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2화(32/354)
#032화. 주말 외박권(7)
엘런은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도맡고 남은 코볼트 무리들과 마주했다.
하여간 그 두 놈들…….
“20마리라니까 지들 멋대로 죽이고 난리 났네.”
스물은 앞으로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숫자다.
그건 사람의 키에 반절 밖에 오지 않은 소인(小人)들도 똑같았다.
그러나 엘런은 본래 상대하려 했던 스물보다 훨씬 많은 수의 코볼트와 대면했다.
아까까지 단검을 날리던 놈들부터 동굴에 남아있던 잔당들까지, 모두 달려 나와 엘런을 노렸다.
대략 마흔에 달하는 코볼트들은 독기에 피부가 썩어들어가면서도 흉흉한 이빨을 드러냈다.
엘런은 그 면도날 같은 송곳니를 힐긋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빨은 닦고 살아라. 냄새난다.”
캬아아아아아-!!
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코볼트들에게서 분노 섞인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과도 같다.
엘런은 한 손에 그림 리퍼를 들고 다른 손에는 프리징 마법진을 띄웠다.
‘그림 리퍼의 마력 탄환은 막 쓸 수 없어.’
이 마도구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마력을 잡아먹었다.
마력을 탄환으로 뒤바꾸는 과정과 발사하는 과정에서 모두 사용자의 마력을 잡아먹는 탓이다.
엘런은 마력을 아낄 셈이었다.
솔직히 이 코볼트를 다 잡는 데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하면 사냥 시간은 더 줄어든다.
하지만 엘런의 눈은 이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너머에서 충분한 마력은 필수불가결한 준비물이다.
그러니 생각을 꺼두고 무뇌로 총을 뻥뻥 쏴대기보단 세밀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엘런은 땅을 박찼다.
세 걸음은 족히 떨어져 있던 코볼트와 그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진다.
[프리징]엘런은 혹한의 마력을 담은 발로 코볼트를 후려 찼다.
코볼트의 작은 체구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공중으로 부우웅 떴다.
그 체공 시간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려진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은 그와 반대로 성큼 다가왔다.
쩌저저저저적-
코볼트는 바닥으로 풀썩 쓰러졌다.
다만 석고 동상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부러진 뼈와 곤죽이 된 내장 그대로 얼어붙었으니, 움직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코볼트는 맞아 죽은 게 아니니까.
그저 동사(凍死)한 것뿐이다.
“다음.”
엘런은 나머지 39마리의 코볼트를 바라봤다.
동료의 끔찍한 죽음을 봐서일까.
그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자랑하던 포위도 하지 못하며 주춤거렸다.
엘런의 동작 하나하나에 움찔거리고 눈치를 보았다.
겁을 먹었다.
공포에 심장이 죄여왔다.
뇌가 도망치라고 연신 절규한다.
코볼트 같은 괴물들은 자연에 살아가고 종속된 존재다.
그만큼 괴물들은 가장 순수한 힘인 마력을 매우 능숙히 감지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 존재들이 보기에도 엘런은 규격 외였다.
그 힘을 뿜어내는 방식은 아주 초보적이기 그지없었으나 내재된 잠재력과 들끓는 힘은…….
금방이라도 발가락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얼어붙을 만큼 차갑고 싸늘했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이빨이 딱딱 부딪친다.
이것의 이유는 구태여 공포뿐만이 아니다.
그냥 더럽게 추워서.
햇빛이 쨍쨍하게 뜬 숲이 미치도록 추워서 오금이 저렸다.
그 공포와 추위를 동시에 몰고 온 존재는 이제 슬슬 졸려오는지 하품을 쩌억 했다.
“오늘 너무 일찍 일어났다고. 안 올 거면 내가 간다.”
엘런은 몇 마디 말과 함께,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였다.
[프리징]톡- 톡- 톡톡-
그의 검지가 코볼트들의 이마로 하나둘 점찍어진다.
그렇게 큰 힘이 담겨 있지도 않다.
정말 딱밤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몰고 온 후폭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엘런의 손가락을 중점으로 코볼트에게 뻗어 나간 냉기는 머리를 꽁꽁 얼렸다.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고 띵한 정도의 두통.
그것에 수백 배에 달하는 어지러움과 함께 그들의 사고는 정지했다.
심장의 박동 또한 마찬가지다.
손가락질 한 번으로 하나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저 냉기의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건 위험했다.
심지어 저 냉기의 주인은 자신이 하고도 놀라운 지 제 손가락을 연신 쳐다보았다.
“이 정도 힘이어도 너희가 죽는구나. 그럼 조금 더 힘을 빼볼까?”
아주 미친놈이 따로 없다.
이런 생사가 갈리는 전장조차 그에겐 하나의 실험대에 불과했다.
남은 코볼트들은 저 소름 끼치는 냉기로 뇌가 얼기 전에 얼른 무기들을 꺼냈다.
재빠른 발로 미끄러지듯 달려 목표의 사각지대를 잡았다.
그들은 힘줄이 우드득우드득 튀어나올 만큼 힘을 주고 곧장 던졌다.
슈우욱-!! 슈욱-!!
슈슈슈슈슉-!!
독침부터 독이 묻은 단검, 비수, 단창, 심지어 조약돌까지.
던질 수 있고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거라면 쓸모와 상관없이 무조건 던진다.
그만큼 코볼트들은 절박했다.
편안히 자고 있는 와중에 난데없이 찾아와 독을 뿌리고, 동족을 유린하는 이 미친놈들을 어떻게든 잡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이것들은 듬뿍 가르쳐주었다.
그런 일 따위 불가능하단 걸.
포기하고 깔끔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단 걸.
희망 따위 존재치 않는다는 걸 침입자들은 뇌에 박힐 때까지, 죽을 때까지 되새기게 해줬다.
복수하고 싶다…… 복수하고 싶다…… 복수하고 싶다……
저놈들의 다리를 잡고 허벅지 살을 뜯으며 오늘 저녁을 배불리 보내고 싶었다.
놈들의 두개골을 동굴 앞에 걸어 죽은 동족을 기리고 싶었다.
부글부글부글부글-
부글부글부글-
부글부글부글부글-
코볼트들의 시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뭔가 들끓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오는군.”
엘런은 혀를 쯧 하고 차며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있는 쪽으로 합류했다.
“어, 언제 왔냐?”
“왔구나.”
엘런의 마력이 내뿜어지면서, 나무들이 성에로 하얗게 뒤덮인 장관을 보고 있던 둘은 퍼뜩 놀라 그를 바라봤다.
엘런은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길 봐봐.”
“그래. 안 그래도 물으려고 했다. 저게 대체 무슨 일이더냐?”
“나도 처음 보는 현상인데. 시체가 물처럼 끓다니.”
방금 전까지 그들이 오체분시했던 코볼트들의 시체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오르고 뜨끈한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진다.
심지어 엘런의 냉기로 잔뜩 얼어붙어 있던 시체와 주변마저 녹아들기 시작했다.
“엘런이여. 이게 무슨 일인지 알고 있느냐.”
“알고 있지.”
“아, 알고 있다고? 이게 뭔데?”
“설명해줄 수 있느냐. 우리가 어떤 상황에 빠져 있는지.”
엘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아주 짧은 설명을 했다.
“귀찮은 상황에 빠져 있어.”
“…….”
“…….”
둘은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침묵하며 그를 째릿하고 노려봤다.
하지만 그렇게 쳐다봐도 나오는 건 없었다.
저건 ‘이유’다.
자신이 총도 안 쓰고 마력도 신체 운용으로만 사용하며 마력을 최대한 아낀 이유.
엘런은 코볼트의 종족 성질 중 하나인 저것이 나올까 봐 최후까지 힘을 아꼈다.
저건 어쭙잖은 능력과 재량으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엘런은 말했다.
“남은 마력은 어느 정도야?”
“대략 35% 정도 남았느니라.”
“나는 그것보다 조금 더 적게 남았어.”
마력 잔량을 60%까지 아낀 엘런에 비해 둘은 역시 많은 마력을 소비했다.
그러나 엘런은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이런 상황까지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혼자 온 것이니 말이다.
갑자기 셋에서 혼자가 된다 해도 전혀 거리낄 게 없었다.
“그럼 뒤에 있어라. 괜히 나서지 말고.”
엘런은 그들보다 한 걸음 더 앞에 섰다.
이쪽에 선수는 나왔다.
그러니 이제 모습을 보여라.
쿠르르르르르릉-
낮은 천둥소리와 함께 코볼트들의 시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그것들은 한군데 집합하면서 일점을 중심으로 모이고 또 모였다.
수십 구의 시체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은 퍽 신기했지만, 한편으로 불결했다.
끄어어어어어-
꺼어어어어-
키기기긱- 키기긱-
수많은 다리, 수많은 팔, 수많은 눈, 수많은 이빨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무언가를 잡기 위해 뻗기도 하고 무언가를 보기 위해 움직이기도 한다.
그것들은 곧이어 사지를 길게 나누고 덩치를 불렸다.
수십 개의 시체가 하나의 생명체로 재창조되는 건,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보다 빨리 끝났다.
“코볼트 갓. 수십 마리의 코볼트가 한 번에 죽고 악한 원념과 복수심이 만나면 낮은 확률로 만들어지는 특이 개체야.”
본인들의 시체를 재료로 만들어지는 괴물이지만 코볼트들에게 저 괴물은 신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름도 코볼트 갓, 코볼트 신이다.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벙찐 얼굴로 그에게 되물었다.
“……어찌 그리 잘 아느냐?”
“미리 알고 있던 눈치다?”
엘런의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 그러나 남에겐 깊게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지식이었다.
하지만 늘어지게 설명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존재치 않았다.
“사이좋게 질문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떨어져. 여기 주변은 이제 꽤나 더러워질 테니까.”
이번만큼은 둘도 상황파악이란 걸 했다.
원래라면 같이 싸우겠다고 몸부터 들이댔을 시에나와 카르디아지만, 지금의 제 상태와 저것의 격차를 눈치챈 것이다.
만전의 상태라면 모를까 작금의 몸으로는 무리다.
“알았으면 뒤로 빠져 있어. 지금보다 더.”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근처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엘런은 그 두 명의 안전이 확보되니 그곳에 쏟았던 정신을 코볼트 갓에게 돌렸다.
……아니 잠깐, 내가 왜 저놈들의 안전을 신경 쓰고 있던 거지?
그는 어떤 깊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해결하기로 했다.
지금은 저 덩치가 더욱 커다란 문제다.
아까 코볼트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던 동굴 따위 우습게 넘어설 장신(長身).
짧은 다리들이 연결되고 연결돼서 만들어진 하체.
중간중간 합쳐지지 못한 다리들이 삐죽 튀어나온 모습은 혐오스럽고 역겹다.
팔도 마찬가지인 모습이지만 정말로 악몽에 튀어나올 듯한 건 저 얼굴이다.
수십 개의 눈이 거대한 얼굴에 덕지덕지 달려 있고 입도 중구난방 여러 개다.
크기도 모양도 전부 다른 입은 한 개가 열리면 다른 한 개가 열려 전부 닫힐 줄 몰랐다.
이제 몇 초 뒤면 저런 것과 몸을 뒤섞어야 한다.
하아…….
엘런은 짧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역시 이불 바깥은 위험한 법이야.”
엘런은 오늘도 다시 한번 그 위대한 진리를 읊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세계 평화상이나 철학상 뭐, 그런 걸 줘야 마땅하다.
“그럼 가볼까.”
엘런은 앞으로 한 발자국을 디뎠다.
코볼트 갓도 뭉개진 다리를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둘의 전진은 거기까지였다.
서로가 완전한 사정거리에 들어온 지금.
엘런은 그림 리퍼를, 코볼트 갓은 팔을 들어 올렸다.
퓨슈우우웅-!!
퓨슈우웅-!!
슈슈슈슈슉-!!
단숨에 세 발의 총알이 괴물에게 발사됐다.
코볼트 갓의 손바닥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이 엘런을 덮쳤다.
프리징으로 얼리기엔 크기도 너무 작고 재빠르다.
엘런은 고민하지 않고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코볼트 갓은 피하지 않고 엘런의 총알을 받아냈다.
쩌저저저저적-
주르륵-
코볼트의 몸에 바람구멍을 숭숭 냈던 총알이, 이젠 경미한 실핏줄 정도의 피해가 끝이다.
그 주변으로 번지는 살얼음은 효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살얼음에 불과하다.
엘런은 자신에게 날아와 바닥으로 박혀 든 이물질을 힐긋 쳐다봤다.
“이빨?”
코볼트의 날카로운 이빨을 총알처럼 날린 건가.
엘런은 피식 웃었다.
“외박권 한 장으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겠는데.”
보수를 흥정할 수 있다고?
무조건 외박권 세 장 정도는 받아내리라.
엘런은 그렇게 다짐하며 그림 리퍼를 홀스터에 꽂아 넣었다.
아무래도 싸움이 길어질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는 못 두지.”
오늘 자신은 닭이 목청껏 울기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시간이나 질질 끌며 빌빌거릴 생각 따윈 없다.
“서로 바쁜 몸들이니까 얼른 헤어지자고.”
엘런은 양발을 어깨너비보다 조금 더 넓게 벌렸다.
스으으윽-
스으윽-
그의 발걸음에 맞춰 주변의 흙들이 좌우로 밀려난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그의 코어가 이제껏 보인 적 없던 격렬한 운동에 들어갔다.
코어가 날뛸수록 그것에 연료가 되는 마력은 마력 회로를 성난 야생마처럼 질주했다.
마침 자습서에서 발견했던 재미난 마법이 떠오른다.
본래 지루함과 졸음을 쫓는 데는 살짝의 모험만 한 게 없는 법이다.
엘런은 입꼬리를 비집어 올렸다.
“이거 괜찮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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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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