”
“그래! 어서 끝내야 해!”
“알고 있느니라. 정신은 차렸으니 곧장 공격할 것이다.”
“라제나! 따라와라!”
평소에 하던 그대로의 포메이션이다.
라제나와 카르디아가 앞선에 서고 뒤에는 시에나가 선다.
본래 그녀의 옆에는 엘런이 서 있어야 했지만, 오늘만큼은 저 반대편에 서 있었다.
슈화아악-!!
대각선으로 날을 섬뜩하게 세운 칼날이 내려온다.
“흐읍!”
화르르르륵-!!
추위 속에서도 당당히 피워낸 불꽃이 거세게 휘감긴 칼날이었다.
“…….”
[매직 스피어 – 멀린 수식]엘런은 피하지 않고 창대를 들어 칼날의 궤도를 틀었다.
병기학과도 아니면서 나름 전문성마저 느껴지는 창술.
라제나의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
“여기 이것도 있다!”
금화를 두른 주먹이 정직하게 앞에서부터 명치를 노린다.
크레센티아의 음기처럼 카르디아의 금화 또한, 보통의 화속성과 격이 달랐다.
“왜 이렇게 붙어대.”
이번에는 창대 대신 참격이다.
코앞에서 날아든 참격은 상체와 하체를 이등분 내놓을 듯했다.
하지만 이 하체는 사막의 열기를 버텨낸 하체다.
파바바박-
세리머니 하듯 무릎으로 땅을 긁은 카르디아는 허리를 꺾어 참격을 피해냈다.
“헹! 어떠냐?”
“잘하네.”
“순순히 한 대 맞아라!”
“맞겠냐?”
어찌 보면 카르디아가 훈련시켜 준 몸이나 다름없는 그의 신체는 최절정이었다.
체력과 관계없이 몸 상태는 최고였고, 마력은 썼으나 체력만큼은 안배를 열심히 했다.
그 이유가 바로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것 때문이었다.
‘세부 특성으로 그려낸 마법진. 이 마법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기는 빙살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전투에 기용하기 힘든 세부 특성이라면 전투에 필요한 걸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카, 카르디아여! 잠시 떨어지거라!!”
엘런의 주위로 초승달이 일렁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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