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0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07화(306/354)
#307화. 시간 여행(3)
[엘런. 내게 방법이 있다.]“……정말?”
[그래. 그리고 지금은 너에게만 보내는 텔레파시인 걸 알아둬라.]그럼 시오에겐 이쪽이 허공에 대답한 걸로 보인단 거다.
그녀는 눈치 좋게 전망대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두 분이서 얘기 나누시길. 전 어차피 타인과 대화하는 걸 썩 즐기지 않습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마음대로.”
엘런은 다시 완드로 눈을 내렸다.
“그래서? 방법이 뭔데?”
하지만 대답은 왜인지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확실치 않은 방법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위험한 방법이라 그런 걸까.
저 혼자 침묵을 이어 나가던 레드는 그것을 깼다.
[이상한 점이 있다.]“뭐가 이상한데. 혼자 생각하지 말고 전부 말해 봐.”
레드는 입술을 꽈악 깨물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아까 방법이 있다고 했지.]“그랬어.”
[하지만 그 말은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이 방법을 생각했다기보단, 내가 겪은 걸 다시 말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뭐?”
[이곳은 정확한 뒷자리까진 모르겠다만, 대략 600년 전 시대다. 600년 전은 데카마드가 활동하던 시대지. 그리고 넌 지금 데카마드다.]“그건 아니지. 내가 왜 선조님이……. 설마 아까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 때문에?”
레드는 긍정의 의미로 침묵을 선택했다.
길어지는 두 사람의 침묵은 생각할 시간을 만들었다.
꽈배기처럼 제대로 꼬여버린 관계는 혼란과 혼돈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여기 전망대에 있는 사람 한 명과 완드 하나는 세상에 있어서 비상한 천재였다.
그들은 어질러진 방 정리하듯, 혼돈에 점철된 지금을 풀어나갔다.
“……그러니까. 내가 데카마드 선조님이라고?”
[그래. 일단은 그렇다. 내가 아까 광장에서 데카마드를 찾으려 했을 때 똑같은 광장이 나왔지. 네가 광장에 있으니까 그런 거였어.]“네 기억은. 네 기억은 어떻게 된 건데. 어떤 계기로 선조님과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아?”
[물론 기억난다. 나와 데카마드는…….]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침묵이었고 세 번째 대답이었다.
“기억나지 않는 거야? 아니면 기억이 아예 없는 거야.”
[……혼란스럽다. 누가 내 기억을 통째로 손 본 느낌이야.]레드는 데카마드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엘런은 레드와의 첫 만남을 기억했다.
“너는 돌로레스 교수님이 보관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건 알렉산드라 총장님이 준 거였어. 그리고 네가 내 손에 올 때, 총장님은 우리 가문에게 돌려줬으니 됐다고 했지.”
[데카마드가 그 도마뱀에게 맡긴 거군.]“선조님과 총장님은 무슨 관계야?”
[도마뱀 뿐만 아니라 그 하이 엘프까지 데카마드와 묶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둘은.]데카마드의 양녀니까.
***
향긋한 찻잎 냄새가 감도는 오두막 내부.
그 안으로 다시금 돌아온 엘런은 찻잔을 반쯤 비운 시오의 앞에 앉았다.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격식 있게 앉기엔 전망대에서 머리를 너무 얻어맞았다.
“예의를 차리지 못한 걸 용서해주세요.”
“아닙니다. 아까 말했듯, 저는 대화 자체가 불편하니까요.”
“그러니 짧게 끝내겠습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세계수의 씨앗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 말대로였다.
시오는 그의 말이 진실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되물은 이유는.
“믿기지가 않아서요. 새로운 세계수의 씨앗을 얻는 방법은 저도 10년을 넘게 고민했는데.”
“인간의 사고만이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죠. 어쨌든 제게 맡겨주세요. 제가 세계수의 씨앗을 가져오고, 당신께선 저를 제 세계로 돌려보내 주는 겁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계약 성립이다.
엘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후우우욱-!!
텔레포트로 숲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또 다른 숲이었다.
들을 사람이라곤 산새밖에 없는 이곳에서, 엘런은 다시 한번 물었다.
“내가, 선조님이라고.”
독백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그래.]고문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진짜 어이가 없네. 그럼 과거로 오지 않았으면, 사실 크레센티아도 사라졌던 거 아니야?”
[시간은 예상할 수 없다. 무한히 흐른단 것만 알 뿐, 우리가 재단할 수 없지.]“적어도 내가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과거가 마구잡이로 바뀌어버린단 건 알겠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레드. 하나만 묻자.”
엘런은 완드를 앞에 두고 물었다.
“내가 네 기억 속 선조님 만큼 강해?”
대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재빠르게 나왔다.
[아니. 내 기억 속 데카마드가 지금의 너보다 수십 배 강하다.]“근데 왜 내가 선조님이 된 거야. 시간 여행 전에 뭔가를 더 이루고 왔어야 했나?”
내가 너무 나태했던 걸까.
뭔가 정해져 버린 운명 같은 작금의 상황 속에서, 나는 더욱 움직여야 했던 걸까.
내 나태가 크게 나아가 크레센티아를 망쳐버리는 거 아닐까.
지금의 내 강함으로 선조, 데카마드가 했던 업적들을 이룰 수 있는 걸까.
……레드와 엘런은 연결되어 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사념들은 그대로 레드에게 흘러 들어갔다.
[엘런. 내 기억은 온전치 못하다. 전망대에서도 그렇고, 과거로 오고 나서 여러 번 증명되었지. 날 떼어놓고 데카마드 혼자 한 행동들도 많다.]“그래도 지금의 내 행동 하나하나가 커다란 영향이 된다는 건 맞잖아.”
[……그렇지.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사실이 곧 네가 이리 처져 있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레드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이질감을 느꼈다.
지금 자신이 훈계, 충고, 조언하고 있는 존재는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다.
[자꾸 온전치 못한 기억을 들먹여서 미안하다만, 이건 말해줘야겠다. 데카마드는 말이다.]기억과 다르고 힘의 차이가 나도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다.
이 오리하르콘을 통제하고 짓눌렀던 아주 원수 같은 놈이다.
[멈추는 일이 없었다. 항상 뛰어갔고, 그렇기에 남들보다 앞서갔다.]그런 놈에게 내가 이런 말을?
정말로?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네가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라면. 진짜 그놈, 그 새끼라면.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네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고 전부 성공시켜라.]입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저 혼자 나불거린다.
[가진 게 부족하다면 얻어라. 얻을 수 없다면 빼앗아라, 갈취해라. 놈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 위에 압도적으로 군림해라. 왕 위의 왕이 되란 말이다. 그렇지 않는다면.]마지막 말이 혀 앞에서 턱하고 걸렸다.
여태까지 누가 실에 묶어 움직이던 입도 이번에는 주인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이제는 막을 생각이 없었다.
혀는 제 일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네가 데카마드란 이름을 쓰고 다니는 걸 용서치 않겠다.]엘런은 그때까지 말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입이 아플 만큼 떠들었던 사람이, 뻘쭘해질 만큼의 기다란 조용함이 이어졌다.
그의 눈은 하늘에 있었다.
숲의 잎사귀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
600년 전으로 왔어도 하늘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들만이 달라질 뿐.
그러니 이쪽도 달라질 차례다.
“돌아가겠어. 내 시대로. 내 집으로. 내 침대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그래. 그게 데카마드다.]“아니. 내가 데카마드인 거야.”
크레센티아의 선조이자 대전쟁 시대의 주역.
어떻게해야 그리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레드가 알려주었다.
피를 토할 것처럼 열변을 토해주었다.
옆에서 들리는 동료의 악성을 무시할 만큼, 크레센티아 귀는 안 좋지 못하다.
“앞으로는 날 데카마드라고 불러.”
엘런 폰 크레센티아는 잠시 묻어둔다.
지금부터는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가 되어야 했다.
데카마드만이 다시금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갈 힘이 있었다.
“가보자. 레드.”
[그래. 데카마드.]데카마드는 숲 안으로 발을 들였다.
***
레드는 말했다.
데카마드가 죽어가는 세계수를 어떻게 살렸는지.
이제는 그 발자취를 따라갈 차례다.
그 데카마드도 과거의 자신을 따라갔던 자일까.
누가 먼저고 누가 이 시간의 흐름을 만들었을까.
그건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길을 만들어둬야 한단 건 알았다.
과거의 자신이고 나발이고 일단 내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
“여기야?”
[그래. 이곳에 또 다른 하이 엘프가 살고 있다.]“아까 같은 마을은 안 보이는데.”
[우리가 만날 하이 엘프는 무리 짓지 않는다.]“하이 엘프가?”
데카마드의 물음에 레드는 보면 안다는 듯 길만 알려주었다.
그는 숲 내부를 거닐었다.
햇볕 좋고 공기 좋다.
산책하는 기분이 물씬 들지만, 산책은 여유로운 사람이 하는 것.
지금 이쪽은 일정이 매우 급하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사실 모른다.
레드가 가까이 있다기에 소리쳐 본 것일 뿐.
스스스슥-
정말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무 기둥 뒤에서, 한쪽 눈이 삐져나온다.
새벽 이슬을 잔뜩 머금은 풀잎, 그런 색의 녹안이 이쪽을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데.
“꼬마야. 부모님 어디 계시냐. 내가 좀 뵈야겠다.”
나무 뒤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없어.”
“어디 나가셨니?”
“그랬을까……. 만약 그랬다면, 빨리 돌아와 주면 좋겠는데…….”
데카마드는 흐음하고 숨을 내쉬었다.
슬픈 사정을 가진 엘프 소녀다.
허나 그건 둘째 치고, 부모님도 없을뿐더러 무리도 짓지 않는다라.
그럼 저 소녀가 이 숲의 유일한 엘프란 거다.
그 말인즉슨.
“네가 하이 엘프구나.”
“하이……엘프? 그게 뭐야.”
“너의 정체지.”
“당신, 누구야. 어떻게 여기 왔고, 어떻게 내 앞에 왔어.”
텔레포트로 왔는데.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면 거리감만 더 생길 것 같다.
데카마드는 뒷머리를 살짝 긁적이다 말했다.
“너. 갑자기 동물의 목소리를 듣거나, 숲의 생각을 알지 않아? 바람결에 담긴 소리를 듣고 꽃이 피고 지는 소리를 듣지.”
“그, 그걸 당신이 어떻게.”
책에서 배웠다.
“너를 더 알고 싶지 않아? 내가 알려줄게.”
“나에 대해선 모르지만, 바람과 숲이 너희에 대해 알려줬어. 인간은 위험한 존재라고. 나는 호기심 때문에 모험을 하긴 싫어.”
“이건 모험이 아니야. 거래지.”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데카마드의 무릎이 소녀와 눈이 마주치도록 굽혀졌다.
“하이 엘프가 존재하려면 세계수가 반드시 필요하지. 이 숲에 거대한 나무가 있지 않아? 그 나무가 뱉는 씨앗. 난 그게 필요해.”
소녀는 고민하는 듯 잠시 눈을 아래로 내렸다.
“그걸 주면.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네 부탁이 뭐냐에 달렸지.”
“그건……. 지금 말하지 못해. 일단 날 따라와.”
소녀가 나무 뒤에서 나왔다.
완전히 드러난 몸은 인간의 옷 대신, 숲이 커다란 나뭇잎과 잎사귀를 엮어 만들어준 치마가 드러났다.
잠깐 봐서는 절대 잎으로 만들었단 걸 눈치채지 못할 질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 최고의 예술가는 자연이라는 걸까.
“뭐해? 안 따라오고.”
“간다.”
엘런은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다 문득 하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근데 너 이름이 뭐냐.”
“없어.”
회신은 빠르게 돌아왔다.
“그럼 하나 지어줄까.”
“…….”
“델리아. 어때?”
“……멋대로 해.”
델리아는 작게 대답하곤, 그를 숲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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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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