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3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5화(332/354)
#335화. 사막에서 뱀 찾기(4)
전진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는 알 수 없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았고, 그러니 해와 달의 기상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간간이 레드가 뱃속으로 들어온 시간을 일러주었다.
[일주일째로군. 모체가 나름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면 뱀이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건가.]옆에선 테오가 이가 빠지려 하는 곡도를 갈고 있었다.
숫돌에 대고 칼날을 문지르는 그의 뒷모습은 퍽 고단해 보였다.
“힘드십니까.”
“신수의 머리 위에 도시를 지을 수 있는데 힘든 건 당연한 일. 쉬울 거라곤 애시당초 생각하지 않았소. 게다가 나는 큰놈들만 썰지 않았소. 힘은 그대가 더 많이 썼을 터.”
“저는 괜찮습니다.”
“잠도 안 자지 않았소?”
“술이 없으면 잠들지도 못하는지라.”
술이라는 말에 테오의 표정이 변했다.
“역시 영웅은 술을 즐긴다더니, 그 말이 딱 맞군. 술이라면 나도 좋아하오. 밖에 나가면 같이 듭시다.”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잠이 들게 해주는 술은 부인이 만든 술뿐이라, 그 후에도 잠들긴 어려울 것 같군요.”
“허헛. 부인이 만든 술이라니. 부인께서 다재다능하신가 보오.”
“너무 다재다능해서 문제입니다.”
어찌나 다재다능한지, 과거로 오기 전에도 세계를 엎으려 했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고치려고 하는 여자.
또 그럴 능력이 있는 여자가 자신의 옆에 있었다.
든든한 사람이었고, 또 보고픈 사람이었다.
“이쯤이면 슬슬 뱀의 중앙에 도착했을 터인데. 모체는 아직 인가.”
“가장 깊숙한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 같군요.”
“걸음을 계속할수록 점점 강한 개체들이 나오고 있소. 방금 썰은 놈도 사막에 나가면 일대를 주름잡는 녀석이 되겠지.”
“그래 봤자 기생충입니다.”
“그대야 강하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겠지만 나는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소.”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닌지 테오의 팔은 옅게 떨리고 있었다.
그 어떤 전사라도 일주일 넘게 쉬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건 불가능했다.
심지어 테오도 일주일을 자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잠깐 주무시는 게 어떻습니까. 망은 제가 보겠습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오. 또 저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눈을 붙여도 도저히 잠이 안 오는구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둘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나오는 벌레가 있다면 베어 가면서 전진했다.
한 마리라도 남기면 다시금 모체가 될 가능성도 존재했기에, 오직 몰살만이 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레드는 떡진 은발을 물로 풀고 있던 그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로 2주째다.]그 말을 테오에게 전하니.
“허허허헛……. 참 많이도 지났군.”
테오는 수척해진 얼굴로 곡도에 몸을 지탱했다.
물과 식량을 최소한으로 먹고, 잠도 거의 자지 않은 상태로 싸우기만 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이제 정말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오. 슬슬 끝을 보고 싶던 참이었으니.”
[가까운 곳에서 기괴한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뱃속에서 마주친 그 어떤 기생충 무리보다 수많은 개체가 잠식 중이군.]“……더럽네.”
“뭐라고 하셨소?”
“아닙니다. 그저 이 앞에 있을 풍경이 예상돼서. 어서 가시죠.”
그렇게 한 시간을 더 걸었다.
레드의 힘으로 주변을 비추던 빛들은 그 밝기를 더욱더 높였다.
그러니 이제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겹도록 상대한 벌레 새끼들의 어미이자 군주를.
“더럽군.”
테오는 모체를 보자마자 데카마드와 똑같은 소리를 입에 담았다.
“예. 더럽네요.”
동의와 같이 한 번 더 나온 그 말은, 저 모체에게 몇 번이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마치 애벌레를 연상케 하는 뚱뚱한 몸.
다만 원래는 손가락만 해야 했을 애벌레가 집채만 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배를 바닥으로 깔고 누운 애벌레는 지금도 쉼 없이 반투명한 알을 바닥에 싸질렀다.
“……천장을 보십시오.”
“…….”
이곳에는 모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병정개미 중에서도 특급의 엘리트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었다.
천장을 박쥐 떼처럼 가득 메꾼 기생충들은 제 이빨과 발톱을 할 수 있는 만큼 벌렸다.
“모체는 아마 전투 능력이 없을 겁니다.”
“대신 저 외피막을 뚫으려면 상당한 공격력이 필요해 보이는군.”
“그건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럼 나는 자네가 모체를 처리하는 사이 저놈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끌어…….”
털썩-
테오의 한쪽 무릎이 꿇렸다.
“이, 이런…….”
후두둑-
코부터 바닥까지 길게 떨어지는 핏방울들.
그 피 냄새는 주변의 벌레들이 더욱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괜찮으십니까.”
“……미안하군. 고작 2주간 못 잤다고 쓰러지려 하는 육체라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한심?
사람은 2주 동안 못 자면 죽을 수도 있단 걸 모르는 걸까.
2주 동안 자지 않고 여태까지 정신을 멀쩡히 유지하는 게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테오가 잠들어 준다면, 일은 더욱 빨리 진행될지도 몰랐다.
앞으로 몰고 올 추위는 눈을 뜬 채 버티기엔 너무나 심각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잠들어 계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절대 그럴 순 없소. 내 욕심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정작 내가 쓰러질 순 없지.”
“제 욕심 때문에 온 거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제가 마법 하나를 펼칠 건데, 깨어 개시면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곧 아버지가 되는 남자를 죽이고 싶진 않군요.”
“…….”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은혜는 나중에 갚으면 되는 일 아닙니까.”
“이렇게 커다란 은혜를…… 내가 어찌 갚을 수 있겠소.”
괜찮다.
갚을 시간이야 앞으로도 600년이나 더 있으니.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잠드시길.”
톡-
완드가 테오의 이마를 건드렸다.
동시에 털썩하고 완전히 주저앉는 거체.
쥐 죽은 듯이 잠들었으니, 추위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좋아. 이제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겠어.”
[보조하겠다.]완드가 손에 단단히 잡힌다.
그러면서 발은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갔다.
모체에게 나아가는 발걸음이었다.
“이 벌레 새끼야.”
모체의 눈이 이쪽으로 떼구르르 돌아간다.
설마 지금 나에게 말하는 건가?
-하고 묻는 눈빛이다.
못 믿겠으면 몇 번이고 말해주지.
“그래, 거기 있는 너 말하는 거야. 뚱땡이.”
스아아아아아아아-
어깨부터 시작하여 팔과 발끝을 비롯한 전신에서 새하얀 기운이 흘러나왔다.
너무 파래서 되려 하얘 보이는 기운이었다.
“왜 이렇게 깊숙한 데 있냐? 그냥 좀 앞에 있으면 안 돼? 찾느라 진짜 존나게 걸었네.”
놈의 선조와 같이 있어서 그런 걸까.
입이 녀석처럼 거칠어지려 그랬다.
뭐, 이런 욕지거리에 상처받진 말도록.
아마 녀석이 여기 있었으면 수십 배에 상응하는 쌍욕을 처먹었을 테니까.
슈화아아아악-!!
천장과 벽면에 붙어 있던 벌레들이 단숨에 발을 굴렀다.
마치 비가 오듯.
하늘에서 장마가 내리듯 시야가 새까맣게 뒤덮일 만큼의 벌레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딱-!
마법사의 손가락이 튕겨졌다.
***
2주하고도 4일이 지났다.
열풍의 뱀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그 주변에선 사람들이 이동식 텐트들을 펼쳐두고 야영 중이었다.
델과 렉시는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용병들이 만들어준 음식을 퍼먹었다.
하지만 그 먹성이 평소처럼 전투적이진 못했다.
“곧 있으면 한 달째야……. 아빠는 언제쯤 나오시는 걸까.”
“델. 걱정하지 마. 나를 이긴 괴물이 고작 뱀 새끼 뱃속에서 죽을 리가 없잖아. 네 말대로라면 숲을 지배하는 세계수 기둥도 아빠가 잘라버렸다며?”
“그래도 걱정돼.”
“그건 나도야. 그래서 밥도 잘 안 들어가잖아.”
그렇다고 하기엔 벌써 접시만 네 개째다.
하지만 평소 식사량을 생각해보면 팍 줄어버린 위장이었다.
“다, 다, 단장님이다!! 단장님이 돌아오셨다!!”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
렉시와 델은 먹던 것도 던져버리고 그 목소리의 방향으로 우다다 뛰어갔다.
그러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뱀의 입이었다.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자신의 아빠였다.
테오는 데카마드의 팔을 잡고 그를 부축하며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얼마 만에 보는 햇빛인가. 참으로 아름답군. 그렇지 않소?”
“정말 그렇습니다.”
“그보다 정말로 혼자서 모체를 잡아버렸구려. 내 도움은 처음부터 필요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소.”
“단장님이 이전에 활약해주셔서 제힘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혼자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뱀의 뱃속을 누비는 것도 힘든 일이고요.”
뱀의 입에서 나와 모랫바닥을 밟으니, 태양 아래에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빠!”
“야, 아빠! 왜 이제 와!”
벌레의 점액들로 끈적해진 로브에 두 딸이 달라붙었다.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다행히도.”
“왜 이렇게 늦게 왔냐! 콱 죽어버린 줄 알았네!”
“일이 좀 많았어. 적들도 많았고.”
[데카마드. 뱀이 말을 걸어온다.]뱀은 오랫동안 벌렸던 입을 닫았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레드로 인해 머릿속으로 전해져왔다.
[인간들이여. 정말로 내 요구를 들어주었군.] [약속했던 걸 내놓아라.] [그건 걱정하지 말아라. 신수는 약속을 지킨다. 하지만 거기 은발의 인간에게 하나 묻고 싶군.] [무엇이냐.] [나오기 전에 내 혀에 낸 상처. 그건 뭘 위한 거지?]뱀의 물음에 답해야 할 은발은 속으로나마 대답했다.
‘미래의 내가 알아봐야 하니까.’
아누비샨과 연결점이 있다는 걸 ‘엘런’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뱀에게 해야 할 대답은 완전히 달라야 했다.
[실수라고 전하란다.] [……실수?]뱀은 이 변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내 독을 가져가라.]세상에서 모든 걸 녹이는 독.
열풍의 뱀이 가진 독은 모든 걸 녹이려고 들기에 그 어떤 것에도 담을 수 없다.
―분명 그렇다고 전해진다.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러니 담을 필요 없었다.
“얼려서 가져가면 그만이니까.”
쩌저저저저적-
뱀의 송곳니에 맺혀 있던 자색 물방울이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곧이어 주먹만 한 얼음이 된 그것은 데카마드의 손 위로 안착했다.
“그런 흉악한 물건이 왜 필요한 것이오?”
“집에 가려면 필요합니다.”
“집에 가는데 뱀의 독이……?”
테오는 얼굴 곳곳에 의문이 퍼졌지만 더 이상 깊게 묻지 않았다.
“그보다 데카마드 마법사도 어서 딸들과 쉬시오. 몇 주 동안 고생을 엄청 하였으니.”
“그럼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푹 쉬시오. 나는 오늘부터 꿈을 이루도록 하겠소.”
테오는 눈에 다크서클이 깊었지만 기뻐 보였다.
당장 목표가 손안에 있으니 정말로 그럴 것이다.
이로써 하나의 과거가 더 완성되었다.
***
한 달이 지났다.
테오가 이끄는 아누비샨 용병단은 금세 열풍의 뱀 머리 위에다 진지의 기초를 지어냈다.
미래에는 이것보다 훨씬 번영되어 있지만, 처음치고 좋은 출발이었다.
데카마드는 테오와 열풍의 뱀 머리 위에서 작별을 나누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슬슬 고국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군요.”
“가는 길이 멀지 않겠소.”
“마법사입니다. 마법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케 해주죠.”
“그래. 그렇지. 그런 마법으로 내 목숨을 구했으니.”
테오는 낮게 웃으며 뱀의 머리 위에서 보는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뱀은 바닥에 몸을 붙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위는 무척이나 높았다.
꿈을 이룬 자가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대 덕분에 여기 설 수 있게 되었소.”
“저도 원하는 걸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대의 도움이 컸지. 혹여나 그대에게 내가 도울 일은 없겠소?”
“아인티제 왕국은 전쟁 중입니다. 혹여나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겠죠.”
“그럼 그때 우리 용병단은 반드시 아인티제를 도우러 가겠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믿겠습니다.”
후우욱-!!
대답과 동시에 마법사는 사라졌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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