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3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37화(334/354)
#337화. 제정신
마이킨은 홀로 수십 개의 소국, 하나의 대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다.
그런데도 인구가 집중적으로 몰린 중심부를 제외하면 그 피해가 적었다.
이 전쟁을 위해 외곽은 오로지 군사지역으로 만들고, 민가는 안으로 끌어모은 게 이유였다.
그러니 마이킨의 국민들은 신문이 아니라면 전쟁을 접할 수 없었다.
그 신문들은 매번 마이킨의 연전연승을 보고 했고, 연전연승만을 보고하도록 조작되었다.
마이킨의 재상이 민심을 끌어올리는 방법이었다.
“재상이시여.”
직사각형 모양의 기다란 탁자.
상석에 앉은 여자가 깍지를 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언제봐도 간악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듯한 여자였다.
“보고하세요.”
“은빛 얼음과의 전투를 제외하면 저희의 승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상께서 일러준 방법대로 전략을 짜니 놈들이 맥을 못 추더군요. 하지만 은빛 얼음은 그런 전략도 깨부수는 존재인지라……. 죄송합니다.”
“지휘관씩이나 되는 자가. 수십 만의 군사를 손에 쥐고 있는 자가. 마법사 하나 못 잡아 죽인다니.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할 거예요.”
“……정말로 할 말이 없습니다.”
지휘관은 곧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허리를 숙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군사를 데려가도 은빛 얼음은 송판 마냥 반으로 갈라버렸으니까.
그 한 명만 없었다면 이번 전쟁은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재상은 할 말이 더 있는지 지휘관을 물리지 않고 반대편 자리를 가리켰다.
“거기 앉아보시죠.”
지휘관이 불안함 속에 앉으니.
“최근 은빛 얼음이 점점 마이킨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요충지를 지켜내지 못하고 왕국 몇 개가 탈환 당한 탓입니다.”
“잘 아시네요.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어떻게 저희가 경비에 힘을 풀어둔 곳만 귀신같이 찾아내서 공격할 수 있는 걸까요.”
“내, 내통자가 있는 거군요……!”
지휘관은 제 유능함을 증명하려는 듯 말까지 더듬어가며 재빨리 대답했다.
“맞아요. 이건 내통자가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작전을 짜고 퍼뜨리는 건 저와 지휘관, 또 그 부하들의 일. 지휘관께선 자신의 부하 그 누구라도 면밀히 의심하셔야 할 겁니다.”
내통자, 아니 멜리마는 의심의 불똥 하나를 튕겼다.
그 불똥은 마치 기름에 튄 것처럼, 마른 잎에 튄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대체 은빛 얼음에게 죽은 병사만 몇이던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이 빌어먹을 쥐새끼를 잡고야 말 것이다.
“제가 꼭 내통자를 재상에게 잡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시길 바래요. 만약 내통자를 잡지도 못하고, 정보가 계속 샌다는 느낌이라면. 그때는 지휘관이 범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까.”
“……물론입니다.”
“가보세요.”
지휘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어딘가 음침하기까지 한 방에서 나갔다.
재상과의 면담실.
왕궁에 사는 그 모두가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곳이다.
여기 왔다는 건 마녀와의 대화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오늘 그 공포를 체험하는 건 저 지휘관이 ‘마지막’이었다.
멜리마는 이제 익숙하게 제 목에 있는 은빛 아뮬렛을 손으로 꽈악 쥐었다.
그리고 몇 초 후.
[예, 부인.]머릿속에서 듣기만 해도 몸이 저려오는 육성이 들려왔다.
“계획대로 지휘 계체에 불화의 씨앗을 심어놨어요. 이제 지휘관과 부관들은, 자신들 사이에 내통자가 있다는 것에 사로잡혀 머리를 쓰지 못할 거예요.”
[써봤자 부인만 하겠습니까.]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이 남자. 이젠 달콤하기까지 하다.
“이젠 아부도 할 줄 아시네요. 관직 내려주고 싶게.”
[이래서 간신들이 생겨나는 거군요.]“그럴지도요. 어찌 됐든 멍청이들과 대화를 너무 많이 했더니, 제 머리도 수준 낮아진 느낌이에요. 전술 짜는 거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니까요. 어떻게 저런 머리로 지휘관이 됐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여보 같은 천재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죠.”
[좋습니다. 저도 마침 마차를 타고 왕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라 시간이 많네요.]두 천재는 오리하르콘의 신비한 힘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나눴다.
그럴 때마다 피로는 점점 가셔나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푸욱 담근 것처럼 사라져나갔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역시 전쟁이었다.
뺏고 뺏기는 전쟁.
최전선은 어제 내 땅이었던 자리가 오늘 상대 땅이 되어 있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 중이었다.
그 현상을 끝내는 건 은빛 얼음이었고, 그는 점점 승리의 상징이 되어 나갔다.
마이킨의 재상이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몰아준 덕분이었다.
“슬슬 여보를 질투하는 세력이 생겨날 거예요. 남이 주는 거 함부로 받아먹지 말고, 남이 가자는데 함부로 따라가지 마세요. 알겠지요?”
[……그 어린애 대하는 말투는 뭡니까.]“저보다 어리잖아요, 여보.”
[저는 제 나이를 말해준 적 없는데.]“얼굴만 보면 딱 나오죠. 저는 이제 앳되다는 느낌은 안 보이거든요. 여보는 이제 막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여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딱 정곡을 찔렀나 보다.
과거에서 스무 살이 되어버린 청년은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사제들의 동태는 어떻습니까.]“미적지근해요. 조금 더 센 걸 보여줘야 할까 봐요. 어차피 서로의 전선도 슬슬 세인트 대평원에서 맞닿으니까, 한 번 시원하게 터뜨려볼까요?”
[저희 쪽 지휘부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인트 대평원은 계륵 같은 땅이지만 먹어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으니까요.]멜리마는 재밌겠다는 듯 새빨간 입술을 선홍빛 혀로 핥았다.
“안 그래도 요즘 기사단이 놀고 있는데, 잘 써먹을 수 있겠네요.”
여분은 생겨선 아니 됐다.
전부 쏟아부어서 극한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데 노는 전력은 생겨선 안 됐다.
……머릿속에 앞으로 벌어질 일이 화폭처럼 그려진다.
그 끝에 보이는 건, 정확히는 끝과 가까운 곳에 보이는 건 어떠한 만남이었다.
“여보하고 다시 얼굴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정말 그렇습니다.]“항상 신문으로만 얼굴을 보니까 이젠 남의 남편 같은 거 있죠?”
[저는 신문으로도 보지 못했는데, 조금 억울하군요.]“다행히 여보가 기억하시는 것보다 더욱 예뻐졌으니 걱정 마세요.”
[갑자기 기대 되네요.]똑똑-
누군가 면담실의 문을 두드린다.
인상이 팍하고 찌푸려졌다.
“누구냐.”
말도 곱게 나가지 않았다.
“와, 왕께서 부르십니다. 오늘 만찬에 오셨으면 한다고.”
하녀의 목소리였다.
뭔가 했더니 고작 왕과의 만찬이냐.
“다음 공격 준비로 바쁘다고 전해. 그리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만찬은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도 말씀드려라.”
“네, 네. 알겠습니다.”
하녀가 물러갔다.
“네, 여보. 갑자기 벌레 같은 게 끼어들어서 말이 다른 데로 샜네요.”
[……그래도 왕이 불렀는데 가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허수아비 겸 꼭두각시한테 무슨 왕이에요. 지금 저에게 오라가라 하는 것도 무척 기분 나쁜걸요. 심지어 제 부군과 하는 대화에 끼어들다니……. 왕, 이번 기회에 갈아치울까요?”
그냥 앉은 자리에서 심심하게 결정되는 정권 교체.
마이킨의 재상이 마이킨 안에서 가진 권력이었다.
[누구로 말입니까?]“흐음……. 후보로 세워둔 자들이 몇 있긴 한데, 전부 병신들이라 바꾸든 안 바꾸든 똑같을 것 같고. 그냥 여보를 왕으로 세울까요?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왕보단 낭인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그럼요. 알다마다요. 그래서 계획도 다 세워두었는걸요. 수수께끼를 풀고 낭인의 부인으로 살아갈 계획을.”
세상에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우연이라는 건 존재치 않고, 모든 건 결국 누군가에 의해 계획되었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
세인트 대평원.
설령 망원경으로도 그 끝과 끝을 전부 담지 못할 만큼 드넓은 곳이었다.
그 양쪽에 서로 다른 깃발을 가진 군사들이 꽉 차게 모여들었다.
싸움이 길어질 걸 서로가 예상한 걸까.
순식간에 막사가 지어지고 경계 태세가 설정되었다.
평화롭기만 하던 대평원에서 살의가 피어오른다.
풀만 가열차게 뜯어 먹던 토끼와, 그 토끼를 야무지게 뜯어먹던 여우는 평원에서 사라졌다.
이곳에 존재하는 건 이제 강철, 화약, 인간, 욕심, 두려움뿐이었다.
그 중심에 선 연합군의 리더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떠는 병사들 앞에 섰다.
“우리는 내일!! 저 앞에 있는 부정한 악마들을 쓸어버리고 이 대륙에 평화를 가져온다!! 저들은 연이은 패배로 그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보급로를 끊어낸 은빛 얼음 덕에 굶주려 있다!!”
커다란 목청이 군영에 해일처럼 퍼져 나갔다.
“비록 이곳에 은빛 얼음은 없더라도 두려워 말라!! 우린 그동안 은빛 얼음 없이도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다만 은빛 얼음이 참가한 승리가 대승리였을 뿐.
그가 없는 승리는 피로 얼룩덜룩한, 깨끗하지 못한 승리였다.
그래도 승리는 승리.
연합군의 리더는 자신이 그 승리를 이끌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바짝 올라 있었다.
그 승리를 정말로 누가 가져다준 지는 모른 채.
“저 악마들을 죽이고 나면, 우리는 이제 그 너머에 있는 악마 새끼들의 수장을 쳐 죽일 것이다!! 마이킨의 재상 멜리마! 이름만 들어도 죽은 전우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우리는 그 마녀의 목을 베어 피로 전우들을 위로할지니!!”
이 전쟁의 최종 목적.
마이킨의 재상, 그 사특한 마녀를 화형 시킨다.
마녀는 본래 화형이 어울린다.
마녀는 끝에 화형을 당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은 다시 평화를 찾게 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모두들 오늘은 마음껏 먹고 쉬어라!! 내일의 승리를 위해서!!”
승리를 위해서-!!
헤아리기가 두려운 수의 군사들이 합성을 내질렀다.
듣기만 해도 사기가 오르는 소리였다.
마이킨의 군영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병사들을 흥분시킨다.
하나의 공통된 적을 만들어 다양한 개인을 규합한다.
사람은 귀만 있다면 선동 당할 수 있었다.
적이 정말로 악마 같은 사람이건, 진짜 악마건, 조금도 상관없었다.
사람들이 철썩같이 믿기만 한다면 그자는 악마인 것이다.
악마를 죽이는 건 당연한 일.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니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악마를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악마에게 창칼을 겨누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세인트 대평원에서 두 악마 군단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달이 졌다 떠오르고 나니 눈은 이미 흐려져 있었다.
같은 색의 피부, 같은 개수의 이목구비들인데.
지금은 아무리 눈을 비벼도 저들이 뿔 달린 악마처럼 보였다.
“대륙의 암 덩어리 같은 놈들이 저기 있다!! 우리의 적이 저기 있다!! 병사들이여!! 복수를 위해! 승리를 위해! 평화를 위해 전진하라!!”
와아아아아아아-!!
아인티제 왕국이 전진을 시작했다.
“모두 죽여라!! 지금 우리가 패배한다면 우리의 가족들이 저 악마들과 만나게 된다!! 싸워라아!!”
마이킨 왕국도 그 전진에 응수했다.
같은 인종, 같은 목적, 같은 마음.
다른 건 국가밖에 없는 자들은 평원에서 서로에게 날붙이를 들이댔다.
화살을 무더기로 날리고 마법들이 하늘을 불사 질렀다.
강철의 파열음이 사방에서 밀려온다.
다만 전후좌우 할 것 없이 터지는 비명 탓에 다른 건 잡음으로 전락되었다.
“물러서지 마라!! 후퇴란 없다!!”
“등을 보이는 녀석들은 내가 죽여버리겠다!!”
오직 전진만이 허락된 곳.
인간에게 어디로든 떠날 자유를 보장해주었던 다리는 그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팔도 땅에 떨어졌다.
칼에 잘려 땅에 떨어졌다.
머리는 부서지거나 잘려서 바닥을 굴러다녔다.
당장 초 단위로 사람의 살점이 날아다니는데도, 그 참극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았다.
제발, 제발, 제발 지금이 꿈이었으면.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끔찍한 악몽에 불과했으면.
하지만 아무리 빌고 빌어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뒤에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소리칠 뿐.
저들은 정작 제자리에 발을 딱 붙인 채 목만 터져라 놀려댔다.
콰아아아아앙-!!
포격으로 가까운 땅이 움푹 패인다.
사람이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 얼굴과 몸 곳곳에 치덕치덕 발라졌다.
“흐으윽……. 흐윽……. 흐윽…….”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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