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3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4화(331/354)
#334화. 사막에서 뱀 찾기(3)
열풍의 뱀은 입을 벌렸다.
그러니 꼭 커다란 동굴을 마주한 듯했다.
뱀의 입으로 들어가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지라, 큰 감상이 들진 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는 아누비샨 단장은 아닌가 보다.
“후우……. 신수의 입안으로 들어가 괴물을 잡는다니. 신화 속 인물이 할 법한 일들이로군.”
“생각보다 별건 없을 겁니다. 싸우다 보면 여기가 뱃속인지 동굴인지도 잘 모를 테니까요.”
“어찌 한 번 해본 것 같은 말투요?”
“그럴 리가요.”
“하긴, 그럴 리가 없지.”
테오는 옅게 웃으며 본격적으로 입안에 들어왔다.
살짝 축축한 혀 위에 발을 디딘 뒤 앞을 바라보니.
“많기도 하군.”
절로 혀를 차게 만들 만큼의 사막 괴물들이 쌓여있었다.
모래 속을 움직이다 보니 절로 입안에 끼게 되는 녀석들이다.
저것들은 입안에서 생살을 찌르며 뱀에게 고통을 주었다.
늘상 충치를 달고 사는 셈이다.
뱀은 너무 커서 저것들을 완전히 죽이지 못할지라도 인간은 달랐다.
스르릉- 스르릉-
두 개의 구릿빛 곡도가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싸울 준비를 하시오.”
“저는 끝났습니다. 마음의 준비도요.”
“그럼 은빛 얼음의 실력. 기대해보겠소.”
“저도 아누비샨 용병단장의 실력을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대는 왼쪽. 내가 오른쪽이오. 조금 이따 봅시다.”
후우욱-!
슈우우욱-!
마법사와 용병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좌우로 갈라졌다.
사방에 쌓인 괴물들은 아누비샨 용병단이 주기적으로 청소하기 전 상태였다.
기억보다 괴물이 훨씬 많다는 뜻.
“방해야.”
하지만 이 냉기도 기억보다 훨씬 강해졌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얼려지고.
콰지지지지직-!!
부서진다.
완드가 한 번 휘둘러지면 이 과정이 다시 반복되었다.
간혹 귀찮을 만큼 덩치로 밀고 들어오는 녀석도 있었다.
“저 정도 크기면 뱀도 이에 뭔가 낀 기분이겠어.”
뱀에겐 저것도 이빨에 낀 고기 정도겠지만, 당장 인간보다 다섯 배는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꺼져.”
[크레센티아 제1비기 – 빙살(氷殺)]당근 썰리듯 도마뱀의 몸이 성둥성둥 조각났다.
도마뱀은 저렇게 몸이 잘려도 재생이 가능하다던데.
목까지 잘라버려서 그러진 못하려나.
“많기도 하다.”
어차피 다 죽은 대왕 도마뱀에게 신경 쓸 정신은 없었다.
당장 뒤를 돌면 송곳니를 거칠게 세운 독거미가 낯선 이를 맞이했으니까.
촤아아아악-!
독거미가 실을 브레스처럼 뿜었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 실은 어딘가 잔뜩 끈적해 보였다.
여긴 독충으로 가득한 열풍 사막.
끈적함의 정체는 뻔했다.
“소용없다니까.”
독 같은 건 맞아본 적 없었다.
동료 중에 독 따위야 그냥 마시는 터프가이도 있지만,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슈화아아아악-!!
빙살의 참격이 거미의 몸을 가르고 날아갔다.
세로로 쪼개진 뚱뚱한 엉덩이는 방금 팬 장작처럼 좌우로 갈라졌다.
“테오 단장 쪽은 잘하는 것 같네.”
[네 친구의 유전자가 가진 모든 우월함의 원조가 저 사내다. 잘 싸우는 건 당연한 일이지. 저기 금색 불꽃도 익숙하지 않나.]“익숙하다 못해 후유증까지 오려 하는걸.”
저 쌍곡도의 칼날을 휩싸 안은 불꽃은 색이 금색이었다.
그 열기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어지간한 독충은 속이 다 구워졌다.
[아누비션 비전 – 금화(金火) 덧대기]서거거걱-!! 서걱-!!
스걱-!! 슈화아악-!!
칼이 한 번 날아오를 때마다 떨어진 독충의 머리도 같이 하늘을 난다.
어디서 제대로 검술을 배운 적도 없고 스승을 둔 적도 없을 텐데.
상앗빛 머리 색의 남자는 그야말로 미래의 게르슐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둘이 붙는다면 게르슐이 이기겠지만, 아마 호각을 다툴 것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호각일 거란 예상이 쉽게 나올 정도로 테오는 전투의 귀재였다.
“후우……. 이쪽은 정리가 나름 끝났소.”
칼춤을 이어 나가던 테오가 잠시 팔을 멈췄다.
“저도 끝났습니다.”
“수고했소. 역시 마법사가 뒤처리도 깔끔하군.”
“과찬이십니다.”
마법이 지나간 자리는 칼로 썰은 것보다 훨씬 보기 좋았다.
피와 진액마저 얼려버리니까 바닥이 더러워질 일도 없었다.
“그럼 슬슬 들어가 보지.”
“예. 준비됐습니다.”
“물도 준비되어 있고, 식량도 충분. 싸움이 얼마나 이어질 진 모르겠지만, 격한 며칠이 되겠군.”
“며칠로는 안 끝날 수도 있습니다.”
뱀의 몸은 길다.
기생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몸체라면 그 수도 방대할 것이다.
한 마디로 잔뜩 귀찮아진단 얘기였다.
“제가 불을 밝히도록 하죠.”
입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여기 있는 건 마법사다.
화속성을 몰라도 빛을 내는 건 누워서 알감자 먹기였다.
스아아아아아-
완드에서 주먹만 한 빛덩이들이 몽글몽글 생겨났다.
그것들은 허공을 부유하며 주변을 밝혀줄 만한 빛을 냈다.
“호오오……. 횃불을 만들려고 했는데, 역시 마법사가 있으니까 무척 편하오.”
“계속 가시죠.”
“그래야지.”
빛으로 밝히면서 본 뱀의 몸 내부.
그곳은 여기가 누군가의 내장 안이라는 사실을 여실하게 알려주었다.
어딘가 딱딱해 보이기까지 하는 점막과 주름은 오래 보기 힘들다.
그건 테오도 마찬가지인지, 그는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흠흠. 데카마드 마법사는 저기 밖에 딸들이 있다고 했잖소. 그럼 부인도 있겠군.”
“있지요.”
“아인티제 왕국에 있는 것이오?”
“그건 아니지만, 집에서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나도 부인이 있소. 곧 출산 예정이지.”
“축하드립니다.”
형식적으로 보내는 심심한 축하.
하지만 테오는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조금씩 입을 우물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셔도 괜찮습니다.”
“나보다 나이는 젊어 보여도, 그대는 먼저 아버지가 되었지 않소. 그래서 묻고 싶었소.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육아는 어느 시대건 어려운 문제였다.
바깥에 딸들이 있긴 하지만, 저 딸들은 서로가 알아서 50년씩 산 존재들이었다.
양녀였고, 데려다 키운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 질문에 대답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테오 아누비샨에게는.
“제가 말해 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몇 가지 정도 기억해두시면 좋겠군요.”
“경청하겠소.”
“이곳은 사막이니만큼, 알아서 자유롭게 크도록 둬도 아이는 강해질 겁니다. 훈련은 아이가 제힘의 부족함을 느낄 때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훈련에 관한 부분 역시 고민 중이었는데, 그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또한 교육에 힘쓰셔야 합니다. 지금은 용병들이 못 배워먹은 자들이나 하는 직업이라고 욕먹을지 모르겠지만, 아누비샨 용병단은 이제 신수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테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도인처럼, 그는 손뼉을 짝하고 쳤다.
“그 말이 정말 맞소. 이제 우리가 용병계의 시선과 편견을 바꿔나갈 차례란 것이로군.”
“맞습니다. 어른들은 늦었을지 모르겠지만, 곧 태어날 단장님의 자식과 단원들의 자식들은 밖에 나가서도 무시 받지 않을 겁니다.”
“내가 오늘 눈이 여러 번 뜨이는 것 같소. 정말 감사하오.”
“별거 아닙니다.”
정말 별거 아니었다.
방금 해준 조언들은 모두 카르디아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문의 요소들이었으니까.
크르르륵-
키릭- 키릭-
캬르르르륵-
가까운 곳에서 이빨 가는 듯한 소리 같은 게 들려온다.
빛덩이가 그쪽을 재빨리 비추니, 생긴 것처럼 징그러운 짓을 하는 놈이 보였다.
“저게 뱀의 기생충이로군.”
테오는 다시금 곡도를 뽑아 들었다.
뱀의 기생충은 꼭 빈대처럼 생긴 외형이었다.
다만 그 빈대가 중형견 크기로 커졌다고 생각하면 편했다.
기생충은 제 이빨로 뱀의 살을 야금야금 갉아 먹었다.
“한 마리가 아닙니다.”
“나도 느껴지오. 이 주변을 가득 덮을 정도의 양. 쉽지 않겠소.”
[이런 기생충은 모체가 있기 마련이다. 그놈을 잡으면 기생충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될 테니, 모체가 보일 때까지 밀어붙여라.]요컨대 이 녀석들은 병정개미란 뜻이다.
침입자를 눈치채고 한 끼 밥으로 만들려는 녀석들은 이빨을 위협적으로 들이밀었다.
저 톱날 같은 입은 남의 살을 물어뜯고 자르기에 편해 보였다.
“이들을 지휘하고 알을 까는 모체가 뱀의 어딘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벌 같은 녀석들이군. 그리고 귀찮은 녀석들이야. 이 정도의 수는 상대하기 힘들겠는데.”
당장 소리만 들어보아도 적들은 빛이 닿는 곳보다도 더 멀리 깔려 있었다.
“고작 수만 많다면 저 혼자서도 가능합니다.”
“응?”
“엎드려계시죠.”
“자, 잠깐만.”
테오의 어깨를 잡고 누르니 이제서야 완벽한 공간이 나왔다.
“뱀이 살짝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은 필요한 과정이니까.”
[세게 가란 소리군.]“…….”
그 무언의 긍정과 함께, 완드는 허공을 크게 휘저었다.
그 궤도를 따라 일어나는 눈꽃은 일련 초겨울의 입장을 보는 듯 아름다웠다.
“이, 이게 무슨…….”
“지금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까딱하다간 같이 얼어버린다.
[크레센티아 제2비기 – 진눈깨비 우박(雨雹)]3차 각성과 함께 크레센티아의 비기들은 모두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되었다.
당연히 제2비기도 마찬가지다.
“호오. 꼭 유성우가 쏟아지는 것 같소.”
천장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우박.
빛을 받아 한없이 반짝이는 그것들은 일대를 휩쓸었다.
[진눈깨비는 본래 폭설을 불러오는 기술. 그 눈꽃들이 우박으로 변모한 건가. 폭력적이기 그지없군.]본래 앞이 흐려질 정도로 내렸던 눈들은 우박으로 모습을 바꿨다.
몸 위로 눈이 쌓이는 건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얼음에 맞아 죽게 생긴 것이다.
콰직-!! 콰지직-!! 콰직-!!
콰지직-!! 콰지직-!!
콰지지직-!! 콰직-!! 콰직-!!
벌레 밟아 죽이는 소리가 고막을 미친 듯이 자극했다.
우박에 얻어맞은 기생충들은 그 자리에서 터져버렸다.
이런 음기의 밀도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벌레들은 강인하지 못했다.
“대충 끝난 것 같군요.”
우박 세례가 멈췄다.
돌덩이 섞인 폭풍과 다름없던 공격이 지나가니, 주변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이쪽을 향해 쇳소리를 내뱉던 벌레들도 없으니 더욱 조용해졌다.
지금 주변에 있는 거라곤 바닥을 굴러다니는 시체들과 얼음덩이뿐이었다.
부르르르르-
바닥이 작게 떨린다.
[살살하라는군.]‘미안하다고 전해줘.’
열풍의 뱀도 복통을 호소할 만큼의 공격력.
그 공격력이 이 손안에 들어왔다.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다르지. 넌 이만큼이나 성장했다. 데카마드.]‘그래. 그런 것 같다.’
[그럼 옆에 있는 녀석을 먼저 진정시키는 게 어떠하냐. 다른 마법사가 다 너 같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인데.]테오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조금 전 보았던 우박의 폭풍은 도저히 사람의 무력이라 보기 힘들었다.
당장 저 사이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목숨을 보전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바, 방금 그건 대체 뭐요?”
“저만의 독문 기술입니다. 단장의 금색 불꽃처럼요. 마법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길.”
“마, 마법도 아니란 거요?”
“마법으로는 이 정도 위력을 내기 힘듭니다.”
10대 학파장이나 마탑주 정도 되는 자가 아니라면 흉내도 내지 못할 것이다.
“이제 일어나셔도 됩니다.”
“아, 그렇군.”
테오는 어느새 곡도를 다시 집어넣었다.
얼마 안 가 또 싸울 수도 있겠지만, 왜인지 또 칼을 뽑을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저 우박에 맞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까?
적어도 이 배 안에는 없을 것이다.
“부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든든하시겠소.”
“그렇게 느낀다면 좋겠군요.”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소. 궁정 마법사장에다가 이런 힘을 지닌 사내인데. 그러니까 젊은 나이에 저런 딸이 두 명이나 있는 것이지. 음음.”
“얼른 가시죠. 병정개미를 만났으니까 여왕개미도 곧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따라가겠소.”
출발할 때만 해도 같았던 둘의 발걸음은 어느새 데카마드가 앞서게 되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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