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1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13화(312/354)
#313화. 시간 여행(9)
비엔을 선두로 한 용병 무리가 본대 진영에 도착했다.
병사들이 이쪽을 흘깃흘깃 쳐다본다.
고운 눈들은 아니었다.
병사들의 눈에 용병들은 돈 몇 푼으로 움직이는 야만인이었으니까.
숭고한 왕의 명을 받들어 창을 쥔 자신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데카마드 님은 저와 가시죠. 로이스 기사님과 인사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러죠.”
“저 지휘부 막사에는 로이스 기사님과 그의 후배이신 레일 기사님이 계십니다. 레일 기사님은 성격이 불같으시니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성격이 불 같다라.
왜인지 앞으로의 미래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델은 여기 레드하고 있어.”
“네네. 빨리 돌아오세요.”
“노력해볼게.”
심심하지 않게 장난감(?)을 쥐여준 그는 비엔의 뒤를 따라 막사로 들어갔다.
막사 안에는 커다란 탁자와 그 위로 이 근방의 지도가 올려져 있었다.
“왔군. 비엔.”
“네, 로이스 기사님. 말씀하신 대로 모집한 용병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로이스란 이름의 기사는 빛나는 강철제 갑옷을 입고 삭발 머리를 한 중년의 남자였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은 게 아닌, 되려 잘 정제된 느낌을 주었다.
“옆에는?”
“아, 이번에 저희 모집 공고를 보고 와주신 마법사님입니다.”
“……마법사?”
“너. 정말 마법사냐?”
로이스의 옆에 있던 기사가 내뱉은 말이었다.
붉은 곱슬머리를 멋지게 치장한 기사는 주름 하나 없이 젊었다.
“그렇습니다.”
“비엔. 따로 확인은 해봤겠지?”
“물론입니다. 이렇게 제 검 위로 마법을 부려주셨는데 어찌나 놀랍던지.”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다는 듯, 그는 제 검을 꺼내 보였다.
검집과 검병으로 장식된 얼음 조각들은 아리따운 문양으로 검을 빛나게 만들었다.
로이스는 헛웃음을 흘리며 턱을 매만졌다.
“드워프의 세공 예술을 보는 듯하군.”
“호오, 아랫것치곤 재주가 뛰어나구나.”
“그래서 제가 이리 모셔왔습니다. 데카마드 님은 마법사시니까, 토벌도 훨씬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비엔. 그 말은 웬 용병 마법사가 우리들 기사보다 더 혁혁한 공을 세울 거란 뜻인가?”
비엔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이번 토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할 분은 로이스 기사님과 레일 기사님입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하아……. 레일. 그만하지. 안 그래도 이 산맥 때문에 골치야.”
“그럼 선배님. 저기 저 무지렁이의 말을 들어보는 게 어떠십니까? 마법사란 자고로 지식과 지혜가 출중한 자라 했으니, 제법 쓸만한 말을 할 겁니다.”
“흐음. 그럴 수도 있겠군.”
로이스의 눈이 데카마드에게 돌아갔다.
레일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저 속에 담긴 악의는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선배 기사는 순수하게 궁금한 듯 보였지만 후배 쪽은 전혀 아니었다.
‘망신을 주려는 거냐.’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탁자 가까이 갔다.
“뭐가 문제입니까.”
“……네놈. 말이 너무 짧군.”
“그만, 레일. 지금은 이 젊은이의 도움을 받으려고 불렀어. 심문이 아니란 말이야.”
그의 제지에 쯧 하고 혀를 찬 레일은 한걸음 물러나 기둥에 등을 기댔다.
“미안하네. 워낙 혈기가 넘치고 선배를 잘 따르는 놈이라 그런지 적당히를 몰라.”
“괜찮습니다. 그보다 문제가 뭔지 듣고 싶네요.”
바깥에는 지금 델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로이스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변종 오우거의 위치는 이 산맥의 중앙쯤에 있을 거라 예상되네. 레인저를 계속 보내본 결과 놈의 흔적이 모두 이곳으로 귀결되고 있어.”
“오우거의 둥지가 있는 곳이군요.”
“그렇지. 근데 이 오우거 녀석이 어찌나 영악한지, 자기가 질 것 같으면 금세 도망쳐 버리고 이길 것 같으면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더군.”
“문제가 뭔지 알겠네요.”
“……정말인가?”
“이쯤 되면 다 말해주셨습니다.”
데카마드의 손가락이 지도를 훑어나갔다.
“산맥 중앙으로 이 정도의 병력이 갈만한 길은 여기 하나. 하지만 이 정도 병력이 움직이면 오우거가 패배를 예상하고 산 깊숙이 들어간단 거 아닙니까.”
“마, 맞네.”
“백 단위의 병력이 움직일 새로운 길이 필요한 거군요. 은밀하면서도 커다란 길이.”
하지만 지도에 그런 길은 없었다.
여기 보이는 하나가 마지막이었고, 레인저들도 다른 길을 찾지 못했다.
즉, 외통수였다.
데카마드가 말이 없자, 레일은 낄낄거리며 기둥에서 등을 땠다.
“마법사라고 해서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별거 없었네.”
“괜찮네. 데카마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니, 부담 갖지 말고 이만 돌아갈…….”
“방법은 있습니다.”
“……뭐라?”
“이놈!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자존심 챙기려고 한 거짓말이라면 얼른 닥쳐라!”
“정말로 방법이 있습니다.”
지도 옆에 나무를 깎아 만든 기물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데카마드는 그것들을 집었다.
“오우거가 강자 앞에선 도망치고, 약자 앞에선 힘자랑을 한다면. 저흰 그 습성을 이용하면 그만입니다.”
“계속 말해보게.”
하나밖에 없는 큰길로 몇 개의 말들이 놓였다.
“커다란 길로 기동성이 좋은 용병들을 소수 보냅니다. 용병들은 소수이기에 변종 오우거는 도망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겠죠.”
오우거와 대면한 용병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친 길에는.
“저희 본대가 매복하고 있는 거죠. 빠르게만 움직인다면, 포위망도 금세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 이런 방법이……. 데카마드 님? 혹시 어디서 병법을 배우셨나요?”
“레일 기사님의 말대로 저는 무지렁이입니다. 그런 제가 어디서 병법을 배웠겠습니까. 그저 틀 밖에서 생각한 것뿐이죠.”
마법사의 자질이다.
항상 틀 밖에서 생각할 것.
그래야 의외성이 나오고 그래야 강해질 수 있었다.
“데카마드 마법사의 말대로 작전을 진행하겠어. 당장 내일 움직일 테니, 비엔 너는 병사들과 용병들에게 그리 일러두거라.”
“네, 넵!”
“그리고 오우거를 유인할 용병들을 10명 정도 뽑는다고 해. 자원한 이들에겐 보수도 더 준다고.”
“알겠습니다!”
비엔은 막사에서 후다닥 뛰쳐나갔다.
한껏 밝아진 낯빛이 된 로이스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네. 설마 그런 방법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군.”
“용병들을 모집하셨기에 이런 수를 쓸 수 있었습니다. 병사들을 미끼로 하는 건 안 되지만, 용병들은 크게 상관없으니까요.”
“하핫, 그렇지.”
“쯧.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척 봐도 눈가가 일그러진 레일이 막사 바깥으로 나가려는데, 로이스가 그를 불러세웠다.
“이보게 레일. 자네가 그리 무시하던 마법사가 우리가 며칠을 고민하던 문제를 독파하고, 아주 쓸만한 작전을 짰어. 따로 해줄 말 없나?”
“……잘했다.”
한껏 썩은 표정으로 건네는 칭찬.
엎드려 절받기로 하는 칭찬.
얼굴만 보면 칭찬을 하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레일이 신경질적으로 막사 바깥에 나갔다.
로이스는 뒷짐을 지며 턱짓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말은 저렇게 해도 착한 후배야.”
“착한지는 잘 모르겠군요.”
“하하핫. 아랫사람들에겐 너무 하대하는 경향이 있긴 해.”
콰당-!
뭔가 넘어지는 소리가 막사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뒤이어 목소리 하나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데카마드. 일단 바깥으로 나와보는 게 어떠냐.]‘무슨 일인데.’
막사 입구가 펄럭이며 데카마드가 나왔다.
그러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있었다.
“어딜 더러운 옷가지로 이 갑옷에 손을 댄 거냐. 네년의 몸을 아무리 팔아도 이 장갑 하나 살 수 없을 터인데.”
“…….”
“그보다 너는 어떤 용병이 데려온 거냐. 천한 용병들은 노리개를 이런 전장까지 붙이고 다니는가.”
델은 그 말을 가만히 듣다가, 레일을 밀치듯이 지나쳤다.
“미친년이…….”
레일의 손이 델의 후드를 휘어잡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꽈아악-
“놓으세요.”
후드를 휘어잡은 손을 휘어잡은 데카마드의 손.
델은 그런 데카마드에게 안겨 있었다.
“네 노리개였냐? 취향 한번 역겹군.”
“……딸입니다.”
“어릴 때 허리를 잘못 놀렸나 보네. 뭐, 너희 천한 것에겐 흔한 일이지만.”
터억-
후드를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단순한 완력이었으나 기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잔재주를 부리는군.”
“지금 꺼지면 목숨은 살려 드릴게요.”
“푸흣!! 아주 웃기는 소릴 하네. 네 목숨을 살릴지 말지는 지금 내 손에 있다. 감히 기사에게 욕을 뱉고, 갑옷에 손을 댄 건 참형 감이다.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래서 귀족 기사는 안 된다니까.”
“네놈……. 지금 뭐라고 했지? 다시 한번 말해봐라.”
“내 시대에선 당신 같은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있거든. 절대 기사란 신분을 세습할 수 없어.”
“무슨 헛소리를.”
“쉽게 말해줄까? 너 같은 망나니는 기사가 될 깜냥이 안 된단 거야.”
“즉결 처형해주마.”
번쩍이는 칼날이 데카마드의 목을 내려칠 것처럼 강하했다.
레일은 진하게 웃어 보였다.
목이 떨어진다.
깔끔하게 잘린 목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근데…… 왜 놈이 서 있는 거지?
왜 내가 떨어지고 있는 거지?
왜 내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거야?
흙바닥을 레일의 머리가 굴렀다.
절단면은 전부 얼어붙어 피 한 방울 새어 나오지 않았다.
분명 그런 줄 알았다.
“꺼으으으윽!!”
갑작스레 제자리에서 벌벌 떨며 레일이 손에 든 검을 놓쳤다.
쨍그랑하고 떨어진 검은 주인을 애처롭게 올려다봤다.
하지만 지금 그따위 건 중요치 않았다.
“내, 내, 내 목……!!”
양손으로 목을 허겁지겁 더듬는다.
너무 세게 쥐면 다시 잘릴까, 그 손짓은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칼은 함부로 뽑는 게 아니야.”
“히, 히끅……!! 가, 가, 가까이 오지 마! 내, 내게 무슨 짓을……!!”
“그냥 짧은 미래 하나를 보여줬지.”
[크레센티아 제6비기 – 농월(弄月) 희롱하는 달]3차 각성을 끝마치고 가문의 비기들마저 한 단계씩 진화되었다.
제6비기 농월은 이제 원하는 환상을 보여주는 게 가능해졌다.
그 환상으로 이 망나니에게 보여주었다.
계속 멋모르고 날뛰면 어떻게 되는지를.
“지금 널 죽이지 못한다는 게 아쉽네.”
왕국군 병사 진영에서 대놓고 기사의 목을 자르는 건 얼토당토않은 일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럼 아인티제 국왕과 연을 만들어두려 했던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다.
“근데 네가 이 토벌 뒤에도 내 눈에 띈다면, 그때는 환상이 아니라 정말로 죽인다.”
“끄르르륵…….”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기사님은 기절했다.
“가자, 델.”
“네. 아빠.”
데카마드는 이만 막사로 용병들 쪽의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밤이 깊어진 새벽.
불침번을 서던 병사 하나는 누군가 탈영했단 보고를 로이스에게 올렸다.
***
병영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누군가 탈영을 한 것도 모자라, 그 탈영 대상이 두 명의 기사 중 하나라니.
“하아……. 레일 그 녀석. 이런 전장에서 발을 빼는 놈은 아니었는데.”
“로, 로이스 기사님. 그러면 이번 토벌은 어찌 되는 겁니까?”
“걱정마라, 비엔. 데카마드 마법사가 짠 작전이 그만큼 좋아. 이 작전대로만 하면 기사 한 명의 전력이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이 작전을 짜준 마법사도 있었다.
마법사의 마법은 그 규모가 작더라도 무척 파괴적이다.
혹자는 마탑의 마법사 한 명이 기사 세 명 분량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 했다.
물론 병영에 찾아와 준 용병 마법사가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닐 터.
그럼에도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이다.
“비엔. 병사들의 매복은 어떻게 됐지.”
“모두 완료했습니다! 미끼가 되어줄 용병들도 준비 완료입니다!”
“좋아. 데카마드 마법사는 어디 있지?”
“매복 장소에 계십니다!”
로이스는 제 짧은 턱수염을 가만히 매만졌다.
지금 이곳은 매복 장소와 용병들이 들어갈 길이 보이는 언덕 위.
변종 오우거는 저 길 너머에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
“낚시를 시작할 차례군.”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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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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