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1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15화(314/354)
#315화. 너. 입양 된 거야.
말을 전속력으로 내달리니.
왕국 수도까진 밤이 깊어질 때쯤 도착했다.
중간중간 말을 쉬어주면서 응급 치료를 해준 비엔은 그 손길이 아주 정성스러웠다.
이게 가짜 피라는 게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수도에 도착했습니다! 몸은 괜찮으신지요……?”
“그 질문, 벌써 스무 번째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피를 생각보다 많이 흘리셔서.”
“전 마법사입니다. 상처도 남들보다 빨리 낫는 편이죠.”
600년 전이라 친 거짓말.
안장 앞쪽에 타 있던 델은 거짓말쟁이 아빠를 스윽 올려다보았다.
“여, 역시……! 마법사는 듣던 대로 신비로운 집단이네요!”
600년 전이라 통한 거짓말.
안장 앞쪽에 타 있던 델은 순수한 종자를 스윽 돌아보았다.
600년 전의 과거는 생각보다 많은 걸 가능케 해주었다.
“제가 여관을 잡아드리겠습니다.”
“여관은 제가…….”
“로이스 기사님의 인장을 갖고 왔으니 특실로 머무를 수 있으실 겁니다.”
“……위치를 잘 모르는군요. 부탁드립니다.”
“따라만 오십쇼!”
둘은 검문 한번 없이 성문을 통과했다.
여기서부턴 말이 달릴 수 없어, 종종걸음으로 걷다 보니 여관이 보인다.
겉보기에도 커다란 여관이었다.
―심지어 눈에 익숙한 여관이었다.
“이 여관은…….”
“마법사님도 알아보시는군요! 저희 수도에서 가장 커다란 고급 여관입니다! 벌써 5대째 내려오는 명맥 있는 곳이죠!”
“네. 알고 있습니다.”
“여관이라면 질색팔색하시는 귀족가의 자제분들도 여기라면 참으신다니까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네. 대단합니다.”
아직 5대째인가.
소파에 누워서 듣기로는 15대째라고 했는데.
[여관 – 발레리온]신화 속 기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 여관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신분을 가리는 건 아니다.
그저 사람을 가리는 것뿐.
“신분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여관 직원치곤 깔끔하게 입고 깔끔하게 씻은 남자가 두 손님을 맞이했다.
“로이스 기사님의 종자, 비엔입니다. 로이스 기사님께서 이분들을 특실로 모시라 하셨습니다. 여기 기사님의 인장입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지불은 외상으로 달아두겠습니다.”
“예. 그리고 여기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동원하라 하셨으니, 그것 또한 섬세히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자, 가시죠.”
그냥 600년 전에서 살고 싶어지는 기분이 울긋불긋 올라온다.
단순히 오우거 한 마리 잡았다고 이런 귀빈 대접이라니.
학교에선 하루 외박권 한 장 던져줬는데.
“데카마드 마법사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비엔.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죠.”
“숙녀분도 내일 봐!”
델은 맞인사 대신 허리를 꾸벅 숙였다.
비엔은 그렇게 밝은 낯으로 사라졌다.
직원의 뒤를 따라 여관을 걸으니, 그제서야 발레리온의 내부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냥 집이 더 좋은데 굳이 집 앞 여관에 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여관이 아무리 유명해 봤자 여관.
크레센티아에 비할 순 없었다.
그래도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선 옅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많네요.”
“예뻐.”
엘프의 미적 감각은 인간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
심지어 하이 엘프의 입에서 칭찬이 나왔으니, 이 여관은 실로 보기 좋았다.
“하하핫.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직원의 어깨가 으쓱거린다.
이곳은 저렇게 자부심을 가질만했다.
여관 안인데도 자리한 조그마한 정원.
천장에는 감긴 덩굴과 꽃은 그 색이 화려하다.
벽면은 진갈색 나무 소재로 고딕하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물씬 주었다.
“여깁니다.”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도착한 특실.
문부터가 ‘나 특실이요-’라고 소개하는 듯하다.
문 주제에 겉면으로 용맹히 날뛰는 기사가 조각되어 있었다.
“여기가 ‘특실 발레리온’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혹여나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시다면 준비된 목록을 봐주시고, 목록 옆 종을 눌러주십시오. 그럼 제가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달려올 필요까진 없으십니다. 그리고 여기.”
그의 손에 은화 다섯 개가 쥐어졌다.
“이, 이렇게나 많이 바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싫어합니다.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까 도로 달라 하진 않을게요.”
“가, 감사합니다.”
“델. 너도 팁을 드려.”
“네, 아빠.”
델은 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아이고……! 숙녀분의 돈까진 정말정말로 사양하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받았…….”
은화 위로 무언가 놓였다.
아직 뭔지는 몰랐다.
조그마한 손이 그 위를 가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촉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 하하핫! 따님인지 동생분인지 모르겠지만! 유머 감각이 출중……!”
“쉿.”
작은 한 마디였다.
소녀의 한마디였고 하이 엘프의 한마디였다.
남자의 입이 누군가 누른 것마냥 다물어졌다.
“이 손이 가꾸는 식물은 시들지 않길.”
쿵쿵-!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남자는 제 가슴께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그 두근거림은 한 번이 끝이었다.
“팁으로는 평생치를 드린 것 같네요. 제 팁이 작아지는 팁이었어요.”
“네, 네?”
“델. 들어가자.”
“네.”
“앞으로는 팁 안 드릴래요.”
데카마드의 한 마디를 끝으로, 특실 발레리안의 문은 쿵 닫혔다.
그 앞에는 은화 다섯 개를 든 남자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보다, 델. 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준 거야?”
“으음…….”
델이 대답을 고민하는 사이 침대 위로 자루가 놓였다.
자루를 묶은 밧줄이 끌러지고 그 위로 어린 하이 엘프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그 남자가 천장의 식물들을 가꿨어요. 식물들이 알려줬거든요. 저 남자가 여기서 가장 자신들을 사랑한다고. 물도 자주 주고, 잎도 닦아 준대요.”
“그 정성이 갸륵해서?”
“네. 그래서 축복을 내려줬어요.”
“그래서 저 남자가 역사서에 남을 정도의 정원사가 됐구나.”
“정원……사?”
아까 남자의 명찰을 보았다.
그 명찰에는 우연히도 아는 이름이 있었다.
[저자가 누군데 그러냐.]‘찰리 베스터. 그 어떤 식물이라도 기가 막히게 키워내는 정원사랬어. 그가 가꾼 정원은 하나같이 명소가 됐지.’
[허헛. 설마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이유가.]‘여기서 델이 축복을 내려줬기 때문이야.’
이건 미래의 얘기이기 때문에 델은 들어선 안 됐다.
그래서 이 귀여운 숙녀는 의자에 앉아 양발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귀엽지 않은 숙녀도 맞이해야 한다.
“가보자.”
거의 마경에 들어서는 듯한 긴장감.
데카마드의 손으로 자루가 화악 벗겨졌다.
당장 뭐가 날아와도 준비되어 있다.
주먹, 발차기, 브레스 뭐든 와봐라.
이 어린 반쪽 도마뱀을 억누를 무력은 이쪽에 있었-
“커어어어…….”
“?”
[지금 이놈 자고 있는 거냐?]“자고 있네.”
데카마드, 레드, 델 모두 고개를 반쯤 틀었다.
“내가 자루를 너무 편안한 걸 준비했나. 아니면 밧줄을 느슨하게 묶었나.”
뭐가 이 드래곤에게 편안했던 걸까.
은발의 뒷머리가 긁적여진다.
“이렇게 일으킬 생각은 없었는데.”
쿵-!
침대가 한 번 거세게 차인다.
킹사이즈 침대가 한 번 들썩이고 나서야, 낮잠을 맛있게 자던 용이 깨어났다.
“뭐, 뭐냐……!! 누구야……!”
“나다.”
“어, 어?”
알렉산드라의 눈이 은발에 고정되었다.
하이 엘프와 드래곤의 피가 섞인 거치곤 느린 상황 판단이다.
“너, 너, 너는……!! 날 기절시켰던 인간!”
“빨리도 알아봐 주네. 그래, 나다.”
“나, 날 어디로 데려온 거냐!”
“특실 발레리온. 비싼 데야.”
“뭐, 뭐라고?”
알렉산드라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몸을 움찔거렸다.
그럴 때마다 몸을 감싼 나무껍질과 굳은 진흙 조각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아, 바닥에 내릴걸.”
미래의 총장이라고 대우해줬다가 흙침대에 눕게 생겼다.
“일단 너 좀 씻자.”
“으, 으윽! 싫어! 난 씻는 게 제일 싫단 말이야!”
“안 씻으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주먹 하나가 우뚝 들어 올려졌을 뿐.
“크으으윽…….”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아래로 내리깔렸다.
“자. 들어가. 씻을 물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라텔이 있었다면 그냥 허공에서 세탁해버릴 텐데.”
하필 시간 여행의 여파로 기나긴 잠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도마뱀은 자신이 알아서 씻어야 했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적어 보이니 보조 한 명을 붙여야겠다.
“델. 너도 같이 가서 씻어.”
“그러기엔, 쟤가 너무 더러운데…….”
“네가 씻는 걸 도와줘야 하는 거야. 그 김에 너도 씻고.”
“야! 귀 큰 꼬맹아! 누구보다 쟤라는 거야! 내가 4계절을 몇 번이나 봤는데!”
“너 나랑 동갑이야.”
엘프는 직감 능력이 좋다.
게다가 알렉산드라는 자연의 산물 같은 존재.
그 본질과 나이를 헤아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저 도마뱀께선 그렇지 않은가 보다.
“너, 너……! 나랑 같은 피가 흐르잖아!”
“정확히는 같은 종류의 피지. 자자, 사담은 여기서 끝. 둘 다 얼른 들어가.”
자세한 얘기는 몸을 닦고 난 이후부터다.
“레드. 그동안 알렉산드라가 입을 만한 옷을 준비해줘.”
[보모에다가 이젠 재단까지 해야 하는 거냐.]“좀만 참아. 난 이제 저 둘을 상대해야 한다고.”
[……금방 만들어보지.]행운을 작게 빌어준 레드는 옷 한 벌을 완성해나갔다.
***
깨끗해진 두 소녀가 데카마드의 앞에 왔다.
레드가 만든 옷을 입은 말괄량이는 수수했다.
델의 것보단 더 화려하게 만들었음에도 그랬다.
그건 아마 기억 속 알렉산드라가 워낙 번쩍번쩍하게 입고 다녀서 그럴 것이다.
“알렉산드라. 네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처음인 건 알겠는데. 팔에 코 좀 그만 박아봐. 이제 얘기하려 하잖아.”
“좋은 냄새? 과일 냄새가 나지 않냐! 이 멍청한 놈! 그리고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야!”
“하아…….”
얘는 그냥 카르디아다.
시에나의 권위적인 면이 뒤섞인 카르디아.
다시 말해―
세상 끔찍한 혼종이란 뜻이었다.
“아빠. 그냥 얘기하세요. 저는 듣고 있어요. 이 멍청한 도마뱀은 내버려 두시고요.”
“너, 너 미친 거 아냐?! 인간한테 뭐? 아, 아, 아빠?”
“내 아빠야. 네 아빠가 아니라.”
“미안하지만 그건 아니야. 델.”
“……네?”
데카마드는 공지했다.
“델은 이미 내 양녀고, 알렉산드라 반 드라코어. 너도 오늘부터 내 양녀다.”
본인 스스로도 말하면서 관자놀이를 문지르게 만드는 충격 발언.
알렉산드라의 미간은 이내 대지진이 난 땅처럼 갈라졌다.
“인간. 너 미쳤구나?”
하지만 이쪽도 당연히 그녀가 이리 말할 줄 알고 있었다.
데카마드의 입이 자연스레 열렸다.
“왜? 본래 널 길러줬어야 할 드래곤은 어디 가버리고 없어. 그래서 네 안에 숨겨진 힘을 모르고 무식하게 힘만 쓰고 다녔지.”
“으으윽……. 네가 그걸 어떻게…….”
“내가 그 숨겨진 힘을 가르쳐 줄게. 대신 너는 내 양녀가 된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알렉산드라는 처음 만난 이후 가장 조용해졌다.
눈까지 질끈 감는 게 무의식 끝까지 고민되나 보다.
이제는 끈기 있게 기다릴 차례다.
번쩍-!
드래곤의 눈이 뜨였다.
기억 속에 있는 눈이다.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닌지 확인하려고?”
“……이것도 알고 있네.”
“웬만한 건 다 알지. 그래서? 내 말이 거짓말 같아?”
“아니…….”
“그럼 이제 답을 내려. 양녀. 될 거야, 말 거야.”
“그전에, 묻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어.”
알렉산드라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저렇게 우묵히 입을 닫고 있으니 이제서야 하프 드래곤의 위엄이 나온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한 마디는 그 작은 위엄마저 무참히 박살 냈다.
“너 혹시, 변태야?”
“……아니야.”
“그럼 네 조건을 받아들일게. 네 짧은 수명 안에 내가 드래곤의 힘을 습득하지 못하면 너는 내가 죽인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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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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