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0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05화(304/354)
#305화. 시간 여행(1)
두 가지의 힘이 충돌했다.
대극점에 선 두 가지의 힘이었다.
너무, 너무, 너무 달라서 되려 같아 보이기까지 하는 힘이었다.
오리하르콘과 마경.
둘 모두 상대와 같기를 격렬히 거부하지만, 이것 하나는 부정하지 못한다.
두 가지 힘 모두 인외의 힘이라는 것.
두 가지 힘 모두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지른다는 것.
두 가지 힘 모두 지금의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는 것.
“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아콜은 제자리에 선 채 멍하니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끝부터 가루로 사라지는 중이었다.
제물로 만든 분신이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같은 장소이거늘…….”
아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저 돌멩이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건 돌멩이 쪽도 인지했다.
그는 무언가 알아냈는지, 한숨을 거세게 내쉬었다.
“……씨발. 일이 제대로 꼬였네.”
“이보게.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 어차피 분신은 곧 사라지는데 상황이라도 알려주게나.”
“네 상황은 절망적이지. 내 상황도 마찬가지고.”
“설마……. 지금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인가?”
아주아주 오랜 시간을 산 그들은 왜인지 지금의 공기에서 향수를 느꼈다.
과거의 향수를 느꼈다.
그 말이 곧 무슨 뜻이겠나.
“시공간이 뒤틀렸다. 너와 난 그 틈으로 빨려 들어갔고.”
“시간을……. 뛰어넘었단 뜻인가?”
“그래. 하지만 너는 분신의 형태. 곧 소멸하겠지만 난 여기에 남게 된다.”
레드는 과거에 남지만, 아콜은 남지 않는다.
이 잘못된 시간 여행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그건 틀렸다.
“허허허헛……. 얼마나 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공간에서 분신이 사라졌으니 본체도 봉인된 급의 피해를 입겠군.”
“돌아가면 요양원에라도 들려라.”
“흐흐흐흣…….”
“마경의 진척도 물러야겠지. 대가리가 병들어서야 어디서 기습이 날아올지 모르니까. 안 그래?”
“역시 자네는, 껄끄러운 존재야.”
아콜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머리카락 한 올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온전히 레드만이 몇 년 전인지 모를 과거에 남겨졌다.
“하아……. 이놈한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한담.”
일단 무릎부터 꿇어야 하나?
긍지 높은 오리하르콘이 무릎 꿇는 걸 먼저 생각할 만큼, 상황은 어지러웠다.
“얼마나 과거로 온 걸까. 그것만 알아도 좋을 텐데.”
레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앙상했던 나뭇가지들이 즐비했던 숲은 왜인지 아주 푸르렀다.
생명의 기운이 곳곳에서 넘쳤다.
보기만 해도 가슴마저 싱그러워졌지만, 레드에겐 절망의 신호였다.
“회복 불가능했던 자연이 이렇게 푸르러졌어. 단순히 몇 년 전은 아니군.”
최소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까지 예상해야 한다.
“하아아…….”
레드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게다가 팔뚝에선 왜인지 타는 듯한 뜨거움이 느껴진다.
“골렘에게 이상이 생겼군. 작동이 멈춰버렸어.”
일단 벗어두자.
라텔을 아공간에 넣은 레드는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쳤다.
지금은 엘런과 교대해야 한다.
“이봐. 일어나라.”
정신의 주인이 교체되었다.
조금 전까지 간이형 침대에서 잠들어 있던 그의 정신은 질질 끌려 나왔다.
“흐으읍.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하진 않네. 오히려 숨이 차잖아?”
꼭 거친 운동이라도 하고 온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정말인지, 웬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와 있었다.
“레드? 뭔 조깅이라도 했냐? 움직였으면 다시 제자리에 몸을 갔다놔야지. 왜 안 하던 실수를 하고 그래?”
[안 하던 실수를 한 김에, 내가 실수를 아주 제대로 저질렀다.]“……뭐?”
[일단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군. 미안하다.]“음? 불안하게 왜 그래.”
레드는 조금 말하기를 망설이다가, 이내 전부 털어놓았다.
진지를 기습한 사제들.
사제들을 제물로 나타난 아콜.
전투 중 벌어진 힘의 충돌.
그 결과 아콜은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자신은 과거로 오게 되었다.
귀로 듣기만 했는데도 머리가 어질거려지는 내용이었다.
“잠만잠만……. 그러니까 내가, 지금 시간 여행을 했다고?”
[기분 좋은 시간 여행은 아니지. 얼마나 과거로 온 건지 모르니까.]“애초에, 오리하르콘의 힘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했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추측해보길, 나만큼이나 거대한 인외의 힘과 부딪쳐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듯하군.]
자다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봉변이냐.
놈들의 흑수에 당하지 않게 도와준 건 고마웠다.
하지만 그 고마움마저 전부 엎어버릴 사고가 벌어졌다.
엘런은 잠시 뜨거워진 얼굴을 짚으며 고민하다가, 지금 뭘 해야 할지 알아냈다.
“일단 지금이 도대체 언제인지 알아내야 해.”
[동감이다.]“그러려면 크레센티아 저택으로 가야지. 이거 머리 색깔 좀 원래대로 돌려줄래?”
[알겠다.]크레센티아로 저택으로 가면 어떻게든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려면 이곳과 혈연임을 증명할 수 있는 은발이 필요하다.
레드의 힘이 닿은 머리카락이 다시금 본래의 색을 찾았다.
“좋아. 이제 크레센티아 저택으로 텔레포트 하자.”
슈우우욱-!!
엘런의 몸이 제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텔레포트는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였다.
허나 그 짧은 사이에, 엘런은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했다.
16살의 방랑치고 시간 여행은 너무 거세지 않은가.
[도착했다.]“좋아. 그럼 어서 가보…….”
엘런의 말이 멈췄다.
그의 발걸음도 멈췄다.
같이 멈춰버리려는 사고를 어떻게든 움직인다.
엘런은 도저히 안 떨어지는 입을 벌렸다.
“우리 집……. 어디 갔어? 왜 여기에 그냥 들판이 있지? 주변에 있는 농경지들은 뭐야?”
고개를 조금씩 돌리니, 잘 자란 밀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레드? 설명 좀 해줄래?”
[여긴 분명 크레센티아 저택이 있던 장소가 맞다. 대륙이 이동하지 않는 한 내가 틀렸을 리는 없어.]“그럼? 우리 저택은 어디 간 건데?”
[크레센티아가 아직 생기기 전 만큼의 과거란 뜻 아니겠나.]“……미쳐버리겠네.”
엘런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니 머지않은 곳에서 누군가 나무를 지고 온다.
“크레센티아의 땅에서 나무꾼을 다 보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거고 나발이고 저 나무꾼에게 꼭 물어볼 게 있었다.
“저기요.”
“……?”
“지금이 몇 년도예요?”
“#$*%&@?”
“뭐, 뭐라는 거야.”
“@$@%(%(!”
나무꾼은 뭐라 시끄럽게 말하더니,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은발을 가리켰다.
그리곤 메고 있던 나무도 다 던져버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
“……너무하네. 이 시대에서 은발은 박해의 상징인가?”
[흔한 머리 색은 아니니까. 어찌 됐든 정보는 얻었다.]“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한다?”
[그게 아니다. 아까 저 나무꾼이 말한 언어. 고대어다.]“고대어라면……. 그 적월 반지에 써진 것과 같은?”
[그래. 내 힘으로 네가 고대어에 능통하게 해주지.]제2외국어 얻기가 이리 쉬운 거였나.
머릿속으로 새로운 지식이 스며들었다.
엘런은 그걸 스펀지처럼 빨아들였고, 이내 나무꾼의 중얼거림을 이해했다.
“으음, 말도 이상하게 하고 머리 색도 이상하니까. 무슨 괴물인 줄 알았나 보네.”
[머리색은 다시 검게 해줄까.]“아니야. 그냥 이대로 다니지 뭐. 이걸 보고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보다 아까 나무꾼이 뛴 쪽. 마을이 있는 방향 같아.”
오리하르콘의 힘이 전방을 광범위하게 훑는다.
레드는 엘런의 말에 긍정했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마을보다는 훨씬 커다랗군. 꼭 나라를 보는 것 같다만.]“나라……? 그럼 그거, 아인티제 제국 아니야?”
[지금 이 시대에선 왕국이다. 국기의 모양도 그렇고, 하나같이 익숙한 것들이군.]“그래? 한 명이라도 익숙해서 다행이네.”
[꼭 600년 전 같다. 데카마드와 내가 같이 다니던 시대.]***
엘런은 아인티제 왕국, 그 성문 앞에 섰다.
근데 입구에서부터 막혀버렸다.
“신분증.”
“……없는데요.”
“그럼 들어갈 수 없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비병에게 줄건 주머니에 있는 먼지밖에 없었다.
뭐, 학생증을 내밀 순 없지 않은가.
크레센티아가 없다면 제국 아카데미도 없을 터.
“뭐 어떻게 하지? 말은 알아듣겠는데, 다른 게 없네.”
[흐음, 이렇게 한번 해봐라.]레드의 말을 가만히 듣던 엘런은 고개를 주억였다.
“시도해봐서 나쁠 건 없겠네.”
엘런은 다시 경비병의 앞에 섰다.
“신분증.”
“저는 용병입니다.”
“그래서?”
“임무 도중에 잃어버렸고, 안에 있는 용병 길드에서 다시 재발급받아야 하죠.”
“흐음. 너 같은 용병은 오늘 처음 본다만.”
경비병의 눈은 엘런의 곱상한 얼굴, 널널한 폭의 옷, 반짝이는 은발을 훑어보았다.
확실히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몇 시 근무십니까?”
“나는 오후 근무다.”
“전 오전에 나갔습니다. 오전 경비병은 절 보셨겠죠. 안 그렇습니까?”
경비병의 손에 무언가 들어온다.
로브에 붙어 있던 제국 아카데미 배지다.
금을 세공해 만든 이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단 한 가지로 통한다.
돈.
“그치그치. 오전에 근무 서던 놈들이 봤을 거야. 네 말이 맞는 것 같군.”
배지를 이리저리 살피던 경비병은 휘적휘적 손짓했다.
대충 들어가라는 뜻 같다.
“감사합니다.”
왕국 내부에 들어온 엘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선 사세요. 오늘 아침에 들어왔어요.”
“빵입니다! 잘 구운 빵이요!”
“구멍 난 옷 삽니다. 버리는 옷 삽니다.”
이곳은 여전히 시끌거렸다.
제 물건을 어떻게든 팔아치우기 위해 상인들은 호객 행위를 한다.
빈민가에서 온 꼬맹이들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보며 손을 간질거렸다.
“정말 내가 과거로 오긴 했나 보네.”
[길에서부터 느껴지지 않나.]“맞아. 제국 수도의 길은 이 사이에 마차 두 세대가 다닐 만큼 넓었는데.”
[신기해할 시간은 앞으로도 많이 있을 거다. 그보다 우린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네 말이 맞아.”
사람들로 붐비는 상가를 지나, 한적한 광장으로 나온 엘런은 벤치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 풀리는 경험은 참 오랜만에 해본다.
집 없는 노숙자처럼, 실제로 집이 없긴 했지만, 엘런은 처연하게 등을 기댔다.
“아까 레드 네가 말했지.”
[뭘 말이냐.]어떤 단서라도 찾으려 기억을 뒤져보던 엘런은 말을 이었다.
“너만큼이나 거대한 인외의 힘과 부딪쳐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그건 그렇다만, 이 시대에서 그런 인외의 힘을 찾을 수 있을까.]“그건 네가 고민해줘야지. 난 이 시대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옛날이란 거밖에 없어.”
[인외의 힘이라…….]“애초에 인외의 힘인 거면, 인간의 힘이 아니면 다 된다는 건가? 마법만 아니면 돼?”
[그래. 하지만 시공간이 뒤틀리려면, 조금 전 마경의 사제장 급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게 문제란 거지.]인외의 힘을 가진 사제장 급의 인물.
이 인물을 찾는 게 일단 급선무다.
하지만 누가 그런 인물이란 말인가.
“떠오르는 사람 없어? 선조님이랑 사방팔방 돌아다녔다며. 아니, 애초에 선조님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아계시려나? 이건 궁금한데.”
시간 여행의 장점 중 하나.
과거의 인물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거다.
[그건 정확히 모르겠다만. 한 번 찾아볼까.]“찾을 수가 있어?”
[오리하르콘은 네가 상상하는 대부분의 일이 가능하니까.]레드는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조금 전 아콜을 상대했을 때처럼 힘을 한 곳에 집중한다.
그리곤 의지와 상상력을 덧대, 원하는 걸 현실로 끄집어낸다.
[만약 데카마드가 이 시대에 있다면, 그가 있는 장소가 눈에 보일 거다.]“오오. 신기해.”
10초 정도 지났을까.
[안 되는군.]“쩝. 그래?”
[아무리 눈에 힘을 줘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분수대밖에 보이는 게 없다.]“그럼 어쩔 수 없지. 선조님은 일단 미뤄두고, 한번 잘 생각해봐. 인외의 힘을 가진 사제장 급의 인물.”
저 혼자 고민을 거듭하던 레드는 이내 입을 열었다.
[……조금 있긴 하다.]“누군데?”
[가면 알 것이다.]슈우우욱-!!
엘런은 광장에서 텔레포트 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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