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1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14화(313/354)
#314화. 시간 여행(10)
낚시를 하려면 바늘에 미끼를 걸어야 한다.
그 미끼는 방금 출발했다.
해류에 휩쓸려 바늘이 이리저리 움직이듯, 미끼들은 우다다다 뛰어갔다.
내가 왔다는 걸 온 천지에 다 알리려는 것처럼 시끄럽게도 달렸다.
“꺄오오올!! 야이 못생긴 오우거야! 어디 한 번 나와봐라!!”
“네 엉덩이에 꽂아줄 창이 여깄다!!”
“안 나오면 우리가 쳐들어간다!!”
방패를 검으로 쾅쾅 치고, 도끼로도 쿵쿵 친다.
숲은 어느새 그 소음들로 가득해졌다.
산새들이 귀를 막고 날아오를 정도였으니, 이 울림은 숲 전역에 퍼졌으리라.
“오우거야!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그래, 새끼야! 우리가 무섭냐!”
“덩칫값 하러 와라! 여기 우리가 있다아!!”
“내가 오늘 네놈 간에다가 술 한 잔 해야쓰겄다!”
남의 집 문 앞에서 내지르는 고성방가.
그건 알 수 없는 쾌감과 함께 아드레날린을 끓어 올렸다.
후우우웅-!!
“이, 이거 뭔 소리지……?”
그 광기에 가까운 투기 너머로 어떤 소리가 귀를 쫑긋거리게 했다.
무언가 바람을 거칠게 가르는 소리.
귀가 예민한 용병들은 사방을 둘러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제, 제, 젠장……!!”
“다, 다들 흩어져!!”
“아아아악!!”
투석기로 쏜 것 마냥 하늘에서 부서진 나무들이 비 오듯 쏟아진다.
우지끈-!! 콰지지직-!!
그것들은 방금 용병들이 있던 곳을 정확히 명중했다.
“허억……!! 허억……!!”
“주, 죽을 뻔했다…….”
“저, 저길 봐!!”
“뭔가 나오려 한다……!!”
“모두 튈 준비를……!”
용병들은 꺼낸 무기를 단숨에 집어넣고 등을 돌렸다.
저기 풀숲 너머로 흐릿하게 인형이 보였다.
“튀어어어!!”
파바바바바바박-!!
그 한 마디를 신호로 용병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뛰기 시작했다.
뒤에 오우거가 쫓아오고 있다 생각하니 몸은 지칠 줄 몰랐다.
여기서 살기만 하면 남들보다 배는 더 많은 보수를 얻는다.
어차피 죽을 각오까지 했는데, 각오 한 번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지랴.
쿵쿵쿵쿵-!!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발소리.
그것은 귀를 자극하다 못해 공포감이 다리를 저미게 했다.
“으아아아악!!”
“계, 계속 뛰어!! 뒤돌아보지 마!!”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약속된 매복 장소도 점점 가까워진다.
“이, 이제 곧 있으면……!”
그들은 마치 결승선을 완주한 선수들처럼 환희에 차서 숲길을 빠져나왔다.
바로 여기다.
이 오우거놈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바로 여기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크하하하학!! 넌 이제 X됐……!!”
콰지지직-!!
사람 두개골 으스러지는 소리가 선명하다.
뿌리째 뽑힌 성인 허벅지만 한 나무는 사람이야 손쉽게 부쉈다.
근데도 매복 장소에 있던 병사와 용병들은 다른 것 때문에 눈을 부릅떴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변종 오우거의 모습.
“로, 로이스 기사님. 저, 저게 변종 오우거인가요……?”
비엔의 떨리는 목소리에 로이스도 침음을 삼켰다.
성인 드워프 정도 되는 키.
피부는 새까맣고 그 위에 나무 껍질들을 입었다.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것들은 거뭇거뭇하고 정돈되지 않은 채 뻣뻣하다.
저게 정말 오우거라면 변종이라는 말이 정말로 잘 어울렸다.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단순 피해 보고만 봤을 때 오우거와 같았으나, 다른 흔적이 일치하지 않아 변종 오우거라 윗선이 판단했을 뿐이지.”
“그,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요?”
“저놈이 아까 사람을 죽이는 걸 보지 않았느냐. 저게 오우거든 아니든 그 죗값을 치르게 할 뿐이다. 우린 계획대로 한다.”
“시, 신호탄을 쏘겠습니다!”
타앙-!
치이이이익-
하늘로 붉은 연기가 치솟았다.
그 신호에 맞춰 매복 장소에 몸을 숨기던 병사들과 용병들은 단숨에 튀어나왔다.
후퇴할 길을 막고, 포위진을 형성한다.
왕국군 병사들과 용병들은 저마다의 무기로 공격 준비를 마쳤다.
창, 칼, 석궁, 활, 망치 등등.
다양한 날붙이와 둔기들이 오우거인지 뭔지 모를 것을 위해 준비되었다.
“쇠그물을 던져라!”
매복 장소까지 말을 타고 내려온 로이스가 크게 외쳤다.
촤라라라라락-!!
거대한 크기의 쇠그물이 오우거 위로 떨어졌다.
병사들이 낑낑거리며 던진 그것은 오우거 전용이었고, 그만큼 무게가 엄청났다.
쿵-!!
오우거의 한쪽 무릎이 바닥에 꿇려졌다.
로이스는 그 괴력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오우거는 오우거인가 보군. 설마 이 쇠그물에 정통으로 맞고도 다리 하나를 세울 힘이 있다니.”
“사, 살기가 엄청납니다…….”
“우리 모두를 죽이고 싶어 하는 모양이야. 그렇게 둘 순 없지. 비엔.”
“네, 넵!”
“잘 보아라. 이런 대괴물전 전투에서 사람이 얼마나 쉽게 죽을 수 있고 얼마나 끈질기게 살 수 있는지.”
비엔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종자의 신분에 불과한지라 아직은 이해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그러니 몸으로 이해하는 게 가장 빨랐다.
로이스는 소리쳤다.
“놈은 지금 움직일 수 없다!! 허나 가까이 다가가는 건 방심이고 오만이다! 병사들과 용병들은 가지고 있는 화살을 퍼부어라!”
촤라라라라락-!!
두 부류의 집단은 가지고 있는 원거리 무기를 총동원했다.
화살들이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용병들은 능숙하게 석궁을 쏘고 재장전하길 반복했다.
반면 오우거는 쇠그물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만 있었다.
푸욱-! 푹-! 푸욱-!
피부로 화살 꽂히는 소리가 귀로 꽂혔다.
놈의 팔다리는 어느새 화살로 장식됐다.
그렇게 흘린 피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흙 속으로 스며들었다.
쿵-
나머지 한쪽 무릎이 꿇려졌다.
신호가 온 것이다.
“전군!! 저 오우거의 몸에 창을 찔러넣어라!”
와아아아아아-!!
용병들과 병사들이 무기를 꼬나쥐고 달려들었다.
이제 끝이 보인다.
집이 보인다.
돈이 보인다.
오늘 먹을 술과 고기가 보인다.
이 창만 저 몸에 쑤셔 넣으면 모든 게 끝난다.
“받아라아!!”
“죽어어!!”
온몸을 내던져 한 공격은 그 시작도 전에 동공을 흔들리게 했다.
후욱-!
“이, 일어섰……?”
촤라라라라락-!!
쇠그물이 오우거의 손에 우악스럽게 잡혔다.
충분한 완력만 있다면, 이것은 곧 둔기가 되고 흉기가 된다.
하지만 그 충분한 완력이 있다면 이 무게에 무릎 꿇지도 않았을 터.
로이스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서, 설마……! 더 가깝게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무릎을 꿇고, 일부러 화살을 맞았단 말인가……!!”
병사들을 물리기엔 이미 늦었다.
저 길이의 쇠그물과 이 거리라면 몸을 뒤로 빼도 도망칠 수 없었다.
명명백백한 실책이다.
“미안하다, 병사들이여…….”
“기, 기사님! 저, 저길 보십쇼!!”
“저, 저건!”
콰과과과과과과광-!!
원형으로 주변을 휩쓴 쇠그물이 방패와 연신 맞닿았다.
병사들 앞에 비늘처럼 촘촘하게 쳐진 방패들은 쇠그물을 모두 튕겨냈다.
다만 방패 곳곳에 균열이 일고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아직 이렇게나 어린데도 대단한 완력인데. 그런 권능 같은 힘이 없었어도 충분히 최강이었겠어.”
병사들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그제서야 자신이 죽을 뻔했단 걸 인지한 그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로이스 기사님.”
“그, 그래.”
“곧 돌아오겠습니다.”
화아악-!!
목을 조르듯이 오우거를 붙잡은 마법사는 전장에서 번쩍하고 사라졌다.
“허, 허헛……. 내가 헛것을 본 것인가…….”
정말 마법사다운 등장이었고, 정말 마법사다운 퇴장이었다.
***
이름 모를 개활지.
그곳으로 순간이동한 둘은 바닥을 한두 바퀴 굴렀다.
데카마드는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눈앞에 있는 저 변종 오우거, 아니 알렉산드라 반 드라코어.
제국 아카데미의 영원한 총장.
하프 드래곤이자 하프 하이 엘프다.
대충 소개만 들어도 복잡한 가족사를 지닌 저 도마뱀을 설마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조금은 정돈된 자리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어.”
“인간. 너 강하네.”
“강하지.”
“나보다 강할까.”
600년 후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확실하다.
“응. 너보다 강해.”
“확인해보지.”
진흙인지 뭔지 모를 걸 잔뜩 묻혀 까매진 얼굴.
그 얼굴 정중앙에서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쿠우우웅-!!
대포 발사하는 소리가 지면에서 울린다.
그리곤 정말 포탄이 날아오듯 주먹이 날아왔다.
허나 데카마드는 이전에 확언했다.
내가 너보다 강하다고.
그 말은 단순한 넘겨짚기가 아니었다.
“말했잖아. 아직 안 된다니까.”
[크레센티아 제8비기 – 수월경(水月鏡) 내비치는 달]수월은 물에 비치는 달.
물은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반사한다.
제8비기 수월경도 마찬가지다.
“가령 이 주먹이라도 반사하지.”
뻐어어억-!!
알렉산드라의 고개가 90도로 돌아갔다.
털썩-
그렇게 기절했다.
“……빠르네.”
그래. 설마 제가 날린 주먹이 자기한테 돌아올 거라고 누가 예상하겠는가.
기껏해야 방어나 반격 정도지.
“서열 정리도 완벽하게 했고, 이젠 금의환향할 차례인가.”
데카마드는 체인 마법으로 알렉산드라의 팔다리를 꽁꽁 묶었다.
그것도 모자라 커다란 자루에 집어넣었다.
……이러니 모양새가 좀 이상하지만, 병사들에게 알렉산드라는 죽은 존재여야 한다.
“불편하겠지만 잠시만 가만히 있어 주세요. 총장님.”
완전히 기절한 알렉산드라를 아공간에 집어넣으니.
[흐흐흐흐흣…….]그제서야 레드의 어딘가 음침한 웃음이 들려왔다.
“왜 그렇게 웃어?”
[그냥 시원해서다. 저 도마뱀이 누구한테 얻어맞고 쓰러지는 꼴이라니. 이걸 육안으로 목격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 아닐까 싶군.]“과거의 데카마드는 이렇게 안 했어?”
[이젠 내 기억의 자잘한 것들은 믿지 않기로 했다. 굵직한 흐름만을 따져볼 뿐이야.]“그러냐.”
그 굵직한 흐름 중 하나.
변종 오우거 사냥에서 만나게 될 변종 오우거는 사실 알렉산드라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매복하다가 레드에게 들었다.
“자칫하면 죽일 뻔했네.”
이쪽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빨랐다면 큰일 날 뻔했다.
차라리 과거로 한 번 더 가고 싶을 정도의 큰일이 날 뻔했다.
“돌아가자.”
[그래. 돌아가면 아주 영웅 취급을 받겠어. 수백의 병사들을 구하고 홀로 오우거를 쓰러뜨렸으니.]“그래. 아, 근데 너무 상처 없이 돌아가면 의심하는 거 아니야?”
[가짜 피라도 조금 만들어주련?]“부탁해.”
완드에서 걸쭉하면서도 피 냄새가 물씬 나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걸 손에 묻히고 이마와 손 곳곳에 묻히니 나름 그럴싸했다.
“좋아. 이제 진짜 가자.”
[이동한다.]슈우우욱-!!
병사들이 있는 숲 가까이 텔레포트하고, 동시에 연기를 시작했다.
피를 흘린 양만큼이나 다리를 조금씩 절룩이고 한쪽 눈가를 찡그린다.
그 상태로 숲길에서 나오니.
“마, 마, 마법사님이다!!”
“마, 마법사님!!”
“피, 피를 흘리고 계셔……! 들것을 가져와라!!”
데카마드는 괜찮다는 듯 손짓했다.
“걱정은 감사하지만 걸을 수 있습니다.”
다그닥-! 다그닥-!
급박함이 절로 느껴지는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데, 데카마드 마법사! 살아 돌아왔군!”
“예. 다행히도 말입니다. 오우거는 제가 처리했습니다.”
“오오오! 역시 데카마드 마법사님이십니다!”
“수고했네! 정말 수고했어! 여기 자네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들이 수두룩해! 자넨 이들의 영웅이야!”
숲 전역으로 그의 이름이 연호되었다.
데카마드-!! 데카마드-!!
데카마드-!! 데카마드-!!
어색한 기분이었다.
아직은 쓰게 된 지 얼마 안 된 이름이라 더 그랬다.
남의 이름으로 칭찬받는 기분이라 썩 와 닿지 못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쁘지 않네.’
남들의 입에서 칭찬이야 여러 번 들어봤다.
하지만 이렇게 군중의 입으로 환호를 받는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와 형 누나들은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꼭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미래로 돌아가야 했다.
반드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어떻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데카마드 마법사.”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사이 로이스와 비엔이 말 한 필을 더 끌고 왔다.
“말에 탈 수 있겠나. 여기 비엔과 같이 먼저 수도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어떻겠어.”
“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얼른 타십시오!”
데카마드는 그의 손을 잡고 말에 올라탔다.
“히랴! 히랴!”
그리고 비엔을 따라 다시 한번 숲길을 내달리니.
당장 수도에 도착하면 아공간에 있는 도마뱀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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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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