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2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0화(327/354)
#330화. 짜여진 체스판(2)
“두, 두, 두고 보자……!!”
“이건 절대 끝이 아니다!! 이 순간을 기억해라! 은빛 얼음!!”
배 두 척이 험한 몰골로 항구에서 사라진다.
그와 같이 왔던 여덟 척의 배들은 모두 물고기 밥이 되거나 파편으로 둥둥 떠다녔다.
이 모든 게 30분도 안 돼서 벌어졌다.
먼 언덕에서 이 참극을 목격한 자들은 동맹인데도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저, 저게 인간의 무력이란 말인가…….”
“여태까지 본 어떤 마법사도 저런 힘을 홀로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아인티제 왕국. 정말 대단한 인물을 손에 넣었군요.”
하지만 제마 왕국의 국왕은 그 말에 회의적이었다.
“일개 개인이 너무 뛰어나면 말이다. 그자가 나라에 속해 있는 게 아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반대지. 나라가 그자에게 속해 있는 것이다. 왕도 모르는 사이에 주도권이 뒤바뀌어 있지. 현 아인티제 국왕은 현왕이니 알게 모르게 깨닫고 있을 거다.”
“그, 그럼……. 후에 은빛 얼음이 팽 당할까요?”
국왕은 그 말 또한 회의적으로 반응했다.
“아인티제 국왕은 현왕, 동시에 선왕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태까지 보여준 은빛 얼음의 행보는 권력을 탐하는 것 같진 않아. 오로지 전쟁의 승패만을 중시하더군. 그럼 아인티제의 왕은 제 위치가 더욱 확실해지지.”
“은빛 얼음을 구국의 영웅으로 모셔야겠군요.”
“그렇지. 몸을 낮추면서도 되려 위치가 올라가는 셈이다.”
은빛 얼음.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가공할 무력의 마법사.
어느 정보 업체도 그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고, 그저 오우거를 홀로 잡아 궁정 마법사가 되었단 것밖에 알지 못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어린 딸 두 명이 있다는 것.
여기서 확실하진 않지만 풍문에 기대보자면, 마이킨 왕국 내부에서 재상이 사절로 갔던 은빛 얼음을 부군으로 인정했다는 것.
딱 이 정도가 은빛 얼음에 대해 세상이 알 수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 풍문은 말 그대로 풍문처럼 보이는군. 정말 둘이 정혼을 맹세했다면…….”
부군이 부인의 배를 저리 처참하게 부술 리 없지 않은가.
“흐음……. 내 딸들이 마침 혼기가 찼지.”
“고, 공주님들을 은빛 얼음에게 보낼 생각이십니까?”
“안 될 거 뭐 있나. 아마 그에게 구해진 모든 나라가 이리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공주들이 원할걸. 얼굴도 무척 반반하고, 설령 첩이 되더라도 궁정 마법사장은 그걸 모두 감당할 만한 위치다.”
“처, 첩을 이룰 정도로 저분이 여자를 밝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만.”
“일단 줄을 대고 봐야지. 마이킨의 재상이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다만, 이 광경을 보고 나니 아인티제가 진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어졌어. 우리 제마는 아인티제가 이긴다에 베팅한다.”
데카마드가 도착했던 모든 왕국은 그에게 홀딱 빠져버렸다.
무력적인 모습에서든, 외적인 모습에서든, 신비함이란 늪에 홀딱 빠져버렸다.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을 홀리고 다니니, 이런 전쟁통에서도 우체통이 터지려 했다.
“궁정 마법사장님! 오늘 도착한 편지입니다!”
“……거기 놓고 가십시오.”
“넵!”
궁정 마법사장의 개인 업무실로 찾아온 전령이 어떤 상자를 놓고 갔다.
델도 잘하면 들어갈 듯한 상자에는 직사각형의 각진 뭔가가 잔뜩 담겨 있었다.
[오늘도 잔뜩 왔군.]“그러게.”
“아빠. 저것들 또 읽어도 돼요?”
“나도! 나도 읽을래! 심심해 죽겠다! 여기 있는 마법 서적들은 이미 다 읽었어!”
“그래. 전부 읽어.”
델은 밝은 낯빛으로 상자에 다가갔다.
그 뒤를 렉시도 졸졸졸 따른다.
상자째로 온 편지들은 그때부터 델이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 편지들은 다양한 나라의 인간들. 어른, 소녀, 소년, 노인 할 거 없이 오는데 전부 아빠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들뿐이에요. 아빠 칭찬밖에 없어서, 읽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 나는 그냥 심심해서다! 델처럼 낯간지러운 이유가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렇구나.”
딸들의 저의는 생각보다 깊으면서 얕았다.
하지만 저렇게 상자 가득 행복이 찼다면, 그 밑면에는 어둠이 가득 차올랐을 것이다.
본래 누군가 행복하면 누군간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전쟁에서는 그것이 더욱 극명하다.
델은 편지들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내용이 제 아빠 덕분에 부모의 목숨을 구했다는, 그런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전쟁을 치르며 한 일은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기보단 빼앗은 것이었다.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누군가의 형이자 동생이었던.
그런 존재들의 목숨을 앗아갓…….
[데카마드.]‘……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미안해. 너한테까지 번졌구나.’
[아니. 다만 네가 입 닥치고 멍하니 있을 땐 병신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란 뜻이니까.]‘……나 과거로 오기 전에는 대부분 그러고 있었는데.’
레드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자가 연륜이라는 게 괜히 쌓일 리 없었다.
[그 여자는 앞으로 대해 뭐라 하더냐.]자연스레 주제가 전환됐다.
‘글쎄. 견제하던데.’
[……견제?]‘응. 제마 왕국으로 오던 군선들을 부수고 얼마 뒤에, 편지를 한 장 받았잖아.’
‘적은 적인데, 연적들에 대한 견제였어.’
그녀의 성격처럼 칼 같은 필체로 써진 편지는 짧으면서 굵었다.
[첩은 안 돼요. 첩을 들이시는 건 상관없지만, 그 첩이 난자하게 죽어있는 걸 보고 싶으시다면, 말리지 않겠어요.]‘이런 내용이었어.’
[참……. 누군가는 이런 대전쟁을 주도하면 그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터지려 그럴 텐데. 미래의 훗날까지 챙기려 드는군.]‘부인의 걱정이 앞서가는 것이겠지. 첩으로 누가 온다고.’
[으음……. 당장 내 머릿속에서도 후보가 우후죽순처럼 떠오른다만. 엘가의 견제는 그 여자 성격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몰라. 어차피 미래로 돌아갈 몸. 부인에게도 언젠가 이걸 말해야 해.’
끼이익-
의자의 등받이가 뒤로 거칠게 젖혀진다.
그러면서 높은 천장과 그 샹들리에 같은 조명을 보게 됐다.
‘초콜릿 먹고 싶다.’
[하나 만들어주고 싶다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나도 불가능하다.]‘만들 수 있다 해도 내가 거부했을 거야. 지금 내 바람은 미래로 돌아가서 초콜릿을 먹는 거니까.’
여기서 초콜릿을 얼마나 먹을 수 있든 그건 전혀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주변이다.
그래. 중요한 건 주변이다.
초콜릿이 없다면, 지금의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설계를 시작해야겠어.”
“무슨 설계요?”
편지는 그새 다 읽었는지, 두 딸이 또 책상 옆에 오도도 붙었다.
책상의 테두리에 턱과 볼살을 올린 모습은 척 봐도 사랑스러웠다.
이게 지금의 주변이다.
그리고 훗날의 주변을 만들 순간이다.
“제국 아카데미 설계.”
“제국……? 아카데미? 아빠 너는 하고 싶은 게 대체 뭐냐? 대체 얼마나 먼 미래를 보고 있는 거야?”
“이 학교의 수장은 네가 될 거야, 렉시.”
“뭐, 뭣?”
“지금은 이해 안 되겠지만, 네가 가장 적임자야. 델과 같이 내가 지을 아카데미를 잘 이끌어주렴.”
렉시는 순전히 미친놈 보는 표정으로 앳된 얼굴의 마법사를 바라봤다.
아직 이놈의 나이조차 제대로 모른다.
……가끔 보면 종족조차 잘 모르겠다.
인간인데 인간이 아닌 듯한 힘을 다룬다.
다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스으윽- 스윽-
그가 따뜻한 미소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뭐든지 수용하고 싶어진다는 걸.
“아, 알겠다. 그러니까 이 손 떼라.”
“아빠. 그럼 제 머리 빗겨주세요.”
“그래.”
“야, 야! 떼란다고 진짜 떼냐! 이게 뭔 아빠야!”
“너도 빗겨줄게.”
“그, 그렇다면야…….”
조그마한 빗을 쥐고, 델의 백금발을 위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그 옆에는 렉시가 엉거주춤하게 나란히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최선. 최선을 다하는 거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고향에선 절대 품지 않았을 마음은, 어느새 현재의 신조가 되었다.
***
대륙이 전란에 물든지 1년.
땅에 피가 묻지 않았던 곳이 없었고, 부서지지 않았던 건물이 없었다.
딱 두 개의 나라를 제외하고 말이다.
마이킨과 아인티제.
두 대국(大國)은 서로 으르릉거리며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했다.
한 번은 창이 되어 적을 찌르고, 다음에는 방패가 되어 창을 막는 것에 반복이었다.
당장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지진 부진한 속도였다.
나아가 그것은 이 대국(大局)을 손안에 둔 자들의 의도였다.
[여보. 그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어요. 흰옷을 입은 자들이 전쟁터를 돌아다니는 걸, 몇몇 병사들이 봤나 봐요. 물론 유령 괴담처럼 돌고 있는 얘기지만요.]“확실합니다. 대륙이 혼란해지고, 수많은 사람이 죽으니 그들도 슬슬 구미가 당기겠죠. 예상해보길, 현재 사제의 전력은 적습니다.”
사제장 아콜과의 대화로 유추할 수 있었다.
그들의 왕은 잠들어 있고, 아직 사제들의 번식은 상용화되지 않았다.
그러니 인간을 납치해서 생명력을 갈취 중인 것이다.
“전쟁으로 인구수가 줄고, 전력이 줄기를 기다리는 듯하군요. 자기들이 확실히 승리한다고 믿을 때, 그들은 본격적으로 꼬리를 내밀 겁니다.”
[그때 꼬리를 잡아채서 확 당겨버리면 되겠네요. 냉전을 꾸며보길 잘했어요.]“예. 설령 그 꼬리가 호랑이의 꼬리더라도, 제가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가능합니다.”
[예. 그래 보이세요. 아무리 제가 버리는 카드로 낸 군사와 기사들만 쳐부수셨다곤 하나, 늘 상처 하나 없으시잖아요.]“운이 좋았습니다.”
[신문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던데요? 은빛 얼음! 오늘도 승리했다!]멜리마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우스꽝스러운 어조로 외쳤다.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지는, 그게 본인이라 더 부끄러워지는 소리였다.
“……그만하십시오, 부인.”
[하하핫. 직접 얼굴 보고 말하면 그때 한 번 더 해줄게요.]“부인이 생각한 신종 고문 방법이군요.”
[고문은 따로 있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제 부군이라니,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도 모자란 판에 꼭꼭 감추는 꼴이잖아요.]“마이킨에서 그러면 돌 맞아 죽을 겁니다.”
[그 전에 여보가 지켜주시겠죠.]신뢰, 그 이상의 뭔가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다.
본인도 그걸 느꼈는지 헛웃음을 짓는다.
[이게 종교인들이 가지는 마음일까요?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신이 제 뒤에 있는 느낌이에요. 여보가 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항상요.]“저는 완전무결하지도 않고, 전지전능하지도 않습니다.”
[제 눈에는 그런걸요. 아예 국교를 새로 창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데카마드교. 이런 이름으로요.]“돌 맞아 죽는 것보단 참형으로 급이 올라가겠네요.”
[그 전에 여보가 지켜주지 않을까요?]똑같은 대답.
이제는 거의 맹신에 가까웠다.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보내주신 와인도 다 먹어버려서, 혹시 무리가 안 된다면…….”
[근 1년 사이에 제 프리우드를 거의 다 드셔 버렸어요. 이젠 남은 게 없답니다.]“아아, 그렇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최근부터는 시간을 쪼개서 제가 직접 주조를 하고 있거든요. 전쟁하랴 술 빚으랴,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그렇게까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건너편에서 온 대답은 단호했다.
[아니요. 제가 하고 싶어요. 이걸 한 모금이라도 안 마시면 여보가 잠을 못 자잖아요. 전쟁을 위해서라도 이건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제조법을 알려주시면 제가 만들겠습니다.”
[그것도 싫어요. 지금 저 내조 중이거든요. 세계 최강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내조요. 이 영광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순 없죠. 설령 본인이더라도요.]조금씩 아껴 마셨던 멜리마의 수제 와인 ‘프리우드’.
하지만 그것마저도 전부 떨어졌고, 잠은 또 오지 않기 시작했다.
[1주만 기다려주세요. 프리우드는 저의 특별 재료와 특별 과정으로 빠른 제조가 가능하거든요.]“알겠습니다.”
[그럼 주무세요, 여보. 졸리지 않더라도 눈을 감으세요. 이것도 명령이니까요.]“노력해보겠습니다.”
텔레파시가 끊겼다.
역시 잠은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명령에 불복종해야 할 것 같다.
“레드.”
[왜 그러냐.]“아카데미 부지를 보러 가자.”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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