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화(3/354)
#003화. 나태한 천재(3)
용혈을 먹은 엘런의 몸은 곧바로 거친 반응을 보였다.
꺼어억-
용혈로 뿜어져 나온 거친 용트림.
“어우, 갑자기 트림이 다 나오네.”
엘런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용혈의 맛을 음미해 보았다.
뭔가 달콤하면서 짭조름했지만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려서 제대로 된 맛을 느낄 틈이 없었다.
이제 용혈도 먹었으니 창고에서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쪽지를 남기는 것.
모든 대도는 자신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남기기 마련이다.
엘런은 시약병이 있던 자리에 미리 준비했던 쪽지를 남겨뒀다.
어차피 들킬 거 자백이라도 해야 덜 혼난다.
쪽지는 으레 그러하듯 안에 담긴 내용이 길지 않았다.
[아버지. 용혈은 막내아들이 잘 먹었습니다. 그간 밀리신 생일 선물은 이걸로 다 받은 셈 치겠습니다. 그러니까 목숨만 살려주세요.]처음에는 당당하게 쭉쭉 글자가 이어지지만, 끝에 다다를수록 벌벌 떨던 손 탓에 글씨도 지진이 난 것처럼 부들거렸다.
“이 정도면 살려주시겠지.”
아들로서 아버지께 처음 써본 편지다.
그렇다고 하기엔 그 주제와 내용이 처참하긴 하지만…….
계약인지 인생을 건 내기인지 모를 것 때문에 게르슐의 기사단에 들어가는 건 절대로 싫었다.
그러니 이왕 지금까지 불효를 저지른 거 조금 더 질러도 상관없겠지.
오늘도 크레센티아는 엘런 덕분에 한층 더 뜨거워졌다.
그는 쪽지를 남기고 창고 밖으로 향하면서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뭐 달라진 게 없는데?”
뱃속이 조금 서늘해진 걸 빼면 어디가 아프다거나 저리다거나 하는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아버지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모조품을 갖다 놓으신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불쑥 들 만큼 몸은 너무나 정상이었다.
끼이익-
엘런은 창고의 문을 열었다.
앞에 서서 잔뜩 긴장하고 있던 멜리는 그를 돌아보았다.
“도, 도련님! 물건은 얻으셨어요?”
“그래. 이제 다시 방으로 돌아가자.”
엘런과 멜리는 본래 출발했던 방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엎어뒀던 책을 펼치고 멜리가 쌓아둔 참고서의 성벽에서 몇 권을 빼냈다.
우르르르르르르-
밑단 몇 개가 빠지니 책으로 만든 종이 탑은 금세 무너져 바닥을 어지럽혔다.
그러나 엘런은 아랑곳하지 않고 책 몇 권을 옆구리에 낀 채 그나마 깨끗한 방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이제 뭐 하시려고요?”
“마도학과에 지원하는데 ‘코어’는 만들어 둬야지.”
엘런은 가져온 책들을 바닥에 펼치고 원하는 페이지로 팍팍 넘겼다.
그가 꺼낸 다섯 권의 책 중에는 소설도 있었고 이론이 담긴 참고서적도 있었다.
그 알 수 없는 부조화에 옆에서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멜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도련님. 마법을 하시려는 건 알겠는데 소설은 왜 꺼내두신 거예요?”
“왜긴. 이딴 참고 서적보다 소설이 훨씬 더 설명이 잘 돼 있으니까 그렇지.”
“네에……?”
멜리는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로 되물었다.
엘런은 명상하듯 가부좌를 틀고 책들을 하나씩 가리켰다.
“여기 이 소설들은 현실의 마법 원리와 이론을 그대로 채용했어. 하지만 소설을 읽는 사람 중에는 평범한 사람이 훨씬 많아. 작가는 그런 범인도 이해할 만큼 쉽게 마법을 설명해야 하지.”
“아아……!!”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마법을 처음 배우는 장면. 이 부분을 토대로 난 코어를 만들 거야. 작가가 누락하거나 복잡해서 뺀 부분은 여기 이론서를 참고하면 그만이니까.”
“도, 도련님. 그럼 혹시 지금을 위해서 나흘간 이것들을 읽으신 거예요……?”
엘런은 대답하지 않고 대충 휙휙 손짓했다.
“됐으니까 잠깐 떨어져 있어. 소설에서 보면 처음엔 스파크가 튄다더라.”
“네, 네!”
멜리는 그에게서 호다닥 떨어지며 소파 뒤에서 빼꼼 고개만 내밀었다.
엘런은 ‘하아’ 하고 편안히 숨을 내쉬며 심신을 안정시켰다.
마법사들이 ‘명상’이라 정의하는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마법의 첫걸음이다.
명상은 사람의 체내에 존재하는 마력을 깨우치고, 공기 중에 존재하는 자연의 마력 또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과정의 끝에서 코어라는 마법사의 심장이 구축되는 것이다.
재능 없는 자는 코어 생성부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을 완전히 비워내고, 인간의 감각으로부터 정신을 떼어놓는 ‘명상’이 초심자에겐 무척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엘런은 속으로 조소했다.
‘이런 건 매일 밥 먹듯 해왔어.’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명상으로 더 높은 경지를 움켜쥐거나 마법을 깨우친다.
과거 엘런은 그 점이 신기해서 자신도 이런 명상을 시도해 봤던 적이 있다.
결과는 한 번에 성공.
작가들이 써둔 이론대로 하니까 어려울 게 하등 없었다.
다만 하면 할수록 심장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간지러운 감각은 바꿔 말해 코어가 구축되는 감각이었다.
또한 지금의 엘런에게도 그 감각은 다시 한번 찾아와 주었다.
스아아아아아아아-
심장에서 무언가 폭포처럼 흐르고 쏟아지는 느낌.
이게 아마 마력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아닐까?
심장에 무언가 덧칠된 기분도 잠시, 엘런은 체내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게 몸 곳곳으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무의 기둥처럼 처음엔 하나였다가 가지처럼 무수하게 갈라진 길들로 마력은 파도처럼 밀어닥쳤다.
“흐으으…….”
엘런은 입 밖으로 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입김이 그 틈새로 흐른다.
피부는 시체처럼 창백해지고 실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멜리는 화들짝 놀라 눈이 두 배로 커졌다.
햇볕 좋고 따뜻한 날씨에다 따뜻한 방인데 입김이라니!
“뭐, 뭐가 잘못되신 건가……?”
멜리는 제자리에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일단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시 엘런 혼자만 남게 된 방.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면서 마력이 지나다니는 길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래. 이게 마력 회로인가 뭔가 하는 것이구나.’
코어와 같이 찢어지거나 망가지면 다신 고칠 수 없는 게 바로 이 마력 회로였다.
엘런은 마력 회로의 굵은 가지부터 잔가지까지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기로 했다.
마력 회로는 곧 마력이 다니는 길이니, 그 길에 대해 통달하면 당연히 마법의 숙련도도 높아질 게 아닌가.
그의 두뇌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의지에 답해주었다.
마치 사진처럼 아주 정밀하고 빠뜨린 것 하나 없이 엘런의 머리에는 마력 회로의 모든 길이 입력되었다.
‘좋아.’
엘런은 속에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코어는 멈추지 않고 마력을 펌프질한다.
윤이 반짝반짝 나는 회로를 쌩쌩하게 달려나간다.
그 힘은 진동으로 바뀌어 느껴질 만큼 날쌘 경주마처럼 튼튼한 완력이 전해졌다.
용혈 덕분인지는 몰라도 기반이 아주 반짝반짝하게 잘 닦여 있는 느낌이다.
……엘런은 눈을 번뜩하고 떴다.
자의는 아니었다.
누군가 어깨를 잡고 흔드는 듯한 어지러움에 속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렁인다.
하지만 구토감보다 먼저 육신을 강타하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추위’.
명상에서 깨어난 몸은 갑자기 으슬으슬 떨리고 살이 아려왔으며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누, 누나……?”
“엘런!! 괜찮니? 정신이 들어?”
“으, 응.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엘런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새하얗게 얼어붙은 벽면.
고드름이 창끝처럼 날카롭게 달린 천장.
손발은 어찌나 차가운지 동상에 걸린 것처럼 감각이 무뎌졌다.
“괜찮아, 괜찮아. 누나가 다 알아서 할 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엘런이 누나라 부른 여자, 크레센티아 백작가의 차녀 이사벨은 어린아이 다루듯 엘런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엘런은 문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멜리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 그게 도련님의 입에서 갑자기 입김이 나오고 피부도 창백해지시길래, 마침 이사벨 아가씨가 저택에 계셔서 급히 모셔왔습니다.”
이사벨은 마탑에서 하나의 학파를 이끄는 베테랑 마법사다.
멜리가 그녀를 데려온 건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
만약 게르슐을 데려왔다면 앞날이 깜깜했을 텐데, 차라리 다행이다.
“누나. 이제 괜찮으니까 놔줘도 되는데.”
“아니야! 이 누나는 아직 부족해! 일에 치여 사느라 최근에는 우리 막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일이 없었다구!”
이사벨은 허리까지 오는 은발을 늘어뜨리며 엘런을 꼬옥 안았다.
“그것보다 엘런! 여기서 방금 코어를 만든 거니?”
“응. 느껴져?”
“그럼 당연하지! 우리 가문의 마력을 내가 몰라볼까 봐? 그리고 방에 퍼진 이 냉기.”
이사벨은 손을 뻗어 바닥을 한차례 쓸어보았다.
부서지다 만 얼음의 잔해들이 손에 우수수 잡힌다.
그녀는 품에 가득 들어온 엘런을 살짝 떼어 놓고 그와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알고 있니? 우리 크레센티아 가문은 선천적으로 엄청난 음기를 품고 태어나!”
“음기?”
“응! 그 음기는 여러 형태로 발현되는데, 지금 엘런은 태생적 음기가 마력하고 융합돼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지!”
“그럼 나쁜 거야?”
“흐으음…… 글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이런 경우 자체가 너무 특수해서 말이야!”
이사벨은 자신의 귀를 엘런의 심장에 붙여보았다.
두근- 두근- 두근
냉기의 마력을 품은 코어의 서늘함이 심장의 박동 소리를 밀어내고 가장 먼저 느껴진다.
“정말 신기하네! 용혈 같은 영약이라도 먹지 않는 이상 음기가 마력과 동화되는 일은 잘 없는데 말이야!”
“…….”
이 누나가 이상한 데서 예리하다.
엘런은 입을 꾸욱 다물었고 이사벨은 다시금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보다 이 누나는 정말 기뻐! 우리 막내가 누나와 같이 마법의 길을 걷겠다니!”
“아카데미에 다니는 3년 동안 만이야. 그 뒤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살 테니까.”
“아버지께 대충 얘기는 전해 들었어! 둘이서만 이상한 내기를 했다며?”
“정말 대충 들었나 보네.”
엘런은 품에서 나와 소파 위에 있는 얼음 조각들을 슥슥 치우고 앉았다.
그렇게 이사벨과 조금 멀어지려 하면 그녀는 다시금 엘런의 옆으로 쏘옥 들어왔다.
“……이제 방으로 다시 가.”
“아아~! 왜에에~!”
“그런 거 안 통하니까. 할 일 없으면 가라고.”
엘런의 축객령에 이사벨은 길 잃은 고양이의 눈으로 울먹이듯 그를 바라봤다.
“나 진짜 가……?”
“그래. 가라고.”
그러나 엘런은 가차 없이 그녀를 내쫓았다.
“치이! 하지만 너 후회할지도 모른다?”
“내가 왜.”
“왜냐면! 이번 입학시험 실전 평가 심사위원 중 하나가 바로 네 눈앞에 있는 이사벨 폰 크레센티아거든!”
“……정말?”
이사벨은 제 가슴을 탕탕 치며 단언했다.
“고럼! 이 누나가 언제 네게 거짓말한 적 있어?”
“그럼 누나가 나 합격시켜줄 수도 있어?”
이사벨은 검지를 엘런의 눈앞에서 까딱까딱 저었다.
“흐흐흥! 그런 요행은 바라면 안 되지!”
“칫.”
“대신 누나가 속성 과외 정도는 해줄 수 있을지도? 마탑 학파장의 과외는 어디 가서 땅따먹기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 할래?”
엘런은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이제 코어도 만들었겠다, 다시 소파에 누워서 잘 생각이었던 그는 갑자기 생긴 속성 과외 스케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번에 입학시험을 볼 아카데미는 대륙 최고의 교육 기관인 아인티제 제국 아카데미.
그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무지하게 어려운 입학시험이다.
용혈도 먹고 귀찮음을 무릅쓰며 코어도 만들었는데, 정작 시험에서 떨어지면 자신은 화병으로 죽을지 모른다.
“후우…… 좋아. 과외 해줘.”
“좋아 좋아! 그럼 여기 앉으세요! 학생!”
이사벨은 근처에 참고서들을 집어 들며 코끝에 걸쳤던 안경을 폼 나게 눌러 썼다.
그리곤 내일의 해가 밝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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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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