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2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2화(329/354)
#332화. 사막에서 뱀 찾기(1)
“열풍의 뱀을 찾아야 합니다.”
방금 만난 은발의 남자.
딸 둘을 데리고 사막을 횡단하려 한다는 미친 남자.
그 남자는 횡단이 아니면 열풍의 뱀을 찾아야 한단다.
“어이, 젊은 친구. 더위 먹고 정신이 돌았으면 집에 가서 부채질이나 하라고. 딸들까지 전갈 밥으로 먹이고 싶지 않으면.”
“당신들은 열풍의 뱀이 어딨는지 알고 있습니까.”
“……우리가 왜 알 거라고 생각하나. 애초에 그 신수는 이 사막의 신수이니, 여기 모랫바닥 어딘가에 있겠지.”
“알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닙니다. 모를 거란 걸 확신한 거죠. 왜냐면, 당신들도 열풍의 뱀을 쫓고 있지 않습니까. 아누비샨 용병단.”
“…….”
후드 속 얼굴이 천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미친놈치곤 내뱉는 말 중에 틀린 것이 없었다.
특히 마지막 말은 오직 아누비샨 용병단 밖에 모르는, 아누비션 용병단만이 알아야 할 숙명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저희는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합니다. 서로가 열풍의 뱀을 찾고 싶어 하죠.”
“네놈은 왜 신수를 찾으려 하는 거냐.”
“제가 목적을 밝히면, 여러분도 목적을 밝히실 겁니까?”
스르르릉-
유려한 곡선의 칼이 뱀처럼 빠져나왔다.
“손가락 몇 개 토막 내면 목적이야 금방 밝혀지겠지.”
“일단 싸우고 보는 성격.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죽이셔야 후손이 바르게 자랄 겁니다.”
“……그저 미친놈이었군. 네놈을 결박하겠다.”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일개 용병단이 저를 납치하면 일이 국제적으로 커집니다.”
“다, 단장님……!! 저자……! 제가 저자를 압니다……!!”
뒤에서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던 용병 하나가 다급히 외쳤다.
사막 중에서도 가장 험한 열풍 사막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용병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를 만큼 생존에 열중이지만, 이 은발의 유명세는 여기까지 닿았다.
단원과 단장이 속삭임으로 몇 마디 말을 나누니.
스르릉- 탁-
곡도는 다시금 칼집으로 들어갔다.
“큰 실례를 범할 뻔했군. 쓸데없이 욕을 한 것도 사과하겠소.”
“괜찮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은빛 얼음. 이 사막까지 그대의 강함은 전달되었소. 홀로 함대를 부수고, 기사단을 부수며, 성을 탈환하기도 했다지.”
그 모든 소문과 전과의 당사자는 덤덤히 긍정했다.
“맞습니다.”
“아누비샨은, 사막의 전사는 같은 전사를 존중할 줄 아오. 인종이 다르고, 태어난 환경이 어떻게 다르건 간에, 그대는 아누비샨에서도 전사요.”
“그렇게 봐주시니 영광입니다.”
“조금 전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했는데, 그건 아직도 통용되는 말이오?”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딸들과 함께 이 낙타에 올라타시오. 가면서 설명하겠소.”
위가 빈 낙타 한 마리가 금세 셋의 앞으로 왔다.
딸인 델과 렉시를 먼저 낙타의 등에 올려주고 뒤따라 타니, 그것만으로도 한결 쾌적해졌다.
뜨거운 모래를 밟지 않아도 돼서 그런가.
“이동한다.”
단장의 구호에 맞춰 행렬은 전진하기 시작했다.
***
두 남자는 선두에서 이름을 나누었다.
“데카마드입니다. 아인티제 왕국의 궁정 마법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테오. 아누비샨 용병단장을 맡고 있소.”
테오란 이름의 남자는 이름을 밝힌 뒤부터 후드를 내렸다.
그는 이쪽을 몇 번 떠보려는 듯했지만 큰 수확을 얻어가진 못했다.
어째 조상의 습관이 후손에게 이리도 잘 전해질 수 있단 말인가.
카르디아 전문가 앞에서 아누비샨의 속셈은 훤히 보였다.
나아가 신뢰를 얻는 방법도, 믿음을 주는 법도 훤히 알았다.
“저의 목적은 열풍의 뱀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에서 끝나진 않습니다. 송곳니에서 흐르는 독 한 방울을 얻어야 하죠.”
“……열풍의 뱀이 가진 독. 그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떠한 병에도 담을 수 없단 걸 아시오? 그 어떤 병과 주머니라도 독은 모든 걸 녹여버리오.”
“그건 제가 알아서 합니다. 자, 제 목적은 밝혀졌으니. 여러분의 목적을 들어보고 싶군요.”
테오는 왜인지 입을 살짝 다물었다.
상대의 정보를 들었으니 이쪽은 입 씻겠단 뜻은 아니었다.
그저 말하길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 이유 또한 훤히 보인다.
“한 인간의 터무니 없는 꿈이, 때로는 터무니없이 세상을 바꿔버리기도 하죠. 세상까진 아니더라도 그 주변인들과 후손들의 세상은 완전히 바뀔 겁니다.”
“당신……. 내가 뭘 원하는지 아시오?”
“글쎄요. 모르지 않을까요. 다만 제가 아는 표정이라 넘겨짚어 봤을 뿐입니다.”
“……그 말이 맞소. 나는 터무니 없는 꿈을 꾸는 중이지. 어느 누가 열풍의 뱀 위에 마을을 짓고 싶다 생각할까.”
“이 뒤에 있는 부하들도 단장의 생각을 동의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따라오는 것이고요.”
“세상에 미친놈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방증이지. 그들은 내 꿈을 믿는다기보단 나를 믿는 것이오. 같이 생사를 몇 번이나 넘었으니.”
뒤를 따라오는 용병들은 그 눈들이 하나같이 비슷했다.
단장에게 보내는 존경, 경외 속에 약간의 한심함이 깔려 있다.
아직 꿈을 버리지 못한, 동심을 버리지 못한 아이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
겉모습은 이렇게 장대하고 고강해 보여도, 테오는 아직 소년이었다.
“어릴 적에, 나는 멀리서 열풍의 뱀을 본 적 있소. 장대한 광경이었지. 그 몸을 한 번 들썩이자 지형이 단숨에 몇 번이나 바뀌었어. 그러면서까지 어딘가로 이동하는데, 참 우리와 닮아 보였지. 열풍의 뱀도 어디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는 거야.”
테오는 아직도 그때가 눈에 선한지, 허공을 흐릿하게 응시했다.
“그때 나는 떠올렸소. 아, 그냥 저 거대한 머리 위에 올라타고 마을을 만들면, 정착과 유목이 동시에 이뤄지는 생활이 될 텐데. 저 위에 정착할 순 없는 걸까. 어린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을 품고 있소.”
“그러시군요.”
“아직 어리다고 봐도 좋소. 헛된 걸 쫓는다며 혀를 차도 좋지.”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 부정에 쓰게 웃은 테오는 저 먼 사막 풍경을 덧없이 바라보았다.
“그럼 뭐, 더 심한 욕을 하려고 그러시나.”
“대단하단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테오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순간 기습이라도 왔나 싶을 정도로 재빨랐다.
“뭐, 뭐라고?”
“그렇지 않습니까. 어느 누가 신수 머리 위에 마을을 짓고 살아가겠단 생각을 할까요. 한다 해도 어느 누가 실행에 옮길까요. 대단한 일입니다.”
“귀족의 사탕발림이라면 그만해도 좋소. 그런 건 안 듣느니만 못하니.”
귀족의 사탕발림?
그런 건 할 줄 모른다.
막대 사탕을 발라 먹을 순 있어도 그런 촌극은 할 줄 몰랐다.
이 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오직 진실을 내뱉는 것뿐이었다.
“이 세상에는 우수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곁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죠. 우수한 사람은 커다란 꿈을 꾸었고, 우수해서 그 꿈을 이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수한 이에게 행복을 빌어주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뭐요. 마법사와의 대화는 어렵다더니, 이래서인 건가.”
“당신이 그 우수한 사람이란 겁니다. 테오 아누비샨.”
테오는 코웃음 쳤다.
“내가 우수한지 아닌지,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시오. 마법사의 통찰력, 뭐 그런 거요?”
“글쎄요.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만, 사람이야 조금 볼 줄 압니다.”
테오의 눈이 다시 한번 옆에 있는 마법사에게 향했다.
참 젊다.
척 보기에도 젊다.
얼굴에 티끌 하나 없는 게 매일 우유로 목욕 하나 의심 가는 수준이었다.
그런 젊은이가 자신은 사람을 잘 본다고 자신했다.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지만, 왜인지 테오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런 신기한 힘이 있었다.
이 청년에게는.
“테오 단장이 꿈을 이룰 확률. 그걸 억만 분의 일이라고 가정해볼까요.”
억만 분의 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확률이었다.
이 꿈을 이룰 확률도 그만큼 낮았다.
“하지만. 테오 단장과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은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1억 명당 1명? 이것보다도 훨씬 안 될 겁니다.”
“…….”
“테오 단장. 당신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꿈을 좇고 있습니다. 이 세계 모든 사람의 바람과 겹치지 않고 색다른 꿈을 품다니. 이 얼마나 적은 확률입니까.”
억만 분의 일.
인류분의 일.
뭐가 더 확률이 적은 일인지는 극히 자명했다.
“이미 더욱 힘든 일을 해내셨습니다. 억만 분의 일이면 거져먹기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 그렇군.”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열풍의 뱀 머리 위에 마을 짓는 건, 우수한 사람인 당신이 해낼 테니까.”
“우수한……사람.”
테오는 조용히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러다 묻고 싶은 게 생겨버렸다.
해도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하고 싶은 물음이었다.
“그럼 반대로 무능한 사람은 어떻게 되오.”
“질문의 저의가 뭘까요.”
“아까 이 세상에는 우수한 사람이 있다고 했지. 그럼 무능한 사람도 있을 터.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있소?”
“……이것도 후손까지 이어지는 습관이군요.”
가끔가다 일의 요지를 파고드는 질문.
마치 독황사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을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사부작- 사부작- 사부작-
낙타가 모래 밟는 소리만이 나는 태양 아래에서.
데카마드는 말했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이 세상에는 무능한 사람도 있죠. 그들도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을 뿐.”
“어떤 차이점이오?”
그의 손이 낙타의 아래를 가리켰다.
딱히 무언가를 가리킨 손은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모래알이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이었으니까.
“저 모래알처럼 무능한 사람들은 수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렇게 바람 따라 흘러가다 보면, 우수한 사람을 만날 수 있죠. 그 우수한 사람의 꿈을 같이 꾸는 겁니다.”
“남의 꿈을 같이 품고 그 꿈이 이뤄진다면, 그게 정말 자신의 꿈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오?”
“우수한 사람의 눈에는 그리 보일 겁니다. 하지만 무능한 사람은 자신이 무능하단 걸 알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할 줄 압니다. 최선이 뭔지 아는 사람들이죠.”
“최선을 안다라……. 전투에서 죽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가져야 하는 자질이지.”
“실로 그렇습니다.”
둘의 대화는 앞으로 더 이어지지 않았다.
몇 시간이나 그랬다.
해가 모래 언덕 너머로 저물 때까지, 테오와 데카마드는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없었다.
되려 뻘쭘해진 델과 렉시가 둘의 등을 바라보았다.
허나 카르디아 전문가는 이 또한 알고 있었다.
이 아누비샨은 그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이 시간은 리더의 시간이기도 했다.
리더는 자신의 몸만 챙기면 끝이 아니었다.
뒤를 따라오는 수많은 목숨이 혀끝에서 결정되는 자리였다.
그 모든 판단이 확신으로 돌아섰을 때, 테오는 입을 열었다.
“열풍의 뱀을 찾는 걸 도와주겠소. 하지만 뱀을 찾는다 해도 신수는 자신의 독도, 자신의 머리 위도 쉽게 내어주지 않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그때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소. 나는 그대를 돕고, 그대는 나를 돕고.”
“거래를 하자는 뜻이군요.”
“우린 용병단이오. 거래가 익숙하지. 그대도 이게 훨씬 편할 텐데.”
저 말이 맞다.
이 드넓은 열풍 사막에서 아누비샨의 힘이 없으면 혼자서 생고생하게 될 것이 뻔했다.
손을 잡으려면 지금 잡아야 한다.
“거래하시죠.”
“좋소. 그대가 말한 우수한 사람이 정말 내가 맞길 빌어보지.”
“분명 그럴 겁니다.”
후손도 우수한 사람이었으니.
사막의 태양을 쬐다 보니, 유독 그놈 생각이 많이 나는 하루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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