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0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09화(308/354)
#309화. 시간 여행(5)
레드는 숲에서 말해주었다.
[내 기억대로라면, 세상은 곧이어 대전쟁 시대에 잠긴다. 이미 그 전조는 온 왕국이 느끼고 있겠지.]대전쟁 시대.
600년 전에는 크레센티아만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대전쟁 시대로 접어들었고, 그 전란의 시작은 어느 왕국이었다.
[마이킨 왕국. 네가 기억해야 할 곳이다. 대륙에는 수많은 왕국과 소국이 있지만, 개중에서 마이킨 왕국과 아인티제 왕국이 가장 세력이 왕성해.]마이킨 왕국이라…….
역사서에서 본 적 있는 왕국이다.
물론 역사서는 승자에 의해 개편되는 법.
책 속에서 마이킨 왕국은 피를 탐하고, 민생을 신경 쓰지 않고, 수탈을 일삼는 악 중의 악이었다.
다만 너무 뛰어난 재상(宰相) 탓에 연전연승을 기록하여 그 악행을 가린 거악이다.
그 재상은 이름조차 잊혀졌고, 전쟁의 원인으로서 처형되었다.
“너무 뛰어난 재상……?”
[그래. 네 예상이 맞다. 멜리마 엘가 프리우드. 지금 그녀가 마이킨 왕국의 재상으로 있다.]“역사서에서는 처형당했다는데.”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어찌 됐든 너는 엘가를 상대로 이 대전쟁 시대에서 아인티제 왕국을 최종 승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과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야.]“애초에 전쟁은 왜 일으킨 거였는데. 제일 중요한 이유가 역사서에도 없었어. 추측만 난무하더라.”
레드는 침묵했다.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그는 침묵이 잦아졌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도록.]그런 이유로.
데카마드는 어느 용병 길드에 들어왔다.
여기선 퀘스트 수주를 할 수 있고 용병 등록도 할 수 있었다.
세상에 용병 등록증만큼 속 편한 신분증도 없다.
용병이라고 대충 들이밀면 웬만해선 통과시켜주기 때문이다.
“델. 잠깐 밖에 있을래?”
“아니이. 아빠 따라갈래요.”
“그래, 그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후끈한 남자 냄새가 후욱 풍겨온다.
과연 600년 전이다.
정제된 것 없는 정말 날 것의 용병들이 곳곳에 즐비했다.
술을 손에 잡고 카드를 치거나, 퀘스트 공지서 앞을 서성거린다.
구석에서 여자를 끼고 있는 놈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데카마드는 퀘스트 수주서 앞으로 갔다.
“용병 등록을 하려 하는데요.”
“등록이요?”
창구에 앉은 남자가 이쪽을 슬쩍 올려다본다.
저기 늘어져 있는 용병들보다 훨씬 여리여리한 몸체.
귀족 여아들처럼 투명한 피부와 여려 보이는 살결.
우유처럼 하얀 피부와 함께 반짝이는 은발은 도저히 이곳과 안 어울렸다.
“여기서 장난치시면 안 됩니다. 보시다시피 무서운 사람들이 많아요.”
“등록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할 수야 있죠.”
용병 등록이란 말에 테이블에서 카드를 치던 용병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크하하하학! 생긴 건 어디 남창처럼 생겨가지고! 여긴 사창가가 아니라 용병 길드다! 저리 썩 꺼져!”
“아빠. 내가 죽일게요.”
“사람은 함부로 죽이면 안 돼.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선.”
“……어이 꼬맹아.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다. 네 애비가 그런 것도 안 가르쳐줬니? 아니면 그런 거 가르쳐 주기 전에 뒤져부렀어?”
데카마드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기억하기로는 600년 전이나 후나 용병 등록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서류 작성 후 등급 판별을 위한 테스트를 거치면 등록 완료.
“테스트. 지금 해볼까요.”
“……네?”
창구에 있는 남자가 당황하며 되묻는다.
용병은 재밌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멜빵 바지에다가 바위 같은 팔뚝에는 털이 덥수룩하다.
자칫하면 늑대인간의 혼혈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야밤에 홀로 돌아다니면 총 맞을 것 같은 인상의 용병은 데카마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런 객기를 부리는 거냐.”
“글쎄. 네가 누굴까.”
“내 이름은 모스. 무려 A급 용병이시다.”
F급부터 S급.
용병의 등급은 총 6개였다.
개중에서 A급은 위에서 바로 아래 단계로 정말 높은 등급이었다.
평범한 기준에선 말이다.
“지금 당장 기사와 싸워도 대등한 게 A급 용병이다. 알고 있나?”
“이봐, 모스! 그 남창 제대로 혼내주라고!”
“귀족 부인들이 흘린 놈 같은데,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나는 거 아냐?”
“에이, 그럼 잠깐 여길 뜨면 되지. 뭔 상관이야.”
“어이, 남창. 잘 들어라.”
모스는 소시지처럼 두꺼운 손가락으로 데카마드의 곳곳을 가리켰다.
“지금부터 네 얼굴로 시작해서 가슴, 배를 때리고. 마지막으로 거시기를 차서 남창으로서의 쓸모도 없게 만들어주겠다.”
“친절하네. 때릴 곳도 다 알려주고.”
“맞을 곳도 알았겠다. 어디 한번 잘 피해 봐라.”
“그럼 나도 하나 알려줄게.”
데카마드의 새하얀 손가락이 그의 입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 안에 든 혀를 가리켰다.
“난 여기만 잘라간다.”
“미친놈. 이만 죽어라!!”
당장 오크가 몽둥이를 들고 내리치는 위압감이 코앞에서 치밀었다.
하지만 이쪽은 그냥 오크는 물론이거니와 워로드까지 상대해보았다.
오크 워로드에 비하면 이 용병은 워로드 새끼손가락도 못됐다.
빠아아악-!!
제자리에서 뻗어 올린 올려 차기.
신발 굽이 모스의 턱을 차올렸다.
말이랑도 비견되던 덩치가 공중에 떴다.
어라…?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싸움 도중에도 그렇게 입을 벌리니까 화를 입는 거야.”
툭- 투둑-
쿠우웅-!
모스와 함께 무언가 또 바닥에 떨어졌다.
백태가 잔뜩 낀 혀였다.
“쿠에에에엑!! 어으아악!!”
혀가 잘려 이상한 비명을 꿱꿱 내지르는 A급 용병님.
힘은 A급인데 멘탈까지 A급은 아닌가 보다.
저런게 A급이면 카르디아는 SSS급쯤 되겠는데.
“용병 등록. 할 수 있을까요.”
“네, 네, 넵! 물론입니다!”
“피는 죄송합니다.”
“어휴, 아닙니다. 저 힘만 센 돼지 놈. 처치곤란이었는데 잘 해결해주셨어요. 모스 저놈은 의뢰자들한테도 행패를 부리거든요. 되려 저희 쪽에서 감사드려야죠.”
“등급은 어느 정도일까요.”
남자는 짧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어느 도장을 쾅하고 찍고 신분증을 만들어주었다.
따끈따끈한 온도가 손에서 느껴진다.
“S급?”
“A급을 발차기 한 번에 날려 보내셨는데 평범한 등급을 드리면 안 되겠죠. 본래 첫 등록에서 S급은 말도 안 되는데 그냥 해드렸습니다. 워낙 시원시원하셔서.”
“감사히 받겠습니다.”
역시 낭만의 시대다.
아무리 생각해도 복잡한 절차와 승인이 이뤄졌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S급 용병증이 고민 한 번으로 뚝딱 나왔다.
이쪽이야 대단한 이득이 아닐 수 없다.
S급 용병증만 있다면 웬만한 현장은 금방금방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바로 퀘스트를 수주하고 싶은데요.”
“네네. 말씀만 하십시오.”
“가장 위층에 있는 게시판에 변종 오우거 처치가 있지 않습니까. 최근 그것 때문에 사람을 모은다 들어서요.”
“아아, 그게 목적이셨군요! 맞습니다. 그 변종 오우거를 처치하려고 왕국에서 용병들까지 불러 모으고 있죠. 참가 신청을 넣어둘까요?”
“예. 부탁드립니다.”
“넵넵. 알겠습니다. 혹시 주무기는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런지요? 활이나 석궁 같은 원거리 무기를 다루시면 궁병으로 취급해야 해서요.”
원거리 무기를 다루긴 한다.
활도 석궁도 아닌 총이지만 당장 이 시대에 이걸 들이밀 순 없고.
대신 다른 걸 손 위로 띄웠다.
쩌저저저적-
“전 마법을 다룹니다.”
뾰족한 얼음 조각이 새파란 냉기와 함께 허공을 부유한다.
“어어어억……!!”
창구의 남자는 당장 의자째로 쓰러졌다.
누가보면 이쪽에서 공격이라도 날린 줄 알겠다.
“마, 마법사셨습니까…?!”
“네. 그런데요.”
“그, 그, 그럼 당장 말씀을 하시지! 저희 업계에서 마법사는 그야말로 귀족이거든요! 귀족! 게다가 속성도 다루시고! 역시 틀림없는 S급입니다!”
손에 얼음 조각 좀 띄운 걸로 이런 칭찬을 받다니.
만약 자존감이 떨어진 제국 아카데미 1학년생이 있다면, 딱 600년 전을 추천하고 싶다.
자존감이 전부 채워지다 못해 콧대와 어깨가 하늘까지 올라갈 테니까.
창구의 남자는 아직도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마법사시라면 참가 허용이 무조건 날 겁니다! 게다가 토벌 지휘부와 함께 계실 테니 살 확률도 높고요! 크으, 완전 땡잡으셨는데요?”
“저보다 더 신나보이시네요.”
“하하핫, 이거 죄송합니다. 어쨌든 신청은 했습니다. 토벌은 당장 일주일 뒤니까 그때까지 근처 여관에 머물러주세요. 날짜가 되면 다시 이곳에 와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데카마드는 다시금 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붕 떠버렸다.
본래라면 이 시간 동안 빈둥거리며 놀았을 거다.
하지만 여기 과거에 있는 시간만큼은 달라져야 했다.
그래서 엘런이라는 이름도 잠시 넣어두고 데카마드가 되기로 하지 않았다.
“아빠. 우리 이제 뭐해요?”
“훈련을 할 거야.”
“그게 뭐예요?”
“내 친구들이 매일 같이 하던 거지. 나도 이제 해보려고.”
“저도 도와드릴래요.”
“고마워. 델.”
데카마드의 손이 보드라운 델의 머리를 매만졌다.
두건 탓에 온기가 제대로 전해지진 않았다.
근데도 손길만은 잘 와닿아, 델은 헤헤하고 미소 지었다.
“근데 훈련이란 거, 어떻게 하는 거지.”
***
목적은 이렇다.
일주일 뒤 변종 오우거 토벌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걸 빌미로 왕을 알현할 기회를 마련한다.
왕을 알현하여 곧 벌어질 전쟁에서 요직을 받는다.
계획의 기반은 이러했다.
그 시작인 오우거 토벌까지 일주일 남은 지금.
데카마드는 훈련을 위해, 왕국과 그렇게 머지않은 숲에 와 있었다.
또 너무 가까우면 소리가 들리거나 이목을 끌 수 있다.
적당한 숲에 도착한 그는 피크닉이라도 온 것처럼 돗자리와 바구니를 위에 두었다.
이건 모두 델을 위한 것이었다.
데카마드가 생각한 나름의 육아였다.
“훈련이라…….”
그는 바구니에 담기고 잘 포장된 빵을 한 움큼 뜯어먹었다.
“나름 맛이 좋네.”
비싼 빵이라 그런지 딱딱하지도 않고 간도 좋았다.
600년 전 음식치곤 맛있었다.
“아, 내가 배 채우러 온 게 아닌데.”
“그래도 드시면서 하세요. 인간의 훈련이나 수련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배가 빨리 고프다고 들었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근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거든.”
그는 완드를 집어 들었다.
“레드. 보통 나는 훈련을 어떻게 했어?”
이미 레드와 델은 통성명을 마쳤다.
사실 통성명보다는 서로의 존재를 눈치챘단 거에 가까웠다.
둘 모두 자연의 힘에서도 극한을 추구하는 존재들이니 더욱 그랬다.
잠시 고민하던 레드는 이내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군. 그놈이 네 친구들처럼 몸을 굴려가며 수련하는 건 본 적 없어.]“그렇구나.”
[하지만 내가 누누이 말했듯이, 데카마드가 나 없이 한 행동도 많다. 그래서 내가 못 봤을 수도 있지.]“그럼 일단 명상부터 해보자.”
마법사들의 습관이었다.
머리가 복잡하면,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시킨다.
몸의 상태에 집중하고 몸 주변을 감싼 환경에 집중한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몸을 점검하는 것이다.
건강검진이라 할 수도 있겠다.
마법사들의 건강검진은 별 게 없었다.
코어를 점검하고 그에 연결된 마력 회로를 점검한다.
“별 문제는 없…….”
그의 말이 끊겼다.
말이 끊기면 안 되는 곳에서 끊겨버린 느낌에, 델은 퍼뜩 놀라 그에게 다가갔다.
“아, 아빠. 무슨 일 있어요?”
“이건……. 확실히 무슨 일이긴 하네.”
“아, 안 좋은 거예요?”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 레드. 잠깐 내 몸을 봐봐. 넌 알고 있었어?”
[……아니. 나도 처음 봤다. 왜 이제서야 눈치챘는지 이상할 정도군.]본래 코어에는 두 가지 힘이 균형을 이뤄야 했다.
하나는 크레센티아의 음기.
다른 하나는 용혈의 열기.
둘 중 하나라도 한쪽을 압도하면 얼어 죽거나 타죽어야 옳았다.
헌데 지금의 코어는 그 우려했던 사태가 일어나버렸다.
“용혈의 열기가……. 왜 없어졌지?”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