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3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6화(333/354)
#336화. 견제
두 달 만에 돌아오는 아인티제 제국.
그동안은 멜리마와의 연락이 아예 없었다.
전쟁을 조종하는 두 기둥 중 한 개가 사라지자, 전쟁이 지지부진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쟁에서, 나머지 소국들은 재빨리 연합군을 결성했다.
그 연합의 수장은 당연히 아인티제다.
왕은 아직까진 불안정한 연합을 단단히 다지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궁에 돌아온 궁정 마법사장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게 얼마 만인가, 데카마드 궁정 마법사장. 사막에서 실종되어버린 줄 알았네.”
“죄송합니다. 일이 겹치고 겹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괜찮네, 괜찮아. 어차피 마이킨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아. 저들의 맹공도 힘이 다 빠진 것일 테지.”
그건 아니었다.
다만 멜리마가 입술을 살짝 내민 채 남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뿐.
“폐하. 사막에서 제가 뭘 하고 왔는지는 보고서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나도 그게 편해. 요즘은 정말 잠을 자는 시간이 적어서 말이야.”
“그렇다면 포션 하나를 만들어서 올려드릴까요.”
“포션……? 마법사장에겐 그런 재주도 있나?”
없다고 하면 섭했다.
이 양손은 완드만 잡을 줄 아는 게 아니라, 돌로레스가 인정한 명인의 감각이 있었다.
호수처럼 고요한 교수가 그야말로 군침을 흘릴 정도의 포션 인재.
“물론입니다. 하인을 시켜 올려보내 드리도록 하지요. 피로 회복과 잠을 깨는데 특효인 포션입니다.”
“고맙네. 정말 어디서 자네 같은 인재가 떨어졌는지. 그야말로 나라의 복이야.”
“그럼 가보겠습니다.”
“가서 쉬게나.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도록 하지.”
“예. 전하.”
왕의 방에서 나오고, 이젠 개인의 방으로 갈 차례였다.
그 개인의 방에서도 서재에 도착하니.
완드가 책상 위에 올려지고 빛을 발했다.
딸깍-
두 달 만에 텔레파시가 연결되었다.
“부인. 들리십니까?”
[안 들리는데요.]들리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건 안 들린다는 대답이었다.
“화나셨습니까?”
[화 안 났는데요.]“……죄송합니다.”
어딘가 익숙한 콤보.
다만 그 콤보는 생각지도 못하게 깨져버렸다.
“저 때문에 전쟁이 늦춰지지 않았습니까.”
[……그거 하나뿐이에요?]“지금 떠오르는 건 그것밖에 없습니다.”
멜리마는 어이가 다 털리는지 헛웃음만 지었다.
[여보. 저희 지금 두 달 만에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있단 걸 아시나요?]“예.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전쟁 얘기가 먼저 나오는 거예요? 정말 순수하게 여쭤보고 싶어지네요.]“전쟁에서 시간만큼 중요한 건 없지 않습니까. 부인의 계획에서도 첫째로 따져야 할 건 시간이었을 텐데요.”
[아니, 그건 그런데 지금 우리가 두 달 만에……. 하아……. 아니에요. 여보의 말이 옳아요. 저희 일 얘기 할까요?]“좋습니다.”
두 달 동안 한계까지 늘어진 리듬.
이제 또 팽팽하게 당길 때가 왔다.
“그간 다른 소국들과 아인티제 왕국이 연합을 맺었더군요.”
[네. 맞아요. 하지만 쥐새끼들이 모여봤자 쥐새끼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약 쉰 개의 소국이 아인티제를 중심으로 뭉쳤어요.]“규모가 크군요.”
[이제부턴 마이킨과 아인티제 연합의 싸움이라고 봐야죠. 이 정도는 되어야 저희가 진다 해도 의심할 사람이 없을걸요? 그 어떤 역사학자도 질만 했다고 할 정도니까요.]“하지만 부인이 이기려면 이길 수 있단 것도 압니다.”
그 말에 멜리마는 생각 외로 회의적인 대답을 내놨다.
[글쎄요. 이젠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두 달이 지나도 은빛 얼음의 위상은 잊혀지지가 않아서 말이죠. 이제 마이킨에선 당신이 거의 악마 취급을 받고 있어요. 멋있지 않나요?]악마 취급이 멋있다?
지금까지도 마녀 취급을 받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다.
[어쨌든 여보가 없는 연합은 속 빈 강정이니까 부수는 것도 쉽겠죠. 소국들은 아인티제 안에 있는 은빛 얼음의 무력을 보고 뭉친 거니까요.]“다음 공격지는 어딥니까?”
[일주일 후에 피앙 소국을 칠 생각이에요. 여보는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막에 다녀오셨으니, 그걸 핑계로 방에 틀어박혀 계세요. 피앙은 마이킨이 점령할 거니까요.]……어딘가 이상하다.
두 달 만에 돌아왔으니 구태여 점령전보단 은빛 얼음이 날뛸 수 있는 판이 만들어져야 옳았다.
하지만 멜리마는 어떤 설명도 없이 피앙 왕국을 치겠다고 말했다.
평소의 그녀다운 전쟁이 아니었다.
“절 신경 써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를 강제로 쉬게 만들려고 피앙을 치려는 거 아닙니까?”
[제가 그렇게 인정 많은 여자로 보였나요?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여보도 곡해가 심하시네요.]“그게 아니라면 세인트 대평원으로 나오시죠. 곧장 전투를 치르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여보. 세인트 대평원에서 하기로 한 최종 결전은 아직 이르잖아요. 연합도 아직 제대로 결속되지 않았고, 아직 마이킨도 충분한 힘을 끌어모으지 못했는…….]멜리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끊어버리고, 이내 기다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한숨에서 벌써 와인 향이 섞여 나오는 것 같다.
[그래요. 대체 사막에서 두 달 동안 무슨 난리를 피웠다가 온 지는 모르겠지만, 여보를 쉬게 해주고 싶었어요. 저의 프리우드가 없었으니 그동안 잠도 자지 못했을 거 아니에요.]“잠은 괜찮습니다.”
[여보. 지금까지 얼마나 못 주무셨어요?]끼리릭-
아까부터 앉아 있던 서재의 의자가 반쯤 돌아갔다.
레드의 염력으로 반 치쯤 돌아간 의자였다.
그렇게 돌아간 의자 앞에는 거울이 있었다.
거울에 비춰 보이는 용모.
은발은 그 반짝거림을 조금씩 잃었고, 눈은 피곤한지 반쯤 감겨 있었다.
게다가 핏기 없이 창백해진 피부는 방금 물에서 건져 올린 사람과 같았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멜리마는 대신 제 손에 든 걸 보내었다.
스아아아아-
레드의 힘으로 공간 이동시킨 와인병 두 개가 책상 위로 올라왔다.
[프리우드예요. 그거 마시고 하루는 충분히 자세요. 전쟁터에서 은발 한 올이라도 보이는 순간 저, 진짜 화낼 거니까요.]진짜라는 말은 저 입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아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잘 알겠습니다.”
[푹 쉬세요. 안 그러면 칼이라도 푹 넣어서 영원히 쉬게 만들 테니까.]“술은 잘 마시겠습니다.”
[이번에는 더 맛있을 거예요. 두 달 동안 낭군에게 버려진 여자가 제 분노를 술에 여실히 담아냈으니까.]왠지…… 아주 단단하게 화난 것 같다.
텔레파시는 끊겼고, 곧이어 레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는 엘가가 아니었으면 여자 한 명 만나기 힘들었겠군.]“왜?”
[그걸 모른다는 게 이유다.]“그런가.”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얼떨결에 결혼도 했고 여자도 생겼으니까.
게다가 오늘은 편안한 잠도 잘 수 있겠다.
뽕-
프리우드의 코르크가 떨어졌다.
***
시간이 되었다.
멜리마는 예고했던 대로 피앙 왕국을 공격하였다.
허나 피앙 왕국은 연합에 소속.
연합은 피앙 왕국에게 은빛 얼음을 보내려 했으나, 그는 회복을 빌미로 거절했다.
뛰어난 개인이 안 된다면 다음에는 뛰어난 단체를 보내야 한다.
이제는 일개 부대가 아니라 연합군이 된 병사들은 전투에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연합군은 느꼈다.
“마이킨……. 도저히 얕잡아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로군.”
“기사도, 병사의 수준도, 물자도. 모두 마이킨이 웃도는 것 같소.”
“은빛 얼음이 혼자서도 쉽게 상대해서 오합지졸일 줄 알았는데, 그건 반대로 우리였다는 건가.”
연합군은 피앙 왕국에 주둔하며 몇 번이고 마이킨과 싸웠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패배뿐이었다.
“이렇게 많이 지는 것도 어렵겠군. 왜 마이킨은 우리 병사들을 완전히 끝내버리지 않고 어느 정도는 살려 보내는 거지?”
“마치 또 덤벼보라는 것 같아.”
수뇌부는 마치 이것이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느껴졌다.
그게 아니라면 강자의 오만으로 다가왔다.
허나 이것은 단순한 화풀이에 불과했다.
남편에게 쌓인 화를 적군에게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한 방에 끝내선 안 됐다.
장남감 삼아 아주 잘근잘근 부숴줘야 했다.
멜리마가 그렇게 마음먹은 이상, 전쟁의 양상은 그녀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연합군은 쓰디쓴 패배를 맛보았고, 피앙 왕국은 활활 타올라 사라졌다.
그러니 연합군도 이쯤에 와선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이킨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건 은빛 얼음뿐이다. 우린 수비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로군.”
“젠장……. 마이킨이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야.”
“그 마녀가 재상 자리에 오른 뒤부터겠지. 그년을 잡아 죽여야 하는데.”
연합군의 가장 커다란 적은 단연 마이킨의 재상이었다.
마이킨의 왕은 그녀를 어머니인 양 신뢰했고, 군권을 비롯한 모든 걸 일임했다.
대회의장 속 원탁에 앉아 있던 자 중 하나가 의견을 냈다.
“차라리 은빛 얼음에게 재상을 암살하라고 하면 어떠하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마이킨까지 은빛 얼음이 어떻게 들키지 않고 갈 것이며, 설령 암살에 성공한다 해도 어떻게 빠져나온단 말이오.”
“은빛 얼음은 그동안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수없이 성공시키지 않았소.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여 내본 의견이외다.”
“내 눈에는 그저 은빛 얼음에게 질투를 느낀 걸로 보이오만.”
심장을 찌르는 듯한 매서운 어조.
그 칼 같은 혀에 찔린 상대는 고통을 가리려고 되려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 무슨 모함이오! 지금 그 소린, 내가 연합의 영웅을 질투 때문에 사지로 몰아넣는다, 그 소리요?!”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단 것뿐이오. 여기 모인 사람 중, 은빛 얼음의 전공 보상으로 내어줄 게 아까우신 분들이 확실하게 있을 테니.”
원탁에 앉아 있는 몇몇 왕국의 대리인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하지만 화를 내진 못했다.
여기서 언성을 높이면 높일수록,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오고가 다름을 증명할 뿐이니까.
수염이 지긋한 노인이 말했다.
“은빛 얼음은 우리 연합의 영웅이자 보물이오. 그가 마법사라는 특이점에 혹여나 마탑과도 인연이 있나 보았더니, 마탑주가 은빛 얼음을 긍정적으로 보더군.”
“……그 마탑주가?”
“마탑의 마법사가 아닌 마법사는 전부 고깝게 보던 자인데 어찌…….”
“하여튼 은빛 얼음은 이제 여기 대륙에서 발을 안 뻗친 데가 없게 되었소. 그의 뒤통수를 치겠단 생각은, 힘없는 마이킨이 되겠단 소리와 같아졌지.”
힘없는 마이킨이 되겠다.
참형과 극형을 골고루 섞어서 당하겠단 말과 동의어였다.
이젠 1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륙 전쟁.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은발의 마법사는 대륙의 정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니, 되어 있었다.
“하늘이 내린 영웅(英雄)인가. 아니면 난세의 간웅(奸雄)인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욕망마저 그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아인티제의 왕은 은빛 얼음을 견제하지 않으시는 건가.”
“아까부터 왜 계속 포인트가 은빛 얼음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겠군. 지금 우린 마이킨 왕국을 타도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오?”
“제2의 마이킨을 염려하는 것뿐이오.”
“하! 모두 부끄러운 줄 아시오.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은빛 얼음에게 목숨과 왕국, 국민들을 구원받았을 터. 헌데 뭐? 제2의 마이킨?”
대회의장은 삽시간에 어수선해졌다.
마이킨이란 이름보다 은빛 얼음이 튀어나왔을 때 원탁은 더욱 격해졌다.
너무 뛰어난 개인.
너무나 뛰어난 개인은 항상 오해받는다.
하지만 그 뛰어난 개인을 또 한 번 뛰어넘은 천재는 그 위에 서 있었다.
곧…….
연합과 마이킨이 세인트 대평원에서 맞닿을 차례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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