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1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11화(310/354)
#311화. 시간 여행(7)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자해다.
아니, 이건 그냥 고문이다.
…진짜 하기 싫다.
불게 있다면 뭐라도 불었을 만한 수준의 고통이 몸에서 휘몰아칠 것이다.
“후딱 끝내자.”
2차 각성은 하루 종일 걸렸다.
3차 각성도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내심 설렜다.
“이게 끝나면 또 얼마나 강해지려나.”
2차 각성 때는 정말 다시 태어났다 보는 게 옳았다.
음기로 마법 기관을 재구축함으로써 훨씬 더 마법 친화적이게 됐으니까.
“부탁한다. 새로운 음기야. 이번에는 좀 덜 아프게 끝내주렴.”
가부좌를 튼 엘런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제일 먼저 할 것은 신(新)음기의 양을 구(舊)음기의 양보다 늘리는 것이다.
지금 신음기와 구음기의 양은 3:7 정도였다.
‘이걸 10대0으로 만든다.’
방법은 간단하다.
신음기를 움직여 조금씩 구음기를 건드는 거다.
일련 시비 거는 듯이 보이는 이 행동은 친화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
구음기는 자신 말고 뭐든 배척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허나 신음기는 구음기와 아주아주 유사한 것.
계속 이쪽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걸 표현하면 서로 자연스레 섞여든다.
마치 바닷물과 강물을 섞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섞는 거에서 만족하면 안 되지.’
바닷물과 강물을 섞으면, 그건 그냥 두 물을 섞은 뭔가다.
그러나 이쪽은 완전한 바닷물을 원했다.
‘구음기 위로 신음기를 덧씌워서 완전한 신음기로 만들어야 해.’
물론 구음기의 양이 신음기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즉, 해야 할 작업량 또한 무척 많다는 얘기.
이번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헛소리를 믿어봐야겠다.
‘점점 빨라지겠지.’
어느 순간 신음기의 양이 구음기의 양을 넘어설 거다.
그때쯤이면 이 작업도 끝을 볼 수 있었다.
――코어 속에서 내전이 일어났다.
신음기는 구음기를 최대한 붙잡고 자신의 기운을 전염시켜나갔다.
‘이로써 구음기는 폭력성이 배제되고, 훨씬 유순하면서 파괴력을 일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화된다.’
힘만 센 악동이 예절을 배웠다고나 할까.
‘음기가 이렇게 말을 잘 들었나.’
음기는 물론 이전까지 자신의 수족이 맞았다.
하지만 정말 제 몸은 아니었다.
의수가 원래 몸은 아니듯이, 음기 또한 그러했다.
‘근데 이젠 진짜 내 몸이 됐어.’
신체 장기 중에 ‘음기’라는 개체가 하나 더 만들어진 느낌이다.
‘온전히 나만을 위해 움직이는 힘이야.’
이 음기는 크레센티아의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를 위한 힘.’
코어에선 용혈의 열기도, 구음기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 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건 오직 신음기 뿐.
내전의 종막과 구음기를 정복하던 신음기의 여정은 이틀로 완성됐다.
‘좋아. 구음기를 완전히 잡아냈어. 어디 한 번 볼까.’
몸으로 신음기를 주천시켜보니, 문제점이 곧바로 발견되었다.
‘구음기로 만든 마력 회로라, 신음기가 돌아다니기 불편해하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애초에 이 답을 위해 땅 위로 마법진을 새기고 여기 앉아 있었다.
‘부수자.’
새로운 공사 장비도 쥐어졌겠다, 그냥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쾅쾅쾅쾅쾅쾅쾅-!!
망치로 철근 내리찍는 소리가 고막을 아프게 했다.
소리가 한 번 울릴 때마다 미간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너무 단단하게 만들었어.’
어느 크레센티이가 3차 각성이 있으리라 예상했을까.
‘다신 이런 짓 안 할 줄 알고 진짜 열심히 만들었는데. 조금이라도 빈틈을 만들어 둘걸.’
노력은 배신한다는 말은 여기서 쓰는 걸까.
아마 아닐 것 같지만 여기서 쓰고 싶었다.
2차 각성보다 수십 배가 넘는 고통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온갖 욕지거리와 수만 가지 쌍욕이 혀끝에서 멈췄다.
전부 카르디아에게 배운 것들이었다.
‘미세 회로들 쳐내는 것도 이리 오래 걸려서야, 대회로는 어떻게 부술 셈이냐.’
누구에게 보내는 건지 모르겠는 혼잣말.
사람이 고통에 뇌가 잠식당하면 미친다는 말이 딱 맞았다.
‘근데 이 신음기, 진짜 미쳤네.’
아픈 건 아픈 거고 웃음은 웃음대로 나온다.
실시간으로 다중 골절의 고통이 전신에서 치미는 중인데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갔다.
이 신음기만 보면 웃음이 나오는데 뭐 어떡하나.
‘파괴력도 파괴력이고, 응집력이 장난 아니야. 이 정도면 세디와 비견해도 꿀리지 않겠어. 아니야. 숙련만 되면 그 이상일지도.’
태생적 한계는 생각보다 잔인하리만치 명확하다.
목속성 마법사가 아무리 나대도 하이 엘프보다 뛰어나긴 힘들다.
금속성 마법사가 아무리 나대도 드워프보다 광속을 잘 알긴 힘들다.
아예 불가능하다.
허나 신음기는 그런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줄 만한 잠재력을 지녔다.
‘점점 오리하르콘의 힘과 닮아가고 있어.’
숙련될수록 그렇게 느껴졌다.
신음기라는 장난감을 더욱 잘 알게 될수록 그렇게 느껴졌다.
‘이건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다룰 수 있는 힘 중에서 가장 자연과 가까운 힘이야.’
오만하면서도 광오한 정의(定義)였다.
‘이것만 있으면 정말 뭐든 할 수 있겠단 느낌이 드는데.’
세상의 끝이란 경지에 닿은 듯한 느낌이 전신을 활보했다.
물론 그저 약관도 되지 못한 청년의 치기 어린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천재란 족속들은 굉장히 객관적인 인물들이었다.
‘어쩌면 아버지와 맞수를 겨룰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미세 회로들을 모두 흔적도 없이 깨부쉈다.
마법진 위에 앉은 지 5일째였다.
‘좋아. 이제 메인 게임으로 가보자고’
고통에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런 줄 알았다.
오만인진 자신감인지 몰랐던 언행은 애먼 곳에서 깨졌다.
물론 제 강함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 충만했다.
착각은 이 고통을 잘 견딜 거란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깨져나가기까진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세 회로보다 훨씬 커다랗고 훨씬 굵고 훨씬 질긴 대회로.
미세 회로는 그래도 몇 번 때리다 보면 부서졌다.
하지만 대회로는 몇 번으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려 고작 그 정도냐며 이쪽을 도발할 뿐이었다.
……물론 도발했다고 느낀 건 착각이었다.
고통에 혼란해진 정신이 그렇게 착란했을 뿐.
‘고작해야 내 몸의 일부인 새끼가…….’
이마 위로 힘줄이 솟는 걸 느끼며, 대공사는 속행되었다.
하루가 더 지나고.
이제는 이쪽도 요령이 생겼다.
음기를 두 줄기로 나눈다.
하나는 꼬아서 날카롭게 만든다.
못이었다.
하나는 뭉쳐서 단단하게 만든다.
망치였다.
못과 망치가 준비되니 훨씬 균열을 만들기 쉬웠다.
‘이러니까 너희들이 버틸 재간이 없지.’
얼른 부서지고 새로 태어나라.
콰지지직-!! 콰지직-!!
콰지직-!! 콰지지직-!!
얼음 밟아 부시는 소리가 연신 몸에서 울렸다.
거대한 얼음을 눈앞에 둔 조각가처럼, 신음기로 만든 못과 망치는 사정없이 움직였다.
부수고,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순다.
그 조각이라도 보이면 안 됐다.
아예 바스러져서 흔적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쉼 없이 움직였다.
‘이제 끝이 보인다.’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숴버렸다.
회로는 혈관처럼 전신에 있기 때문에 한곳이라도 빼놓을 순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망치질이 새끼발가락 끝에서 내리쳐지고.
고통이 찌르르 울림과 동시에 어떤 공허함이 느껴졌다.
‘……텅 비었네.’
꼭 항아리가 된 것만 같다.
아무것도 든 거 없는 항아리.
‘이제 또 알뜰하게 채워야지.’
본래 비우는 재미보단 채우는 재미가 더 큰 법이다.
‘한 번 해봤다고 요령이 금방금방 생기네.’
2차 각성 때는 처음 해봐서 이곳저곳 날 선 부분이 많았다.
구음기는 이리저리 날뛰려는 성질이 강해서 더욱 그랬다.
‘게다가 그때는 용혈의 열기로 음기를 녹여가면서 모양을 만들어냈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말을 이렇게 잘 듣는데 불이 왜 필요해.’
강철처럼 뻣뻣했던 구음기와 달리 신음기는 아주 유연했다.
마치 물처럼 제 주인의 맘대로 모양을 바꿨다.
못이 되라면 못이 됐고, 망치가 되라면 망치가 됐다.
나아가 이젠 마력 회로가 될 차례다.
처저저저저저저적-
몸 안에 기찻길이 깔리는 기분이 물씬 든다.
이 기찻길은 고향까지 이어져 있을 것이다.
이걸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도착할 수 있겠지.
쿠우우웅-
어떤 일체감이 코어부터 몸 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데카마드의 눈이 뜨이는 순간이었다.
“완성했어.”
3차 각성이 완료됐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이 끝을 내렸다.
“하아아…….”
데카마드는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새까만 밤을 배경으로 누군가 붓으로 칠한 듯한 은하수가 빈자리를 장식했다.
그 정중앙에 뜬 달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챌 기운은 없다.
지금은 그저, 이제는 그저.
조금이나마…… 눈을 붙이고 싶었다.
***
3차 각성이 끝나고 두 번째로 눈을 뜬 순간.
그 순간은 굉장히 따뜻했다.
푹신했고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물씬 들었다.
그 기분은 정말 기분 탓이 아니었나 보다.
눈을 살짝 돌리니 벽난로가 타닥타닥 타고 있었다.
“흐응…….”
침대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옅은 잠꼬대.
의자를 끌어와 침대에 기댄 채 잠든 그녀는 조용히 쌔근거렸다.
“……델.”
“그랬구나. 어쩐지 몸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최악은 아니야.”
[그건 내 도움이 컸지. 새집 냄새가 너무 나길래 도저히 들어갈 생각을 못 하겠더군.]“아깝네. 이 고통을 너도 느껴봤어야 했는데.”
“아빠……?”
둘의 대화 소리에 깬 걸까.
델이 부스스해진 머리와 함께 고개를 들었다.
“으응, 델. 나 일어났어.”
“몸은 괜찮으세요……?”
“당연하지. 네 간호 덕분이야.”
“헤헤헷…….”
델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 드세요.”
“……이건.”
“초콜릿이에요.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레드가 알려줬어요.”
초콜릿은 얼마나 손에 쥐고 다녔는지 포장이 다 어그러졌다.
그는 초콜릿을 말없이 받아들었다.
꾸깃꾸깃해진 포장지를 벗기니, 그 안에서 새끼손가락만 한 내용물이 드러났다.
일주일간 생고생 개고생을 해서 그럴까.
이 작은 초콜릿의 단내가 코를 미친 듯이 휘어잡았다.
“어서 드세요.”
“……응.”
데카마드는 초콜릿을 입 안에 넣었다.
쑤욱 하고 들어간 그것은 혀 위에서 자유롭게 놀았다.
아예 춤을 췄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설탕의 왈츠가 입 안에서 이뤄졌다.
그 무도회에 섞여 맛을 음미하던 데카마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신기하네…….”
“뭐가요?”
“집에서는 이런 초콜릿보다 수십 배는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무덤덤했어.”
그러나 여기에선 싸구려 초콜릿에서도 세상의 맛을 전부 느낄 수 있었다.
“집에 얼른 돌아가야겠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초콜릿을 맛볼 자격이 있을 테니까.”
데카마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 상태는 아직까지 잔통이 남아 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되려 적당한 예열이 된 기분이었다.
“토벌대에 가자.”
“따를게요.”
[이동한다.]후우우욱-!!
다시 아인티제 왕국 수도로 돌아왔다.
이곳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점포와 행상인들이 넘쳤고 시끌거리는 소리가 정신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로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토벌대에 참여하시는 용병분들은 이쪽으로 오십쇼!! 여기서 출발합니다!!”
목청 좋은 남자가 근처에 옹기종기 모인 용병들을 불러 모았다.
데카마드도 그 목청을 듣고 움직였다.
다 거뭇거뭇한 용병들 사이에서, 은발은 무척이나 눈에 띄었다.
“호, 혹시 거기 은발의 남자분! 길드에 등록하셨다던 마법사십니까?”
“네. 맞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럼 여기 앞으로 오시죠! 말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기사님과 병사들이 있는 진영까진 거리가 꽤 됩니다!”
“알겠습니다.”
걷는 것보단 걷는 거 위에 타는 게 편하다.
데카마드는 앞으로 걸어가 말에 올라탔고, 동시에 시선이 집중되는 걸 느꼈다.
척 봐도 고운 시선은 아니었다.
“하아……. 뭔 마법사가 있냐. 저 엉덩이 무거운 놈들, 지들은 절대 안 움직이고 뒤에만 있으면서 보수만 졸라 받아 처먹잖아.”
“그래도 죽을 걱정은 좀 덜지 않겠냐. 마법이 세긴 세잖아.”
“야. 센 마법을 구사하는 놈이 왜 마탑에 안 가고 여기 있냐. 이 업계에서 마법사라 자칭하는 놈치고 된 놈 못 봤다. 허풍쟁이들만 수두룩하지.”
“분명 저 새끼도 그럴 거야. 에잇, 그럼 그냥 야영할 때 묶어서 어디다 던져버릴까?”
“오오, 좋은데? 그럼 용병들한테 돌아갈 보수도 늘 거 아니야?”
좋은 의견이 나왔다.
그럼 당장 시도해야 하는 법.
몇몇 용병들이 데카마드가 탄 말과 가까이 붙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