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2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27화(324/354)
#327화. 미래형 마법사(2)
요즘 따라 무슨 말만 하면 사람들이 입을 닥친다.
그런 침묵의 주인공이 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시도 때도 없이 그러니 불편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발언은 여기 있는 모두를, 여기 있는 모든 마법사를 닥치게 할 만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안타깝게도 틀렸다니.”
화를 낸다기보단 그 말 자체의 저의가 궁금해서 묻는 듯한 어조.
“데, 데카마드! 그라함 마법사님의 이론은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고, 그 10년 동안 잘 쓰인 공식이야! 함부로 그렇게 말하면 안 돼!”
호들갑 아닌 호들갑을 떨며 어깨를 탁탁 치는 미아.
“이놈! 젊은 얼굴을 보니 마법을 배운지 5년도 안 될 것 같은데! 오우거 한 마리 잡았다고 마법계를 다 안 것 같으냐!”
나머지 마법사들은 눈에 불을 켜며 손가락질했다.
키론은 다 관심 없다는 듯 눈을 돌리고 있는 게, 평소 자신의 포지션을 떠올리게 한다.
‘이래서 데카마드 선조가 마법계 이론에 대부분을 정립했다고 했구나.’
하지만 그 사실을 정작 후손들이 모르는 걸 보면…….
‘데카마드는 이게 자신의 이름으로 밝혀지길 원치 않았어.’
어쩐지 마법계의 역사를 통틀어서 봐도 그랬다.
600년 전 만큼 마법이 급진적인 발전을 이뤘을 때가 없었지.
퍼렐라인 교수도 600년 전을 마법의 황금기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가 설마 나일 줄이야.’
좌중의 시선은 여전히 한곳으로 쏠려 있다.
개중에서도 말론은 아직도 궁금증을 치우지 못한 채 눈으로, 또 입으로 말했다.
“괜찮으니 말해보게. 마법계는 ‘왜’라는 질문 하나로 성장해 왔어. 10년이나 된 이론에 질문이 생긴다면 더욱 기뻐할 일. 발전할 기회가 왔다는 말이니까.”
“제가 이론이 틀렸다 생각한 이유는…….”
두 세기 후 그라함의 후손들이 틀렸다고 정정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역사는 본래 그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가장 안전한 법.
데카마드는 자신도 확실하지 못하다는 듯, 흐릿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금 마법사장님이 전개하신 마법진이 너무 완벽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 마법진이 완벽하면 좋은 거 아닌가……?”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마법진을 써야 하는 상황은 절대 완벽하지 않겠죠.”
“……!”
그 말에 말론의 눈썹이 크게 올라갔다.
허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척-!
우우우우웅-!
말론이 칠판에 적은 수식대로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각진 사각형 모양의 방패.
“쉴드 마법.”
“자네도 알고 있군. 맞네. 쉴드 마법이지.”
“흐음…….”
방패를 이곳저곳 둘러보니 알 수 있었다.
이 방패는 단단하다.
하지만 그만큼 유연성이 없고 탄력성이 없다.
그 말인즉슨,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밖에 못 쓰는 방패란 거다.
이 은발의 마법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쉴드 마법을 쪼개서 갑옷으로 입는다.
쉴드 마법으로 허공을 디딘다.
쉴드는 이렇게나 다양하게 쓰일 수 있었다.
이런 딱딱하기만 한 사각형 방패는 이 마법의 한계가 아니었다.
“저라면 쉴드를 이렇게 전개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잠깐 보여줘야겠다.
600년 후 미래형 마법사의 쉴드를.
뚜드드득-
처저저저저적-
마법진이 그 밑바닥부터 다시 재구축 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뼈대와 가대는 똑같았으나, 벽면을 채우는 수식과 룬어가 달랐다.
같은 이름의 건물인데도 들어가는 소재가 다르면 완성품이 뒤바뀐다.
“호오……!!”
말론이 눈을 빛내며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쉴드는 이렇게 여러 겹으로 겹쳐서 전개할 수도 있고, 한 장을 두껍게 또는 얇게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꼭 하나의 타일처럼 정형화되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개성대로, 타입대로, 입맛대로. 마법은 제 주인에게 맞춰지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렇군……! 확실히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룬어 배치야. 모든 것들이 조금씩 뒤틀려 있고 휘어 있지만, 그렇게 전개할 수 있다면 마법이 훨씬 빨라지겠군!”
“다양한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재미도 있죠. 쉴드는 기본 모양으론 오크의 공격도 막아내기 버겁습니다.”
“그, 그걸 어찌……. 자네가 직접 맞아봤나?”
“…….”
오크뿐이랴.
파충류, 포유류, 조류, 어류까지.
쉴드로 안 막아본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전 경험 내세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남에게 들어본 바로는 그렇다 합니다.”
“그렇군. 허면 쉴드를 이렇게 전개한다 했을 때, 뭐가 필요하겠나?”
“감각이 첫째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룬어와 배치, 공식을 찾아야죠. 그다음은 찾은 감각대로 쉴드를 재구축하는 겁니다.”
“허어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쉴드 하나로 깨져나가는 기분이야.”
이 젊은이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비단 쉴드에 국한할 수 없었다.
모든 마법이 이렇게 될 수 있었고, 모든 마법이 개인에게 맞춰질 수 있었다.
“마법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니까요.”
어느새 선생의 위치는 바뀌어 있었다.
그건 말론이 제일 잘 알고 있었고 지금 자신이 뭘 해야 할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제 모자를 옆구리에 끼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앞에 끼어 있던 안개가 걷혔어.”
“아닙니다. 편견 없이 잘 들어준 마법사장님의 귀가 가장 큰 공신이죠.”
“이제부터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좋네.”
“예?”
“금일 지금 이 시간부로, 아인티제 왕궁의 궁정 마법사장은 자네야.”
***
방이 옮겨졌다.
필요 없다 했는데도 어떻게든 옮겨졌다.
궁정 마법사에서 궁정 마법사장이 되었는데 같은 방을 쓸 순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연구실이 생겼고 개인 서재가 생겼다.
델과 렉시는 베개 싸움을 할 더 넓은 공간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궁정 마법사장이 된 그는 개인 서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게 무슨 일이람.”
미래의 지식, 아니 미래의 지혜를 조금 알려주었는데 저들끼리 알아서 감동한다.
말론 뿐만 아니라 말론의 제자들도 입을 벌리고 이쪽을 쳐다보더라.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서재는 넓었다.
서재답게 책도 많았으나, 읽고 싶단 생각이 드는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서재의 책상 위로 길쭉한 완드가 올라온다.
“레드.”
[왜 그러냐.]“엘가와 텔레파시를 연결해줘.”
[……차라리 텔레포트를 해라. 텔레파시는 거리가 멀수록 힘들어진다만.]레드는 투덜거리면서도 텔레파시를 준비했다.
이마 위로 옅은 진동감이 도는 것도 잠시.
“네, 부인. 오랜만입니다.”
[이런 것도 마법인가요. 신비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데요. 갑자기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라니.]“지금까지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죠. 여보는 지금까지 어때요. 저의 선전포고를 왕에게 잘 전달하셨나요?]“네. 잘 전달했습니다.”
그녀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보였다.
대륙 반대편에 있는데도 눈앞에 얼굴을 둔 느낌이다.
와인을 입에 흘려 넣으며 다음 계획을 수립하고 있겠지.
그 생각은 정답이었는지, 멜리마는 곧장 말을 이었다.
[잘하셨어요. 제 쪽도 준비 완료랍니다. 명분도 만들어뒀고, 그때 세운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중이에요.]그때 세운 계획.
그것의 정체는 멜리마의 단칸방에서 세운 계획이었다.
[이 대전쟁의 승자를 마이킨이 아닌 아인티제 왕국으로 만든다. 그렇게 해서 대륙의 통제권을 갖고, 대륙의 건방진 수수께끼를 푼다.]“그게 저희의 계획입니다.”
[그렇죠. 주역이 제가 아닌 건 아쉽지만, 그 주역 뒤의 흑막이 되어도 나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으니까요.]“다시 얼굴을 보게 될 때까진 꽤나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네. 아마도 그렇겠죠. 저는 그때를 기약할게요.]“좋은 와인을 챙겨가겠습니다.”
건너편에서 멜리마의 미소 짓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대륙 최초의 장거리 통화는 끝을 맺었다.
똑똑똑-
서재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두드림이 아래에서 났으니 어린애란 소리고, 렉시라면 문을 부쉈을 테니, 저 뒤에 있는 건 델이다.
“들어와.”
“아빠. 전령이란 사람이 이걸 전해주고 갔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탄 차예요. 최근에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맛이 더 좋아졌어요.”
“고마워.”
델은 차 한 잔과 손바닥만 한 상자를 전해주곤 다시 나갔다.
상자는 그 위로 유리관이 덮여 있었다.
안에는 배지가 들어 있었는데, 척 봐도 휘황찬란했다.
마법사의 모자를 세공한 메달은 궁정 마법사장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인수인계가 뭐 이리 빠른 거야.”
궁정 마법사장이란 게 그냥 말 한마디로 휙휙 바뀔 수 있는 거였나.
“600년 전은 마법사의 권력이 더 좋았나 보네.”
아마 지금이 전란의 시대란 것도 한몫할 것이다.
왕은 이런 일에 신경 쓸 틈이 없으니, 너희들 알아서 하란 뜻이겠지.
“방이 넓어져서 좋긴 한데, 귀찮은 일도 늘어버렸어.”
[너는 일을 좀 해야 한다. 늘어져 있으면 안 되는 스타일이야.]“늘어져 있으려고 노력 중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그건 모르겠다만. 어찌 됐든 잘 해봐라. 네가 예상한 대로 600년 전 마법의 황금기는 데카마드 덕분에 왔다. 그가 발행한 신원 미상의 이론서들 덕분이지.]“……힌트냐?”
레드가 간혹 던지는 힌트.
그 힌트는 문제를 풀어나가게 도와주지만, 이런 경우엔 문제를 만드는 힌트였다.
“지금 나보고 그 이론서들을 만들란 뜻이야?”
데카마드는 혀를 쯧 하고 찼다.
서랍에는 종이가 넘치고 잉크, 펜이 넘친다.
하필 말이다.
“그냥 발전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나만 잘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사람들이 모든 일을 너에게 처리해 달라고 할 거다.]“얼른 쓸게.”
갑자기 펜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필력이 솟구친다.
펜은 새벽 내내 움직였고, 어느새 아침의 해가 떠올랐다.
3차 각성을 마친 몸은 밤 하루 새는 것 정도야 피곤함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잠을 자기 힘들어진 건 아니지만,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잠이 조금도 오지 않았다.
옆으로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종이들은 어느새 한 뼘은 되었다.
그걸 한데 묶으니, 꽤나 그럴듯한 모습의 이론서가 완성되었다.
이름은 쓰지 않았다.
그래야 사람들이 저작권이란 개념 없이 자연스레 받아들일 테니까.
“근데 이걸 어떻게 전파하지?”
[마탑에 가져가야겠지.]“직접? 그럼 내가 한 줄 알 텐데.”
[내가 있다는 걸 까먹었나. 사람들 눈에 안 띄게 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그럼 가보자. 시차를 따져보면 아직 마탑은 밤일 거야.”
설마 마탑을 이런 식으로 가게 될 줄이야.
슈우우욱-!!
서재에서 마탑까지의 텔레포트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마탑은 학교와 집 다음으로 많이 온 곳.
그래서 그런지 미래와의 괴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뭔가 낙후되어 보이는데.”
[그런 말 말아라. 600년 전에도 이곳에 발붙이고 싶어했던 마법사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그래도 탑은 여전히 커다랗네.”
탑을 감싼 마지아는 그렇지 못했지만, 탑은 미래와 똑같은 위용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지?”
[마탑에는 학술회가 있다. 너도 알다시피 학술회는 새로 들어온 마법사들의 이론을 검사하고 발표하지. 그곳에 몰래 갖다 놓으면 될 것이다.]“좋아. 거기로 가보자고.”
한 번 더 텔레포트가 이뤄졌다.
마탑 내부를 이런 밤에 맘대로 들어갈 순 없으니, 텔레포트로 로비에 입성했다.
“음?”
동시에 누군가와 마주쳤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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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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