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2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29화(326/354)
#329화. 짜여진 체스판(1)
대륙이라는 이름의 체스판.
병사, 기사, 마법사라는 이름의 기물.
킹은 자신들이 전쟁의 주역인 것처럼 열을 쏟는다.
하지만 두 명의 플레이어는 체스판 밖에서 모든 걸 관조하고 모든 걸 통제했다.
[오늘 여보가 저희 기사단을 전부 죽여버려서 군사력이 조금 줄어들었어요. 다음부터는 10분의 1만 살려 보내주세요.]“노력해보겠습니다. 다음 공격지는 어딥니까?”
[칼롬, 제마, 라즈베로 소국이에요. 하지만 이 세 곳은 규모가 소국치고 커다래서 힘을 더 써보려고 해요.]“저는 제마 소국에 가야겠군요. 그곳은 해상 무역 도시라 빼앗기면 큰 실책일테니까요.”
[네. 저희 마이킨이 정복 중인 땅은 허울만 좋은 곳. 그런 알짜배기까지 먹어버리면 전쟁의 흐름이 너무 빨라져 버리겠죠.]캄캄한 밤이 오면 내일의 계획을 예습하고, 오늘의 오차를 찬찬히 맞춰간다.
그 대화 속에서 다음 공격지를 정하고 다음 구원지를 정했다.
전쟁이 벌어진 지 벌써 한 달.
마이킨은 정비와 공격을 반복했고, 데카마드는 그것에 응했다.
그러니 멜리마는 심심하게 놀랐다.
[여보. 지치지 않으세요?]“지친다기보단 귀찮은 것에 더 가깝습니다.”
[혼자서 기사단을 막고, 혼자서 군단의 길을 틀어막으시는 데 항상 성공하시잖아요.]“제가 성공하지 못하면 부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습니까. 제 계획에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열심히 하는 것뿐입니다.”
[여보가 이렇게 잘 따라와 주시니까, 점점 전쟁의 템포를 올려보고 싶네요. 슬슬 여보가 아니더라도 연합군들이 전쟁의 맞수를 이뤄주고 있거든요.]“그건 부인이 놀아준다는 마음으로 임해서 아닙니까?”
텔레파시 건너편에서 옅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미혹과 매혹이 한껏 엉겨 붙은 입가는 독사의 그것처럼 도발적이었다.
[설마요. 아무리 저들의 머리가 세 살배기 애들만도 못하다지만, 저는 언제나 진심이었답니다? 지금 여보와 하는 대화에도 진심이고요.]“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약간의 침묵이 감돌았다.
[……여보.]“왜 그러십니까.”
[보고……싶……네요.]“말 사이가 긴데요.”
[뭐든 처음 하는 일은 실수가 많잖아요? 이것도 그런 거예요.]“그런 거군요.”
[네. 그런 거예요.]데카마드는 작게 미소 지었다.
이게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입꼬리다.
요즘 통 웃어지지 않았다.
하도 피와 살점을 많이 봐서 그런가.
사람의 죽음에 무감각해져서 그런가.
머릿속은 오늘 내가 무얼 하고, 내일 내가 무얼 할 지로 꽉 차버렸다.
[여보?]“……네. 깨어있습니다.”
[역시 피곤하신가 보네요. 주무세요.]“졸리지 않습니다.”
몸은 더이상 잠을 허용하지 않았다.
생각할 거리, 고민할 거리가 존재하는 한 눈은 감기지 않았다.
쉼 없이 그것들을 생각하게 했고 고민하게 했다.
[……못 주무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일주일 정도 됐습니다.”
다시 한번 주변이 조용해졌다.
멜리마는 전쟁의 템포를 올리겠단 제 생각을 전면 철회했다.
[여보. 어서 주무세요.]“잠이 안 옵니다.”
[그럼 술이라도 거하게 드세요. 앞으로 2주간 전면적 공격은 없을 테니까요.]“저 때문에 공격을 미루시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몸은 멀쩡해요.”
[몸만 멀쩡하니까 문제 아니에요. 그리고 여보 때문이 아니에요. 병사들과 기사들은 여보와 달리 매일 싸울 수 없거든요.]“그렇군요.”
짧게 대답하는 데카마드는, 그의 눈은 감겨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었다.
수족처럼 부릴 줄 알았던 낮잠과 졸음은 더이상 찾아와주지 않았다.
여기를 한없이 무시하고 한없이 멀어져갔다.
[다른 여자들이라도 안아 보시는 게 어때요.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여서 불면증이 찾아온 걸 수도 있어요.]“……외도는 별로 끌리지 않습니다. 부인도 그럴 테고요.”
[남편이 잠 못 자서 죽게 생겼는데 그깟 다른 여자들하고 몸 섞는 게 문제예요? 저보단 별로겠지만, 참고 한 번 해보세요.]“재밌네요. 농담으로 받겠습니다.”
머리로 멜리마의 깊은 한숨이 번졌다.
그러다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여보. 혹시 저에게 있는 물건을 그쪽으로 보낼 수도 있나요?]“그것뿐만 아니라, 제가 곧장 그쪽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안 된단 걸 아시잖아요. 대륙이 전란에 휩싸인 만큼, 절 감시하는 눈들이 사방에 있어요. 그러니 지금 이것만으로 참아주세요.]완드에서 빛이 발했다.
프리즘을 담아둔 듯한 오색깔 무지갯빛은 곧 데카마드의 품으로 뭔가를 전달해줬다.
“와인……? 제대로 온 것 맞습니까?”
[제가 빚은 와인이에요. 이름은 프리우드. 세상에 10병밖에 없고, 직접 만들어서 맛도 보증해요.]“부인이 이런 조예가 있는 줄은 또 몰랐습니다.”
[앞으로 제 다양한 조예를 보여드릴 테니까 그걸 마셔보세요. 잠이 잘 올 거예요.]“부인. 미안하지만 제 몸은 더이상 술에 취할 수 없습니다.”
[하아……. 참 모순적인 몸이네요. 기사단은 그리 쉽게 격파하면서, 고작 술에 취하지 못하다니.]저편에서 멜리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게 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와인은 꼭 드세요. 누가 알아요? 조그마한 쪽잠이라도 잘 수 있을지.]“부인도 주무세요.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안 자는 거 압니다.”
[아예 안 자는 것보단 나아요. 어찌 됐든 앞으로 2주간 철저히 요양하세요. 설령 저희가 공격한단 소식이 들어와도 전부 블러핑일 테니까.]“정말 괜찮은데.”
[어허. 항명은 받지 않겠어요. 대답은 오직 알겠습니다. 이거 하나뿐이에요.]짐짓 위엄 넘치는 목소리.
하지만 그 예리한 얼굴이 없으니 그저 귀엽기만 하다.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내일 또 얘기해요.]“네.”
뚝-
전선 끊긴 듯한 소리와 함께 목소리도 끊겼다.
품에 들어온 와인은 크기가 여타 와인보다 커다랬다.
장인이 아니라 주당이 만들었으니까 이해되는 크기였다.
뽕-
맨손으로 코르크를 뽑으니.
그 안에 갇혀 있던 향미가 코를 후욱 치고 올라갔다.
“……부인의 냄새네.”
피부 겉으로 얇은 막처럼 쌓여 있던 와인향.
그 정체를 찾았다.
[잔이라도 만들어주랴.]“부탁해.”
평소 술을 즐기진 않는 터라, 아공간에도 여기 서재에도 술잔은 없었다.
스르륵-
완드를 한 번 움직이지 와인잔이 금세 연성되었다.
쪼르르르-
그 잔이 반쯤 찰 때까지 와인을 붓는다.
병이 큰 만큼 술은 자신만의 자색을 뽐내며 힘차게 떨어졌다.
그렇게 입술로 잔을 입술로 가져가니, 입과 식도를 부드럽게 적셨다.
“좋네.”
여태까지 술은 몇 번 마셔봤지만, 그 대부분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즐기기엔 입맛에 너무 안 맞았던 것이다.
“술이 이런 거라면 앞으로 자주 마실 텐데.”
[뭔 맛이길래 그러냐.]“그냥, 부인의 맛이야.”
[……방금 그 대사. 굉장히 부적절했다.]“미안.”
왠지 오늘 밤은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
2주가 지났다.
“궁정 마법사장. 최근 낯빛이 좋아졌소.”
“조금이라도 잠을 잤더니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다행이로군. 방금 제마 왕국에서 도움을 요청했소. 은빛 얼음을 보내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더군.”
“그 대가로 뭘 요청하셨습니까.”
왕은 걱정 말라는 듯 양피지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 종이가 꽉 차게 받기로 했으니 걱정 말고 다녀오시게. 은빛 얼음.”
어느새 이름 뒤로 붙어버린 별명이었다.
그냥 머리 색깔과 얼음을 붙여버린 별명이라 썩 가치 있게 들리진 않았다.
600년 전 작명 센스니까 뭐, 그러려니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이번에는 그곳도 텔레포트 이동장이 있으니 가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야.”
“다행이네요.”
텔레포트 이동장을 설치하는 데는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든다.
600년 후처럼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고, 파견지 중에는 텔레포트 없이 간 곳도 많았다.
그때마다 배와 마차를 번갈아 탔어야 했는데, 귀찮기 짝이 없는 여정이었다.
이동장에 도착한 데카마드는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순식간에 공기와 온도가 달라지는 이 기분은 무척 익숙하다.
“으, 은빛 얼음……!”
“마, 마법사님!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 은발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는 것도 익숙해졌다.
“적들이 쳐들어오는 방향은 어딥니까.”
“마이킨의 깃발을 단 군선(軍船)이 항구로 진입 중입니다……! 이제 육안으로도 보일 만큼 가까이 왔고, 함포 공세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지, 지원은 필요 없으십니까?”
“소문은 들으셨을 텐데요.”
꿀꺽-
재빠르게 보고를 마치던 남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은빛 얼음.
그는 유령처럼 등장해서 유령처럼 사라진다.
그가 지나간 곳은 항상 시린 겨울만이 남는다.
또한 언제나 혼자 싸운다.
“홀로 움직이는 게 가장 빠릅니다. 누가 죽을 일도 없고요. 제마도 이걸 더 바라지 않으십니까.”
“그, 그건 맞습니다만, 저희 왕께선 마법사님이 다치시는 걸 더 커다란 손해로 보고 계십니다.”
“왕이 제일 소중히 생각해야 할 건 자국민의 목숨과 자국민의 재산입니다. 파괴된 군선에서 물자들 건질 준비나 하시라고, 왕께 전달해주십시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은발은 하늘을 날 듯이 뛰었다.
시야가 높아졌다.
저 너머에 항구가 보인다.
외곽에 항구가 있고 그 뒤쪽에 줄지어진 도시는 경치가 무척 아름다웠다.
전쟁이 아니라 관광을 목적으로 왔다면 더 좋았을걸.
“나중에 부인이랑 와볼까.”
여행을 좋아하는진 모르겠지만, 머리 식히는 데는 바다가 제격이다.
그런 심심한 계획을 세우며, 몸은 항구로 순식간에 도착했다.
눈꽃을 흩날리면서 도착한 항구는 사람 한 명 없이 싸늘했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자.”
[그래. 최근 네 딸내미들이 슬슬 너를 찾고 있지 않냐.]“응. 2주간 놀아주지도 않고 서재에 틀어박혔으니까.”
델은 시무룩해하고 렉시는 삐져버렸다.
집에 가서 풀어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저 군함들을 먼저 부숴버려야겠네.”
[어떻게 할 셈이냐.]“이쪽이 아무런 피해가 없으면 또 안 돼. 그래서 함포 공격을 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하지만 함포를 전부 허용하면 그것도 안 되니까, 잘 조절해야지.”
[귀찮군. 힘 조절이라니.]“어쩌겠어. 이런 계획인데.”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군선 10척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일순간 배가 뒤로 밀려날 만큼 거센 포격이었다.
포탄은 하늘을 장식하며 포물선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대로 떨어진다면 항구와 일대를 가루로 만들만한 위력이 엿보인다.
어차피 이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즉, 건물 몇 개야 부서져도 상관없단 뜻이다.
“하지만 항구는 남겨둬야지.”
해상 도시이자 무역 도시 제마는 요충지였다.
그 이유는 잘 발달 된 항구와 상인 연합 때문인데, 그중 하나를 잃을 순 없었다.
[크레센티아 제5비기 – 빙월(氷月) 얼어붙은 달]얼어붙은 달이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제 아래에 있는 모든 걸 관조하는 빙월.
그 냉기를 느낀 순간 이미 크레센티아의 손 위에 놀아날 뿐이다.
쩌저저저저저적-!!
쩌저저적-!! 쩌저적-!!
항구를 노리던 포탄들이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그 속까지 뼈저리게 얼어붙은 대포알은, 조금 커다란 우박이 돼버리고 말았다.
터엉- 터엉- 텅-
항구에 우박이 떨어졌다.
그 크기가 얼굴만 해서 그런지, 항구의 이곳저곳이 조금씩 부서졌다.
“큰일은 막았네.”
콰아앙-!! 콰앙-!!
콰아아앙-!! 콰앙-!!
항구 주변의 건물들은 지키지 못했지만(?) 말이다.
“부인이 힘 조절을 해달라 했으니까, 군선 두 척은 살려 보내줄까.”
[나쁘지 않군.]쩌저저적-
바다 위로 띄운 얼음 조각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군선에서도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미친놈이 보였다.
망원경을 펼쳐 더욱 가까이 봐보니까…….
“으, 은빛 얼음이다……!!”
“젠장!! 모두 저놈을 향해 일제히 포격해! 전우들의 원수다!”
“쏴라!! 쏴!!”
“있는 거 전부 퍼부어!”
군선들의 적은 어느새 제마 왕국에서 은빛 얼음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조각배와 은발은 이미 환상일 뿐이었다.
[크레센티아 제6비기 – 농월(弄月) 희롱하는 달]조각배를 향해 쏟아졌던 무수한 대포 세례는 애꿎은 바다만 펑펑 터뜨렸다.
“노, 놈은 어디 있지……?”
“이미 올라탔는데?”
“꺼으으윽……!!”
혀를 씹을 만큼 놀랐지만 근데도 아프지 않았다.
당장 머리 위로 불어닥친 혹한의 바람이 더욱 아팠기에, 아프지 않았다.
“무너져라.”
[크레센티아 – 제4비기 설표(雪彪)]짐승의 거대한 앞발이 범선을 찢어발겼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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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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