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1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21화(319/354)
#321화. 마이킨의 재상(5)
아직 무도회가 시작되기엔 이른 시간.
그럼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저마다의 준비를 할 시간.
그런 시간에 왕궁 뒤뜰로 사람들이 웅성거리게 모여들었다.
처음에는 소란에 이끌렸던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을 끌고 오고, 사람이 또 사람을 끌고 왔다.
“재상! 우리의 혼인을 축하해줄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모였소!”
“……정말 이러실 생각인가요. 상대는 심지어 마법사인데 이런 좁은 장소라니.”
“그 마법사가 상관없다 하지 않소! 네놈,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래. 상관없어.”
멜리마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가 인지를 벗어난 힘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지른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저 머리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진 듯한 남자가 겉으론 저래 보여도, 최연소 부기사단장인데. 아니면, 그 정보가 정말인 건가.”
정혼자를 만나기 어제, 정보를 바짝 끌어모았다.
근데도 양이 너무 적어서 순간 갓난아기를 조사했나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한 줌의 정보 속에서 아주 흥미로운 걸 발견했지.”
데카마드란 이름의 마법사가 궁정 마법사가 된 지는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다만 그 한 달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무슨 짓을 해야, 대체 뭔 짓을 해야 범부가 궁정 마법사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까.
그것도 수습 기간마저 없이 단숨에 꿰찰 수 있을까.
“그 이유를 어디 한 번 보여주세요. 여보.”
주르르륵-
그녀의 잔에는 와인이 빌 틈 없이 따라졌다.
그것을 천천히 돌리니 결투는 금방이라도 시작할 것 같았다.
헥토는 어느새 가져왔는지 자신의 검을 하늘 높이 찔러 올렸다.
“여기 있는 모두가 공증인이오! 나, 기사 헥토와 마법사 데카마드의 결투를 모두 똑똑히 지켜보시오! 여기서의 승자가 멜리마 재상의 옆자리에 설 수 있을 테니!”
옆자리에 선다.
부군이 된다.
혼인을 한다?
좋은 구경거리에 술 한 잔씩을 들고 뒤뜰을 찾았던 귀족가들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오늘은 전쟁 승리 축하 기념 무도회 아니었나?
이러면 결혼 선물이라도 따로 챙겨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고민 속에 헥토가 조약돌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이 조약돌이 떨어지면 시작이다.”
“그러든지.”
“흐하하핫. 끝까지 자신만만하군. 언제까지 그 광오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보겠다.”
후욱-!
조약돌이 머리 위로 떠올랐다.
모두의 고개가 돌을 따라 들어 올려졌다가, 이내 아래로 떨어졌다.
툭- 투두둑-
“하아앗!”
헥토가 발을 앞으로 크게 디뎠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거리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
“마법사는 거리만 좁히면 아무것도 못 하지!”
“거리만 좁힌다면 말이야.”
“이, 이런……!”
헥토의 발목으로 두꺼운 사슬이 칭칭 감겼다.
그야말로 어느새 그리되어 있었다.
마법의 전조도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다.
암살자의 손길처럼 은밀한 마법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르다!”
쿠웅-! 콰직-! 콰직-!
검과 힘으로 사슬을 떨쳐낸 헥토는 걷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뒤뜰의 풀잎들이 사방으로 흩날릴 만큼 빠르게.
쿠우웅-!!
잔디에 발자국이 패일 정도로 거세게 뛴 헥토가 검을 벼락처럼 내려쳤다.
“이놈! 저승에 가서 나, 기사 헥토에게 대든 걸 후회하거라!”
“미안. 지금 죽기엔 내가 많이 젊어.”
쩌저저저저적-!!
위에서 아래로.
얼음 방벽이 솟구쳐 올라 검로를 방해했다.
콰지지지직-!!
빙수 만들 듯이 깨져나가던 벽은 결국 검을 멈춰냈다.
헥토에겐 아쉬운 일이었다.
“아깝네. 칼이 조금만 더 깊었으면 내 어깨가 떨어지는 거였는데.”
“잔재주를……!!”
“마법사를 욕하지 마.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닥치고 죽어라!”
“예를 들면.”
부서진 얼음 조각이 두터운 손 모양을 구축해나간다.
그 손은 헥토의 칼날을 빈틈없이 터억 붙잡았다.
“너 같이 주제 모르고 나대는 녀석을 혼내줘야 하지.”
“이, 이놈이……!! 대체 어떻게……?!”
“이정도 가지고 놀라?”
허나 그 놀라움은 헥토에서 그치지 않았다.
뒤뜰로 결투를 구경 왔던 사람들 모두 손과 부채로 입을 가린 채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기, 기사의 검을 마법사가 막아낼 수도 있군요.”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지근거리를 내어준 마법사는 기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생각했는데.”
“왜 저희 영지에는 저런 마법사가 없는 걸까요. 저렇게 신기한 존재가 있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오고 싶어요.”
“끝나고 영입 제한이라도 해보는 게 어때.”
“재, 재상의 부군이신데 저희가 그럴 수 있겠어요.”
감탄, 일자리가 난무하는 와중에, 멜리마의 부군은 어느새 마법사라고 관중이 인정했다.
헥토의 얼굴은 한없이 붉어졌다.
“흐아아아아앗!!”
안 되면 까무러치기다.
검을 잡은 헥토가 좌우로 칼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이 앞에 나무가 있었다면 진작에 반으로 성둥 잘렸을 만한 괴력이었다.
“머리 좀 식혀. 너무 뜨거우면 증발할 뿐이야.”
“남자로서 사는 방법은 너 따위 마법사보다 기사인 내가 훨씬 더 잘 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 따위 기사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사를 내가 알거든.”
“크아아아악!”
연미복의 팔뚝과 등이 찢어지는 괴력이 칼에 담겼다.
기사도 마법사처럼 마력을 운용한다.
다만 마력을 쓰는 방식이 마법사와 크게 차이 날 뿐.
그 차이는 확연하게 느껴졌다.
뛰어난 마법사는 상대의 마력 운용 과정마저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래서 600년 후에는 기사들도 마법사와 싸울 땐 마력을 조심해서 운용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식이 있을 리 없다.
“다음부터는 마법사 상대법을 공부해 봐.”
해줄 말은 이게 전부였다.
“이, 이놈이, 어디서 내게 가르침을 주려 하느냐……!!”
후우우우우욱-!!
검격에서 뿜어져 나간 검풍.
그것은 삭풍이 되어 뒤뜰에 조형된 풀들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하지만 상대는 풀이 아니었다.
원한다면 잘린 풀을 다시 자라게 할 수 있는, 그런 마법사였다.
“참내. 이게 너의 최선이냐.”
“바, 바, 바보 같은……!!”
마법사가 서 있던 자리만이 멀쩡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의 잔디만이 아직 아름다웠다.
“마법사답게 끝내줄게.”
그의 검지가 허공을 그었다.
쩌어엉-!!
칼날이 반쪽으로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입에 머금었던 술을 흘릴 정도의 충격에 휩싸였다.
“소, 손짓 한 번에 기사의 검을 두 쪽 냈어……!”
“대, 대단한 마법이다…….”
“저, 저 정도의 무력을 가진 마법사가 어째서 마탑에 들어가지 않은 거지?”
털썩-
그 의문 속에서 한 명의 기사는 무릎 꿇었다.
검이 부러진 순간 기사는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또 질질 끌 줄 알았는데, 이런 면에선 600년 전이 낭만 있고 좋았다.
“내가……졌다. 패배를 인정하지.”
“좋아.”
스으윽-
어느새 다가온 멜리마가 그의 손목을 잡고 하늘로 들어 올렸다.
“여기 저의 부군은 아인티제 왕국의 궁정 마법사로, 궁정 마법사가 되기 전에는 홀로 오우거를 잡아낸 전사입니다. 아인티제 왕국에선 오우거 슬레이어로 불리죠.”
당사자가 듣기엔 얼굴이 화끈거리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관중들은 눈을 빛내고, 음유시인들의 영감을 자극시키는 소재였다.
“오, 오우거 슬레이어……!”
“과연……. 그래서 기사의 괴물 같은 힘을 견딜 수 있는 것이었군.”
“오우거 슬레이어라면 기사가 질 만도 하겠어.”
“그래. 헥토 부기사단장이 약한 게 아니라니까.”
너무 뛰어난 한쪽의 명예는 되려 다른 쪽의 명예도 끌어올려 주는 법.
부서진 검을 수습하던 헥토는 그 말을 듣고 귀가 다 쫑긋거렸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몸을 후욱 들이대는데.
어찌나 빠른지 기습하려는 줄 알았다.
“저, 정말 그대가 홀로 오우거를 잡아냈소?!”
“……그랬습니다만.”
“이, 이거 그렇다면, 그간 내 무례를 용서하시오. 그대야말로 진정한 남자이자 전사였군. 마법사라 해서 다 샌님 같을 거란 내 편견이 짙었소.”
“아닙니다. 헥토 기사님의 무력이야말로 오우거와 비견할 만하더군요.”
그래서 한 방에 이겼다.
오우거와 비견할 말 해서.
하지만 그 말은 기사에게 있어서야 더 없는 칭찬이다.
그것도 오우거 슬레이어의 입에서 나온 것이니 더욱 그랬다.
“흐하하하핫! 칭찬해주어서 고맙소! 내 앞으로 데카마드 형이라고 부르지!”
“상관은 없습니다만.”
“모두들 박수를 보내주시오! 오늘 마이킨 왕국의 축제로 괴물을 잡은 영웅이 왔소!”
헥토의 시원한 목청이 퍼지자 사람들은 그 역시 박수로 화답했다.
살다 살다 무도회장에서 박수를 다 받을 줄이야.
멜리마는 퍽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머금었다.
“점점 더 제 부군에 어울려지시는데요? 여보.”
“이것도 다 그대의 계획입니까.”
“계획의 일부죠. 제 계획을 고작 여기서 끝이라고 보면 섭하답니다.”
“오늘은 그 계획에 어울려 드리죠. 하지만 내일부턴 다시 공무를 봐야겠습니다.”
“공무라 하시면?”
지금 자신의 신분은 누가 뭐라 하든 아인티제 왕국의 궁정 마법사이자 사절.
당연히 그와 관련된 업무다.
“왕을 뵙겠습니다.”
“그건 굳이 추천드리지 않는데. 저와 대화하시는 게 더 빠를 거예요.”
“형식적으로라도 뵈어야겠습니다.”
“흐응, 여보의 뜻이 정 그렇다면야. 내일 약속을 잡아놓을게요.”
마이킨 왕국의 왕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아니, 마이킨 왕국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역사서에서도 그렇고 대외적으로 도는 정보도 그렇고, 마이킨 왕국은 배타적인 곳이었다.
정보를 강하게 관리하고 밖으로 나도는 걸 절대 두고 보지 않았다.
그건 전부 정보를 중요시하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통제력과 폐쇄력일 것이다.
그 한 사람은 태연하게 와인을 마시며 팔짱을 껴왔다.
“여보. 이제 무도회장으로 들어가요. 춤추는 건 좋아하세요?”
“별로 즐기진 않습니다.”
“어머. 여기서 또 취향이 겹치네요. 저도 춤을 무척 싫어하는데. 물론 보는 건 좋아하지만요.”
멜리마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보고 있으면 웃기지 않나요? 음악은 이렇게 발전했는데 춤은 몇 세기 째 똑같다니.”
“동감합니다.”
600년 후에도 무도회장 안무는 똑같았기 때문이다.
달라져 봤자 트렌드에 따라 박자를 더 빨리하는 정도겠지.
멜리마가 팔을 끌었다.
“저와 도망쳐요.”
“주최자가 이렇게 사라져도 됩니까.”
“주최자는 왕이에요. 제가 아니랍니다.”
“어디로 가자는 겁니까.”
“무도회가 열리면 제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는 곳이에요.”
“좋네요. 시간 때우기. 평소 제 취미를 어떻게 아시고.”
“따라오세요.”
멜리마가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아까 결투가 끝날 때부터 잡고 있던 이 손은 떨어질 줄 몰랐다.
지금도 아주 자연스레 붙어 있었다.
둘은 무도회장에서 빠져나왔다.
약간의 비탈길이 있는 걸로 보아 사람이 다니라고 만든 길은 아니었다.
근데도 멜리마는 아주 익숙하게 발을 구르며 내려갔다.
“구두가 망가지겠습니다.”
“괜찮아요. 비싼 건 몸에 없으니까.”
사람이 비싸 보여서일까.
그녀가 몸에 조금씩 걸친 장신구와 드레스는 천고의 보물 같았다.
그 감상은 그대로 입에서 빠져나왔다.
“몸이 비싸 보입니다.”
“그 말,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기분 나빠질 수도 있다는 거 아세요?”
“잘 받아들이실 거라 믿습니다.”
“하하핫.”
멜리마는 작게 웃었다.
나뭇가지를 위로 올리고 몸을 넘겨 앞으로 나아간다.
아직까진 보이는 게 없었다.
대충 여기가 왕성과 가까운 숲이라는 거밖에 알 수 없었다.
멜리마는 이제 정말 거의 다 왔는지, 울타리를 하나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에요.”
“호수……군요.”
“네. 실망하셨나요?”
“실망을 날려버리는 아름다움인데요.”
광활한 호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 몇 명, 나룻배 하나 띄우기에는 완벽한 호수였다.
“배는 몰 줄 아시겠죠?”
“배보다 훨씬 재밌는 걸 압니다.”
쩌저저저저저적-!!
잔잔한 호수의 수면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몸이 3차 각성에 이른 지금, 넓지 않은 호수쯤이야 신발 밑창을 댄 것만으로도 다 얼릴 수 있었다.
“와아…….”
멜리마의 입에서 처음으로 감탄이 나왔다.
“이제야 좀 마법사 같나요?”
“이게…… 마법인가요?”
“마법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마법 같은 일 아닙니까?”
“올라간다고 깨지진 않겠죠……?”
“그 정도로 무거워 보이진 않으시니까 괜찮을 겁니다.”
장난기 낀 마지막 말에 멜리마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다가도 마법의 신비함에 눈동자가 돌아갔다.
“호수까지 절 안내해주셨으니, 여기부턴 제가 끌어드리죠.”
“그럼 리드를 맡겨볼까요?”
얼어붙은 호수에 올라선 손을, 멜리마가 깊숙이 마주 잡았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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