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3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41화(338/354)
#341화. 귀환할 시간(2)
몸 안으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것들은 모두 작동을 멈췄다.
동력이 끊긴 기계처럼, 제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붉은 달은 아래를 지그시 관조하며 자신이 얼릴 수 있는 모든 걸 얼려버렸다.
그게 사람 모습을 한 사제건, 짐승 모습을 한 마수건 조금도 상관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선 날 기억할 수 있는 놈들이 없었겠어. 그저 자연재해가 왔다간 것 같잖아.”
[살아있는 놈들이 있어야 기억도 할 수 있는 것이니,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기운은?”
[거의 다 됐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심심하네.”
적월을 배경으로 하고 허공에서 발을 턱턱 구른다.
그러니 일련 망상과 다름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냥 여기서 마경의 왕을 죽여버리면 안 될까.”
[데카마드는 그러지 않았다.]“그러게. 왜 그러지 않았을까. 그냥 귀찮았나.”
[그랬을 수도 있고, 내 예상으로는…… 아마 오만이지 않았을까 싶군. 그리고 우선순위도 달랐던 거야. 지금의 너처럼.]우선순위.
그 한마디에 마음이 가면 바꾸듯 확확 달라졌다.
“그래. 집에 돌아가는 게 우선이지. 이딴 거지 같은 동네야 미래로 돌아가고 나서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어. 지금은 일단 가족을 보는 게 우선이겠지.”
[기운을 다 채웠다.]“돌아가자.”
슈우우욱-!!
은발은 사라졌다.
적월도 사라졌다.
그저 허공에 무수한 시체만을 남긴 채, 자연재해는 모습을 감췄다.
***
크레센티아 대저택.
그 안에서도 가주의 개인 집무실.
사람 두 명은 누워도 넉넉할 만한 크기의 책상 위에 여태껏 모은 물건들이 전부 올라왔다.
“세계수의 씨앗 두 개. 얼린 열풍의 뱀독. 인외의 기운이 담긴 오리하르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론상으로는 그렇다.]“좋아. 이제 갈 수 있겠어.”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
“여보. 안에 계세요?”
“네. 안에 있습니다.”
“잠깐 들어갈게요.”
엘가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가시게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의 신분 처리도 완벽하게 준비해두었고, 아카데미 부지 개발도 성황에다, 크레센티아도 번창할 준비를 모두 마쳤으니까요.”
“제 마음의 준비는, 아직 안 끝나는데.”
그녀는 쓰게 웃었다.
본래도 잘 웃던 얼굴은 아닌지라 그 미소는 더욱 부조화스러웠다.
“…….”
그 미소를 앞에 둔 입에선 어떠한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만 살짝 숙일 뿐이었다.
둘 사이에서 오랜만에 침묵이 찾아왔다.
첫 만남 이후로는 오랜만에 보는 녀석이었다.
……첫 만남?
엘가는 저도 모르게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뭔가 웃기네요. 처음 이후로는 서로를 죽일 듯이 곤란하게 하려고 했던 저희가, 이젠 서로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모자라 그리워까지 해야 한다니.”
“저의 계획이 있지 않습니까.”
“그 계획. 저한테는 굉장히 부당하다는 거 알고 계시죠? 시간의 차이가 대단하다고요. 여보는 찰나일지 몰라도.”
“죄송합니다.”
“됐어요. 어쨌든 그런 계획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니까. 하지만 정말 나쁜 남편이라는 것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네요. 이런 남자를 세상 사람들은 역사에 다시 없을 영웅이라 칭송하다니.”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먹는 것도 디저트류만 먹고, 제가 만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도 못 자는 데다가, 딸들을 600년 동안 아버지만 그리워하게 만들 악마를, 여자를 하루아침에 과부로 만들어버린 최악을…….”
심장이 비수로 껍질을 살살 긁어내듯 저며온다.
상대를 아프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내뱉은 말들은, 왜인지 닿지 못하고 전부 자신에게 돌아왔다.
제 심장에 꽂혀 들었다.
그게 아파서, 그게 너무 아파서 눈앞은 또 흐려져 버렸다.
“울지 마십시오.”
“닦아, 주세요.”
양 엄지가 엘가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눈물은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수정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기 전에, 저와 체스 한 번 두시겠어요?”
“좋습니다.”
“다만 내기 체스예요.”
“어떤 내기입니까?”
“1년.”
엘가의 검지가 곧게 펴졌다.
칼자루 없는 비수처럼 길고 예리한 손가락이었다.
“제가 이기면 미래로 돌아가는 걸 1년 미뤄주세요. 만약 제가 진다면, 당장 저 문을 박차고 나가셔도 돼요. 지금처럼 추하고 꼴사납게 붙잡지 않을게요.”
“……알겠습니다.”
양 선수가 테이블 하나를 놓고 마주 앉았다.
그 위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얼음이 아름답게 조각된 체스판이 조형되었다.
이 역시 색깔이라곤 없는, 흑백이 서로의 자리를 기억해야 하는 암기 체스였다.
“시작해요.”
“시작하시죠.”
대국이 시작되었다.
***
“하아……. 하아…….”
가만히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거칠어진다.
머리 위로 뜨거운 김이 폴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만큼 이 남자와 하게 된 체스판 위에서의 수 싸움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러나 살짝 곁눈질로 바라본 제 낭군은 표정이 편안했다.
우묵히 입술을 닫은 채 가만히 기물만을 움직였다.
“흐윽…….”
그저 자신만 머리가 깨져라 고민하고 또 고민 중인 것이다.
“부인의 차례입니다.”
“……알고 있어요.”
이놈의 남편은 가끔 이마를 콩하고 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남편만 아니었다면 콩이 아니라 공성추로 머리를 짓이겼을 터.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연인이었다.
그런 연인을 떠나보내기 싫어, 그런 낭군을 그리워하기 싫어, 이 한 수에 모든 걸 걸었다.
턱-
장수 끝에 엘가의 손이 움직였다.
동시에 환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올가미가 완성되었어요.”
“……그렇군요. 제가 빠져나갈 수 없는 형국입니다.”
“패배. 인정하시나요?”
저리 만개한 입가를 보고 어찌 반발할 수 있을까.
“인정합니다.”
“좋아요. 여보는 이제 1년 더 이 집에서 사세요. 그리고, 오늘 각오하세요. 후우…….”
세리머니라도 격하게 하려는 걸까.
그녀는 어딘가 섬뜩한 경고를 남긴 채 방 안에서 사라졌다.
다시금 혼자 남게 된 방.
책상에 꺼내놓았던 물건들은 다시금 아공간 안으로 주섬주섬 들어갔다.
아무래도 1년 후에 다시 꺼내놓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물건 정리를 하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던져졌다.
“져줬다니. 너도 봤잖아. 그냥 내가 진 거야.”
[나는 네 속마음에 있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너는 엘가의 수를 그 시작부터 예상했지. 빠져나갈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너는 기물을 움직이지 않았어.”“…….”
[역공을 하고 반격을 했지만 그 올가미 밖을 벗어나는 수는 단 한 번도 두지 않았지. 근데도 져준 게 아니라고.]아공간이 닫혔다.
미래로 돌아갈 힘이 담겨 있는 아공간이었다.
앞으로는 1년 동안 열릴 일이 없는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이었다.
“모르겠어, 레드. 내 가족은 미래에 있지만, 사실 이곳에도 있으니까.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그러는 건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야.”
[네 딸들은 미래에 있을 거다. 헤어지는 게 아니야.]“아까 부인이 말했지. 600년 동안 딸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할 최악이라고. 나는 조금이라도 둘이 느낄 그리움을 덜어주고 싶어졌어. 단지 그뿐이야.”
완드는 조용했다.
무언가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명분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 조용했다.
그러다 약한 한숨이 이어졌다.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내가 말릴 수 없지. 다만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는 걸 명심해라. 네가 미래로 돌아가야, 여태껏 과거에서 이룬 것들이 적용될 거야.]“알고 있어.”
[또 1년 동안 놀 생각만 하지 마라. 이왕 과거에 붙어 있는 거 더욱 최선을 다해.]“물론이지. 딸들과도 더 시간을 보내야겠어.”
최선을 다한다.
오직 그것만이 속죄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1년은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돌아보면 찰나와 같이 느껴지지만, 그 1년을 살아가는 순간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게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시간은 더디게만 느껴진다.
다만 행복은 그 시간의 빠르기가 반대였다.
행복한 이는 남들과 똑같은 양의 시간을 보내는데도 쏜살같다 느꼈다.
둘이 반대였다면 불행한 이도 행복한 이도 모두 좋았을 텐데.
허나 세상은 그리 편안한 곳이 아니었다.
[데카마드. 오늘로 딱 300일이다.]“……벌써?”
철썩- 철썩-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는 해안가.
그 청량함과 달리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져만 갔다.
“에잇! 받아라아!”
“으윽, 짜잖아. 너무해. 렉시.”
“야, 야! 너도 했으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장난이지롱.”
“에이익! 이리 와! 저 모래사장에 던져버리게!”
델과 렉시는 겉모습으로 보이는 나이대처럼, 해변가에서 몸을 적시며 놀았다.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바닷물을 손으로 퍼서 상대에게 던지기도 했다.
고귀한 혈통이고 뭐고 일단 귀엽기 그지없었다.
“…….”
연한 미소가 입꼬리에 걸린다.
허나 어딘가 켕기는 게 있는지 입가는 완전히 올라가지 못했다.
레드는 그 이유를 꿰뚫어 봄과 동시에 해석했다.
[망설여지나.]나아가 그 해석은 정확했다.
[네가 이렇게 추억을 쌓으면 쌓을수록, 저 둘에겐 이후가 더욱 커다란 고통이란 걸 왜 모르는 거냐.]“나도 알고 있어.”
[그럼 남은 시간 동안은 둘에게 앞으로를 헤쳐 나갈 마법을 가르치는 데 열중해라. 자의로 깨닫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옆에서 보조해줄 사람이 필요할 거야.]“그래야겠지. 분명 그게 옳은데.”
감정 문제를 이성으로 생각하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인 건 다름없었기에, 데카마드는 고민으로 남은 날들을 지새웠다.
중간중간 레드의 조언대로 델과 렉시에게 그들만의 마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사실 인간 마법사가 드래곤과 하이 엘프의 힘을 가르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다만 오리하르콘의 지식과 고대 문헌, 아카데미에서의 기억들이 있어서 일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알겠지? 렉시 너의 힘은 네 생각과 마음 그 자체야. 네가 하고자 하면 자연의 마력은 그것에 응해줄 거야.”
렉시는 제 손에 모인 힘을 느끼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빠를 찾을 수도 있어?”
“으, 응? 뭐라고?”
“아빠가 가끔 멀리 사라질 때 있잖아. 근데 우리는 어디 갔는지 모르니까, 그게 조금…… 걱정돼서.”
대답을 위해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입술 두 덩이는 벌려져서 뻐끔거리기만 할 뿐, 어떤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 대신 완드가 육성을 낸다.
[사람도 찾을 수 있을 거다. 네가 그 사람을 똑똑히 기억하고, 간절하게 원하기만 한다면.]“헤헷! 그럼 문제없겠네! 이 바보 아빠는 내가 확실히 머릿속에 넣었으니까!”
“렉시가 까먹어도 제가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빠.”
“야, 야! 내가 왜 까먹어! 나도 안 까먹을 거라구!”
“……고마워.”
잊지 않는다.
그 말은 감상적이었다.
특히 들려오고 보이는 모든 걸 잊지 않는 자에겐 더더욱이.
“그럼, 오늘 아빠하고 마지막 특훈하러 가자.”
“좋아 좋아! 이것만 하고 저녁 먹는 거지?”
“끝나면 차를 타다 드릴게요.”
“고마워. 그것도.”
[이동한다.]슈우우욱-!!
크레센티아의 정원에서 셋은 오색 빛 광휘와 함께 사라졌다.
그 모습을, 창문으로 가만히 내려다본 엘가는 잠시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남은 시간 동안은 당신을 추억할 게 달밖에 없겠네요. 참으로 잔인한 사람…….”
흐느끼듯 부군을 탓한다.
하등 의미 없는 짓이었고 하등 쓸데없는 짓이었지만, 그럴 자격조차 가지지 못했다.
여기서 그를 탓해야 할 건 아비를 따라나선 두 딸이기에, 이만 입을 다물었다.
그 딸들은 무릎으로 수풀이 스쳐 지나가는 마을에 도착했다.
사그락- 사그락-
그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아마 착각이 아니리라.
“아빠. 여긴 어디예요?”
“엘프들의 마을이야. 여기서 마지막 특훈이 있단다.”
셋이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이곳의 수장이자 하이 엘프 시오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많이 달라지셨군요.”
“적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요.”
“그렇습니다.”
“약속한 건 가져오셨는지요.”
“물론입니다.”
델에게서 받은 세계수 씨앗을 들어 보이자, 시오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이며 그들을 안내했다.
“따라오십시오.”
델과 렉시는 아버지를 따라가며 물었다.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특훈 장소야. 조금 더 설명해주자면 또 다른 세계수가 있는 곳이지.”
“……세계수.”
“델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조금만 참아줘.”
“네. 참을 수 있어요.”
델이 끔찍이 싫어하는 세계수, 그것이 눈앞에 들어왔다.
시오는 그에게서 받은 씨앗을 세계수에게 불어넣었다.
이로써 숲은 죽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이어질 가능성을 얻었다.
“좋습니다. 이제 시작해보도록 하죠.”
“렉시. 여기 이걸 너의 불로 녹여. 그리고 몸에 받아들여야 해. 조금 따끔하겠지만 할 수 있을 거야.”
“응! 해볼게!”
음기로 얼린 열풍의 뱀독.
그것이 렉시의 손에 쥐어졌다.
화르르르르르-
무언가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함께 얼음은 녹아들었다.
그것은 곧 뱀독이었고 이 세상의 모든 걸 절명시킨다는 극독이었다.
허나 드래곤은 그 모든 것 위에 있는 존재.
“……으윽. 살짝 따갑지만, 괜찮아. 할 수 있을 것 같아.”
델은 그 뱀독을 몸 안으로 거둬들였다.
“어때?”
“뭔가……. 내 힘이 엄청 강해진 느낌이야. 전에는 할 수 없는 게 가능할 것 같단 느낌이 들어!”
“좋아. 델은 저기 시오 옆에 서서 그녀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해봐.”
“네, 아빠.”
델과 렉시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잘 행동해주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시작한다.]쿠우우우우우웅-!!
오리하르콘의 방출된 인외의 기운과, 하이 엘프 두 명이 가진 인외의 기운이 한 자리에 부딪쳤다.
오리하르콘, 마경, 엘프.
그 세 가지의 힘은 서로를 짓누르면 짓누를수록 방대한 공명을 일으켰다.
레드에겐 익숙한 현상이었다.
[이대로만, 이대로만 하면 된다.]“무언가 힘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있는 느낌이야.”
[이럴 때 저 반쪽 도마뱀이 필요한 것이다.]“렉시. 거들어줄래?”
“물론이야!”
그녀는 눈치 좋게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바로 가공할 만한 힘의 압력으로 저 세 가지를 꽈악 뭉쳐주는 것.
오직 드래곤의 무식한 괴력만이 할 수 있는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
다만 불가능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자리에선 모든 비상식이 곧 상식이 되었다.
데카마드 폰 크레센티아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게, 공간으로 조그마한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떨어진 파편 너머로는 새하얀 빛이 엿보였다.
미래로 가는 빛이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딸들에겐 해줄 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델. 렉시.”
“응? 왜 그래?”
“네.”
그러나 딸들은 무언가 성공했다는 것만 알아차렸을 뿐, 이후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와의 특훈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기분 좋을 뿐이었다.
“렉시. 이거 받아.”
오리하르콘 완드가, 이제는 원석만이 남게 된 레드가 렉시의 손바닥 위로 들어왔다.
“이, 이걸 왜 나한테 줘……?”
“훗날 크레센티아의 후손들에게 돌려주렴.”
“으, 응. 그럴게. 근데 그냥 아빠가 가지고 있는 게 낫지 않아?”
“네가 훨씬 더 잘 보관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델.”
“네.”
3차 각성으로 단단해진 손이 델을 비롯하여 렉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렉시를 잘 보살펴줘. 네가 없으면 이 녀석이 뭔 사고를 칠지 모르겠으니까.”
“그……럴게요.”
대답하면서도 어딘가 의문이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이건 꼭……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 같지 않은가.
“안녕.”
아빠는 후드를 꽈악 눌러 쓰며 빛으로 몸을 던졌다.
동시에 균열은 닫혔다.
파편은 수복되어 다시금 멀쩡한 허공을 만들어냈다.
머리가 멍해졌다.
이후에도 그 인사의 정체를 깨닫지 못했다면, 남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을까.
이게 작별이었단 걸 몰랐다면.
600년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지나갔을까.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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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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