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화(33/354)
#033화. 주말 외박권(8)
엘런은 양손을 깍지 끼며 가슴 앞으로 모았다.
폭풍전야 같았던 마력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쩌저저저저저적-
휘오오오오오오오-
혹한의 마력은 자신에게 닿는 모든 걸 얼려 나갔다.
코볼트 갓의 피부에도 소름 같은 살얼음이 옅게 끼었다.
그것은 여러 개의 입안에서 목을 크르르 긁었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마력의 압력이 몸을 짓누름과 동시에 주변에 내려앉은 한기가 뼈를 시리게 한다.
툭- 투두둑-
숲의 곤충들과 나무 위 산새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 죽는다.
산새의 꽝꽝 얼어붙은 시체가 우박처럼 떨어지는 한가운데에서.
엘런은 조금의 움찔거림도 없이 고고하게 자리를 지켰다.
마력이 품은 빙결의 성질, 그것은 태생적으로 음기를 타고난 크레센티아의 육체에서 완전히 만개하였다.
남들보다 뒤늦게 피어난 얼음꽃은 그만큼 더 생생한 꽃잎과 싱그러운 향기를 가지고 태어났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철커덩-!!
촤르르르르르르-!!
성인도 충분히 가릴 만한 크기의 마법진이, 엘런의 발밑에서 빛을 뿜어낸다.
그 마법진의 중앙을 밟고선 엘런은 깍지꼈던 손을 풀었다.
잔잔하지만 드넓은 강에 띄운 풀잎처럼, 그의 손은 부드럽게 허공을 유영했다.
그의 손짓을 따라 텅 비어있던 원형의 마법진에 감각적인 선들이 그어졌다.
“대충 이렇게 생겼던데.”
엘런의 기억 속에 각인된 마법진은 1mm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구현되었다.
기억하고자 마음먹은 건 절대로 잊지 않는다.
원래라면 마법을 눈대중으로 따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마법진은 사람의 마음처럼 섬세하고 예민하기에,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상처받고 분노하며 펑펑 울 수 있었다.
그러나 엘런은 그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처럼 정답만을 골라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5초가 조금 넘었을 준비.
놈은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한기를 버티며 잔가지처럼 튀어나온 손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엘런은 코볼트 갓의 수많은 눈동자와 마주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네 상대는 내가 아니야.”
전투 마법 자습서에 적혀있던 마법 중에서, 엘런의 눈길을 끄는 게 어떤 마법이었겠나.
──그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마법진이 따라온다.
마법진은 바닥에서 해파리처럼 흐물흐물 움직이며 그와 살짝 떨어진 곳에 멈췄다.
“소개하지. 프로스트 골렘이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우드드득-! 우드드드득-!
마법진 중앙에서 뭔가 빼꼼 튀어나온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뭔가 얼어붙는 소리와 달라붙는 소리가 연신 폭발했다.
곧이어 마법진 바깥으로 두터운 바위 같은 손이 뻗쳤다.
그 육중한 몸과 시린 냉기를 수증기처럼 뿜어내며, 엘런의 마법 골렘은 이곳에 등장했다.
코볼트 갓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다란 몸체.
나무 위에서 추위에 조금씩 몸을 떨고 있던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이 주변이 한층 더 얼어붙고 있단 걸 느꼈다.
저 골렘의 영향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깟 추위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아니, 시발 저놈은 언제 저런 걸 익혀 온 거야?”
“그런 못생긴 말은 삼가거라.”
“솔직히 욕이 안 나오게 생겼어?”
카르디아는 진심으로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엘런과 프로스트 골렘을 번갈아 쳐다봤다.
골렘을 앞에 세워두고 코볼트 갓과 대면한 저 모습은 지금의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차이 났다.
저런 경지에 올라선 놈에게 자신은 하룻강아지처럼 까불었단 말인가.
만약 이곳이 지금처럼 더럽게 춥지 않았다면,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진 얼굴이 전부 드러났을 것이다.
카르디아가 고개를 푹 숙이니, 시에나는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너무 상심할 것 없느니라.”
“건들지 마라. 지금 인생의 회의감에 빠져 있으니까.”
“그러지 말고 엘런을 잘 보거라.”
“뭔데 그래.”
카르디아는 시에나의 검지를 따라 눈동자를 옮겼다.
그녀는 엘런의 손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이느냐. 그가 떨고 있느니라.”
“추워서 그런가 보지.”
“마법의 시전자는 그 영향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법이니라. 잊었느냐?”
“……그러네? 그럼 왜 손을 떨고 있는 거야?”
“답은 하나뿐이지 않느냐.”
시에나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엘런도 힘에 부치는 것이니라. 저런 크기의 골렘을 만들어 냈으니까 거의 탈진에 가까운 상태일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몸도 살짝 휘청거리고 있어. 정말 네 말이 맞나 본데?”
“그래. 저 골렘은 지금 엘런이 가진 비장의 패임과 동시에 가장 강력한 마법임이 틀림없다. 다만 커다란 마력을 소모할 테니 말 그대로 필살기지.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지금 자신이 죽는.”
“과연…….”
카르디아는 완전히 납득하며 몸에 남은 마력을 충분히 먹였다.
캔버스에 물감이 스며들듯 그녀는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준비를 마쳤다.
“저놈도 아슬아슬할 테니까 우리의 역할이 엄청 중요해졌네.”
“정답이니라. 하여간 엘런이여. 우리가 안 따라왔으면 어쩔 뻔했느냐.”
둘은 얼음 끼는 소리에도 묻힐 만큼 아주 작게 키득거리며 상황을 지켜봤다.
***
손이 떨린다.
몸도 가만있질 못하겠고.
그 이유는 알고 있었다.
“아아, 마카롱 금단 현상 오네.”
그 어떤 의사나 학자도 이걸 정의하지 않고 하려고도 안 했지만, 엘런은 꿋꿋이 이것의 존재를 밀고 나갔다.
오늘 먹었어야 할 당분이 갑자기 뚝 하고 끊기니 손이 다 떨린다.
심지어 방금까지 격하게 움직이고 마력까지 펑펑 써댔다.
골렘을 만들면서 30% 정도의 마력이 소모됐으나 이 정도는 버틸만하다.
마력 탈진이 올 기미도 안 보이고 정신도 온전했다.
다만 당분이 필요할 뿐이다.
입이 헐어버릴 만큼 달달한 게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디저트가 수중에 없었다.
다음부턴 꼭 비상용으로 아공간에 디저트를 넣어놓으리라.
엘런은 코볼트 갓에게 손을 뻗었다.
“공격해.”
이 프로스트 골렘은 마도공학 핵을 중점으로 움직이는 그런 골렘이 아니다.
사용자의 마력을 연료와 재료로 세상에 출현하는 소환수에 가깝다.
그러나 정말 소환수처럼 마음이 있지도 않고 교감도 필요 없기에, 단편적인 명령만 내리면 되었다.
쿠웅- 쿠웅- 쿠웅-
프로스트 골렘이 코볼트 갓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코볼트 갓은 물러설 줄 모르기에 주춤거리지 않았다.
그것은 아까 엘런에게 쏘았던 코볼트의 이빨을 마구 쏘아댔다.
슈슈슈슈슈슉-!!
팅- 팅팅- 팅- 팅-
그러나 프로스트 골렘의 육체를 부수기엔 역부족이다.
두터운 얼음으로 만들어진 프로스트 골렘은 흠집만 날 뿐 금조차 가지 않았다.
그건 시전자가 엘런 폰 크레센티아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혹한의 마력은 얼음의 밀도를 한계까지 축적했고 강도를 끝없이 드높였다.
프로스트 골렘은 후반이긴 해도 1학년 과정에 존재할 만큼 특별한 마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특이 개체인 코볼트 갓의 공격 따위, 간지럽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다.
“부숴.”
엘런은 이번에도 짧은 명령을 하달했다.
프로스트 골렘은 팔을 들어 올렸다.
첫 시전이기에 세심함은 조금 떨어져 뭔가를 집을 수 있는 손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수는 데에는 조금의 지장도 없다.
프로스트 골렘의 주먹이 코볼트 갓의 배를 올려쳤다.
푸화아아아아악-!!!
녹은 젤리를 뭉쳐놓은 다음 굳혀버린 것 같던 코볼트 갓의 배가 움푹 파였다.
코볼트 갓의 다리가 순간 붕 뜰 정도의 충격.
그러나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놈은 시체로 만들어져 고통도 느끼지 않는 것인지, 조금의 움찔거림도 없이 제 주먹을 날려왔다.
뻐어어어억-!!
부서졌다.
산산히 부서져 그 파편이 사방으로 눈 아프게 튀었다.
코볼트 갓은 제 주먹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단단한 주먹이 말려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넝마처럼 너덜너덜한 절단면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퍼어어억-!! 퍼어억-!!
퍽퍽퍽-!! 파아아아악-!!
프로스트 골렘은 양 주먹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한쪽 팔이 사라진 코볼트 갓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분쇄되었다.
주먹이 얼굴을 갈길 때마다 동그란 눈알들이 팝콘처럼 터져나간다.
엘런이 프로스트 골렘을 소환하면서 주위에 한껏 흩뿌려 둔 한기.
이것들은 프로스트 골렘의 원동력이기도 한 냉기를 끝없이 충전해주었다.
냉기를 먹고 사는 놈과 냉기를 끝없이 방출하는 놈.
그 두 놈의 시너지는 환상의 조합으로 코볼트 갓을 부숴버렸다.
“이제 그만.”
엘런의 한 마디에 프로스트 골렘은 또다시 들어 올렸던 팔을 다시금 내려놨다.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선 증거가 필요했다.
코볼트 시체는 이놈으로 변했고 이걸 가루로 만들면 증거가 사라져 버린다.
엘런은 쓰레기장에 버려진 곰 인형처럼 처량해진 코볼트 갓을 내려다봤다.
분명 자신보다 거대했던 놈인데.
사지가 날아가고 머리의 반이 사라지니까 본래 코볼트보다 작아졌다.
엘런은 코볼트 갓의 몸에 난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뭔가를 단단히 움켜잡으며, 단숨에 뜯어냈다.
푸화아아악-!!
그것은 심장이었다.
그러나 진짜 심장처럼 피를 공급하고 숨을 쉬게 해주는 역할은 아니다.
시체 놈에게 그런 심장이 왜 필요하겠는가.
악한 원념으로만 가득 차서 어디에 쓸지도 모르겠는 것.
그게 이 심장의 근본이었다.
──퀘스트 완료 증거로는 충분하다.
엘런은 손에 쌓인 냉기로 심장을 급속도로 얼렸다.
이러면 썩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며 전달하기도 편할 거다.
심장을 아공간에 보관하는 걸 마지막으로 이곳에서의 할 일은 종료되었다.
나무 위에 있던 카르디아와 시에나가 폴짝 내려온다.
둘은 엘런도 이유가 궁금할 만큼 결연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엘런은 그 얼굴들 앞에서 언제나처럼 살짝 졸린 듯한 눈과 함께 하품을 쩍쩍했다.
그런 엘런을 보며 둘은 뭔가 벙찐 표정으로 뒤바뀌었다.
“피, 피곤하지 않아?”
“언제나 피곤하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전투의 피로감 같은 거 말이야!”
“글쎄. 딱히.”
그는 짧게 대답하며 생활 구역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엘런의 팔이 들어 올려진다.
나아가 팔의 틈새 사이로 쑤욱 들어오는 녹발.
그 녹발의 주인은 덤덤하게 엘런의 팔을 제 목으로 감았다.
그리곤 앞으로 걸어간다.
마치 부축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너 뭐하냐?”
“보면 모르느냐. 널 부축해주고 있느니라.”
시에나는 혼자 낑낑거리며 엘런을 이끌었다.
“좀 걸어보거라. 생활 구역까진 도와줄 테니.”
“…….”
“몸이 차다. 얼른 가자꾸나.”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차며 감긴 팔을 빼냈다.
“난 됐으니까 네 걱정이나 해.”
“지금 마력 탈진이 오지 않았느냐. 허세 부리지 말거라.”
“?”
“그러니까 말이야! 어디서 연기도 배웠니? 아주 깜박 속겠어!”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엘런의 한쪽 팔을 잡고 제 목에 둘렀다.
“코볼트 갓을 혼자 잡지 않았느냐. 내가 미숙한 탓에 너 혼자 그런 위험을 지게 했다. 그 미안함을 갚기 위해서기도 하니 부담 갖지 말거라.”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미안해! 이제껏 깐족거려서. 너 엄청 강하더라? 우리 용병단 들어올래?”
“…….”
아까 코볼트 갓을 잡을 때보다 더한 피곤함이 몰려온다.
엘런은 직감했다.
이놈들은 정말 이러고 생활 구역까지 가겠구나.
귀찮음에 찌든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맘 같아선 아까 골렘을 다시 소환해서 이 둘을 떨쳐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까 시에나의 말대로 이번엔 평소보다 무리를 많이 했다.
몸도 천근만근이고 그래서 그런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그러니까 잠깐은……. 아니 딱 지금만큼은…….
이놈들에게 의지해도 괜찮을 것이다.
엘런은 둘의 부축을 받으며 조금씩 생활 구역으로 걸어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