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0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06화(305/354)
#306화. 시간 여행(2)
엘런은 어떤 숲에 도착했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무거운 공기가 어깨에 내려앉는다.
단순히 이곳의 분위기 탓은 아니었다.
정말 공기 중 산소의 밀도가 높은지, 공기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척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보인다.
“참 많은 숲을 가봤는데. 이렇게 나무가 우거진 곳은 또 처음이네.”
근데 또 아름답다.
나무만 무성하면 정리되지 않는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여긴 그런 게 없었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간 것처럼 깔끔했다.
“누가 관리를 잘했나 봐.”
[그 관리를 누가 했을까.]“엘프들이겠지. 우리가 만나러 온 사람이 엘프야?”
[그래. 장수의 상징이자, 인외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지. 이 숲과 이 위치는 내가 알기로 하이 엘프가 살고 있는 장소다.]아직은 여기가 어떤 시대인지 모른다.
하지만 장수의 상징인 엘프의 거처라면, 몇십 년 정도 차이야 얼버무릴 수 있을 것이다.
[도박을 해보긴 했다만, 숲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도박이 성공한 듯하군.]“그래. 엘프도 나름 많이 만나봐서 그런지, 여기 엘프 있어요라고 광고하는 것 같다.”
[평범한 엘프를 많이 만났다면 그런 느낌도 받지 못했을 거다. 너에게 차를 타주던 엘프가 하이 엘프였으니 가능했던 거지.]“그래그래. 알고 있다고. 이제 가보자.”
[그전에 잠깐.]레드가 엘런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왜 그래?”
[엘프를 만나면 가명을 써라.]“엘프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엘프는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데 능숙하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죽는 종족인 만큼, 직감과 직관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멍청한 짓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만날 하이 엘프는 인간사에 끼어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 이름마저 알아두는 걸 싫어하지.]“그래서 가명을 써라?”
[그래. 그 하이 엘프는 오히려 좋아할 거다. 점수 딴다고 생각하고, 가명 하나를 생각해 둬라.]“그러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가짜 이름 하나 사용하는 게 뭐 대수라고.
엘런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갈수록 숲이 우거지고 이쪽의 침입을 방해한단 느낌이 든다.
엘프가 침입자를 경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길을 잃고 숲을 헤맸을 것이다.
하지만 레드는 그런 환상을 무시하며 정면에서 뚫고 나갔다.
엘런이 살짝 당황해서 물어볼 만큼 말이다.
“이렇게 부수면서 가도 돼?”
[하이 엘프다. 이런 건 눈 깜짝할 사이에 고쳐.]“아니, 아까는 점수 딴다 뭐다 해놓고. 남의 집 현관을 깨부수면서 들어가는 게 맞나 싶어서.”
길이 없다면 만든다는 식으로 걸으니, 마을까진 금방 도착했다.
레드는 기억했다.
엘런은 모르겠지만, 미래의 그는 여기에 오게 된다.
카르디아의 등에 업힌 채 여기 오게 된다.
바로 몸체를 바꾸기 위해서 말이다.
[사건들이 꼬이는 게 느껴지는군.]“갑자기? 뭐가.”
[아니다. 계속 가자. 엘프들의 마을은 이 거대한 나무들 위에 지어져 있다.]“그러네. 일단 그럼 올라가야겠어.”
엘런은 잔가지들을 밟고 뛰어올랐다.
그때까지 어떤 방해는 없었다.
어떠한 소음도 없었다.
엘프가 시끄럽게 살 것 같진 않다만, 너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엘런은 엘프가 집을 짓고 평평하게 만든 지면 위에 발을 디뎠다.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가 살벌하네.”
아래에서 보이지 않았던 엘프들은 위에 총집합 되어 있었다.
모두들 크고 작은 나뭇잎 뒤에 자신을 숨긴 채, 활시위를 한계까지 당겼다.
“대화를 위해 왔습니다. 이 마을의 하이 엘프와요.”
엘런의 목소리가 나뭇가지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그러니 어느 방향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대화를 위해 왔다는 자가, 마을의 보안을 전부 부수면서 오는 게 예의인가.”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들과 만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름을 밝혀라. 인간.”
“이름이요.”
엘런은 살짝 시선을 내리며, 조금 전 고민해둔 가명을 던졌다.
“데카마드입니다.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요.”
[……?!]레드의 경악으로 완드가 부르르 떨려온다.
“인간 데카마드. 하이 엘프께선 너 따위와 만날 시간이 없으시다. 살려줄 때 이만 돌아가라.”
“그럴 수가 없겠는데요. 지금 제겐 하이 엘프를 만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서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쏴라!!”
슈슈슈슈슈슈슈슉-!!
하늘이 점으로 가득 찼다.
점들은 초를 거듭할수록 커져갔고, 뾰족한 촉이 등을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엘런은 손가락을 튕겼다.
[크레센티아 제7비기 – 나월(裸月) 벌거벗은 달]모두의 머리 위로 백색 초월이 떠올랐다.
너무나 깨끗해서, 저곳에 손을 뻗는 것조차 죄악으로 느껴진다.
크레센티아 제7비기 나월의 힘은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것.
마법이라면 발동 조건이 까다롭지만, 활이라면 그런 경계가 없다.
“으으윽……. 왜 힘이…….”
“히, 힘이 안 들어가…….”
“시, 시위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활을 들 수 없고, 시위를 당길 수 없다.
투욱- 툭툭- 투욱-
엘프들이 들고 있던 장대한 길이의 활과 화살들이 모두 땅에 떨어져 내렸다.
“네 이놈!!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야!”
“엘프들의 눈에는 이게 사술로 보입니까?”
엘런의 손가락이 하늘로 올라간 초월을 가리켰다.
저것을 사술이란 단어 하나로 칭하기엔, 너무나 깨끗해 보였다.
무결해 보였다.
엘프는 입을 다물고 힘이 안 들어가는 팔만 부들부들 떨어댔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 것도 그쯤이었다.
“다들 그만 해라.”
노쇠한 목소리다.
꼭 시골로 내려가면 있을 듯한 할머니의 인자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당신도 이제 그만하시지요. 데카마드라고 했나요. 어디서 오신 고수인지 모르겠으나, 인사는 이쯤 하면 됐습니다.”
두터운 가지 위에서 기다란 엘프 전통 의복을 입은 여자.
‘저 엘프구나.’
레드가 만나고자 했던 하이엘프임을 엘런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겉에서부터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이 다른 엘프들과 비교할 수 없다.
“저와 대화를 해주시는 겁니까?”
“하지 않으면 저 아리따운 달이 순식간에 흉포해질 것 같군요. 협박에 당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협박처럼 돼버렸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이용하고 싶군요. 둘이서만 대화를 할 장소가 있을까요?”
“따라오시죠.”
하이 엘프는 등을 돌렸다.
나월도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 사라졌고, 엘런은 그 뒤를 따랐다.
하이 엘프를 따라온 곳은 어떤 작은 오두막이었다.
사람 한두 명 간단하게 살법한 곳이다.
아늑하고 따뜻해서 정말 친척 집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이 엘프는 부드러워 보이는 재질의 의자를 가리켰다.
“거기 잠시 앉아 계세요. 차를 내오죠.”
“감사합니다.”
엘런은 예의상 한 번 거부하지도 않고 넙죽 받아먹었다.
‘엘프가, 그것도 하이 엘프가 만드는 차는 무척 맛있단 말이지. 근데 내가 하면 저 맛이 안 나.’
참 이상하다.
엘런은 의자에 앉아, 하이 엘프가 차를 만드는 걸 지켜보았다.
물론 뚫어져라 보진 않고 슬쩍슬쩍 바라보았다.
이렇게만 해도 머릿속에는 전부 기억된다.
‘나랑 방식이 크게 다르진 않은데.’
[하는 사람이 다르지 않나.]‘뭐야. 종족차별이냐?’
[그게 아니다. 하이 엘프는 자신이 하는 모든 것에 자연의 축복이 들어가지. 음식의 맛도 자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찻잎을 기본으로 하는 차라면 더욱더.]‘쯧.’
실제로 그럴 순 없으니 속으로나마 혀를 찬다.
곧이어 엘런의 앞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이 도착했다.
그러나 뜨거운 차는 개인적으로 불호이기에.
쩌저적-
손짓 한 번으로 살얼음이 띄워질 만큼 차가워진 차는 엘런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역시 맛있네요. 하이 엘프가 만들어준 차는요.”
“저 말고도 다른 하이 엘프를 만나보셨나 봅니다. 한 인간이 하이 엘프를 둘 이상 만나봤다기엔, 심하게 젊어 보이시는데.”
“우연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당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시오입니다. 그대는 아까 데카마드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시오는 찻잔을 매만지며 고개를 주억였다.
“왜 가명을 쓰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차라리 다행입니다. 인간사와 엮이는 건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하는 편이라.”
“다행이군요.”
“그래서, 데카마드. 하고 싶으신 얘기가 무엇인지.”
엘런은 말없이 완드를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지금 레드를 감싼 건 세계수의 묘목.
게다가 지금 시대에선 아직 자라지도 않은 세계수로 만들었다.
시오는 그것을 보자마자 대지처럼 단단했던 표정에 균열이 일었다.
“이, 이게 어떻게…….”
“시오.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예……?”
“저는 제가 살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인외의 힘을 가진 자와 오리하르콘의 힘을 부딪쳐 다시 한번 시간 여행을 하려 합니다.”
“자, 잠시만요.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
시오는 제 이마와 금발을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단순히 미친 인간으로 치부하기엔, 엘프의 거짓 간파가 너무나 잘 활용되었다.
이 인간이 하는 모든 말은 ‘진실’이다.
5분 정도가 침묵으로 채워졌다.
그동안은 엘런이 차를 마시는 호로록 소리만이 귀에 들렸다.
그때마다 시오의 기다란 귀가 쫑긋거리는 게 뭔가 신기해서, 기다리는 게 지루하진 않았다.
“당신의 말을 정리하자면……아니, 정리할 것도 없죠. 당신의 말은, 지금 당신이 시간 여행자란 소리인가요?”
“그런 거창한 칭호까지 달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미래로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시간 여행자를 여행자라 할 수 있나요?”
“……그냥 조난당하신 거군요.”
“네. 맞아요. 그래서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 구조를 위해 이곳으로 왔고요.”
시오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안타깝지만 저는 데카마드의 구조자가 될 수 없습니다.”
“……왜죠? 엘프는 세계수란 인외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그 세계수가 지금 저희에겐 없습니다. 없는 것과 다름없지요.”
엘런은 과거 시모에게 배웠던 엘프와 세계수, 그리고 숲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세계수가 없는 숲은 이렇게 건강할 수 없다.
이렇게 푸를 수 없다.
아무리 하이 엘프가 있다 해도, 그들은 세계수의 힘을 더 잘 쓸 수 있는 존재.
세계수 이상의 존재는 절대 아니었다.
엘런의 눈에서 불신이 보이자, 시오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보여 드리죠. 외부인에게 세계수를 보여준다는 건 얼토당토한 일이지만, 경우가 경우이니.”
세계수는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가지와 가지 사이를 이은 다리를 넘고, 계단을 오르니 전망대 같은 것이 나왔다.
“이곳은 뭡니까?”
“이곳이 중요하다기보단 저 앞을 보셔야 해요.”
시오의 손이 정면을 가리켰다.
그 앞에는 드넓은 공간이, 땅이 있었다.
그곳을 영토로 삼은 무언가는 땅에 단단히 뿌리 박고, 하늘까지 닿을 듯 한 가지를 무성하게 뻗쳤다.
“세계수……군요.”
“맞습니다. 이 숲을 숲답게 하는 이유지요.”
“이 세계수에 어떤 문제가 생겼단 겁니까?”
“세계수는 천 년 단위로 생을 마치는 데, 그때마다 씨앗을 남기고 갑니다. 저희 엘프는 그때마다 새로운 씨앗을 땅에 심어서 새로운 세계수로 만들죠.”
[한 번 맞춰보지. 세계수가 씨앗을 만들지 않고 있나?]갑작스레 완드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 시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없었다.
그녀는 덤덤한 얼굴로 완드를 향해 말했다.
“맞습니다. 오리하르콘이시여. 당신의 예상대로, 세계수는 씨앗을 남기지 않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엘프는 현재 죽어가는 세계수를 연명시키는 것도 벅차다. 외부인에게 나눠줄 힘의 여력이 없다. 이 말이로군.]“정확합니다. 이해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이해는 합니다만, 문제는 그럼 세계수가 씨앗을 만들지 않는단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세계수가 다시 씨앗만 만든다면 제가 힘닿는 데까지 그대의 귀환을 도와드리죠.”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똑똑한 돌멩이는 다른가 보다.
[엘런. 내게 방법이 있다.]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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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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