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0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04화(303/354)
#304화. 크레센티아의 축제(5)
꿈은 엘런만을 찾아오지 않았다.
이 진지에 있는 모두에게, 아주 짙게 내려앉았다.
그들 모두를 악몽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초대를 위해선 먼저 초대장을 보내야 하는 법.
“같잖은 짓을.”
여기 그 초대장 자체를 찢어버린 남자가 있다.
레드는 간이형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깨질 듯 아픈 머리를 매만졌다.
“마경의 크기가 크다 보니 이런 잔재주도 가능해진 건가.”
아니다.
이건 단순히 마경의 크기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진지가 전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모두 잠든 것이다.
끝없는 악몽에 빠져들었다.
레드는 곧장 어떤 추론이자 확신에 도달했다.
“사제가 가까이 왔군. 그것도 여럿이 왔어.”
이거 하난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고명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 순식간에 잠들 리 없었다.
“설마 마경이 선공을 해올 줄이야.”
마경이라고 선공을 해오리란 법은 없지만, 이건 그들의 이점을 포기하는 짓이었다.
그들은 마경에서 나오면 급격히 약해지니까.
그걸 감수하고 안에서 기어나와 기습을 도모했다.
또한 그 기습은 보다시피 아주 잘 먹혀들었다.
하마터면 이쪽도 잠들 뻔했다.
“깨있는 사람은 없는 건가. 사제놈들은 어딨지.”
수많은 의문과 문제들이 머릿속에 휘감긴다.
“하아, 일단 움직여야겠어.”
오리하르콘의 힘을 쓸……까 하다가, 레드는 잠시 손을 멈췄다.
“지금 힘을 쓰면 놈들이 내 위치를 특정하겠지. 상대가 몇 명인지도 모르는데.”
오리하르콘이 아무리 마경의 천적이라도 수를 봐가면서 싸워야 한다.
이 정도 대군을 한 번에 잠재울 전력이면 못해도 수십은 왔을 거다.
“쯧. 그 세 시간의 자유 좀 즐겨보겠다고 나왔는데, 이게 무슨 봉변인지.”
레드는 혀를 차며, 개인 막사 바깥으로 조심스레 나왔다.
진지 안에도, 하늘에도, 그 어디에도 사제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마경의 진한 악취가 느껴졌다.
“일단 이놈의 형을 먼저 깨워야겠어.”
깨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건 두 번째 문제다.
“마경 놈들도 조심스러워하는군.”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혹시나 잠들지 않은 인물들이 기습을 가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방금의 공격으로 퍽 힘이 떨어졌나. 그럼 이쪽에서 공격해도……. 하아, 관두자.”
그냥 적당히 넘기고 자유 시간을 즐기자.
레드는 다시 카일을 찾아 나섰다.
“아마 지휘관 막사에 있겠지.”
지금 같은 상황에선 믿을 만한 놈 하나를 어서 구하는 게 상책이다.
혼자 싸울 수 있다고 혼자 싸우는 건 가장 최후의 선택이었다.
크레센티아 장남이라면 마경 바깥에 있는 사제들 정도야 몇이든 싸울 수 있을 거다.
“그래줘야 내 자유 시간을 누리지.”
조금 있으면 마경에서 개고생할 게 뻔했다.
그 이전에 존재하는 유일한 자유를 이렇게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나도 놈한테 옮은 건가.”
내 자유 시간 하나는 끔찍하게 챙긴다.
자유 시간을 얻기 위해 부자유로 자신을 옭아맨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레드는 신세 한탄 속에 지휘관 막사로 도착했다.
그러니 어떤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인간이 맞겠지.”
“분명합니다.”
“틀림없는 카일 폰 크레센티아. 그 본인이 맞습니다.”
“좋아. 우리가 인질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조심해라. 이 자는 기가 강해서 약한 충격에도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인기척들로 파악해본바, 대략 다섯 정도.
하지만 다섯으로는 이 정도의 인원을 단숨에 재울 수 없다.
‘다른 진영의 진지에도 사제들이 간 건가. 이렇게 인질을 잡으려고?’
놈들답지 않게 퍽이나 인간적인 수법이었다.
동시에 효과적인 방법인 건 틀림 없었다.
아무래도 장남이 납치돼서야, 크레센티아도 마경 토벌에 주춤할 수밖에 없을 테니.
허나 놈들은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펄럭-!
“내 앞에서 고작 다섯이라니. 너희들은 운이 없구나.”
“에, 엘런 폰 크레센티아! 네, 네, 네놈이 왜 여기에……!”
“내가 온다는 정보는 없었나? 그리고 지금은 엘런 이안느다. 예의 없는 것들.”
딱-!
레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막사 밖으로, 진지 밖으로 텔레포트 되었다.
동부의 척박한 땅과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주변 곳곳에 늘어져 있다.
그러나 후드 속 사제들은 왜인지 웃고 있었다.
“이거 뒷걸음치다 쥐를 잡았군.”
“엘런 폰 크레센티아. 가족들의 원수. 네놈을 잡아가겠다.”
“우리 앞에 혼자 온 건 대단한 실수라 말해주지.”
“어떻게 잠이 들지 않은 건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네놈을 포획한다.”
계속 엘런이라 불리니 정체성의 혼란이 오지만, 레드는 끝까지 엘런인 척 말을 이었다.
“크레센티아 장남보다 내가 더 높은 가치의 인질이란 거냐?”
“크레센티아의 장남은 인질적 가치밖에 없다. 하지만 너는 우리에게 존속 가치까지 가져다주지.”
“개소리도 계속 듣다 보니 질리는군.”
사제들은 저들끼리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꼭 포위망을 짜는 듯하다.
그래. 어울려주지.
사제들의 기다란 소맷자락이 이질적인 기운에 흩날렸다.
“사제장님이 원하는 건 네놈이다.”
“사제의 자격을 가진 인간. 너를 포획한다.”
“순순히 따라오면 팔다리는 자르지 않겠다.”
참도 자비롭다.
근데 어쩌나.
“난 팔다리 가지고 끝낼 생각이 없는데.”
레드의 손에는 어느새 완드가 들려 있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개활지.
날뛰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집 밖으로 나오면 아무것도 못 하는 놈들이 뭐가 그렇게 잘났지.”
“……오리하르콘.”
“그래. 네놈은 그 성가신 돌을 가지고 있었지.”
“벌써 쫀 건가. 그럼 재미없는데.”
“아니. 네 상대는 애초에 우리가 아니었다.”
포획하겠다느니, 팔다리는 자르지 않겠다느니.
그럼 그 말은 누구의 의지였나.
아니, 애초에 이 녀석들…….
살아있는 건가?
그런 의문까지 들 때쯤, 후드 너머 사제들의 동공에서 빛이 꺼졌다.
완드를 들었던 팔에 힘이 빠진다.
“인형들이었군.”
마경 새끼들.
많이 발전했다.
“이렇게 창의적인 놈들이 아니었는데.”
노망난 노인처럼 꽉 막혀 있던 것들이 어느새 흐르기 시작했단 말인가.
고여 있던 물이 촤악하고 풀려나듯, 마경은 이제까지 알던 상대가 아니었다.
쿠구구구구구구-
작동이 꺼진 인형들에게서, 인형들의 심장에서 자색 스파크가 뻗친다.
그 스파크는 곧 전류가 되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인형들과 인형들 안에 가둬둔 생명력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제물 소환하고 있었다.
“또 보게 되는군. 엘런.”
“……살갑게 부르지 말지. 대왕 똥파리.”
노인은 제 수염을 스윽스윽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어허. 내 이름은 아콜일세. 벌써 잊었나?”
“역시 사제장급이었나. 평범한 벌레는 아니다 싶었는데.”
“호오, 지금 자네……. 엘런이 아니로군?”
아콜과 레드는 눈짓 몇 번으로 서로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
“그렇다면 어쩔거냐.”
“이거, 귀찮게 됐어. 엘런이 여기 있단 말에 너무 급히 오느라, 내 장기말들도 소모해버렸는데 내 힘까지 써야 한다니.”
“너희 무능한 왕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 아직도 상처를 회복 못 하고 잠들어 계시나?”
다른 사제들처럼 후드를 쓰지 않은 아콜은 그 표정 보기가 자유로웠다.
웃으면 웃는 게 보였고, 미간을 찌푸리면 찌푸리는 게 보였다.
그래서 이 표정도 보였다.
마치 다섯 살 어린아이의 투정을 보는 듯한, 아주 같잖다는 표정이 보였다.
그래서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래. 네 말대로다. 우리의 왕은 아직 세상 모르게 잠들어 계시지.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말이야.”
“……네놈, 설마.”
“흐음? 벌써 눈치챈 건가. 아니, 오리하르콘이라면 이제서야 눈치챈 게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레드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놈을 원했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그렇지. 사실 처음부터는 아니었어. 하지만 그 몸이 우리 마경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수록, 난 확신을 느꼈지.”
아콜은 제 팔을 활짝 벌렸다.
드넓게 벌린 팔고 함께, 그는 세상에 선언하듯 소리쳤다.
“새로운 마경의 왕으로 추대할 사제는, 엘런 폰 크레센티아 하나뿐이라고 말이야!!”
아콜은 광기에 젖은 눈으로 입에서 침을 튀겼다.
“엘런 폰 크레센티아는 그 모든 왕의 자격에 부합한다. 오만하면서 힘이 있고, 모든 걸 발아래에 두는 게 일상인 자지. 그러면서 사제의 자격을 갖췄다. 아주 최적이야.”
그 악성에 레드는 해줄 것이 이 한마디밖에 없었다.
“미쳤군. 네놈.”
“크흐흐흣. 그럴지도 모르지. 주인 없는 개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지 않나. 어차피 우리 둘 다 똑같은 입장이니까. 주인을 기다리는 개새끼지.”
“……나와 너 따위를 비교치 마라.”
레드의 손이 움직였다.
투욱-
그러자 조립을 분해하듯, 아콜의 팔 한 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무력한 추락을 가만히 지켜보던 노인은 허허롭게 웃음 지었다.
“나는 다섯 개의 인형을 제물 삼아 이곳에 현현했지. 그 인형 안에 담겨 있던 생명력이 얼만지 알고 있나?”
“내가 알아야 하나.”
“인당 만 명이다.”
“…….”
“즉, 나는 5만 명의 인신공양 끝에 나타난 존재지. 내가 얼마만큼의 힘을 갖고 왔는지, 가늠할 수 있어?”
레드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마치 악단의 지휘자처럼 양팔을 들어 보인 그는, 악단 대신 일대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발을 딛고 있는 땅이 춤을 추고,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쳐 선율을 만든다.
“오리하르콘으로서 필요한 모든 걸 갖췄다. 뛰어난 몸, 강대한 정신력, 나를 감싼 재료마저 최상급으로 가져왔지.”
“호오, 그래서?”
“너 같은 뒷방 늙은이가 맘대로 쳐다볼 내가 아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지 않겠나. 과거 쓸모 있었던 돌멩이여.”
레드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었다.
둘은 공방을 이어 나갔다.
공방이라 하기도 무색한 재앙을 이어 나갔다.
손을 한 번 흔들 때마다 숲 일부분이 사라졌다.
재가 되거나 가루가 되어 흙에 스며들었다.
하늘은 회색으로 칠해졌고 간혹 벼락이 쳤다.
마법이라곤 하나도 없는 싸움이었다.
인간만이 마법이 있어야 이런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존재는 아니었다.
단순한 손짓만으로, 단순한 생각만으로 적을 분쇄할 수 있었다.
허나 그런 강대한 의지가 겹치니 두 의지는 상쇄되어 여파만을 남겼다.
레드와 아콜은 구름 위에 떠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경이 아닌 곳에서라면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고작 5만 명 가지고 오리하르콘과 맞서 싸우는 건, 역시 힘에 부치는군. 하지만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날 죽이기 힘들지.”
“여기서 널 죽여봤자 본체는 죽지 않을 걸 안다. 겁쟁이처럼 분신을 보내지 않았나.”
“크흐흐흐흑……. 역시 오리하르콘 자네는 우리 마경과 사제를 너무 잘 알아.”
“세상의 진정한 주인인 척, 온갖 고귀한 척은 다 떨지만 집 밖에서 나오지 않는 자라 새끼. 그런 겁쟁이가 너희니까.”
그 신랄한 욕에도 아콜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외모도 외모인지라 온갖 것에 초연해진 도사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따위 것 어찌 되든 좋았다.
완드 끝으로, 오리하르콘의 힘 대신 차가운 무언가 맺히기 시작한다.
“어이쿠. 그건 반칙 아닌가?”
“닥쳐.”
“그보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렇게 지고한 오리하르콘이 제 몸에 다른 힘을 담아내다니. 그것도 본인과 상극이라 할 수 있는 기운을.”
“이젠 상극인지도 모르겠거든. 내가 차지한 몸이 워낙 이것과 친숙해서, 뭐가 남의 거고 뭐가 내 건지 구분이 안 가.”
물방울처럼 맺혔던 푸른 힘이 곧 물보라를 일으켰다.
물보라에선 눈꽃이 떨어져 내렸다.
아름다웠다.
당장 저게 이쪽을 덮치지만 않는다면, 절경이라 불러도 좋을 광경이었다.
그래서 아콜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설마, 이 나이 먹고 추잡스럽게 눈물을 흘릴 줄 몰랐는데.
직접 눈앞에서 보니 더욱 아름다운 힘이다.
그래. 그야말로 성스러운 힘이었다.
“역시 우리의 왕에게 어울리는 힘이다! 우리 마경에게 빠졌던 한 조각의 퍼즐은 바로 그것이었어!”
“너희에게 빠진 건 머릿속 나사뿐이야. 이건 네놈들이 다룰 수 있는 힘이 아니다.”
“흐하하핫! 한물간 돌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할까!”
“……뚫린 입이라고.”
음기와 오리하르콘의 힘이 완드 끝에서 융합되었다.
당장 저 분신에 피해를 주는 순간, 음기의 칼날이 본체까지 노릴 것이다.
아콜의 입가도 이번에는 딱딱하게 굳었다.
“흐음……. 이건 위험할지도. 그렇다면.”
나도 전력을 다해야겠어.
작게 중얼거린 그는 제 수염이 다 떨릴 만큼 몸을 부들거렸다.
분신이 터져나갈 것만 같은 힘이 작은 한 점으로 응축된다.
“죽어라.”
“이만 돌아가게나.”
오리하르콘과 사제장.
대극점에 선 존재들의 의지가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나아가 그것은 어느 누구도, 공격을 했던 둘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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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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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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