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29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99화(298/354)
#299화. 장학생 사냥(17)
초상위권들을 위해 마련된 병실.
총 다섯 개의 병상이 있고, 사람이 올라가 있는 병상은 세 개뿐이었다.
“왜 우리밖에 없는 것이냐.”
“잠결에 듣기로, 빌레드는 개인 병실로 갔다 합니다. 엘런은 집중 치료를 위해 돌로레스 교수님이 데려갔고요.”
“많이 다쳤다고 했느냐.”
“이 간호실에서 치료하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빌레드의 말에 시에나는 고개를 푸욱 떨궜다.
답지 않게 무리를 하고 그랬단 말인가.
그 걱정의 반대편에선 한계까지 엘런을 몰아붙였단 것에, 내심 설레는 기분이 올라왔다.
……그 이중적인 모습에 자기 자신이 역겨워 보인다.
“얘들아.”
“카르디아여. 정신이 드느냐.”
“응.”
스르륵-
카르디아는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붕대를 감은 몸과 머리는 깨져나갈 것 같았지만, 일단은 일어나고 싶었다.
일어나야만 뭔 말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서 꺼낸 말은 짧았다.
“우리, 졌네.”
시에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일전의 전투를 되돌아보았다.
“엘런은 강했느니라.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근성 있었지.”
“맞습니다. 저는 엘런이 그렇게 철저히 준비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피식 웃은 카르디아는 고개를 주억였다.
“나도 그랬어. 중앙성을 폭파시킨 것부터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지. 미끼를 보낸 것도 그렇고, 생활 구역을 추위로 덮은 것도 그렇고.”
“뭐 하나 작전대로 가는 게 없었느니라.”
“엘런이 그렇게 만들었죠.”
“맞아. 엘런이 그렇게 만들었어.”
카르디아는 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부스스하고 거칠어진 머리칼은 엉켜서 마디마다 툭툭 걸렸다.
그 머리칼만큼이나 엉킨 생각은 뭐 어디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묻고 싶은 건 있었다.
“시에나.”
“왜 그러느냐.”
“내가, 엘런에게. 한 방을, 먹였나……?”
완전히 이어지지 못하고 턱턱 끊어지는 목소리.
목소리에 울먹임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말이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만큼이나 이 질문은 여태까지의 1년을 비교하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먹였지.”
아예 다른 입에서 확답이 튀어나온다.
고개가 그쪽으로 빛살처럼 돌아가니.
“에, 에, 엘런……!!”
“엘런! 몸은 다 나으신 겁니까?”
“교수님 덕분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건 우리 덕분이겠구나.”
“당연하지.”
“후훗. 수고했느니라.”
엘런은 남는 병상 위로 올라갔다.
응급 치료는 끝났다지만, 아직 몸은 엉망이었다.
터져버린 봉제 인형에 헝겊을 덧댄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어우, 죽겠다.”
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오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진심 100%가 담긴 건 처음이었다.
―병실은 조용해졌다.
엘런이 등장하고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졌다.
그 침묵 속에서 엘런이 입을 열었다.
“카르디아. 나 뭐하나 묻고 싶은데.”
“으, 응? 뭔데?”
“너 지금 되게 드러워 보이는 거 알아?”
“뭐, 뭐?”
카르디아는 갑작스러운 인신공격에 당황하다가도, 손가락으로 엘런을 확 하고 짚었다.
“너, 너도 만만치 않아! 머리는 붕붕 떠가지고, 나는 처음 봤을 때 동네 거지인 줄 알았다!”
“그러냐? 아아, 배고프네. 간호실에선 밥 안 주나?”
“그치! 나도 배고팠어! 우리 간호사님 불러보자!”
“야. 간호사님이 네 말 한마디면 오고 가는 사람이야?”
“으윽……! 너, 너도 배고프다며!”
“너만 할까. 나는 참을 수 있거든?”
카르디아와 엘런은 이전에 기말고사 못지않은 설전을 벌였다.
서로에게 아무런 득도 없는 싸움이었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침묵이 깨진 것이다.
며칠간 쌓인 어색함이 깨졌고, 전투 도중 만들어낸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다.
“그래. 나는 이런 소란스러움을 즐겼었구나. 잠시 잊고 있었느니라.”
“저도 그랬습니다. 요 며칠 주변이 너무 조용하긴 했죠.”
“이젠 속 시원하다. 중앙성도 부서졌으니, 저놈이 내 집에 더 들어올 리는 없을 거 아냐?”
“헹! 2학년 때는 집 없냐? 난 그 집도 뚫어버릴 거야!”
괴도마냥 던지는 예고 범행.
엘런은 시에나를 돌아보며 카르디아를 검지로 쿡쿡 찔렀다.
“어이, 황녀님. 쟤가 지금 자백했잖아. 저거 안 잡아가?”
“흠흠. 아쉽게도 그 황녀가 동범이 될 것 같아, 딱히 제지하고 싶지 않구나.”
“……이 나라 다 망했네.”
“하하하핫. 엘런 같은 인재를 보유한 나라인데, 어찌 망할 수 있겠느냐.”
“말이라도 못하면.”
엘런은 이만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솔직히 지금도 툭 치면 잠들 수 있는 상태였다.
억지로 깨어있는 이유는, 오랜만에 만난 이 소란스러움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도 이젠 즐기는 단계에 와버렸다.
“엘런이여. 이제 잠드는 것이냐.”
“어. 졸려 죽겠다.”
“평소의 엘런을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아까 전의 엘런은 정말 보스 몬스터 같았거든요.”
“보스 몬스터보다 더 심했어! 그놈들은 대가리가 멍청하기라도 하지! 저놈은 너무 쓸데없이 똑똑해!”
이 세상에 쓸데없는 똑똑함은 없어.
-라고 반박해 주려 했지만, 그 전에 눈이 먼저 감겨버렸다.
엘런은 이후로 푸욱 잤다.
병실은 시끄러웠으나 잠은 신기하게도 잘만 왔다.
저 목소리들이 백색 소음이라도 되는 걸까.
아마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온 듯한 안정감이 심장에서 물씬 들었다.
그렇게 병실에서 편안한 일주일을 보냈다.
***
일주일이나 집중 치료를 받은 학생들의 몸은 완전히 나아졌다.
외상은 이제 흉 하나 찾아볼 수 없고,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자유자재다.
매일 간호실에서 창문으로 바깥을 보다가, 진짜 밖에 나오니 숨 쉬는 것도 재밌다.
“스으읍, 하아아! 바로 이거지!”
카르디아는 연신 ‘드디어 바깥이다!’를 외치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엘런이여. 두 번째 방학이구나.”
“그렇네.”
“기대되지 않느냐?”
“누가 보면 바로 방학식 시작하는 줄 알겠어. 우리 그전에 마지막 과외하러 가야 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게 곧 방학식으로 대체되었단 말도 듣지 않았느냐. 첫 방학 때와 달리 담당 교수님도 뵙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 두 번째 방학이라 그런지 학교도 학생들을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방학식이 마지막 과외로 대체된 거 보면 말이다.
아카데미의 하수인들이 준비한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선 넷은, 출발 전에 무어라 말을 나누었다.
“과외가 끝나면 어디로 모일 것이냐?”
“나는 여기서 제안하고 싶어.”
카르디아가 드물게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 헬륨을 가득 불어넣은 풍선마냥 날아갈 것 같았던 게, 갑자기 무게를 한껏 잡는다.
한 마디로 한껏 하찮았다.
“무엇을 말입니까?”
“우린 서로 더 강해져서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 방학 때 동안 서로 찢어져서 각자의 방식으로 더욱 강한 전사가 되자. 그리고 2학년 때 만나는 거지.”
“카르디아치곤 굉장히 독립적인 의견을 내었구나.”
“그러게 말이야.”
시에나도, 엘런도, 라제나도 모두 의외란 눈빛을 보내자, 카르디아는 울컥했다.
“얌마들아! 내가 이런 말 할 수도 있는 거지!”
“있긴 하지만, 정말 의외라고 할까요. 저는 분명 바닷가 같은 휴양지에 가자 할 것 같았습니다.”
“오오, 그것도 나쁘지 않……. 크흠! 어찌 됐든! 이게 내 의견이야. 다들 어떻게 생각해?”
셋의 대답은 빠르게 돌아왔다.
크게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다들 이번 기말고사 때,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몸을 쉬게 하는 일주일 동안, 그 약점을 고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저는 대찬성입니다. 최근 칼날이 무뎌졌죠. 숫돌에 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나도 찬성이니라. 황성에도 최근 들리지 못했고, 나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수련도 분명 존재할 테니.”
“엘런은?”
“물론 찬성이야. 일주일 동안 너희랑 합숙하느라, 혼자인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해졌거든.”
“치잇. 뭐, 좋아! 그럼 모두 찬성인 거지?”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서 만나는 지금.
지금이 친우들을 보는 마지막 순간이 되었다.
“우리, 조금 이따 보자.”
“그래. 조금 이따.”
“찰나와 같은 시간일 것이니라. 저 마법진 위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마법진을 관리하던 하수인이 이쪽을 향해 소리친다.
“엘런 이안느 학생! 칼리제 공작가로 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완성됐습니다!”
“먼저 가야겠네.”
저벅- 저벅-
엘런은 마법진 위에 발을 디뎠다.
저 아래에서 이쪽을 밝은 낯빛으로 바라보는 셋이 보인다.
그때 엘런은 입가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내가, 웃고 있네.’
자신은 그들과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조금 이따 보자.”
그들에게 손을 흔드니.
슈우우욱-!
끼룩- 끼룩-
텔레포트 됨과 동시에, 가까운 바닷가에서 갈매기 소리가 들려온다.
칼리제 공작가에 도착했다.
“선생님!”
“시아라.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에 봐도 저 청발은 물결치며 깨끗하게 흘러내렸다.
“보고 싶었어요!”
와락-!
옷이 구겨질 만큼 시아라가 세게 안겨온다.
“네네. 저도 그랬습니다.”
“저, 정말요?”
“네. 정말 그랬습니다.”
여기 왔다는 건 엘런에게 있어 승리했단 뜻이었다.
주말임에도 귀찮음을 떨쳐내고 침대에서 벗어나 이곳까지 당도했단 거 아닌가.
이거야말로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법.
“서, 선생님도 그러실 줄은 몰랐어요…….”
시아라는 제 청발 사이로 홍조를 숨기며 고개를 돌렸다.
“뭐가 말입니까?”
“아, 아니에요. 그보다 어서 다음 마법 가르쳐 주세요. 오늘이 마지막인 만큼 더 힘들고 더 재밌는 걸로요.”
“힘든 데 재밌을 수 있습니까?”
“그럼요. 저에게 마법은 그런 존재예요.”
엘런을 뒤에 두고 수련 장소인 연무장으로 걷던 시아라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이거 봐주실래요?”
“이건…….”
시아라의 손에 엘런에게도 퍽 익숙한 공지서가 들려 있다.
“제국 아카데미 신입생 모집 공고군요.”
“네. 저도 내년에 제국 아카데미 마도학과에 들어가려고요. 입학해서 두 번째 장학생이 될 거예요.”
“장학생이란 타이틀은 썩 좋지 못합니다. 리스크가 너무 많아요.”
“그만큼 멋지잖아요. 선생님처럼. 헤헷.”
해수면에 비치는 햇볕처럼 밝게 웃은 시아라는 공고서를 다시 집어넣었다.
“어쨌든 제 목표는 이제 아카데미 입학이 됐어요. 제가 합격할 수 있게 훈련시켜 주세요.”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공작님은 허락하셨습니까?”
“사실, 아버지와 거래를 좀 했거든요.”
시아라는 생각만 해도 속이 뒤틀리는지 인상을 찌푸리다가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크레센티아의 막내아들과 만나라도 보겠다고 했어요.”
짧게 침묵하던 엘런은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움직여 어렵사리 대답했다.
“……그러셨군요.”
“네. 하지만 선생님은 걱정 안 하셔도 되요. 만나기만 하고 말은 하나도 안 섞을 거니까요.”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하지만 제가 듣기로, 크레센티아의 막내아들은 제 나름의 인생철학을 가지고 잘 살아가는…….”
“아니요? 뭔 정보 하나 찾을 수 없을 만큼 집에만 박혀 있잖아요. 폐인과 다름없어요.”
말 한마디 했다가 열 배로 얻어맞았다.
“……과외. 시작하겠습니다.”
“네!”
시아라는 밝은 미소로, 엘런은 얼얼한 기분으로 과외를 시작했다.
***
과외가 끝이 났다.
몇 주 못 보는 동안 학구열이 얼마나 쌓여 있던 걸까.
시아라는 스펀지처럼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고, 모조리 제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공작가를 떠나가야 할 때쯤, 엘런은 고민 한 가지가 생겼다.
“어디서 자야 되지?”
사실 어디서든 자도 된다.
돈이야 있고, 여관이야 빌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어디에 있는 어떤 여관을 빌릴 것인가.
이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제국 수도로 가야 하나.”
제국 수도에는 익숙한 게 많았다.
고향이었고, 평생 살던 곳이기에 마음은 편할 것 같다.
“그냥 크레센티아로 가고 싶다. 어떻게 못 들어가려나.”
명분을 찾고 싶다.
어떻게든 찾고 싶다.
합법적으로 엘런 이안느가 크레센티아 본가로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그런 고민이 이어지던 와중에, 마법을 연신 연습하던 시아라가 말을 꺼냈다.
“그보다 선생님. 소식 들으셨어요?”
“어떤 소식 말입니까?”
“크레센티아가 자신들의 대저택에서 커다란 축제를 연대요.”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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